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비틀스 솔로 - 전4권
맷 스노 지음, 정미우.정지현 옮김 / 시그마북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세기말.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록 잡지 '롤링스톤스지'는 그동안의 록 역사를 정리하면서 20세기 가장 영향력이 많은 아티스트들을 선정한 적이 있다. 거기서 비틀즈는 당당히 1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다. 20세기 최고의 락 앨범 100편도 선정했는데 거기서도 비틀즈의 앨범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가 1위에 올랐다. 이것만이 아니다. 그들의 '리볼버'는 3위에, '러버소울'은 5위에 그리고 '비틀즈'는 10위에 올랐다. 20세기 최고의 10개 락 앨범에 무려 네 개나 포함된 것이다. 이는 평론가들이 선정한 것인데 재밌는 것은 독자들이 선정한 것도 앨범이 다를뿐 동일하게 10위 안에 네 개가 올랐다. 평론가들과 독자들이 선정한 것을 합한다면 비틀즈의 스튜디오 앨범 대부분이 10위 안에 들어 있는 셈이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밴드에서도 1위에 올랐고 존 레논은 20세기 최고의 작곡가라는 명예를 거머쥐었다. 이 모든 리스트가 보여주듯이 록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20세기는 그대로 비틀즈의 시대였다. 비틀즈를 빼놓고는 록이든 팝이든 대중 음악을 논한다는 게 불가능했다.


-사진은 비틀즈 솔로 중 폴 매카트니 책의 가장 첫 부분, 비틀즈의 영화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 개봉 당시에 BBC와 인터뷰하는 폴 매카트니 모습이다. -


 하지만 비틀즈는 해체 전에도 전설이었지만 해체 후에도 전설이었다. 역사상 최고의 슈퍼 밴드를 만들어낸 그들의 능력은 밴드 해체 후 솔로가 되었어도 전혀 퇴색하지 않았다. 'THE PLASTIC ONO BAND' 앨범으로 솔로 활동의 포문을 연 존 레논은 비틀즈보다 더욱 사회적 발언을 첨언하여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아티스트의 경지로 나아갔으며 늘 레논의 라이벌인 폴 매카트니는 비록 솔로 활동은 레논 보다 빨랐으나 평가에 있어서는 레논에게 뒤쳐지고 말았는데 결국 밴드 WING을 결성하고서는 재빠르게 비틀즈 전성기 때 자신의 실력을 회복해 '역시 매카트니!'라는 인정을 얻는데 성공한다. 밴드 해체후 더욱 성장한 아티스트는 단연 조지 해리슨이다. 물론 비틀즈 시절에도 '애비 로드'의 'SOMETHING'처럼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앨범에 실어 비틀즈에서 실력 있는 이가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만은 아니다라는 걸 증명했지만 솔로가 된 뒤에 그의 활약은 더욱 눈부셨다. 공교롭게도 매카트니의 첫 앨범과 같은 해에 나와 더욱 비교가 되었던 조지 해리슨의 'MY SWEET LORD' 앨범은 매카트니보다 더욱 평단과 대중 양쪽으로 성공을 거두어 다들 조지 해리슨에게 있어서만큼은 비틀즈 해체가 약이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그래서일까? 조지 해리슨은 비틀즈가 공식적으로 해체 되었을 때, "감사합니다, 하느님. 이제 다 끝났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마지막 남은 비틀즈의 드러머 링고 스타는 밴드 활동 시절에도 스스로 어쩐지 왕따 같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사실은 좀 위축된 감이 없지 않았는데('비틀즈' 시절 그가 작곡해서 앨범에 실린 노래는 딱 하나다.) 그 역시 솔로가 되고 나서 마음껏 자신의 실력을 발휘한 축에 속한다. 많은 유명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링고'는 비틀즈 시절 가려졌던 그의 실력을 한껏 드러낸 걸작 앨범이었으며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가리워져 있었던 그의 실력을 보다 빨리 알아보지 못했음을 한탄하게 만들었다.


