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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찐 사람은 빚을 지는가 - 빚, 비만, 음주, 도박으로 살펴본 자멸하는 선택의 수수께끼
이케다 신스케 지음, 김윤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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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의 고질병, 작심삼일...

 

 

 인류가 역사를 시작한 이후로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강력한 법칙이 하나 있으니 그것이 바로 '작심삼일' 이다.

금연을 하는 것도, 살을 빼기 위해 헬스 클럽을 다니고 아침마다 달리기를 하는 것도 이 법칙의 마력으로 부터 빠져나갈 수 없다. 돌아다보면 삶이 걸어온 길 가득 이루지 못한 결심의 주검들이 가득하다. 그렇게 우리는 한 번 마음 먹은 것은 채 삼일을 못 간다는 이 불변의 진리 앞에서 얼마나 많이 넘어지고 또 그래서 좌절했던가! 채 싹도 틔우기 전에 꺾이어져 버린 미완의 결심들이 보내는 원망 가득한 시선 앞에서 내 의지박약을 얼마나 부끄러워하고 또한 자책했던가?

 

 인류의 오래된 고질병이니만큼 그 치유를 위한 책들은 일찌기 세상에 존재해왔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모두 자기개발서일 뿐이었다. 그 어떤 전문직이 나와도 결국엔 연애 이야기로 귀결되고 마는 우리나라 전문직 드라마처럼 작심삼일의 치유를 위한 수많은 자기개발서들이 있어왔지만 뻔한 레퍼토리의 재탕에 지나지 않았다. 식상함만큼 우리의 주목을 잃게하는 것도 없다. 저마다 '제가 그 진정한 치유책이에요!'하고 우리의 눈길을 끌려고 호객 행위를 하였지만 그 뻔한 말들을 위해 희생된 나무들만 불쌍할 뿐이었다.

 

 좀 더 다른 게 없을까? 우리들에게 압도적으로 군림하는 이 '작심삼일'을 치유해 줄 뭔가 새로운 이야기는 없을까?

혹시나 매년 흘러가는 시간만큼 또한 차곡차곡 쌓여져가는 실패한 결심들의 돌탑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사람들은 없었을까?

그랬다면 반가운 손님이 오리라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까치처럼 반가운 소식을 이 자리에서 전하고 싶다.

 

 

 2. 비만과 부채 그리고 도박, 그 모두를 하나로 이어주는 끈인 자멸적인 선택...

 

 

 우리의 '작심삼일' 고질병을 '행동경제학'의 입장에서 분석하고 치유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있다고.

 그것이 바로 일본의 대표적 행동경제학자 이케다 신스케가 쓴 '왜 살찐 사람은 빚을 지는가?'란 책이다.

 

 

 

 이케다 신스케의 이 책은 비만과 부채 그리고 도박 중독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한 마디로 조사를 해보니 살찐 사람일 수록 빚도 많이 지고 도박에도 쉽게 중독되었다는 것이다. 이걸 단순히 신스케가 비만이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제시했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신스케가 이 셋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건 이 세가지가 모두 한 가지 점에서 공통되기 때문이다.

 

 즉, 이 책의 용어로 말한다면, 이 세가지가 모두 '자멸적인 선택' 이라는 것이다.

 

 자멸적인 선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행동경제학적 용어로 단기의 이득을 취하느라 보다 더 큰 장기의 이익을 스스로 망쳐버리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휴가 때 드러낼 근사한 '바디'를 위해 독한 마음으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고 하자. 그런데 그런 결심을 하면 이상하게도 더욱 먹고 싶은 것들이 선명하게 뇌리에 떠오른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떠오르면 왜 그리도 또한 사람을 허기지게 만드는 것인지? 휴가 때 당당히 바디를 드러내 보이고 있는 자신을 생각하며 꾹꾹 눌러참지만 그럴수록 식욕은 스프링이 되어 더욱 높이 튀어오를 뿐이다. 그 때 눈에 띈 치킨 한 조각. 한 입 배어물면 그대로 행복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 같다. 하지만 지금 한 번 무너지면 앞으로도 통제가 안 될 것임을 안다. 어쩌면 그 때문에 휴가 때 보일 근사한 바디는 그대로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들은 어떤 선택을 하든 선택 뒤에 따르는 기회 비용을 다 예측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눈 앞의 치킨 한 조각이 줄 수 있는 행복감을 놓치기 싫어서 나중에 근사한 바디가 가져다 줄 보다 장기의 행복감을 스스로 날려버리는 것(이걸 행동경제학에서는 대리인 효과라 부르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자멸적인 선택'이다. 비만과 부채 그리고 도박은 이 자멸적인 선택의 대표적인 유형인 것이다.

 

  우리의 작심삼일 또한 '자멸적인 선택'의 대표적인 모습임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보통 한 달치 이용료를 선불로 내는 헬스 클럽. 삼일 딱 나가보고 그 요금을 그대로 날려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자, 그동안 날린 헬스 클럽 선불료 아까웠다면 신스케에 말에 주목하길 바란다. 그는 '의지박약'이라는 말로 그것을 일축하지 않는다. 그는 그걸 행동경제학으로 분석해 보여준다. 우리는 왜 그렇게 단기의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가? 이게 행동경제학으로 설명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그 견지에서 대답하자면 그건 바로 '쌍곡형 할인' 때문이다.

