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병동 병동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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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을 무대로 벌어지는 땀내 나는 스릴러. 이 소설을 이렇게도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치넨 미키토의 '가면 병동' 얘기 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인건비를 줄이고 싶은 병원과 벌이가 시원치 않은 의사들이 서로 죽이 맞아서 야간 당직을 서는 의사를 정식으로 고용하지는 않고  7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65555555555(이건 전화 받는 사이에 정말로 저희 집 고양이가 누른 것입니다.ㅠ ㅠ) 다른 병원에 있는 의사들을 아르바이트로 쓰는 게 말이죠.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외과의사인 하야미즈 슈고도 그 중 하나 입니다. 선배 의사의 소개로 일주일에 한 번 요양 병원에서 야간 당직 서는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요양 병원이라고 하지만 거의 몸져 누워 있는 환자가 대부분인데다 위급 상황도 별로 없어서 스스로는 아무 것도 안 하면서도 돈은 벌 수 있는 그렇게 꿀을 빨고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자기가 서는 날은 아니었지만 선배의 간곡한 부탁 때문에 그 대신 당직을 맡게 된 어느 날 밤, 그는 삶에서 가장 최악의 시간을 경험합니다. 모두가 퇴근한 뒤, 일하는 사람이라고는 여성 간호사 둘과 당직을 맡은 자신 밖에 없는 병원 로비에 피에로 가면을 쓴 범인이 권총을 든 채, 총상을 당한 젊은 여성 하나를 인질로 잡고 나타난 것입니다.


 소설은 바로 거기서 시작합니다. 이런 저런 사전 설명 같은 거 없이 단도직입으로 독자를 이야기 한 가운데 데리고 가는 것입니다. 그 뒤로 옆 한 번 안 돌아보고 이야기 끝까지 내처 달립니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하튼 범인이 다른 데도 아니고 병원에 찾아온 이유는 이것 때문입니다. 총상을 입은 여인을 치료해 달라는 것. 자기가 강도이긴 하지만 살인자까지 되기는 싫다고 말이죠. 총으로 위협 당해서가 아니라 의사로서 다친 사람을 외면하는 게 도리가 아니어서 슈고는 최선을 다해 부상당한 여인을 수술하고 결국 거동할 수 있을 정도로 살려냅니다. 슈고는 여성에 대한 치료를 마친 뒤, 이 같은 상황을 경찰에게 알리려 하는데 퇴근한 줄 알았던 병원 원장이 갑자기 나타나 신고하는 슈고를 말립니다. 경찰이 개입하면 범인이 더욱 궁지에 몰려 무자비한 짓을 벌여 환자들을 위험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슈고는 그래도 신고하려 했지만 두 명의 간호사까지 원장 편을 들자 어쩔 수 없이 신고하는 것을 그만둡니다. 강도까지 아예 지금 병원을 나가면 수색 중인 경찰에 잡힐 위험이 있으니 수색이 잠잠해지는 새벽 5시까지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 때가 되면 스스로 나갈테니 그 때까지 얌전히 인질이 되어달라고 부탁까지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되어, 병원은 누구도 들어가거나 나올 수 없는 밀실 같은 곳이 되어 버립니다. 띠지에 나온, 밀실 미스터리는 방이 아니라 병원 전체를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방을 대상으로 하는 밀실 미스터리는 나오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하룻밤 새의 인질극만이 이 소설이 담고자 하는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라는 게 곧 밝혀집니다. 병원에 있는 환자들에게 어떤 비밀이 존재하고 있다는 게 서서히 드러나기 때문이죠.



 제목의 '가면병동'은 바로 그래서 나온 것 같습니다. 겉보기와는 전혀 다른 병원이라는 것을 나타낸다는 뜻으로. 그런 의미에서 슈고는 그 밤, 두 가지 미션을 수행하게 되는 셈입니다. 하나는 인질범에게서 살아남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갑자기 드러난 병원의 미스터리를 밝혀내는 것이죠. 소설은 이 두 가지를 기본 줄기로 하여 이야기를 끌고 나갑니다.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어요. 슈고 외에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비밀을 가지고 있고 병원이라는 공간 역시 그런 게 넘쳐나거든요. 


 이외에 독자의 흥미를 잡아끄는 부분이 또 하나 있습니다. 인질로 잡혀 온 여성 환자에 대한 것인데요, 이름이 미나미입니다. 그런데 꽤 미모의 여성이에요. 슈고는 주로 이 미나미와 많이 같이 있게 됩니다. 즉 젊은 총각 의사와 더 젋은 미인 여성 단 둘이 위험한 밤을 보내게 되는 것이죠. 이쯤되면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나요? 네, 그렇습니다. 둘 사이에 흐르는 케미 입니다. 로맨스라는 향신료가 가미되는 것이죠.


 이런 저런 재료들이 따로 놀지 않고 잘 버무려져 있기 때문에 소설은 끝까지, 한달음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재미를 선사합니다. 깜짝 놀랄만한 반전까지 마련되어 있어 뒷 맛을 더욱 깔끔하게 만들어주더군요. 치넨 미키토는 그런 부분에 수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독자들을 재밌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 말이죠. 현재 병원 의사라고 해서, 병원을 무대로 한 미스터리라 의료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미스터리가 나오지 않을까 잔뜩 기대했는데, 그런 것은 없어서 그건 좀 아쉬웠어요. 이왕이면 자신의 전문 분야를 잘 살린 미스터리를 써 주었으면 좋겠어요. '아, 이런 건 정말 의사 밖에는 못 쓰겠구나'할 만한 미스터리를 꼭 한 번 보고 싶으니까요. 아무튼 그의 다른 작품은 어떨까 궁금해지긴 했습니다. 그만큼 치넨 미키토에 대한 첫 인상이라고 할 만한 '가면병동'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고 할 수 있겠죠.


 다른 건 하나도 안 따지고 그저 재밌는 미스터리 스릴러 한 편 읽어보고 싶다는 분은 '가면병동' 한 번 만나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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