 - 그들의 솔로 활동은 세간의 우려와 달리 이렇게 기쁨에 겨운 활동이 되었다. 폴 매카트니도 그동안 슬럼프가 찾아왔으나 결국은 훌륭히 극복했다. 사진은 9.11 테러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 열린 콘서트에서 연주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다. -

 - 이 책을 읽다보면 삶이 그렇듯이 음악도 홀로 가는 고독한 여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난이 오고 절망이 와도 누가 대신 해결해주지 않는다. 결국엔 홀로 맞서 한걸음 한 걸음 이어가야 한다. 음악이 이어지기 위해 한음 한음 계속 연주해야 하듯이 -

- '혼자여도 빛나다' 존 레논에 있어서만큼은 더 없이 진실이다. 그는 비틀즈 밴드 때보다 혼자였을 때 더욱 찬란히 빛났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솔로 활동은 비틀즈로서의 존 레논이 아니라 존 레논이라는 아티스트 자체를 사람들에게 깊이 각인시킨 여정이었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는 비틀즈 앨범 보다 존 레논의 앨범에 손이 더 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플라스틱 오노 밴드'는 지금도 위안 삼아 자주 듣는 앨범이다.- 

-비틀즈 밴드의 도화선이 되었던 오노 요코와 거리를 걷고 있는 존 레논. 사랑과 예술적 동지로서의 연대가 가장 강고하던 시절의 사진이다. 존 레논은 아마 이 때가 절정이었을 것이다. -

- '혼자여도 빛나가'가 존 레논의 진실이라면 '모두 발산하다'는 조지 해리슨의 진실이라 할 것이다. 그는 정말로 솔로가 되자 그의 모든 것을 발산했다. 그의 'MY SWEET LORD'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 모두들 놀라워했다. 모두는 비틀즈 때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조지 해리슨을 보고 있었다. 그의 진짜 재능이 해체와 더불어 부화하여 날아오르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명곡 'MY SWEET LORD'는 결국 조지 해리슨에게 죽음을 가져다주고 말았다. 한 광인이 그 노래를 듣고 조지 해리슨이 악마 숭배자라고 생각하여 총으로 쏘았던 것이다.- 

-사진은 1980년 무렵 LA에서 뜨거운 기자 회견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조지 해리슨의 모습이다. 이 때가 조지 해리슨의 가장 어려운 시기 중 하나였다. 그는 당시 소속되어있던 워너 브라더스에 완성한 앨범을 넘겼지만 퇴짜 맞고 말았다. 변해버린 음악 판도로 인해 조지 해리슨 개인의 음악적 신념은 상업적 성공이라는 벽 앞에서 계속 수정당해야 했다. 사진은 그 힘겨운 현실을 치열하게 헤쳐나가고 있는 조지 해리슨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조지 해리슨과 에릭 클랩튼의 1991년 모습니다. 이제는 제법 유명해진 이야기인데 한 때 둘은 연적이었다. 조지 해리슨이 SOMETHING'이란 노래를 바쳐 연인이 되었던 패티 보이드를 에릭 클랩튼도 좋아했다. 하지만 친구의 여자를 뺏을 수는 없어서 마음을 감추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당시 조지 해리슨은 인도에 빠져 보이드를 혼자 두기 십상이었고 문란한 생활로 상처를 입히는가 하면 종종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런 패티 보이드를 에릭 클랩튼은 곁에서 내내 위로해 주었다. 그러다 결국 마음을 접지 못하고 'LYLA'란 노래로 사랑을 고백한다. 무릎을 꿇고 사랑을 갈구하는 그 노래의 가사는 에릭 클랩튼을 생각하고 들으면 참으로 절절하다. 그 노래에 깃든 클랩튼의 애절함이 결국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인지 패티 보이드는 조지 해리슨 곁은 떠나 에릭 클랩튼에게로 온다. 그런 그녀에게 에릭 클랩튼은 'WONDERFUL TONIGHT'을 선사한다. 당연히 조지 해리슨과 에릭 클랩튼은 사이가 나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 앞에서는 감정도 무뎌지는 법. 결국 둘은 사진이 보여주듯 화해한다.- 

- 사진 속에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오른쪽에서 두 번째 남자가 바로 링고 스타이다. 그는 자주 비틀즈 속에서 자신이 소외당하는 걸 느꼈다고 고백했다. 아마도 가장 약한 존재감에서 오는 소외감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비틀즈 시절 링고 스타는 자신의 기량을 드러낼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그의 진짜 기량은 솔로가 되어서야 비로소 활짝 드러났다.-

- 하지만 그의 관심은 굳이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다방면에 걸쳐 있었고 때문에 한동안 음악 보다는 연기 활동에 매진했던 적도 있었다. 이제 링고 스타는 아이들에게도 유명한 존재가 되었다. '토마스와 기차들'을 보면 언제나 처음에 섬의 날씨 이야기와 기차들을 설명하는 마치 친절한 아저씨 같은 부드러운 저음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바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링고 스타다.-


