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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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은 세월호 사건으로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의 인터뷰집이다.

대부분이 구어체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 책은 쉽사리 읽히지 않는다.

흐르는 눈물 때문에 책을 덮고 하늘을 바라봐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반장이었던 미지를 잃고 난 뒤 어머니는 미지가 반장 나가는 걸 막지 못한 걸 후회한다.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미지는 그 당시 갑판까지 올라와 해경에게 저 밑에 우리 친구들 많으니까 구해달라고 했단다.

물론 해경은 그 말에 신경도 안썼고, 결국 미지는 친구들을 구하러 다시 배 아래로 내려갔다.

반장만 아니었으면 살아나왔을 텐데 하면서 많이 자책했어.....책임감 있는 사람이 훌륭하다는 건 다 아는데 미지가 그렇게 가고 나니 잘 모르겠어. 훌륭한 게 뭔지.” (56쪽) 

말썽꾸러기였던 창현이에게 늘 잔소리만 했다는 어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신다.

아들, 딸과 사이가 좋은 채 헤어지는 사람들도 너무너무 가슴이 아프지만, 나처럼 사이가 안좋다거나 서로 대치하다가 떠나보낸 그 아들과 딸에 관한 아픔도 정말 크거든. 후회가 굉장히 많이 남아요.” (146쪽)


세월호 얘기를 그만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유족들은 멈출 수 없다.

배가 왜 침몰했는지, 해경은 왜 학생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해군 UDT 등에서 도와주겠다는데 거절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서 구했는데 못 구했다 그러면 우리도 받아들이지요.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본 적도 없고,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창현 어머니의 증언, 157쪽)

게다가 유족들을 흡사 범죄자 취급하듯 대하는 모습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가족들을 몰아붙일지는 정말 몰랐어요. 우리는 국민도 아닌 것 같아요....대통령 눈길 한번 사로잡으려고 살려달라고 그렇게 외치는데 눈길 한번 안주더라고요...그게 사람인지요.” (같은 쪽) 


하지만 정말 슬픈 건, 이 시대를 같이 살고 있는 우리들의 냉담한 시선이다.

우리 애들은 갑자기 죽은 것도 아니고 사고 나고서도 한참을 연락하다 죽었잖아요. 엄마가 걱정하니까 우리 살아서 갈 건데 왜 걱정하냐고 화내고 간 아이도 있는데. 그런데도 교통사고라느니, 놀러가다 죽은 건데 왜 그러냐니까 상처가 돼요. 세월호는 달라요. 뭔가 있다고요. 의문이 너무 많다고요.” (82쪽, 승희 어머니의 증언) 

유족들이 벌써 어마어마한 보상금을 챙기고도 더 받아내기 위해 떼를 쓴다는 의견도 많다. 

이제는 돈 얘기만 해요. 우리 진짜 돈 받은 것 없어요. 해수부에서 긴급자금으로 준 거 말고는 없어요. 사람들이 자식 팔아서 돈 벌려고 그런다는 말들 많이 하는데...어떻게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저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자기 자식 아니라고 돈이랑 자식이랑 어떻게 바꿀까 싶고.” (83쪽)

그럼에도 유족들을 돈에 굶주린 하이에나 보듯이 하는 댓글들을 보면 내가 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 사고가 언젠가는 자기 일이 될지도 모르는데, 왜들 이럴까. 


책이 나오고 난 뒤 유족들은 전국을 돌면서 북 콘서트를 열고 있다.

어제는 천안에서 했는데, 천안엔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주노씨, 그리고 장항선씨 이외에는 유명인이 살지 않는 탓에

부끄럽게도 내가 북콘서트 사회를 봤다.

그 덕분에 사람들은 알게 됐다.

내가 방송을 그만둔 게 아니라 잘린 것이며, 왜 잘렸는지 그 이유를 말이다1) 

이제 곧 세월호 1주기가 돌아온다.

우리는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 말고,

이 책을 사서 읽으시라. 