 

  알 수 없는 용어가 마구 나온다. 하지만 뛰쳐나가지 말고 조금만 침착하자. 금방 설명할테니. '쌍곡형 할인'이 뭔지 설명하기 전에 말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시간 할인율' 이다. 안다. 뜻모를 용어의 연쇄란 걸. 그래도 알고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니 조금만 인내를...  그래서, 시간 할인율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그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조금 어렵게 말한 것에 불과하다. 이를테면 유통기한이 얼마남지 않은 음식을 생각해 보자. 유통기한에 다가갈 수록 그 음식의 가치는 급속도로 떨어질 것이다. 그런 걸 시간 할인율이 크다고 말한다. 그럼, 이번엔 금이나 다이아몬드를 생각해보자. 금값이나 다이아몬드 값은 물론 다소 유동적이긴 하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그 가치는 일정 부분 변함이 없다. 그러면 우리는 시간 할인율이 작다라고 이야기한다. 시간 할인율이란 그런 의미로 쓰인다. 이미 19세기에 국민들의 저축 성향을 조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으로 역사도 오래 되었다. 아무튼 이제 알겠지만 시간 할인율은 가치에 시간적 차원을 고려한 개념이다.

 

  그렇다면 '쌍곡형 할인'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쌍곡'이다. 즉 두 개가 있다는 말이다. 시간 할인율은 하나의 시간만 고려했지만 여기서는 두 가지 시간을 고려한다는 의미다. 즉 두 시점간의 선택에 있어 달라지는 할인율이란 의미에서 '쌍곡형 할인'인 것이다. 맞다. 알고나면 별 거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 '쌍곡형 할인'에서 고려하는 두 가지 시점은 무엇인가? 그게 바로 단기와 장기 시점이다. 거기에 시간 할인율을 대입해보면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 그것이 바로 쌍곡형 할인의 최종 개념이다. 즉 단기에 있어서는 시간할인율이 커지고 장기에 있어서는 시간할인율이 작아진다는 것이다.

 

  이제 이것이 어떻게 자멸적인 선택과 연결되는 지 감이 잡힐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단기의 이익에 집착하는 이유는 바로 그 단기에 시간 할인율이 크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급속도로 줄어들기 때문에 우리는 장기 보다 단기에 집착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단순한 설명이다. 이걸 그대로 곧이곧대로 새겨두면 안된다. 왜냐하면 예외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매그니튜드 효과 가 그렇다. 우리들은 단기의 시간 할인율이 커진다고 해서 무조건 단기의 이익을 취하려 들지 않는다. 스스로를 한 번 돌이켜봐도 그런 경우를 쉽게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렇게만 설명했을 경우 놓치는 게 있다. 그건 바로 가치의 상이한 크기들이다. 가치의 크기는 저마다 다르다. 앞서 시간 할인율이란 가치에 시간성을 도입한 것이라 말했다. 그렇게 가치마다 시간 할인율 또한 다른 것이다. 즉 매그니튜드 효과는 이렇게 설명한다. '시간 할인율은 선택하는 대상의 가치가 적을 수록 커지기 때문에 대상의 가치가 크면 클수록 사람들은 더 튼 인내심으로 기다린다'고 말이다. 사법시험을 합격할 경우 얻게 되는 성공 때문에 몇 년을 모든 욕망을 참고 공부하는 것을 이 매그니튜드 효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삶이란 이익만이 주어지지 않는다. 더러는 손해가 뻔히 예정되는 경우도 있다. 사법시험을 예로 든다면 낙방이 그렇다. 어떤 시험이든 합격을 100% 예정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잠정적인 가능성 때문에 오늘의 힘겨움을 참기도 한다. 왜 그럴까? 이런 것도 행동경제학으로 설명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 이미 이름도 있다. 그것이 바로 '부호효과' 다. 부호효과란 '장래 손실에 대한 시간 할인율은 장래 이익에 대한 시간 할인율 보다 작아지는 경향이 있음'을 말하는 것 인데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비록 합격이 잠정적인 가능성일망정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다. 즉 장래 어떤 시점에 이익과 손해가 뻔히 예측되지만 장래 예측되는 손해의 시간 할인율이 장래 예측되는 이익의 시간 할인율 보다 적기 때문에 우리는 그 이익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장래의 경우에만 해당하고 단기에 있어서는 전혀 반대로 작용한다. 단기의 경우엔 손해의 시간 할인율이 이익의 시간 할인율 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우리는 단기에 있어서는 이익을 얻기 보다 손해를 줄이려는 경향이 강하다.

 

 3. 결국 모든 가치의 평가는 당신에게 달린 것. - 프레이밍 효과...

