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vN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 OtvN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 1
<어쩌다 어른> 제작팀 노래 / 교보문고(단행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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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있어 탔던 비행기 안,

한 승무원이 날 보면서 인상을 찌푸린다.

승무원: 아...어디서 뵀는데, 무슨 프로인지를 모르겠네요.

나: 혹시 컬투의 베란다쇼인가요.

승: 아니요.

나: 그럼 아침마당?

승:  (단호하게) 그것도 아닌데...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괜히 내가 미안해졌다.

한참을 바닥에 쭈그리고 있던 그가 갑자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기억났어요! 어쩌다 어른!"

 

tvN의 어쩌다 어른은 정말 멋진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은 1%도 채 안나오지만,

수십차례 재방송을 함으로써 10%짜리 프로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니 말이다.

이 프로를 통해 설민석 선생이 스타가 됐지만,

내가 받은 혜택도 컸다.

방송을 나가지 않던 지난 2년간, 내가 잊히지 않았던 건 순전 이 프로 덕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쩌다어른>을 책으로 만든다고 제작진이 연락해왔다.

이런 기획은 아주 흔하디 흔해서,

나랑 관계된 것만 따져봐도 기억나는 게 여러 건이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란 강연도 책으로 만들어졌고,

<상실의 시대> 역시 2016년 2월 경희대에서 있었던 여러 강연들을 엮은 책이다.

이런 제안이 오면 대부분 수락하긴 하지만,

마음이 그렇게 편하진 않다.

글은 메시지만 전하는 반면,

강연은 메시지뿐 아니라 현장 분위기에 좌우되기에,

반응이 좋았던 강연을 그대로 글로 옮긴다고 좋은 글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 공저에 대해 좀 부정적이다.

두세명이면 모를까,

여럿이 쓴 책에 대해 저자가 애정을 갖기가 어려운 게 첫번째 이유다.

독자 측면에서도 공저는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다.

저자마다 다 스타일이 다르다보니, 책을 읽다보면 울퉁불퉁한 길을 차로 달리는 느낌이 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

공저 중에서 잘 되는 책이 별로 없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어쩌다 어른> 제작진이 내 강의를 글로 옮긴 뒤 교정을 부탁한 건 지난 7월이었다.

이 책이 나온 건 9얼 10일이지만,

난 책이 나왔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내게 보내줬는지 그것도 사실 좀 헷갈린다).

오늘 아침, 구글로 검색을 하다가 이 책의 존재를 알았는데,

정말 놀랍게도 이 책은 공저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잘 팔리고 있었다.

 

예스: 판매지수 28572  무려 종합순위 20위

알라딘: 판매지수 9910, 자기계발 4위

교보: 종합순위 64위, 인문베스트 11위


최대스타인 설민석 선생이 빠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대단해 보이는데,

종합순위 몇백위에 잠깐 오른 것이 최대 영광이었던 나로서는

내 이름이 들어간 책이 이런 높은 순위에 있다는 게 도대체 믿기지 않는다.

기쁘다는 게 아니라 왠지 좀 묘한 느낌?

과학자답게 이 책의 성공요인을 분석해 보려다

'프로그램의 인기' 덕분이려니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한 알라디너 님들의 리뷰를 보다보니 공저에 대한 내 마음이 좀 달라졌다.


외계인교신장치: ...강의의 원래의 질감들인

목소리의 생생한 현장감 (그 속의 말투와 유머와 해학과 위트와 감정들의 활기와 온도)은 당연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해도 그 콘텐츠의 질들이 초라하기 때문이다....

굳이 어쩌다 어른이라는 강연쇼 프로그램의 명성을 실추하면서까지

이 책을 펴내야 했을까


<----이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분의 리뷰를 읽으면서

기존 신념과 달리 강연을 묶은 책은 나와도 괜찮겠다 싶었다.

강사들의 영상을 일일이 찾아볼 여유가 없다면, 책을 통해 그 메시지를 얻는 것도 꼭 나쁜 일만은 아닐 것 같아서다.

이 책이 잘 팔리는 게 그 근거가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리뷰 하나만 더 보자.

예준: 프로그램에서 처음 보고 느낀 감동을 책으로 소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뤠잇하다고할 수 있다. 몇 분의 강의만 실려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다양한 강사들의 명강의를 넣었다면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책으로 내는 것에 모든 강사가 동의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많은 강사들이 자신의 강의를 엮어서 책으로 내는 현실을 감안하면, 비슷한 내용이 실린 다른 책이 있다는 게 좋을 거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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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7 14: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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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7 15: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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