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성공 - 더 가치있게 더 충실하게 더 행복하게 살기
아리아나 허핑턴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2년. 뉴스 애그리게이터로 미국에서 유명하던 허핑턴포스트가 이제 전세계에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될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최고 권위의 언론상인 풀리처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건 비단 허핑턴포스트만의 경사는 아니었다. 일간지에 비해 늘 2인자로 취급받던 디지털 미디어가 이제 그들과 대등한 존재가 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사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향력은 이미 압도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았다. 그 해, 허핑턴포스트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정치 사이트 1위에 랭크되었을뿐 만 아니라 방문자 수 또한 미국의 유명한 주요 일간지들의 방문자 수를 넘어서고 있었으니까. 누구도 이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다. 그것을 현실로 만든 오늘의 허핑턴포스트를 낳게 한 이가 바로 아리아나 허핑턴이다.




 
 이번에 나온 '제3의 성공(THRIVE)'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출간되는 그녀의 책이자 1950년에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나 1973년에 처음으로 책을 집필했던 그녀가 2014년인 올해 14번째로 내놓는 책이다. 원래 아리아나 허핑턴은 정치 성향이 강했고 그리스인답게 투사 기질도 있는 편이었다. 그녀의 적극적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 오늘의 허핑턴포스트를 낳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제3의 성공'을 들춰본다면 이런 내 말이 의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책에는 그러한 그녀의 성향이나 기질을 전혀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 그녀는 변했다. 허핑턴포스트를 초기부터 보아왔던 사람들도 그런 평가를 내렸다. 그녀는 보수적이 되었다. 관심도 정치에서 삶으로 이동했다. '어떻게 하면 보다 제대로 된 삶을 살 것인가?' 이제 이것이 그녀의 화두가 되었다. 그 계기가 있었다. 때는 2007년 4월 6일. 그녀는 사무실 책상에서 일어서려다 갑자기 쓰러졌다. 쓰러지면서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혔고 광대뼈가 부러지면서 기절해버렸다. 허핑턴포스트의 성공을 위해 너무 자신을 몰아세운 나머지 과로와 수면 부족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는 그걸 경고라 생각했고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 때, 그녀는 이미 타임지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량력 있는 100인 중 한 사람으로 뽑을 정도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으나 그 사건은 지금의 삶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 시각 속에서 그녀는 지금의 삶을 성공적이라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어떤 삶이어야 그것이 가능할까를 추구했다. '제3의 성공'은 바로 그런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나도 잘 안다. 성공한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처럼 식상하고 지루한 책도 또 없다는 것을. 아무리 그 아리아나 허핑턴의 책이라고는 하지만 이 책을 들었을 때, 그런 걱정이 전혀 없었다고는 말 못 하겠다. 앞에서 내가 아리아나 허핑턴이 변했다는 말까지 하지 않았나? 하지만 지금 나는 이렇게 분명히 말한다. 그건 기우였다고. '제3의 성공'은 흔한 성공한 자들의 삶에 대한 조언과는 다르다. 잠깐 비교를 해볼까? 대부분 성공한 자들의 조언은 말 뿐인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부지런히 살아야 한다'고 그들이 말한다면 그냥 그것 뿐인 것이다. 온갖 미사여구가 동원되고 미문으로 차고 넘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그 근거에 대한 것은 정작 빠져있다. 아니, 있긴 있다. 그래, 자기 이야기. 자기가 이래저래 해서 이렇게 성공했으니 잔말말고 그대로 따르라는 식이다. 이런 책에서 느끼는 식상함, 지루함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교과서적인 말만 잔뜩 늘어놓고 기껏 근거를 댄다는 것이 자기 자랑 밖에는 없으니까.

 하지만 아리아나 허핑턴은 다르다. '제3의 성공'은 다른 책에서는 생략된 그 근거에 오히려 집중한다. '번창하다'라는 뜻을 가진 'THRIVE'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 책은 어떻게 하면 그렇게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지 알려주는 책이다. 미리 말해두는데, 그것에 대해서 아리아나 허핑턴이 지금까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어떤 기발한 해답을 내놓을 것이라 기대한다면 그만두는 게 좋다. 여기엔 좋은 삶을 살아가는데 당신이 예상했던 대답을 벗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솔직히 흔한 말로 '뻔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를테면 첫 파트가 되는 '웰빙'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 아라아나 허핑턴이 제안하는 것들을 한 번볼까? '명상하기', '충분히 수면하기',' 걷기' 그리고 '반려동물 기르기'다.  처음 듣는 것이 있는가? 너무 뻔해서 어째 '피식'하고 헛웃음이 날 지경이 아닌가? 그렇다. 여기에 별로 새로울 것은 없다. 오히려 흔하디 흔만 것만 있을 뿐. 그렇다면 나는 왜 이리 주저리주저리 이 책에 대해 쓰고 있을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그러니 답은 바로 나온다.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으로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타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와는 다르게 전개되는 이 책의 매력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글이 이만한 길이에 이를 때쯤엔 어쩌면 날지도 모르는 당신의 짜증을 무릎쓰고서라도 여기까지 떠들어온 것이다. 그렇게 당신을 이처럼 수고롭게 만들면서까지 말해야 했던 이 책의 매력이 바로 '근거에 대한 집중'이다. 아리아나 허핑턴은 해답 보다는 과정을, 그렇게 명령 보다는 이유를 독자들에게 더 이해시키려는 책이다. 그래서 다른 책들과 다르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뻔한 말들이지만 오히려 더욱 설득적이다. 그것을 독자들에게 충분히 납득시키기 위해 과학적 연구 결과, 다른 학자들의 이론, 다른 이들의 삶이나 말까지 모조리 가져와 근거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명상, 수면, 걷기, 반려동물을 비롯하여 모두가 다 그렇다. 당신은 여기서 참 많은 것들을 듣게 될 것이다. 심리학도, 진화학도, 생물학도, 사회학도, 경제학도, 철학도. 탈무드 식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당신을 성공이라는 물가로 억지로 끌고가지 않는다. 그 많은 근거와 사려깊은 설명을 통해 스스로 그 물가로 가도록 만든다. 그러니 다르다. 그래서 이렇게 수다스럽게 된다.