 

 여기까지 오면 우리의 선택에 있어 중요한 한 가지 진실이 드러난다. 그건 우리가 어떤 가치를 선택하든 그것은 대상의 객관적인 가치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우리의 주관적 가치로만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행동경제학은 모든 가치가 당신 안에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그 어떤 가치도 절대적이지 않고 객관적 수치로 환산될 수도 없다. 왜냐하면 프레이밍 효과 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왕가위의 영화 '중경삼림'에는 '사랑엔 저마다 다른 유통기한이 있다'라는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좀 뜬금없는 인용이지만 프레이밍 효과를 이 유통기한으로 설명할 수 있다. 대부분 우리는 냉장고에 있는 음식물이 유통기한이 지나면 속상해한다. 왜 진작 먹지 않았느냐고 스스로를 책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음식물이더라도 유통기한이 아직 남아 있다면 '나중에 먹지 뭐'하고 태연히 생각한다. 미리 먹는 건 그 가치를 온전히 즐기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거기에 별 느낌을 가지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는 기한 넘김에 따르는 가치의 하락을 기한의 당김에서 오는 가치의 증가 보다 훨씬 크게 생각한다. 도대체 유통기한이 뭐길래 이러는 것일까? 사실은 이것이 바로 우리의 가치 기준이 주관적으로 결정된다는 강력한 증거이기도 하다. 즉 우리는 어떤 선택을 평가할 때 그 자체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비교 가능한 기준을 정해두고 선택한다. 그걸 행동경제학에서는 '준거점' 이라 부른다. 즉 우리는 어떤 선택을 평가할 때 선태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준거점에서 얼마나 변화했고 또한 괴리 되었나를 가지고 선택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걸 바로 프레이밍 효과 라 부른다. 다시 말해 우리의 가치 평가란 언제나 상대적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같은 선택이라 하더라도 그 처한 상황과 문맥에 따라 평가가 얼마든지 달라지기도 한다.

 

 4. 자멸적인 선택의 치유로서의 커미트먼트...

 

 그러므로 행동경제학이 자멸적인 선택으로 부터 우리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주관적인 것일 수 밖에 없다. 즉, 당신의 마음을 스스로 조련하는 것. 그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이 내세우는 궁극적인 치료제이다. 이를 위해서 행동경제학이 내세우는 것이 바로 '커미트먼트'다. 커미트먼트란 무엇인가? 그걸 이렇게 설명해보자. 어떤 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너무 잘 알아 스스로 조심하여 단기 이익의 집착을 억누르는 사림들이 있다. 말하자면 일종의 비관주의자들. 그러니까 '이대로 날 내버려두면 분명 미래엔 실패할거야'라는 생각에  오늘을 좀 더 절제하며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행동경제학에서는 '현명한 선택자'라 부른다. 그러니까 자멸적인 선택과 완전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사람들은 미래에 허물어질지도 모를 자신을 보호하고자 스스로 자제를 위한 어떤 규칙들을 정하고 거기에 따르려 한다. 그러한 자제를 위한 규칙 혹은 방법들을 통털어 '커미트먼트'라 부른다. 이를테면 그리스 신화에서 세이렌의 노래 소리에 유혹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돗대에 결박했던 오디세우스처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커미트먼트'다. 커미트먼트는 자멸적인 선택을 회피하고자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일종의 결박, 즉 자제 기술이다. 그런데 이 커미트먼트는 우리의 본능과는 상관없는 마냥 인위적인 강압 방법은 아니다. 그건 어느정도 우리의 본성과도 일치하는데 이케다 신스케는 그걸 '조삼모사' 라는 중국의 고사성어에 비유해 설명한다.

 

 이케다 신스케에 따르면 '조삼모사'는 그냥 단순히 어리석은 원숭이들의 행동이 아니다. 그건 바로 우리의 본성적 경향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즉 우리 역시도 그 원숭이들처럼 아침에 세 개 받고 저녁에 네 개 받는 걸 더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우리는 총량이 조금 적더라도 그 시점마다 만족의 크기가 조금씩 증가하는 계열을 더 선호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자기개발서가 그렇게 많이 나오는 이유도 사실은 우리에게 '조삼모사' 경향이 본성상 강하게 남아있는 탓이다. 그렇게 조금씩 우리가 나아지는 느낌을 받는 것을 선호하는데 '커미트먼트'는 바로 그러한 증진의 만족의 가져다 줄 수 있기에 완전히 인위적 강압 방법은 아닌 것이다. 책의 후반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자제에 대하여 실질적인 '커미트먼트'를 어떻게 행할 것인가를 설명하는데 주로 할애되고 있다. 여기서 주로 염두에 두는 것은 이른바 '넛지' 효과다. 즉 커미트먼트를 자제가 보다 용이하도록 유도하는 상황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계획기간은 짧게 잡으라' 또는 '장기적인 이익을 지키기 위한 세부적인 규칙을 설정하라'는 등의 세부적인 것에서 부터 그럼에도 의지력이 고갈된다면 그 강화의 방안으로 강력한 커미트먼트 전략까지 다 나오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자신에게도 그런 커미트먼트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면 이 책에 나와있는 방법들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될 것 같다. 아무튼 후반에서 신스케가 보다 주장하는 것은 '자제'의 요청이다. 그는 우리가 이제 여기에 대해 신경을 쓸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싱가포르 대학의 웨이 캉 교수의 필드시험에도 나타났듯이 엘리트들 조차 거의 80% 가까이가 이 자제 문제에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제 문제를 방치한다는 것은 순간 순간 이루어지는 단기적인 만족을 우선하는 바람에 장기적인 계획을 도미노처럼 무너뜨리고 결과적으로는 선택한 당사자에게 큰 손실을 끼치게 된다. 그럼으로 우리는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자제하는 것'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고 사실 후반의 이야기들은 이 자제의 구조를 잘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자신에게 잘맞는 커미트먼트로 현명한 선택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5. 맺으며...

