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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 나, 너, 우리를 향한 이해와 공감의 책읽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7년 4월
평점 :
다락방님을 좋아한다.
발랄한 문체도 좋지만, 일상에서 소재를 발굴해 한 편의 서사시로 만드는 능력은 실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락방님이 더 멋진 건 책을 내고 저자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알라딘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을 쓰느라 창작의 고통이 어떤 건지 알고 나면
다른 책들에 대해 비판을 하기 어려워지는 게 많은 저자들로 하여금 블로그를 접게 만드는 이유일 것 같다.
꼭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나 역시 예전만큼 알라딘에 글을 쓰지 못하는데,
다락방님은 그전과 똑같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어쩌다 알라딘에 갔을 때 다락방님의 글이 메인에 있으면 마치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 나서 참 반갑다.
그 다락방님이 두 번째로 책을 냈다.
<잘 지내나요?>란 제목은, 물론 다른 이에게 하는 것이겠지만,
알라딘을 뜸하게 가는 나한테 건네는 인사처럼 느껴진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책을 빌미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형식인데,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능력이야 전편에서 이미 검증된 터였다.
이번 책이 이전보다 더 좋았던 건 삶에 대한 보다 진전된 통찰이 느껴졌기 때문인데,
특히 페미니즘에 관한 얘기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트라우마는 숨긴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
말로, 그리고 글로 이야기할 때 극복될 수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134-135쪽에 걸쳐 자신의 어린 시절 비밀을 밝힌 다락방님은
그때의 트라우마로 더 이상 슬퍼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락방님은 고교 때 여성주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반장한테 핀잔을 들었단다.
한국 사회에서 여고생이 여성주의를 아는 게 힘들었던 시대였으니
좀 친절하게 가르쳐 줄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저게 왜 심하다고 생각해?”라든지 “여자다운 게 뭔데?”같은 공격적인 언사로
다락방님을 비난한 반장의 태도는 오히려 여성주의의 확산을 방해하지 않았을까.
지금 그 반장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세상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그때 그 말을 한 반장이 아니라
<잘 지내나요?>를 통해 여성에 대해 말을 거는 다락방님이라는 점이다.
글을 잘 쓰고, 또 책을 낸다는 건 이런 점에서 매력적인 취미다.
나도 계속 이 매력에 흠뻑 빠져있고 싶어하는 1인이며,
그렇게 본다면 다락방님은 나와 같은 길을 걷는 동지다.
머리말에서 아무 한 일이 없는 내게 고맙다고 해줬으니,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드린다.
“다락방동지, 잘 읽었소. 다음 책을 기대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