정부에서 조작해 낸 유족들의 모습 대신, 진짜 유족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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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날 사회를 잘 못봤다는 뜻입니다! 아직도 섭외 많이 들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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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5-03-22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사건만때만반짝관심시간이지나면흐부지되는이런여론의관심과아직도제대로처리되지않는법!적인문제 자식을잃은부모는가슴에대못이박힌채살고있는데이런사건을자신의이익을위해이용하는인간들그리고악의적인 악플러들 얼마적오뎅사건도그렇고진짜인간이싫어지네요
방송그만두신게아니라짤린신?요즘방송에서보기힘들던데그런사정이
오랜만에글올리는데 잘지내시죠

마태우스 2015-03-22 10:53   좋아요 0 | URL
재는재로님 안녕하셨어요 저는 그닥 잘 못지냅니다 올해는 자신을 찾겠다 이딴 소리 했는데 별로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사실 방송에 그닥 애정이 없어졌어요. 그 대신 다른 곳에서 가능성을 봤다고 할까요. 그래서 요즘 그쪽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악플러들을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오죠 저게 사람인가 싶고, ㅠㅠ

보광적선 개도적선 2015-03-22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곡의 목소리 누군가 들리겠지?

마태우스 2015-03-22 10:53   좋아요 0 | URL
그랬으면 좋겠는데 귀가 잘 안들리시는 듯....

blanca 2015-03-22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세월호 사고날이 하필 결혼기념일이었어요.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너무 화가 나고 슬플 것 같아 차마 이 책을 읽지 못했습니다. 아침에 웃으며 혹은 자잘하게 다투며 보낸 아이들이 죽어 돌아왔을 때의 부모의 심정을 어떻게 온전히 헤아리겠습니까. 마태우스님의 용기 있는 헌신에 응원이나마 보탭니다.

그리고 방송하차에 사연이 있었군요. 힘내세요!!!!

마태우스 2015-03-22 17:11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안녕하세요? 결혼기념일이 하필....ㅠㅠ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시겠군요ㅠㅠ 그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기는커녕 놀리는 애들이 천지라, 이런 땅에서 살고싶지 않네요. 갑자기 미국 가서 살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글구 방송하차 얘기는 농담이었어요. 그냥 사회를 잘 못봐서 사람들이˝쟤가 저래서 잘렸구나˝라고 생각할 거란 얘기였어요. 사실은 섭외요청이 오면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는.... 대신 다른 일에서 제 재능을 발견해서 그쪽으로 올인하고 있어요. 암튼 격려 감사드려요

paviana 2015-03-22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차마 읽을 수가 없어서 그냥 책상에 올려놓고 있어요. 북콘서트 잘하신거지요? 물어보신다는 것에 대한 답은 들으셨나요? 방송은 안하시는게 나아요. 그 시간에 우리 술이나 마셔요. ㅎㅎ

마태우스 2015-03-22 17:13   좋아요 0 | URL
앗...글고보니 물어본다는 걸 깜빡....ㅠㅠ 죄송해요. 면목없게도 ㅠㅠ 글고 제가 방송에 재능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후후후, 시간내서 만나요.

paviana 2015-03-23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사 찾아보니 미지 아버님이랑 창현이 어머님이 가셨더라구요. 제가 미지랑 페북 친구라서 더 아픈 친구에요. 많은 분들이 마지막에 우셨다고 하던데...ㅠㅠ

2015-04-05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08 0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5-09-06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여기에도 아빠의 넓은 등처럼 나를 업어주는 포근한 구름이 있어
여기에도 친구들이 달아준 리본처럼 구름 사이에서 햇빛이 따뜻하게 펄럭이고
여기에도 똑같이 주홍 해가 저물어
엄마 아빠가 기억의 두 기둥 사이에 매달아놓은 해먹이 있어
그 해먹에 누워 또 한숨을 자고 나면
여전히 나는 볼이 통통하고 얌전한 귀 뒤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