 

 이상으로, 내게는 정말 새롭게 다가왔던 작심삼일을 행동경제학으로는 어떻게 치유하는지 이야기해 보았다. 위에도 알 수 없는 용어들을 잔뜩 썼지만 사실 초반엔 좀 어려웠다. 잘 이해가지 않아서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는지 모른다. 그런 끝에 겨우 다다른 이해의 지점 위에서 썼는데 읽으신 분들은 어떻게 느끼셨는지 모르겠다. 내가 느낀 어려움이 있어 혹시나 나같은 분들이 있을까봐 그럴 때는 이 글에서라도 좀 도움을 얻으시라고 되도록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는 것만은 알아주시길. 아무튼 인간이 이렇게 경제학적으로도 낱낱이 분석될 수 있다니 흥미롭다. 신스케가 마지막에 요청하고자 했던 '자제의 문제'도 수긍이 간다. 이 책을 읽고 느끼게 된 것이지만 행동경제학은 사회정책과도 생각보다 긴밀하게 연관될 것 같다. 감세가 왜 소비를 진작시킬 수 없는지, 흡연 문제에 대해 국가의 개입은 왜 정당한지도 행동경제학으로 설명되는데 흥미로웠다. 기회가 되면 이 부분을 나중에 더 공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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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굿워크 전략 - 세상과 소비자의 마음을 얻고, 함께 성장하라!
필립 코틀러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필립 코틀러 라는 이름은 이제 거의 마케팅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마케팅을 그의 책을 통해 배웠던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의 주저중 하나인 '마케팅 원리'는 마케팅의 바이블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으니까. 퍼블릭 마케팅, 퍼스널 마케팅, 브랜드 마케팅, 수평 마케팅 또는 미래형 마케팅등 이렇게 40년에 걸쳐 각종 방향으로 마케팅 기법들을 연구하고 개발해오던 그가 2006년 현재 소셜 마케팅 서비스 사의 사장이자 워싱턴 대학교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낸시 R 리와 함께 조금은 다른 관점의 책을 하나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CSR, 즉 'CORPORATIV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책이다.

 

 

 

 

 2006년, 이 책의 출현은 이제 기업은 그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1970년 밀턴 프리드먼이 뉴욕타임즈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증대시키는 것이다'라고 발표했던 그 패러다임을 말이다. 지금까지 기업은 오로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므로 주주의 이익만 극대화할 수 있다면 아무리 실업률이 높아도 정리해고를 단행해도 괜찮고 이대로라면 파산이 불보듯 뻔한데도 금융 상품을 마구잡이로 남발하여 이익을 거둬들여도 괜찮은 것으로 여겨져왔다. 단순하게 말해 돈은 개같이 벌어야 한다는 그런 패러다임이 지금까지 기업들에겐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006년의 그 책에서 필립 코틀러는 이제는 그런 패러다임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더 이상 상품의 가치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까지 고려하는 시대로 말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내가 지금 쓰는 돈이 어떤 기업을 이롭게 하는가 까지 묻고 있으며 만일 그 기업이 악덕 기업이라면 아무리 상품이 좋다고 해도 돈을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 바야흐로 기업은 이제 자신의 가치를 신경써야 하게 되었고 그 가치는 주로 기업이 얼마나 공익에 헌신하고 있는가 즉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느냐의 여부로 결정된다. 윤리적 기업이 되지 않으면 운신하기가 힘든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로 부터 6년 뒤, 이제 또 하나의 저자로 공익 연계 마케팅을 주로 연구하고 있는 데이비드 헤스키엘까지 참여하여 세상에 나오게 된 '필립 코틀러의 굿워크 전략'은 그렇게 'CSR'의 연속선상에 있는 책이다. 그가 다시금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책을 내놓게 된데는 이유가 있다. 2006년에 예견했던 대로 기업에 있어 CSR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적으로 <포춘>이 선정한 250개의 글로벌 기업들의 CEO가 입을 모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음에서 드러난다. 그렇게 모두가 강조해야 할 정도로 이제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가장 우선적인 변수중의 하나로 고려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의 기부 현황을 발표하는 기빙 USA의 2011년 발표에 따르면 경제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사회적 기부가 작년에 비해 무려 10.6%나 증가했다. 더구나 기업이 공익의 스폰서로 활동하는 것에 있어서는 각종 스폰서십 부문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마저 보이고 있다. 패러다임이 변했다는 징후가 이렇게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2006년의 CSR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처녀지를 개간하는 것과 같았다. 즉 기업들로 하여금 아직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회적 책임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고 이제 그것을 하나의 규범으로까지 만드는 게 그 책의 목적이었다. 지금 그것은 250개의 글로벌 기업의 CEO들의 목소리에서도 보여지듯이 하나의 규범으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마케팅 기법 역시도 이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기업의 CSR을 더욱 고취시키고 또한 그러한 노력들을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필립 코틀러는 이제 상황이 의무에서 전략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때문에 필립 코틀러는 다시 한 번 거기에 관계된 책을 펴내야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2006년에 나온 책이 CSR의 총론에 해당한다면 지금 나온 '굿 워크 전략'은 그 각론으로, CSR에 의거하여 어떻게 마케팅 전략을 펼친 것인가에 대한 그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지침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이 나와야 했던 이유는 당연하다. 막상 CSR 마케팅을 하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을 잡기가 그리 쉽지 않은 까닭이다. 잘못 캠페인을 펼쳤다간 CSR과 기업의 가치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게 된다. 그만큼 공익 활동은 쉽지가 않다. 그러므로 거기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러한 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거기에 주안점을 두고 쓰여졌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마케팅을 하려는 사람이 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쓰여진 것이다. 필립 코틀러는 기업의 CSR 활동을 모두 6개의 범주로 나눈다. 이것은 기업이 CSR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여섯 가지 전략적 마케팅 방법이기도 하다. 그 6가지는 다음과 같다.

