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학회 선배가 상을 당했다.

내가 갈 것을 알고 다른 분들이 조의금을 부탁했기에

상가에 간 뒤 봉투 네 개를 집어들고 조문실 밖 의자로 갔다.

의자에 봉투를 놓고 이름을 기입한 후 돈을 넣었다.

봉투를 챙겨 조문실에 왔더니 이상하게 봉투가 세 개밖에 없다.

하나가 어디갔지 하는 마음에 조문은 조금 있다 하겠다고 한 뒤 의자로 갔다.

그랬더니 세상에, 봉투는 의자 밑에 떨어져 있었다 (원래 위치는 이보다 훨씬 아래쪽이었다).

 


의자를 옮기려 했더니 의자는 바닥에 단단히 고정된 채였고,

의자 밑으로 손을 넣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시 조문실로 가서 뭔가 기다란 것을 찾았더니 벽에 우산이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접이식 우산 말고, 막 쓰는 비닐우산이었다.

그 우산을 의자 사이에 넣고 봉투를 맨 위쪽으로 옮겼고

벽과 의자 사이의 틈으로 손을 넣어 겨우 봉투를 꺼냈다.

한숨 돌리고 다시 봉투를 든 채 조문실로 갔더니

이번에도 봉투가 세 개다!

대체 어찌된 일인가 싶어 조문은 조금 있다 하겠다고 한 뒤 

밖으로 나가보니 복도에 봉투 하나가 떨어져 있다.

병원에 사람이 많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겨우 조문을 마치긴 했지만, 접수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이 날 좀 이상하게 봤을 것 같다.

두번이나 "조금 있다 올게요!"라며 봉투를 회수해 갔으니.

오늘의 교훈. 틈이 있는 의자에선 봉투를 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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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8-23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전혀 예상 혹은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는 것 또한 인생이고 인간관계라는 것을 깨달은 한주였어요. ^^

마태우스 2015-08-23 12:51   좋아요 0 | URL
아 네....저도 순오기님 덕분에 즐거웠던 한주였어요. 떡갈비의 진수도 엿볼 수 있었구요. 마지막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했어요!

moonnight 2015-08-23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이런! 당황스러우셨겠어요. 두 번이나ㅠㅠ 그런데 죄송하게도 너무 웃겨서 빵 터졌네요^^;

마태우스 2015-08-23 12:53   좋아요 0 | URL
헤헤, 저때는 정말 당황해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는데 지나고나니 재미있는 추억이 되더라고요^^ 그나저나 요즘 알라딘 화재의 글에 싸움 페이퍼가 유독 눈에 띄더군요. ㅜㅜ 대주주가 방심하니 이런 일이 생기는 듯??

moonnight 2015-08-23 13:24   좋아요 0 | URL
그러니 대주주님이 좀 더 관심보여주셔야^^

바람돌이 2015-08-2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난감... 한번씩 이런 날들이 있죠. 어이없는 실수를 연짝으로 하게 되는....

마태우스 2015-08-24 23:57   좋아요 0 | URL
호호, 그래도 뭐 이 정도야 귀여운 수준이죠. 사실 엊그제는 제가 고속도로에서 트럭한테 받혔어요. 제 실수는 아니지만 아무튼 큰일날뻔했다는...다행히 안다쳤고 차만 작살났어요.

바람돌이 2015-08-25 01:11   좋아요 0 | URL
허걱! 정말 큰일날뻔 하셨네요. 천만 다행이에요.
고속도로에서 사고라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운전 조심조심하세요.

Mephistopheles 2015-08-24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왜 이런 두번이나 연거푸 이루어진 예기치 못한 일보다는 이미지에 달린 저 빨간 화살표가 예전에 비해 훠얼씬~~~~ 깔끔하고 간결해보이는 것에더 눈이 갈까요......

마태우스 2015-08-24 23:58   좋아요 0 | URL
어그런가요 제가 좀 성숙해진 탓인가요 하하. 나이를 먹다보니 그렇게 됐나봐요. 그나저나 메피님 안녕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