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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허즈번드 시크릿>은 남편이 술김에 쓴 편지를 아내가 읽고 난 뒤 벌어지는 심리 스릴러다.
편지를 쓴 다음날 남편은 그 편지를 찾았지만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 아내가 그 편지를 찾아낸 것이다.
그 사실을 안 남편은 보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아내는 그 편지를 읽고야 만다.
누구나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고, 그 비밀을 알고픈 호기심이 있다.
하지만 배우자가 그렇게 애원한다면 안봐 주는 게 도리가 아닐까?
그 비밀을 알고 난 다음의 삶은 알기 전과 완전히 다를 텐데,
현재의 삶이 행복하다면 굳이 알리기 싫은 비밀을 들쑤심으로써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필요가 있을까 싶다.
내 경우를 말하자면 휴대전화 메시지는 물론이고 이메일까지 아내가 다 검열하는데,
어제 오전 7시경 온 문자를 아내가 보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지금의 삶을 유지하려면 내가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야 하건만,
그게 쉽지가 않은 것이 또 우리네 인생인지라,
난 늘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산다.
아무튼 이 책은 꽤 쏠쏠한 재미를 제공해 줬고,
그래서 그런지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다 (부럽다, 한달 반만에 13쇄라니!)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얘기해 본다.
1) "시어머니 버지니아의 특기는 무슨 일을 해서든 상대방의 기분을 조금은 나쁘게 만드는 거였다. 그녀에겐 아들 다섯과 며느리 다섯이 있었는데, 버지니아 때문에 분노나 불만을 터뜨리지 않은 며느리는 세실리아 뿐이었다...좋아요, 덤벼봐요! 시어머니를...볼 때마다 세실리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290쪽)
시어머니가 기본적으로 며느리를 괴롭히려는 마음을 갖고 있는 건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새삼 신기하다. 만국의 며느리들아, 단결하라, 같은 구호를 외치고 싶다.
2) 328쪽을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자기가 평소 좋게 봤던 어떤 이의 특징들이 보는 시각을 달리하면 그게 다 단점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
사랑이 변할 때 변하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상대방이 그 사람을 보는 시각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3) 한 소녀가 두 남자, A와 B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한 사람을 선택한다.
이유는 이렇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A지만, A는 너무 완벽한 남자라서
A와 사귀면 “잘생겼고 영리하고 재밌고 친절한 사람에게 받는 중압감을 늘 느껴야 한다는 뜻이었다.” (333쪽)
내 아내가 날 편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런 이유인 듯.
4) “훨씬 전에도....따분한 젊은 회계사였을 때도 그는 침대에서 아주 잘했다. 그땐 그녀가 너무 어려서 그 진가를 몰랐을 뿐이다. 그저 섹스는 모두 그렇게 좋은 줄만 알았다.” (350쪽)
더 읽다보면 이런 구절도 나온다.
“그의 특정 기술은 정말로 아주..걸출했다. 혹시 섹스를 잘하는 비법이 실린 책을 읽는 걸까?”
(408쪽)
잘 하는 게 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정말로 그런 비법이 실린 책이 있다면,
나는 이미 늦었지만, 젊은 분들은 구해보는 게 좋을 듯.
좋은 섹스는 구운 전어보다 훨씬 더, 며느리로 하여금 집을 나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