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마조히즘 성향이 있다는 건 결혼 전에도 어렴풋이 알았지만,
확실히 알게 된 건 아내를 만나고 난 뒤다.
그래서 난 가끔씩 아내한테 좀 때려달라고 얘기한다.
일전에 낸 인터뷰집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매 맞는 남편인가요?(웃음)
=아니, 자주 맞지는 않는데요. 맞는 것 자체도 즐겁다는 거죠.
-때리면 맞을 각오가 되어 있다?(웃음)
=실제로 때리죠. 엉덩이를 발로 찬다든지. 정말 귀여운 것이 뭐냐 하면
제가 벽에 기대서 엉덩이를 차달라고 하면 하면 진짜로 열심히 차요. 어찌
나 귀여운지.(웃음)
내가 몰랐던 것은 맞는 사람은 내성이 잘 안생기는데,
때리는 사람은 날이 갈수록 기술이 진화한다는 사실이었다.
엉덩이를 차는 아내의 발끝이 점점 매워지기 시작했다.
더 안타까운 건 아내가 발로 차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게 됐다는 점.
이젠 내가 부탁하지 않아도 "우리 민이, 오늘 좀 맞자"라고 하더니
벽에 기대 서게 한다.
아직은 참을만 하고, 차는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요즘 아내가 무서운 말을 한다.
"아무래도 무술을 배워야겠어. 집 근처에 하나 생겼더라고."
아니 갑자기 왜? 아내가 답한다.
"내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실제로 아내는 경보기도 사고, 최루가스가 나오는 휴대용 호신기도 장만했으니,
무술을 배운다는 것도 그 일환이겠지만,
그 부작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나로서는
아내가 무술을 배우는 게 달갑진 않았다.
이렇게 뜯어말렸다.
"한방에 괴한을 고꾸라뜨리지 못하면 더 큰 보복을 당하잖아?
어설프게 배우느니 안배우는 게 나아."
아내가 발끈한다.
"제대로 배울 거야."
집 근처 합기도 도장이 빨리 문을 닫기를 빌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