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 몽키스 구단 에이스팀 사건집
최혁곤.이용균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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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넓고 미스터리의 소재 또한 그만큼 다양합니다. 당연히 야구도 자주 미스터리의 소재로 쓰였었죠. 야구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직 한국에선 야구를 소재로 이렇다할 미스터리가 없었는데 드디어 그런 소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본격 야구 미스터리 소설'을 표방하고 나온 '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가 그 장본인입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이 소설을 소재 보다 작가 때문에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제가 한국 최고의 스릴러 소설 중 하나로 치는, 흔히  'B 시리즈'라고 알려진 'B컷'과 'B파일'의 작가 최혁곤이었거든요. 지금까지 그가 쓴 소설은 거의 다 읽어본 것 같은데,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런 작가가 이번엔 야구를 소재로 미스터리를 썼다고 하니, 호기심 때문에라도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 그런데 최혁곤 작가만의 소설은 아닙니다. 공동 저자입니다. 경향신문에서 야구 기사를 쓰는 이용균 기자가 함께 썼습니다. 이렇게 미스터리에 강한 사람과 야구에 강한 사람이 함께 써서 그런지, 미스터리는 미스터리대로, 야구 이야기는 야구 이야기대로 모두 어디 흠 하나 얼른 잡아내기 어려운 작품이 태어난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는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도 다 만족시킬만한 소설입니다.




 표지에 소설의 주요 인물이 다 나와 있네요. 중간에서 카메라를 만지고 있는 여인은 소설의 주요 무대가 되는 프로야구 팀, 몽키스 구단의 젊은 단장 홍희입니다. 그리고 옆에서 그녀를 내려다 보는 남자는 이 소설에서 주로 탐정 역할을 하는 몽키스의 프런트 팀장 신별입니다. 맞은 편에서 카메라를 내려다 보고 있는 저지 차림의 여인은 신별과 같은 프런트 팀으로 왓슨처럼 탐정의 조수 역할을 하는 기연이구요. 사실 신별과 기연, 이 둘이 거의 활약을 다 한다고 보면 됩니다. 하나의 사건만 나오는 장편은 아니고 모두 6막에 걸쳐 여섯 사건이 등장하는 단편집입니다. 그리고 미스터리 스타일도 종막을 제외하면 살인이나 거대한 음모 같은 게 등장하지 않는 일상 미스터리 쪽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 일상이란 게, 프로야구 세계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것이지만 말이죠. 그래서 이야기 자체가 아주 새롭습니다. 그 세계에 발을 깊숙이 담그고 있어야만 체험할 수 있는 것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2막, '악마의 리스트에는 마구가 숨겨져 있다'는 소설의 이러한 특성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에피소드는 구단 사이의 선수 트레이드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어떤 선수를 주고, 어떤 선수를 받을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구단 사이에 벌어지는 머리 싸움이 거의 첩보전을 방불케 합니다. 저야 물론 언론을 통해 트레이드 결과만 볼 뿐이라서 소설이 묘사하는 현실의 트레이드라는 게 이토록 치열한 수 싸움을 통해 이뤄진다니 많이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언론을 통해 잘 드러나지 않는 프로야구 계 막후의 현장을 경험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이 소설이 줄 수 있는 최상의 재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해 보도록 하죠. 주인공 신별은 원래 경향스포츠 야구 전담 기자로 있다가 최근 몽키스 구단의 프런트로 스카우트 당했습니다. 그가 직업을 바꾼 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 20년 전 사라진 아버지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 신충은 20년 전, 핀토스 구단의 투수로 '노 히트 노 런'까지 기록한 대단한 투수였는데 자신이 선발인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를 앞두고 홀연히 사라져 이후 영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신별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아버지 실종의 미스터리를 혼자라도 풀기 위하여 보다 야구와 가까운 직업을 가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일에 몰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가 팀장으로 있는 '에이스 팀'은 구단 내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골칫거리를 홍희 단장의 지시에 따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쯤되면 눈치채셨겠죠? 제목인, '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가 과연 누구를 가리키는지? 네, 바로 '에이스팀'인 신별과 기연입니다. 그들은 회의실에서 발견된 도청 장치 사건을 시작으로 얼른 납득할 수 없는 트레이드 리스트를 제시해 온 상대 구단의 책략을 간파해야 하고 한 조선족 살인 현장에 우연하게 포착된 유격수 유망주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파헤쳐야 하며 과거 후배 선수 폭행으로 방출된 투수가 있는데 그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이 실은 팀에서 왕따를 당했다면서 계속적으로 시위를 하자 그 진실도 밝혀야 합니다. 이렇게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터질 지 모르는 온갖 돌발적인 사건들을 인과 관계를 잘 규명하여 잡음 없이 깨끗이 해결하는 게 '에이스 팀'의 임무인 것입니다. 한 마디로 해결사라고나 할까요. 비록 마운드에 서지는 않지만 그 배후에서 팀이 경기에만 전념에 승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니 유니폼은 없다고 해도 선수나 다를 바 없는 것이죠. 제목은 분명 그런 뜻을 담고 있을 것입니다. 신별은 놀라운 추리력으로 자신의 역할을 잘 해냅니다. 경찰 출신에다 태권도 유단자인 기연 또한 신별이 잘 하지 못하는 일을 척척 해내어 완벽하게 조력하구요. 이들의 콜라보와 케미 앞에서 모든 에피소드의 미스터리는 명쾌하게 해결됩니다. 마지막의 아버지 실종 사건 역시도.


 재미와 정보가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모든 에피소드 뒤에는 신별이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야구 칼럼이 삽입되어 있는데, 모두 야구의 매력과 야구를 하는 의미에 관한 것으로 에피소드가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그저 독자의 흥미와 재미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야구를 통해 자신의 삶 또한 음미할 수 있도록 손짓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하지 않은 본격 야구 미스터리 소설이 이토록 성공적인 모습으로 나왔기에 아무래도 추천하지 않을 수 없네요. 앞서도 말했듯, 야구와 미스터리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벗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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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7-12-29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오쿠다 히데오가 울고 가나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언젠가 오쿠다 히데오도 야구 소설을 썼더군요 그걸 기억해서 다행이네요 그 책을 정말 읽은 건지 다른 사람이 쓴 걸 본 건지... 제가 책을 읽고도 쓰지 않을 때 봤을지도 모르겠네요 책 읽고 쓰고는 오쿠다 히데오 소설 별로 못 봤어요 존 레논이 나오는 소설을 본 다음일지도... 그 책을 잘 못 봐서 그랬습니다

미스터리와 야구 둘을 좋아하는 사람은 즐겁게 보겠습니다 아니 야구만 좋아해도 재미있게 볼 것 같아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