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유령함대 세트 - 전2권 - 미중전쟁 가상 시나리오
피터 W. 싱어.오거스트 콜 지음, 원은주 옮김 / 살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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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학자이자 사이버 보안 및 사이버 전쟁 전문가인 피터 W 싱어와 '월 스트리트' 신문의 국가안보 및 방위산업 전문기자 출신인 오거스트 콜이 함께 쓴 '유령 함대'는 우리나라에선 이제야 출간되었지만 실은 2015년에 나왔다. 그 때부터 입소문이 대단했다. 특히 군대 쪽에서 지휘관이라면 꼭 읽어야 한다는 말이 많아 나와서 팔랑귀인 나는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그러나 싶어 한 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다. 현재 한창 개발중인 군사 기술을 토대로 밀리터리 스릴러를 쓰는 건, 이제는 작고한 톰 클랜시의 전문 분야였다. 특히 그의 대표작인 잭 라이언 시리즈는 첫 선을 보인 '붉은 10월'부터 '공포의 총합'까지 많은 소설들이 다시 영화로 만들어질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가 미친 영향은 게임도 못지 않아서 '레인보우 식스'나 '스프린터 셀' 혹은 '고스트 리콘'등, 게임 좀 해 본 사람이라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게임들이 그의 시나리오와 감수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톰 클랜시의 소설도 아닌데 삼천포로 빠진 것처럼 이런 얘길 하는 것은 '유령 함대' 역시 그 계열에 속하기 때문이다. 톰 클랜시 소설에 대한 향수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사후, 오래도록 끊어졌던, 흔히 '테크노 스릴러'로 불리기도 하는 그 장르의 맛을 '유령 함대'에서 다시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중국과 미국의 전면전을 다루지만 현재는 아니다. 때는 2026년. 세계는 당신이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바뀌었다.

 일단 주요 에너지가 더이상 석유가 아니다. 석유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다란에 떨어진 '더티 밤'이라 불리는 방사능 폭탄 때문에 몰락했다. 그 여파로 사우디아라비아 국가 자체가 무너져 더이상 석유를 채굴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여파를 일으켰다. 무엇보다 중국의 시진핑 정권이 붕괴되었다. 오일 사태로 인한 경제적 혼란의 가중으로 도시 노동자가 정부에 대해 거센 저항 운동을 일으켰는데 시진핑 정권이 예전 '천안문 사태'처럼 폭력으로 진압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중국은 예전 천안문 사태 때의 중국이 더이상 아니었다. 그런 폭력적인 진압을 보고 시진핑 정권에 대해 희망을 잃어버린 산업 자본가와 군부 장성들은 반란을 획책, 시진핑 세력들을 모조리 숙청하고 정권을 잡는다. 그들은 예전의 시진핑처럼 한 개인에다 권력을 귀속시키지 않고 '위원회'란 집단에게 권력을 귀속시킨다.




 이런 위원회는 두 가지 과제에 직면했다. 하나는 외부의 것으로, 정권의 바뀜으로 인한 혼란을 틈타 인접한 러시아가 언제든 침공할 수 있었다. 그들은 러시아와 비밀리에 협약을 맺어 이 돌발 위기 변수를 제거한다. 또 하나는 내부의 것으로, 에너지 문제가 정권의 변화를 가져온 만큼 그들 역시 시급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갑작스런 석유의 퇴출은 전세계에 혼란을 가져왔고 각국은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 곳곳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제 에너지원은 전쟁마저 불사하게 만드는 새로운 화약고였다. 그러던 차에 중국은 태평양의 마리아나 해구에서 천연 가스가 대량으로 매장된 것을 발견한다. 중국은 이 에너지 자원 확보에 두 번째 동티모르 분쟁으로 인도네시아가 몰락하고 말레이시아가 다시 독재국가로 돌아간 시점에서 태평양의 안보와 자원 확보에 위기를 느끼고 있는 미국이 가장 커다란 방해물이 되리라 내다봤다. 미국을 선제적으로 제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중국의 '위원회'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우선 러시아와 거짓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척하여 미국의 눈을 딴 데로 돌린 다음, 원래는 미국과 러시아가 함께 운영하던 우주 정거장을 장악(이것이 소설 프롤로그의 내용이다.)하여 GPS를 무용지물로 만든 후, GPS 없이 핵 추진 선박들을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는 '체렌코프 방사선'을 이용하여 미국 함대를 추적, 쓸모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동시에 자신들이 미국에 수출하여 이제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중국산 마이크로 칩들을 매개로 미국 전역의 컴퓨터 시스템을 바이러스에 감염시켜 혼란을 초래한다. 이는 사회적 혼란만이 아니라 미국의 대응 공격도 무력화시켰는데, F-35 라이트닝을 비롯하여 많은 미국의 첨단 무기들이 중국산 마이크로 칩을 탑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원회의 공격은 아주 효과적이었고 그들은 화와이를 침공한다. 2026년, 또 한 번 아시아의 진주만 공격이 개시된 것이다.


