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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전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12월
평점 :
미야베 미유키의 <괴수전>은 적대적인 두 마을-갑과 을이라고 부르자-을
배경으로 한다.
군사력이 강한 갑은 마을사람들을 잡아가는 등 시시때때로 을을 괴롭히고,
을은 그런 갑에게 적대감을 갖는다.
그러던 차에 ‘을’ 마을에서 엄청난 괴수가 나타난다.
두꺼비의 몸과 뱀의 꼬리, 도마뱀의 다리를 가진 이 괴물은
순식간에 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잔혹성을 보인다.
활이나 총도 괴물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
이는 적대적인 두 마을의 화해를 가져다 줄 계기를 제공한다.
갑에서 2인자 위치에 있는 무사의 여동생이 괴물을 피해 ‘을’ 마을로 갔는데,
알고보니 그 무사가 ‘을’ 마을 출신이었던 것도 그 계기가 된다.
“당신 (무사의 여동생)을 살려 준 것을 내세워 나가쓰노 (갑 마을)와 거래할 수 있어.” (414쪽)
“오라버니가 자기 출신을 알고 마음이 달라진다면 나가쓰노 (갑)와 고야마 (을)는
힘을 합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그 괴물을 해치우는 게 가능할지 몰라요.“ (421쪽)
모 지역에서 강연을 하고 났더니 문자가 한 통 와 있었다.
“어떡해. 엄마가 혈액암이래.”
모르는 번호였기에 그 내용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자기 엄마가 혈액암인데 왜 나한테 문자를 보내지? 그리고 누군데 반말이지?’
알고보니 그 문자는 여동생이 보낸 것이었다.
우리 형제자매는, 전에도 한번 얘기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다.
특히 여동생은 나랑 이런저런 악연으로 얽혀 있는 터라 더 소원했는데,
연락을 안하고 지낸 세월이 길다보니 동생이 번호를 바꾼 것도 몰랐던 거였다.
아무튼 엄마가 림프종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된 우리 가족은 충격에 휩싸였고,
그 후 슬픔에 젖은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다행히 림프종은 약에 잘 듣는 편이라 어머니도 힘을 내서 항암치료를 시작하셨는데,
특히 여동생은 어머니를 병원 수발을 다 드는 것은 물론이고 집에서 모시기까지 하고 있어서,
지방 산다는 핑계로 거의 못찾아뵙는 날 미안하게 만든다.
<괴수전>의 괴물이 그런 것처럼,
엄마의 병이 우리 가족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중이다.
“괴물의 몸이 재로 변해 가고 있다.” (630쪽)
반전은 좀 있긴 하지만 어쨌든 두 마을을 힘을 합쳐 괴물을 물리친다.
그리고 갑과 을은 더 이상 예전의 갑과 을이 아니다.
이 책처럼 엄마와 우리 가족이 모두 힘을 합쳐 병마를 이겨내고,
그 뒤에는 그전보다 좀 더 친한 가족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