 

 1) 공익 캠페인

 2) 공익 연계 캠페인

 3) 기업의 사회 마케팅

 4)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

 5) 지역사회 자원봉사

 6) 사회책임 경영 프랙티스

 

 공익 캠페인은 공익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관심을 드높이기 위하여 벌이는 캠페인이나 기금을 모집 등 그렇게 기업이 직접 참여하고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공익 연계 캠페인은 기업이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 등이 그러한 활동을 할 때 일종의 스폰서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사회 마케팅은 기업이 직접 주도한다는 점에서는 공익 캠페인과 같으나 공익 캠페인이 주로 대중의 인식과 관심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면 기업의 사회 책임은 대중의 구체적 행동 변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은 공익 연계 캠페인과 비슷한데 여기서는 직접적인 현물 투자나 자금 투자가 이루어진다는 점이 다르다. 지역사회 자원봉사는 지금 한창 유행중인 '재능기부'와 같은 활동을 기업이 주도적으로 조직하고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사회책임 경영 프랙티스는 경영 단계에서 이미 그러한 공익적 목적을 두고 조직이나 투자등을 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책은 이것을 각각 하나의 장으로 분할하여 구체적 설명과 함께 다양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그것을 성공적으로 해 낼 수 있을 것인지 설명한다.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답게 설명은 체계적이고 이해를 도와주는 사례는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개념 잡기도 어려울 것 같았던 CSR 마케팅에 쉽게 다가가도록 하고 있다.

 

 

 

 

 - 각 부문별마다 이렇게 도표로 정리해 놓아 더욱 쉽게 이해하게끔 돕고 있다. -

 

 

 요즘도 TV를 보면 기업이 주도하는 재능 기부 프로그램이나 공익 광고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도 CSR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만큼 이제 기업의 패러다임은 변했고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활동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필립 코틀러의 '굿 워크 전략'은 이렇게 달라진 시대에 어떻게 하면 잘 대응할 수 있을지 쉽고도 편하게 도움을 주는 책이다. 공익 마케팅에 다가가기 어려웠던 분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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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컴퍼니, 착한 회사가 세상을 바꾼다 -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힘
로리 바시 외 지음, 퓨처디자이너스 옮김 / 틔움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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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새해 벽두부터 온라인은 민영화란 단어로 들끓고 있다. 수도와 의료 민영화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가스와 전기 민영화까지 이런 저런 우려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밀려올 파도에 대비해 단단히 준비하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민영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공공성이 기업의 사적 이익 추구에 심히 훼손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생각 속엔 기업은 어디까지나 주주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움직이는 집단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같은 윤리적인 것들은 그러한 이익 추구 앞에서 쉽게 무시되기 마련이다 라는 생각이 강하다.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제까지 보여준 기업의 모습이라는 것이 그러하지 않았던가. 외국의 민영화 사례만 보아도 그렇다. 대표적인 예가 볼리비아의 수도 민영화 다. 유명한 다국적 기업이기도 한 벡텔사가 볼리비아의 수도를 총괄하자마자 2주도 지나지 않아 수도 요금이 곱절이나 인상되었다. 가난한 서민들은 급증하는 수도 요금을 견디지 못해 처마에 통을 달아 빗물을 모아 사용했는데 벡텔은 그것마저 자신의 기업 이익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볼리비아에 압력을 넣어 경찰로 하여금 그것마저 강제로 철거해 버렸다. 해도해도 너무한 처사에 분노한 서민들은 들고 일어났고 결국 벡텔은 볼리비아로 부터 쫓겨나고 말았다. 민영화의 결과가 대부분 이러하다. 그건 후진국과 선진국마저 가리지 않는다. 미국의 의료 민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이웃인 일본의 전력 민영화조차 이윤 극대화를 위한 비합리적인 비용 절감과 방만한 관리로 인해 결국 원전 사태라는 전무후무한 비극을 가져왔으며 영국의 가스 민영화는 비용은 비용대로 높아지고 가스의 질은 질대로 떨어지는 바람에 많은 이들이 불만을 표출하여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중이다. 이런 민영화의 문제점은 오로지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만 기업이 움직이면 과연 어떤 부작용들을 불러올 수 있을지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왜 꼭 그래야만 할까? 윤리적 경영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된 지도 한참 되었는데 왜 아직도 사회적 가치와 약자를 배려하는 윤리는 그저 이윤 추구의 장애물로만 기업가들에게 인식되고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남이야 어찌되든 상관없이 오로지 내 이익만 챙기면 된다고 유포했던 신자유주의도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미국 경제 위기와 유로 경제의 악화로 서서히 퇴조해가고 있고 그와 동시에 곳곳에서 사회적 가치를 부르짖는 요즘인데  이제 그 패러다임을 바꿀 때도 되지 않았나?

