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쩐지 근사한 나를 발견하는 51가지 방법 - 한 번만 따라하면 인생이 즐거워지는 혼자 놀이법
공혜진 글.그림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5년 1월
평점 :
학교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면, 주로 혼자 먹는다.
우리 과에 교수라곤 나밖에 없고,
작년 9월부터 학교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조교를 없앴기에 완전히 혼자가 됐다.
매번 같이 밥먹자고 부탁하는 것도 귀찮고, 하다보니 혼자 먹는 게 편한 면도 있다.
다른 사람과 먹으면 무슨 주제로든 얘기를 해야 하고,
그러다 밥알이라도 튀면 좀 쑥스럽지 않은가?
하지만 혼자 먹는 건 결정적인 단점이 있는데
왠지 인간성이 파탄난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
그런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난 꼭 잡지나 책을 들고 식당에 간다.
뭔가를 열심히 하면서 밥을 먹는 모습은, 이건 순전 내 생각이지만, 천생 학자 같다.
얼마 전부터 내 식사 파트너가 됐던 책은 <어쩐지 근사한 나를 발견하는 51가지 방법>이다.
이런 유의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몇 가지 이야기’ 같은 제목은 십년도 더 지난, 외환위기 무렵에 유행했던 것인데다
‘어쩐지 근사한 나를 발견한다’는 건 아무래도 유치할 것 같아서다.
그래서 내게 배달된 지 몇 달간 책꽂이에 꽂힌 채 먼지를 맞고 있었는데,
지난주에 드디어 내 간택을 받았다.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일단 내용이 별로 어렵지 않으니 밥 먹으면서 보기 딱 좋다.
땅에서 단추를 줍는다든지, 천으로 만든 시계를 차는 행위는 분명 유치하지만,
중요한 건 행위가 아니라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이며,
저자의 설명을 듣다보니 그런 것들도 ‘한번 해봄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리나 십자수처럼 손재주가 필요한 일들은 그냥 패스했지만,
그런 게 필요 없는 일들도 있다.
예를 들어 ‘나만의 루틴 동작 만들기’!
이걸 읽다가 감명을 받아 멋있는 걸로 하나 만들었는데,
앞으론 이게 내 루틴 동작이다!
혹시 나랑 있을 때 이 동작을 보면 “왜 저러나?”고 딱하게 보지 말고,
“아, 쟤의 루틴이구나”라고 너그러이 봐주시길.
혼자 밥을 먹고 싶은데 인간성 파탄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분들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