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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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를 좋아한다.

그의 작품은 대체로 심오하며, 그래서 내가 그의 세계를 다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원래 문학이란 저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그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지난번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을 때 내가 모르는 김연수의 책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로부터 보름 뒤부터 그 책을 읽기 시작해 일주일만에 다 읽었다.

책은 참 재미있었는데, 무엇보다 내가 알던 김연수 작가와 많이 달랐다.

작품이 어렵지 않고 이해가 잘 됐다는 뜻이다.

다른 이들의 평은 어떨지 궁금해 검색을 해보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읽은 책 <캐비닛>은 김연수 작가가 아니라 김언수 작가의 작품이었다!

나같은 사람이 좀 있는지, 친절하게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 있다.

"김연수 작가와 헷갈리는 김언수 작가...."

놀라서 책 표지를 봤더니 작가 이름은 과연 김언수였는데,

내가 헷갈렸던 건 이전 책주인이 거기다 획 하나를 더 그어서 김연수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세히 보니 '수'에다가도 획을 더 그어서 김연주가 돼있었다.)

그전 주인이 그은 획 덕분에 난 캐비닛이라는,

매우 기발한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그의 작품에 매료돼 <설계자들>과 <잽>도 구매했으니,

그 '획'은 그야말로 고마운 한수였다.


이 책이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은 작품이라, 책 뒤에 심사평과 작가가 쓴 수상소감이 있었다.

심사평은 건성으로 읽고 수상소감을 좀 자세히 읽었는데

김언수 작가는 안해본 게 없을만큼 어려운 삶을 살았다.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IMF 때문에 집안이 쓰러졌어요. 집안 빚도 그때 생긴 거고.

생활비를 벌려고 단란주점 웨이터도 하고 공사판도 가고 공장도 다니고....." (376쪽)

훌륭한 소설은 삶의 경험에서 나온다고 믿는지라

앞으로 김언수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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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4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6-08-05 05:58   좋아요 0 | URL
왓 제 글이 님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니, 괜히 으쓱해지는데요. 멋진 댓글이 평범한 글을 멋지게 만들어주는구나,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stella.K 2016-08-04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맞아요. 저도 연술줄 알았는데 언수더군요.
저도 캐비닛 오래 전에 읽었어요.
나름 재밌긴 했지만 약간의 낮선 느낌도 들었죠.

참, 오늘 아침에 TV에 나오셨던데
반갑더라구요.^^

마태우스 2016-08-05 05:57   좋아요 0 | URL
님의 방대한 독서량에 감탄합니다. TV는...부끄럽습니다.ㅜ

다락방 2016-08-04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처음 몇 문장 읽고 이 작가는 김언수 에요, 라고 댓글 달려 했어요 ㅋㅋㅋ

마태우스 2016-08-05 05:55   좋아요 0 | URL
님의 방대한 독서량에 그저 고개가 수그러집니다. 다락방님 짱.

cyrus 2016-08-05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창시절에 교과서나 책 표지 이름에 낙서로 장난 치는 일이 재미있었어요. 친구 교과서에 적힌 친구 이름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ㅎㅎㅎ

마태우스 2016-08-05 05:55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랬었죠... ^^ 갑자기 학창시절 생각이 나네요.

Conan 2016-08-08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저는 설계자들을 먼저 읽고 캐비닛을 읽었습니다. 둘다 아주 특이하고 흥미있는 책이었습니다. 다른분들처럼 저도 김연수와 김언수가 헷갈렸는데요 저는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김언수 작가의 소설이 더 좋습니다^^

마태우스 2016-08-10 02:32   좋아요 0 | URL
내친김에 설계자, 잽 모두 다 읽었습니다. 정말 특이하고 재밌더라고요. 좋은 작가를 알게돼 기쁩니다

2016-08-11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6-09-29 17:39   좋아요 0 | URL
우와 이게 누굽니까. 반갑습니다. 제가 그쪽 관련 글로 칭찬 비슷한 말을 듣다니, 호호호. 근데 넘 오랫만이군요. 옛친구라서 그런지 가슴 한쪽이 아련해집니다그려...! 답 늦어서 죄송해용.

2016-08-11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9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