 이렇게 변화의 와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굳은 머리로 오로지 이익 추구에만 여념이 없는 기업가들을 향하여 이제 윤리적 경영은 단순한 이념이 아닌 성공하기 위한 필수적 조건임을 설득하는 책이 있으니 그게 바로 로리 바시 외 3인이 공저한 '굿 컴퍼니' 라는 책이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굿 컴퍼니, 즉 선한 기업이 성공하며 그렇지 않은 기업은 도태된다는 것이다. 얼른 이해되지 않는 주장이다. 돈을 많이 벌려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이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진 통념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것을 실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그들은 '착한 회사 지수' 라는 것을 만들었다. 일단 그 착한 회사 지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부터 얘기해 본다면 그건 세 개의 항목으로 산출된다. 즉 좋은 고용주(Good Employer), 착한 판매자(Good Seller)  그리고 선량한 집사(Good Steward), 이렇게이다. 각각의 항목은 모두 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느냐로 결정된다. 즉 좋은 고용주는 회사의 종업원들에게 어떻게 대하느냐로 그 지수의 크기가 결정되며 착한 판매자는 고객들에게 어떻게 응대하고 있느냐로 그리고 선량한 집사는 사회 공동체에 대하여 어떻게 하고 있느냐로 결정되는 것이다. 단순히 말해, 직장 내 민주주의, 고객 중심주의 그리고 기업의 사회 환원과 사회 공헌도가 착한 회사 지수의 척도인 셈이다. 저자들은 이런 식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영 잡지인 포보스가 매년마다 발표하는 그 해의 세계 100대 기업들의 착한 회사 지수를 산출했다. 그리고 경영 이익을 많이 낸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가 착한 회사 지수와 어떤 상관 관계를 가지는지를 보여 '착한 회사가 성공한다. 선함은 성공에 필수적이다'라는 그들의 주장이 과연 맞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결과는? 놀랍게도 착한 회사 지수가 좋은, 그렇게 선한 기업들은 모두 그렇지 못한 기업들 보다 영업 이익이 많았고 주가 역시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로 착한 기업이 성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모두 이 책의 2부인 '착한 회사 지수'에서 상세한 도표를 통해 아주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달리 부연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보다 여기서 드러나는 우리가 더욱 주지해야  할 사실이 있다. 그것은 기업의 환경이 이제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것을 1부, '사회적 가치의 시대'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요지는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만을 구매하지 않고 이 제품들을 어떠한 사람들이 만들었는지도 소비에 있어 중요한 사항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리적 소비'란 말이 이제 어느덧 정착된 것처럼 동남아 아동 노동을 착취한다고 해서 '나이키' 불매 운동이 일어났던 것이나 아이들에까지 총을 쥐어 그들의 피값으로 다이아몬드를 생산한다고 해서 '블러드 다이아몬드'라고 이름 붙여진 것을 국제적으로 유통시켰다고 해서 일어났던 드비어스에 대한 불매운동 등이 이 같은 변화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의 돈을 단순히 물건을 구입하기 보다는 보다 높은 가치에 쓰기를 원한다. 2부, '착한 회사 지수'에서 보여준 결과는 환경이 이렇게 착착 변해가고 있음을 바로 보여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또 하나의 사실이 있다. 그것은 기업에서 브랜드 가치의 비중이 날로 커진다는 것이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단지 물건 하나를 구입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 물건으로 표상되는 기업의 브랜드 역시도 구매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기업은 이제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 자체로서 먼저 소비자들에게 다가온다. 단적인 예로 '애플'이 있지 않은가? 기업이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브랜드 가치에 타격을 입으면, 달리 말해 신뢰를 잃어버리면 그 기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그만큼 오늘날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바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그것을 지속할 수 있을까? 거기에 대해서 '경험 경제'의 공동 저자들은 이렇게 대답하고 있다.

