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놓지 마
미셸 뷔시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마샬 벨리옹은 프랑스 사람입니다. 그는 바캉스 시즌을 맞아 아내 리안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딸 소파와 함께 마다가스카르 섬 근처에 있는 레위니옹 섬으로 여행을 갑니다. 그런데 유럽과 한없이 다른 이국적인 열대의 풍경 안에서 최고의 휴가를 만끽하던 그에게 자신의 인생 전체를 통째로 전복시킬 사건이 그만 찾아오고 맙니다. 아내 리안이 묵고 있던 호텔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그것도 그냥 사라진 것이 아니라 피와 피묻은 부엌칼등 혹시 살해 되었을지도 모를 정황을 남기고서 말이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신 공황에 빠질만한 일인데 설상 가상으로 레위니옹 섬 경찰들은 마샬을 의심합니다. 호텔의 목격자들이 마샬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기 때문이죠. 위기의 올가미가 점점 마샬의 목을 죄어오는 가운데, 그는 자신의 차 유리창에 누군가 써놓은 글을 발견합니다.


 내일 오후 4시

 카스카드 만

 딸과 올 것 (p. 82)


 이것이 아내를 납치한 이가 썼다는 것을 확신한 마샬은 딸 소파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호텔을 빠져나갑니다. 마샬이 사라지자 경찰은 그를 아내를 살인한 용의자로 단정하고 추적에 나섭니다. 한없이 낯선 이국의 땅에서 그는 과연 경찰의 추적을 피해 아내를 되찾고 다시금 자신의 일상으로 온전히 돌아갈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을 읽게 된 것은 두 가지 점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는 작가가 미셸 비쉬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소설의 무대가 레위니옹 섬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미셸 뷔시는 우리나라에 '그림자 소녀'로 처음 소개 되었습니다. 데뷔가 2015년이니, 제법 빠르게 소개된 셈입니다. '그림자 소녀'는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로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뒤이어 소개된 '검은 수련'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이런저런 리뷰를 읽어보니 일반 독자들의 평이 좋더군요. 그래서 믿을만한 작가라 생각하고 이번에 나온 '내 손 놓지마'를 들게 되었습니다. 휴가를 보내려 떠난 섬에서 갑자기 비극적 사건을 겪는다는 설정이 흥미로웠고 그것이 또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아바타'의 주요 촬영지이자 요즘 트레킹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레위니옹 섬'을 무대로 벌어지는 지라 손에 잡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실은 저도 언젠가 꼭 레위니옹 섬에서 트레킹을 해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더욱 미셸 뷔시의 '내 손 놓지마'는 제가 놓칠 수 없는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미셸 뷔시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대학에서 지리학을 가르치는 교수이거든요. '그림자 소녀'에서도 무엇보다 제 눈에 들어온 것은 아주 정확하면서도 상세한 지리에 대한 묘사였습니다. 그런 미셸 뷔시가 '레위니옹 섬'을 무대로 이야기를 펼친다? 분명 '그림자 소녀'만큼이나 레위니옹 섬에 대한 정확하면서도 상세한 지리 묘사가 나올 것은 뻔한 이치죠. 그러니 이 소설을 읽으면 레위니옹 섬에 대한 생생한 모습을 느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읽게 되었고 물론 그 생각도 들어맞았습니다.


 재밌는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 만족했습니다. 레위니옹 섬 전체를 무대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니, 섬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던 제게는 더욱 안성마춤인 작품이었죠. 물론 뒷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호기심과 긴장감도 끝까지 적절히 유지하고 반전도 마련되어 있어 미스터리 작품만으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휴가지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휴가 때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특히나 저는 미셸 뷔시가 왜 하필이면 레위니옹 섬을 무대로 삼았을까에 관심이 갑니다. 알고보면 레위니옹 섬은 참 특이한 섬이거든요. 섬 자체는 인도양에 있는 마다카스카르 제도에 있습니다. 마다카스카르 섬 오른 편에 작은 두 개의 섬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레위니옹 섬이죠. 바로 이웃에 있는 섬은 모리셔스 섬이구요. 소설에도 모리셔스 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는 그 섬에 살고 있기도 하죠. 어쨌든 프랑스에서 한없이 멀리 있는 섬입니다. 그러나 레위니옹 섬은 프랑스 땅입니다. 1643년 이래 계속 프랑스 영토인 것이죠. 제국주의 시대 잔재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이런 역사 때문에 레위니옹 섬은 인종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아주 복잡한 환경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인종도, 언어도, 문화도 그리고 종교도 다양하게 마구 혼종되어 있죠. 그래서 MELTING POT의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이런 환경이면 갈등이나 분쟁이 많이 일어나겠죠. 그래서 섬 이름마저 '레위니옹'이 된 것입니다. 레위니옹은 영어로 'REUNION'을 뜻하죠. 한 마디로 많은 것이 다른 우리지만 하나가 되어 잘 살아보자는 바람이 섬 이름 자체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런 레위니옹 섬의 환경을 알게되면 왜 정치학자이자 선거지리학 전공인 미셸 뷔시가 하필이면 소설의 무대를 레위니옹 섬으로 했는 지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레위니옹 섬의 환경은 지금 프랑스에서 한창 진행 중인 정치적 환경과 많이 닮아 있으니까요. 바로 최근에도 이주 노동자와 난민 문제로 프랑스가 시끄러웠죠. 프랑스 대혁명의 세가지 정신 중의 하나이기도 한 관용으로 유명한 프랑스조차 현재는 우파들이 대놓고 배척 정책을 펼치자고 주장하는 있는 중입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 그리고 종교적 갈등으로 인해 프랑스라는 MELTING POT이 한창 들끓고 있는 것입니다. 레위니옹 섬처럼 말이죠. 아마도 작가 미셸 뷔시는 레위니옹 섬을 빌려와 비슷한 정치 지형이 되어가고 있는 프랑스의 현재를 말해보려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특히나 제게는 소설에 나오는 어린 딸 소파의 시선이 의미심장하게 보이네요. 굳이 어린 아이의 시선을 넣은 것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인다는 차원을 넘어, 한없이 순수한 어린 아이의 시선을 통하여 어른들이 가지는 타인에 대한 불신과 갈등은 더욱 뚜렷하게 대비하고자 함이 아닐까 합니다. 그 소파와 마샬이 서로의 손을 힘껏 부여잡았듯, 비록 인종도, 언어도, 문화도 그리고 종교도 다르다고 해도 타인의 손을 놓지 말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 손을 꽉 잡자는 뜻으로.

 그런 작가의 마음까지 투영된 '내 손 놓지마'는 분명 손에 잡고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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