 그 물가로 당신 스스로 걷게 만들기 위해 아리아나 허핑턴은 '웰빙', '지혜', '경이' 그리고 '베풂', 이렇게 네 개이 장에다 필요한 당근들을 무던히도 놓아 두었다. 물론 그 당근들은 우리가 너무 익히도 아는 것들이다. '지헤'만 해도 혼자 조용히 머물며 마음의 균형을 찾는 것,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나쁜 습관을 깨뜨리는 것 등인데 다 어디서 많이 본 것들이 아니던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았다면 잘 알겠지만 그 처절한 약육강식의 미국 언론 시장에서 무명의 존재였던 '허핑턴포스트'를 업계 1위로 만들고 14권의 책까지 쓴(게다가 그녀는 오랜 편집자 경력 또한 있다.), 시쳇 말로 그 바닥에서 잔뼈가 굵을 대로 굵은 아리아나 허핑턴이 초등학생이 보기에도 하품이 날만한 말을 들려주려고 이 책을 썼을 리는 만무하다. 당연히 이 책엔 그 이상의 것이 있다. 꺼진 불도 다시 보듯이 그 단순한 진리를 다시 보게 만드는 것, 바로 그것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새롭게 보기'다. 흔히들 좋은 삶을 위한 진리들은 단순하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살면서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고 말 할 정도다. 사실 아라아나 허핑턴이 성공적인 삶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들에 우리들 역시 인정한다. 다만 우리가 인상을 찡그리게 되는 것은 그 말들이 너무 원론적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우리가 이런 책을 찾는 것은 딱 하나다. 지름길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 때문이다. 독창적이고 기발한 방법에 대한 기대도 사실은 그것이다. 그 독창적이고 기발한 방법들이 원론적이라서 너무 더딘 걸음들을 단축시켜 주리라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허다한 자기개발서를 읽었어도 여전한 우리 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깨달았듯이 그런 지름길은 없다. 축지법도 없다. 그저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는 것 말고는. 진리는 참으로 단순한 것을.

 하지만 그 길은 늘 보는 익숙한 풍경을 계속 보고가는 것과 같다. 단순한 진리이기에 새로울 게 없고 식상한 풍경에 지루한 길이다. 그래서 아리아나 허핑턴은 새롭게 보기를 이 책에서 제안하는 것이다. 같은 풍경이라도 시선의 방향을 바꾸면 전혀 다르게 보게 된다. 그녀는 그 익숙한 길을 아주 새로운 풍경으로 보도록 이끈다. 바로 그 많은, 그리고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근거들을 통해서다. 그것은 마치 단색으로 칠해져 있던 벽의 페인트를 벗기고 그 안에 원래 있었던 화려하고 다양한 색깔들을 드러내는 것과 같아서 우리는 그 식상한 진리에 그토록 많은 합당한 이유가 존재함에 놀라게 되고 그러함으로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구나 납득하게 된다. 걸어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걸어가는 길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 속으로부터 수긍한 가운데 걷는 길이라 이제 그 길은 남의 길이 아니며 나의 길이며 그래서 걸음은 좀 더 가볍고 여정의 풍경은 새롭게 보이게 된다. 그게 바로 '경이'다. 익숙한 삶을 전혀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낯선 경험. 아리아나 허핑턴은 이 경이를 이 책에서 독립한 장으로 만들어 따로 설명할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다. 바로 그 경이를 그녀는 처음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보고 놀라는 신랑처럼 우리가 아주 식상한 진리라고 생각했던 것에다 주려고 한 것이다. 제목 그대로 그녀가 가져다 준 새로운 햇살과 비 그리고 바람을 통해 우리가 죽죽 성장이라는 잔가지를 뻗어 무성한 나무가 되도록.

 '제3의 성공'은 바로 그러한 책이다. 에필로그의 마지막에서 그녀는 이렇게 당부한다.

 당신도 설 자리를 찾아라. 지혜와 마음의 평화와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라.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당신이 규정한 성공의 기준에 따라 당신의 생각대로 세상을 다시 만들어보라. 그럼 우리 모두가 번영하고, 지금보다 더 품위 있고 더 즐거운 삶, 또 다른 사람들과 더 교감하고 감사하며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위로! 내면으로! (P. 323)

 나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제대로 깊이 뿌리내릴 대지와 햇살과 비를 아낌없이 베풀어줄 하늘을 찾게 되길. 그리하여 무성한 나무가 되어 넓은 그늘 아래 사람들을 쉬게 할 수 있게 되기를. 모두가 그렇게 되어 거대한 숲을 이룰 수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