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학회 선배가 상을 당했다.
내가 갈 것을 알고 다른 분들이 조의금을 부탁했기에
상가에 간 뒤 봉투 네 개를 집어들고 조문실 밖 의자로 갔다.
의자에 봉투를 놓고 이름을 기입한 후 돈을 넣었다.
봉투를 챙겨 조문실에 왔더니 이상하게 봉투가 세 개밖에 없다.
하나가 어디갔지 하는 마음에 조문은 조금 있다 하겠다고 한 뒤 의자로 갔다.
그랬더니 세상에, 봉투는 의자 밑에 떨어져 있었다 (원래 위치는 이보다 훨씬 아래쪽이었다).
의자를 옮기려 했더니 의자는 바닥에 단단히 고정된 채였고,
의자 밑으로 손을 넣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시 조문실로 가서 뭔가 기다란 것을 찾았더니 벽에 우산이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접이식 우산 말고, 막 쓰는 비닐우산이었다.
그 우산을 의자 사이에 넣고 봉투를 맨 위쪽으로 옮겼고
벽과 의자 사이의 틈으로 손을 넣어 겨우 봉투를 꺼냈다.
한숨 돌리고 다시 봉투를 든 채 조문실로 갔더니
이번에도 봉투가 세 개다!
대체 어찌된 일인가 싶어 조문은 조금 있다 하겠다고 한 뒤
밖으로 나가보니 복도에 봉투 하나가 떨어져 있다.
병원에 사람이 많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겨우 조문을 마치긴 했지만, 접수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이 날 좀 이상하게 봤을 것 같다.
두번이나 "조금 있다 올게요!"라며 봉투를 회수해 갔으니.
오늘의 교훈. 틈이 있는 의자에선 봉투를 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