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맨
제임스 R. 핸슨 지음, 이선주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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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닐 암스트롱.

 그의 이름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기억되는 이름 중 하나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달에 인류 최초로 발을 디딘 사람이니까. 1969년 7월 20일 일요일, 아폴로 11호는 달에 무사히 착륙했고 인종과 성별, 종교와 이념을 초월하여 전 세계인이 하나가 되어 숨죽이며 지켜 보는 가운데 닐 암스트롱은 착륙선의 사다리를 천천히 타고 내려와 드디어 자신의 발자국으로 인류의 흔적을 남겼다. 그는 말했다. 


  "이것은 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 있어서는 커다란 도약이다."


 달 착륙 50주년을 맞이하여 발간된, 2005년에 발표된 우주 항공 역사를 주로 연구하는 제임스 R 핸슨의 '퍼스트 맨'은 저 말과 함께 우리의 뇌리 속에 깊이 각인된 이름의 주인공이기도 한 닐 암스트롱의 일대기를 다룬다. 물론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달에 착륙하기까지의 과정이다. 사실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긴 하지만 정작 그의 삶에 대해서도, 달 착륙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랬기에,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을 의혹 속에 빠지게 만드는 '달 착륙 음모설'에도 쉽게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책을 통해 암스트롱의 삶과 달 착륙에 관련된 모든 과정을 다 알게 된 지금, 난 단언할 수 있다. 달 착륙 음모설은 헛소리라고. 이들이 인류의 커다란 도약을 위해 무려 천 시간이 넘는 모의 비행을 하고 몇 년에 걸쳐 목숨까지 걸면서 훈련한 것을 안다면 절대 음모라고 말할 수 없다. '퍼스트맨'은 그런 과정의 작은 나사 하나까지도 다 담고 있는, 그야말로 닐 암스트롱의 삶과 달 착륙 전부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며 그것으로 달 착륙 음모설을 우주 저 멀리로 날려보내는 책이다.







 닐 암스트롱은 두 살  때 처음으로 비행기 장난감을 가진 뒤로 내내 삶의 중심에 비행기가 있었다. 그는 오직 모형 비행기를 만드는 일에만 열중했으며 청소년기의 어느 때인가엔 이런 꿈을 계속 꾸기도 했다.


 "꿈 속에서 숨을 참으면 공중에 떠서 빙빙 돌 수 있었어요. 그렇다고 대단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어요. 꿈에서 나는 하늘 위로 날아오르지도, 당으로 떨어지지도 않았어요. 그저 빙빙 돌기만 했어요. 어정쩡해서 좀 답답했죠. 꿈에는 어떤 결말도 없었어요.(p. 53 ~ 54)


누군가는 이 꿈이 예지몽은 아닌가 생각할 것이다. 이 꿈은 달 주위 궤도를 빙빙 도는 아폴로 우주선과 많이 닮았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정말로 그의 운명은 달 착륙으로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닐 암스트롱이 어릴 때 과학 선생님은 언젠가 그에게 장래 계획을 물었는데,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언젠가 저 달에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그는 열다섯 살 때부터 시간당 9달러인 비행 훈련 비용을 모았고 주말마다 와파코네타에 있는 챔프 비행기 세 대 중 한 대를 타고 비행 훈련을 했다. 그는 수많은 비행을 통해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날을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관심은 그를 저절로 항공 공학 쪽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고 있었다. 흐름은 단순한 항공에서 이제 항공우주공학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변화를 실감하면서 닐 암스트롱은 자연스럽게 비행사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바꾸게 되었다. 항공 엔지니어의 정체성으로. 그것이 평생 자신의 직업 정체성이 되었다. 그는 NASA에서 우주비행사로 활동할 때도 단 한번도 자신을 우주비행사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오로지 그는 항공 엔지니어일 뿐이었다. 이런 사실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몰랐던 것은 또 있다. 아폴로 11호에 닐 암스트롱과 함께 탔던 버즈 올드린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과묵하고 오직 자기 일에만 집중하는 닐 암스트롱이 사사로운 감정으로 올드린과의 사이가 나빠졌다는 건 아니다. 사실 그는 사이가 나빠졌는지 아닌지조차 몰랐다. 그런 쪽에 아예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즈 올드린은 달랐다. 평범한 가정에서 엔지니어로 경력을 쌓아온 닐 암스트롱과는 다르게 아버지가 장성이고 대대로 높은 계급의 군인 집안 출신에다 현역 대령이었던 버즈 올드린은 명예욕이 강했다. 사실 뒤늦게 버즈 올드린을 닐 암스트롱 팀에 합류시키려 했을 때, 책임자가 닐에게 와서 다른 사람을 넣으라고 했다고 한다. 올드린 때문에 팀에 불화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했던 탓이다. 과연 올드린은 누가 달에 첫 발을 딛느냐를 두고 계속 신경쓰면서 그걸 자신이 하기를 바랐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 문제에 대해 언급했고 누가 첫 발자국을 딛는지 빨리 결정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처음으로 달을 밟는 것이 자신의 이름을 인류가 마지막으로 존재하는 그 날까지 기억하게 할 것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닐은 그런 것엔 아무 관심이 없었다. 착륙선이 달에 무사히 착륙하는 것이 관건이지 누가 처음으로 달을 밟는가 하는 것은 지극히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결국 첫 발자국은 닐이 밟기로 결정났다. 이를 두고 공학적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그건 공식적일 뿐, 사실 그걸 결정하는 책임자들이 올드린의 인성 때문에 날을 고른 것이었다. 이렇게 명예를 바라는 사람은 오히려 명예가 멀어지고, 전혀 바라지 않은 사람엔 그 쪽에서 찾아온다. 닐과 올드린의 이야기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넌지시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닐이 무심했던 것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일에 관심이 없어서였다. 그는 자신이 달을 처음 받는 사람이 되어도 그건 자기 혼자 힘이 아니라 모두가 협력한 결과라는 걸 잘 알았다. 아폴로 11호 뿐만 아니라 그 전부터 11호의 달 착륙을 성공시키기 위해 무수히 거듭해온 연구와 훈련 과정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다 받아야할 영예라는 것도 잘 알았다. 그는 자신이 거대한 기계 속 하나의 작은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 겸허가 인류의 커다란 도약을 이끌어 낸 것이기도 했다.


 이처럼 '퍼스트맨'은 참으로 많은 것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닐 암스트롱 개인의 삶 뿐만 아니라 달에 착륙하기까지 어떤 여정을 거쳤는지를 포함하여 삶의 어떤 혜안까지 넌지시 깨닫게 만드는 책이었다. 600 페이지가 넘는 좀 부담스런 분량이긴 하지만 제임스 R 랜슨이 잘 써서 그런 건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다. 닐 암스트롱과 달 착륙에 대하여 평소 궁금한 것이 있었다면 꼭 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다. 만족감을 그득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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