 그들은 그렇게 솔로가 되고 나서도 '역시 비틀즈!'라는 평가를 이어나갔다. 아니 어떤 이들은 '진작 뛰쳐 나왔어야 했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성공했다. 비틀즈의 솔로 활동은 비틀즈 시절만큼이나 흥미롭다. '각자도생'의 길로 나아갔던 그들이 모두 자신의 길에서 정점에 설 때까지의 이야기가 실로 파란만장하기 때문이다. 누구는 음악으로 사회 의식을 일깨우고 누구는 거기에 반발하여 순수 음악의 열정을 불사르고 또 누구는 밴드 시절 억눌렸던 자신의 창조성을 마음껏 펼치고 또 누구는 아예 음악에서 떠나 연기의 열정에 몸을 맡기기도 하였다. 그렇게 그들 모두는 과거의 전설이 아니라 현재의 전설로 살았다. 결국 밴드 중 두 명은 암살 당하여 이제 불멸의 전설마저 되어버렸지만.


 맷 스노의 '더 비틀즈 솔로'는 그러한 현재에서 불멸로 나아가버린 비틀즈 솔로 활동의 전설을 가득 담은 책이다.


 보다시피 책의 판형은 큰 편이다. 비교를 위해서 비틀즈 앨범 LP와 존 레논의 '플라스틱 오노 밴드' CD를 함께 놓고 찍어보았다. 크기가 대충 짐작되실 지 모르겠다. 책은 이렇게 네 권이 하나의 케이스에 담겨 있는 구성이다. 각각의 네 권은 비틀즈 맴버 하나씩을 담고 있다. 보는 방향으로 맨 왼쪽에서부터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다.


  

케이스에 넣으면 이런 모습이다. 사진은 아직 비닐을 뜯지 않았을 때의 것이다. 역시나 책 크기의 비교를 위해서 가장 큰 판형으로 나왔다고 볼 수 있는, 그리고 비틀즈의 팬이라면 빠뜨리지 말아야할 책들인, 우리나라 저자가 써서 더 소중한 한경식의 '비틀즈 컬렉션'(왼쪽)과 비틀즈 연대기의 결정판으로 평가받는 마크 루이슨의 '컴플릿 비틀즈 크로니클'(오른쪽)을 나란히 놓고 찍어 보았다. 나름 비틀즈의 노래와 역사를 이해하는데 빠져서는 안 될 삼총사로 보시면 될 것 같다.


 이건 세워서 찍어 본 것.


 맷 스노는 각종 음악 잡지에 글을 기고했던 저널리스트다. 어쩌면 롤링스톤스지에서 그의 글을 봤을 수도 있고 혹은 '모조'에서 봤을 수도 있다. 특히 '모조'에서라면 자주 보았을 것이다. 그는 그 잡지의 편집자이기도 했으니까. 그의 글은 신랄하면서도 재밌다. 음악의 리뷰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은 게 맷 스노의 장점이다. 그런 그가 비틀즈 솔로 활동을 쓴 것이다. 더구나 그는 네 살 때부터 열렬한 비틀즈의 팬이었다. 비틀즈에 대한 애정에 있어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그가 마치 그 애정을 책으로 표현하기라도 하듯 솔로 활동에 대해 쓴 것이다. 그러니 맷 스노를 안다면 읽지 않을 수 없고 그가 쓴 비틀즈 솔로 이야기라면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대상과 저자가 제대로 만나 이루어진 환상의 조합과도 같다.


 맷 스노는 그의 스타일 그대로 비틀즈 맴버들의 솔로로서의 음악적 여정과 그들의 사생활을 유기적으로 잘 엮어낸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예술적인 삶과 개인적인 삶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 그러면서 삶과 예술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보게 된다. 음악은 음악만이 아니고 그 음악을 탄생시킨 삶까지 보았을 때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비틀즈 솔로'는 솔로로서의 그들의 음악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노래를 만들었는지를 통해 우리는 익히 알았던 노래도 다시금 새로이 음미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비틀즈를 아는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지 않을까 싶다. 아니 모르는 이들에게도 비틀즈의 맴버 개개인을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은 꼭 비틀즈 팬이 아니더라도 흥미진진하다. 당시 음악 사정에 지식이 있다면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사이사이에 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어 더욱 눈을 즐겁게 하는 책이다.


 어쨌든 그동안 비틀즈 밴드에 대해선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 많이 나왔지만 솔로 활동에 대해서는 이번이 처음 아닌가 싶다. 그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틀즈 맴버들의 솔로 활동에 대해 제대로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단언컨대, 비틀즈 솔로 활동에 있어서라면 '결정판'과도 같은 책이다. 읽어도 후회는 별로 들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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