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 전화번호부를 찾다가 ‘서민’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몇 명 없다는 걸 알았다.
실제로 내 이름은 좀 특이하다.
못사는 사람이란 뜻인데다 실제로 '민'이 '백성을 뜻하는 民'이니까.
외모가 워낙 출중하다보니 ‘와이셔츠 단추구멍’처럼 외모와 관련된 놀림을 주로 받았지만,
만약 외모가 보통 사람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이름 가지고 놀림을 받았을 것 같다.
한자로도 ‘백성민(民)’이라 이름을 뭐 이렇게 지었냐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그래도 이름이 특이한 건 나름의 보람이 있어서,
내 이름을 넣고 네이버 검색을 했을 때 인물정보에 바로 내가 뜬다!
동명이인도 드물지만 그 중 유명한 이가 거의 없으니까.
게임회사 넥슨 대표인 서민 씨가 내 유일한 라이벌이었다.^^
베란다쇼에 같이 나온 박지훈 변호사는 기아타이거즈의 박지훈 선수에게 밀려
한동안 메인을 차지하지 못했으며,
지금도 네이버 메인을 노리는 많은 경쟁자들이 있다.
그런데 그 인물정보가 문제였다.
내 생년월일이 그대로 나온 걸 아내가 못마땅하게 여긴 것.
워낙 동안이라 다른 데 나가서 나이를 아홉 살 속이고,
서너살 아래인 여자들한테 “언니”라고 부르며 지내는 터라
내 프로필에 나이가 그렇게 나오는 게 싫을 수밖에.
아내는 석달 전부터 닦달했다.
“그 정보 좀 지워달라고 해. 나이 많은 게 자랑은 아니잖아?”
“앞집 여자가 여보 나이 보고 놀라잖아. 남편이랑 나이 차이가 왜 그리 많이 나냐고.”
“다른 연예인들도 다 생년월일 지웠는데 여보는 왜 그래?”
석달을 그렇게 시달리다 용기를 내서 네이버에 메일을 보냈더니
웬걸, 아주 흔쾌히 지워준단다.
아내의 성화 때문에 지우긴 했지만, 괜히 나까지 기분이 좋다.
이제부터 나도 내 나이를 모른다.
4년 전 상황. 넥슨의 서민 씨가 네이버 메인이다.
2년 전, 넥슨 서민씨를 제치고 내가 메인이 됐다.
사진도 산뜻하게 바뀌었고, 결정적으로 생년월일이 빠졌다.
박지훈 변호사는 기아의 박지훈과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지금 정도의 활약이면 곧 단독으로 뜰 것 같긴 한데...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수많은 박지훈도 견제해야 한다, 힘내라, 박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