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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 작가 위화가 보고 겪은 격변의 중국
위화 지음, 이욱연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평점 :
난 위화 작가를 참 좋아한다.
아마 <허삼관 매혈기> 이후부터인 것 같다.
허삼관이 피를 판 후 돼지 간볶음에 황주를 마시는 장면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냥 재미있는 소설가라고만 생각했는데
그의 에세이집인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는 에세이집답지않게 탁월한 재미를 줬다.
다만 요즘 트렌드가 짧은 제목을 선호하는데 저게 뭔가, 하는 불만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낸 에세이집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도 똑같이 긴데,
글자수를 세어보니 14자로 같다.
이걸 보면 위화 번역자는 에세이집 제목은 14자로 쭉 가려나보다.
울산을 다녀올 일이 있어서 이 책을 집어들고 갔는데,
역시 위화의 에세이집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마르케스나 포크너, 매큐언, 오스터 등 유명 작가들이
등장해 심심한 재미를 선사한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갈 때 환승을 하느라 2시간, 올 때 1시간 40분에다
울산에서 일을 보기 전 50분 정도가 있었으니 충분히 다 읽을만 했지만,
강력한 훼방꾼 때문에 앞으로 30쪽 가량을 더 읽어야 책을 덮을 수 있다.
그 녀석은 다름아닌 스마트폰.
기차에서 내가 한 행동은 다음과 같다.
책을 좀 읽다가 (20분 가량) “아 참, 강정호는 안타 좀 쳤나?”라며 스마트폰 확인 (10분).
다시 책을 좀 읽다가 (15분 가량) “아 참, 이대호는 안타 좀 쳤나?”라며 스마트폰 확인 (10분).
다시 책을 좀 읽다가 (15분 가량) “참, 오늘 농구 결과가 어떻게 됐지?”라며 스마트폰 확인 & 농구중계 시청 (20분 가량).
당연한 얘기지만 이 모든 것들은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하지 않았을 (못했을) 행동들이다.
조금 궁금하기야 하겠지만,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놈의 스마트폰이 내 독서시간을 잘라먹고 있다!
내가 스마트폰 사기를 두려워하며 3년을 버틴 것도 다 이런 일이 생길까봐서였는데,
그런 일이 생기고 있다.
이 책처럼 재미있는 책에서도 집중을 못하면 어려운 책은 아예 못읽는 게 아닌가!
작년 알라딘에서 낸 통계를 보면 내가 책을 읽을 시간이 몇천시간 정도밖에 안남았다고 하던데,
그 시간을 쪼개서 스마트폰에 내주는 건 문제가 있다.
사람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자기 삶을 기록하고 더 나은 삶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내가 이렇게 처절한 반성문을 쓴 것 역시 내일부터는 그러지 말겠다는 결심을 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거대한 스마트폰 속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거기서 빠져나오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