 

  "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경험 수준을 높이고 그들의 변신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p. 45) 고.

 

 쉽게 말해 자신들에게 투자하면 보다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경험 경제의 중요성은 단적으로 스타벅스 현상에서 드러나고 있다. 보다 저렴한 커피들이 얼마든지 가까이에 있는데도 비싼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샀던 것은 무엇보다 '친절함, 편안함 그리고 차원 높은 서비스'(p.45)로 정의되는 스타벅스 경험을 선호했기 때문인 것이다. 경험 경제는 소비자가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제품의 효용이 아니라 바로 가치임을 웅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업이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를 키우려면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보다 높은 가치에 그들의 돈을 투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더우기 연구에 따르면 가치 선호도에 있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이 바로 윤리적 가치임이 또한 드러났다. 그러므로 자신의 브랜드 가치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은 착해져야 하는 것이다.

 

 기업은 이제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윤리적 가치를 말이다. 거기에 있어 기업은 현재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또 어떤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저자들이 만든 '착한 회사 지수' 는 그러한 가치 고양을 위해 기업들이 집중해야 할 실제적인 목표 사항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직장 내 민주주의를 증진시키며 경영 가치를 무엇보다 고객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며 그리고 사회 모두가 더불어 잘 살기 위한 방향으로 사회 환원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러지 않았을 경우 바로 타격을 입을 것임은 외국의 사례를 살펴 볼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바로 알 수 있다. 얼마 전 부하 직원을 청부까지 해서 폭행했던 주식회사 피죤의 회장은 그간 부하직원들에게 비민주적으로 대했던 것까지 몽땅 드러나 이제 주식회사 피죤은 물건을 만들 때 회사 이름마저 지워야 할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는 회사가 되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얼마전 방송에서 출산하면 천만원을 주는 등 아낌없는 사원 복지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제니퍼 소프트'라는 회사는 '좋은 회사'로 인구에 널리 회자되면서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단번에 유명해졌다. 이러한 사례는 윤리적 가치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아직도 다른 건 다 필요없고 돈만 잘 벌면 된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빨리 버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제 그런 시대는 저물고 있다. 그래도 설득이 안된다면 당장 '굿 컴퍼니'라는 책을 보라. 이 책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착한 회사가 되는 것이 그 첩경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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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01-13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기업만의 문제는 아닌듯합니다.
음식쓰레기를 바다에 매립하는 것을 금지한 이후,
지난 연말부터 연초까지 저희 아파트는 음식쓰레기 대란 중입니다.
고양이만 신이 났지요. 하루 안 치워가니, 길거리에 늘어진 음식쓰레기가 장난이 아니랍니다. 여름이었으면 어땠을까 아찔하고, 인간이 사라진 세상은 음식쓰레기 썩는 냄새만 진동하려나 싶어집니다. 그리고... 음식 쓰레기를 줄여야겠구나 건조기를 사야하나 고민 중입니다.

기업도 개인도, 모두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저 개인조차 재활용쓰레기 음식쓰레기, 이런 사소한 것부터 힘들어하네요... 에효.

제니퍼 2013-01-13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SBS 리더의 조건에 제니퍼소프트 이원영 사장님 책상 위에 이 책 있는거 봤습니다.
흠... 아직까지는 무늬만 착한 회사가 많은 것 같아요.
진정성 있게 착한 회사들이 모이면 정말 세상이 바뀔것 같습니다.
착한 회사 제니퍼 홧팅!!
 
볼륨 존 전략 - 10년을 전망하는 한국 기업의 선택
이지평 지음 / 와이즈베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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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가장 먼저 제목에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블루 존(BLUE ZONE)이 아니라 볼륨 존(VOLUME ZONE)입니다.

 둘 다 시장(MARKET)을 뜻하는 건 맞지만 엄연히 다른 것을 가리킵니다.

블루 존이란 아직 형성되지 않은 그러니까 미개척지의 시장을 말하지만 볼륨 존은 어디까지나 이미 형성된 시장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기업에게 있어 시장이란 무엇보다도 태아에게 있어 탯줄과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이윤이란 영양분을 공급받고 성장해 나갑니다. 문제는 그 탯줄에 매어달린 기업이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나 말고도 아주 많은 기업들이 그 탯줄에 같이 매달려 조금이라도 더 영양분을 빨아 먹겠다고 한계없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탯줄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영양분의 양은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은 언제든 포화상태에 이를 수 밖에 없지요. 문제는 포화상태에 이르면 받을 수 있는 영양분은 턱없이 부족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이리하여 기업의 고민은 생겨납니다. 여기에 이르면 기업이 그것을 타개하기 위하여 쓸 수 있는 해결책은 다른 기업을 밀어내는 방법을 제외한다면 보통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아무도 입을 대지 않은 탯줄을 찾아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다 적은 경쟁자가 매달려 있는 탯줄로 옮기는 것입니다. 여기서 전자가 블루 존이라면 후자가 볼륨 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아까부터 볼륨 존, 볼륨 존 그러는데 도대체 무슨 의미냐구요?