 결국 화와이는 중국에게 점령된다. 우주 정거장의 체렌코프 방사선과 사이버 공격 때문에 더이상 과거의 전략과 전술로 중국을 상대할 수 없게 된 미국은, 핵 추진을 하지 않는 예전의 구축함(바로 이렇게 이미 현역에서 오래전에 퇴역한 구축함을 '유령 함대'라 부른다.)으로 중국을 타격하려 한다. 그러나 함포 사격은 또 중국에게 탐지될 것이었으므로 절대 탐지할 수 없도록 전자기력을 사용해 포탄을 날리는 레일건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 사정거리가 거의 4000km나 되고 음속의 6배로 포탄을 날릴 수 있기에 적들이 탐지하기도, 대처하기도 어려운 레일건을 장착한 '줌월트'는 화와이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건 항해를 시작한다.


 여기까지 소설의 배경이 되는 상황과 이야기를 대체적으로 소개해 보았다. 물론 이 소설엔 내가 앞에서 한 얘기만 나오지 않는다. 소설은 수 많은 인물들에게 저마다 목소리를 부여하면서 전개되는데, 여기엔 점령 당한 화와이에서 저항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나오고 또 중국 쪽의 시선도 나온다. 많은 목소리가 시점을 달리하며 병행되고 있기에 이야기 되는 상황의 전체를 가늠하기가 좀 어렵기 때문에 내가 이해한 것을 발판으로 그 전체적인 맥락을 말해 본 것이다.


 둘 다 현대 군사 기술과 안보 체제에 전문가라 그런지 소설에 나오는 기술이나 병기들이 현실감이 넘친다. 무엇보다 레일건에 대한 것은 진짜 그대로다. 그러나 2015년에 나왔다는 한계 때문에 레일건에 대한 그들의 예언은 어쩔 수 없이 빗나가게 되었다. 그들이 소설을 발표한 2015년만 해도 레일건은 줌월트 급의 구축함에 장착하여 실전 배치될 예정이었지만 2018년 현재는 레일건이 전기를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는 것을 비롯한 비용 상의 문제로 실전 배치가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한 편, 중국은 실제로 배치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레일건을 개발 중인 걸로 알고 있다. 이렇게 현실감이 넘치기에 소설 속 내용이 좀 오싹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하다는 미군 함대가 저렇게 손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바야흐로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이 예전엔 핵탄두와 같은 병기였지만 이제는 사이버 공격으로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키는 거란 걸 실감하게 되었다. 소설이 잘 보여주듯, 아무리 단단해 보이는 체제라도 아주 작은 요소로도 파국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인간은 자신을 너무 과신하여 전쟁을 일으킬 생각을 하는 것보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로 평화 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는 게 현명한 선택인 것이다.


 이런 실감은 만일 내가 2015년에 이 소설을 읽었다면 더욱 소름으로 다가왔으리라. 올해 초만 해도 북한의 핵실험이 얼마나 동아시아에 어마어마한 긴장을 가져왔던가? 그러나 내일은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날이고 종전의 가능성이 넘쳐나고 있다. 갈등으로 얼어 붙었던 겨울이 가고 화합의 따스한 봄날이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소설 또한 편안한 기분으로 읽었다. 여기에 나오는 내용이 결코 SF인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내겐 SF로 보일 정도로. 후후. 그래서 이런 말까지 덧붙여 두고 싶다. 대체적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이지만 아무래도 중국과 미국의 전쟁이라는 거대한 스케일을 다루는 지라 드라마에 구멍이 다소 있으며 인물의 처리도 매끄럽지 않은 약점도 있다고. 때문에 인물들에게 비중을 두기 보다 전략이나 전술 또는 정치적인 면에 더 많이 비중을 두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든다는.


 아무튼 오랜만에 만나보는 톰 클랜시 스타일의 소설이라 예전의 추억도 생각나고 해서 재밌게 읽었다. 나처럼 그런 소설에 향수가 있으신 분들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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