 

 정확히 그 의미를 말하자면 단적으로 신흥국 중산층 소비시장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를 비롯한 소위 'BRICS' 국가들의 시장이나 새로이 부상하고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중남미 지역의 시장들을 가리키는 말인 것이죠. 이 말이 처음으로 쓰이게 된 것은 2009년 일본의 노무라 총합 보고서였습니다. 거기서 일본 경제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던 것이 바로 이 '볼륨 존'의 시장 개척이었죠. 그런데 왜 이들이 새삼 이런 시장을 주목하게 되었던 것일까요? 그것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유례없는 세계 경제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해왔던 시장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당시 일본 기업이 주력하고 있던 기존의 시장들은 소비력이 급감했지만 이 '볼륨 존'의 시장들은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비력이 증가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존의 시장에만 집착하지 말고 과감히그런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한다는 뜻에서 나왔던 것이 이 '볼륨 존'인 것입니다.

 

 현재 LG 경제연구원이자 일본 경제통이기도 한 이지평씨의 이 책은 바로 그런 '볼륨 존' 전략이 일본만이 아니라 같이 불안한 경제 전망을 공유하는 바로 우리 한국 기업 역시도 필요하다는 뜻에서 '볼룸 존' 전략을 소개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한국 기업에 맞게끔 운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쓴 책입니다. 이지평 연구원이 새삼 이 '볼륨 존' 전략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경제제전망에 대비해 보자면 좀 독특하기 때문에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우리들은 앞으로의 세계경제가 3차 산업 중심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2차 산업인 '제조업'은 쇠퇴하고 3차 산업인 정보와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해 나갈 것이라고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한미 FTA를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도 처음 시작은 그러한 전망에 있었죠. 그런데 이지평 연구원에 따르면 사실 세계 경제의 전망은 그와 정반대입니다. 지금 성장하는 시장들의 추세를 보고 판단하건대, 그는 세계 경제가 18세기 이전의 경제로 돌아갈 것이라 봅니다. 왜냐하면 지금 성장하고 있는 소위 '볼륨 존'의 시장들 중에서도 특히나 유례없는 성장을 보여주는 중국과 인도가 모두 자국의 엄청난 인구를 바탕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인구로 뒷받침되는 넓은 시장이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었다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을 볼 때 그는 앞으로의 세계 경제가 '18세기 이전과 같이 인구 규모에 따라 경제 및 시장 규모의 위상이 결정되는 시대로 회귀할 것(P.23)'이라 봅니다. 여기서 인구 규모가 뜻하는 것은 단순히 구매력의 규모가 아닙니다. 이지평 연구원의 말이 꽤나 독특한 것은 앞으로 다가올 세계 경제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정보 기술'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인간의 노동력이 여전히 가장 중요하게 될 것이라는 그런 의미입니다. 이렇게 노동력이 여전히 중요한 가치가 되기 때문에 특히나 그것을 중심으로 하는 '제조업'의 위상이 여전히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즉 '볼륨 존' 전략은 제조업의 중시가 바탕이 된 전략입니다. 때문에 시장의 개척과 활성화가 여전히 중요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제조품이란 정보 기술에 비해 그 접근도나 이전에 있어 확실히 뒤떨어지니까요. 그래서 이 책이 뒷받침하고 있는 이런 전제를 미리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향후 10년 우리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볼륨 존'에 주목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그리 납득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만일 여기에 동의하시고 '볼륨 존' 전략이라는 것이 궁금해지셨다면 이 책은 필요한 정보를 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은 '볼륨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매우 실제적이고도 실천적인 지침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2장에서 5장까지의 내용이 그러한데, 여기서는 마케팅은 어떻게 하고, 시장 진입에 따르는 비용의 절감과 토착 시장에 먹힐 수 있는 효율적인 기술 혁신은 어떻게 할 것이며 선점한 경쟁 우위를 또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비롯 또 다른 '볼륨 존' 공략을 위한 시장의 잠재력 확인과 그 확대 방법들이 실제 사례들과 함께 잘 버무려져 제시되고 있습니다.(특히나 아주 다양한 사례들이 제시되어 있어서 책의 내용과는 별도로 읽고 알아가는 재미를 주어서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또한 응용을 위한 본격적 케이스 스터디까지 6장에 나와 있어 이해와 실제로 접목하는데 있어 보다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름 독자를 위한 배려를 한 흔적이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책은 앞서 이 책이 가진 전제의 독특성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그렇게 기존의 것과는 뭔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거나 원하셨던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기존의 유명세를 떨쳤던 시장들이 그 생명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사실이기도 하니 이 책을 통해 좀 더 시야를 넓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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