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쓰다보면 늘 마음에 걸리는 게 바로 통계다.
통계에 관한 한 난 아직도 고교 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할 줄 아는 건 t-test가 고작이다.
t-test의 원래 이름이 Student's t-test, 즉 학생이 쓰는 건데
교수가 된 지금도 이 t-test에만 의존하는 건 좀 한심한 일이다.
하지만 통계란 어렵고 무서운 일,
통계를 가르쳐주는 강의에 몇 번 참석했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나를 불쌍히 여겼는지 우연히 만난 교수 한분이 저 책을 추천해 줬다.
혹시나 싶어 네티즌 리뷰를 봤더니 과연 좋은 책 같다.
칭찬으로 점철된 리뷰를 보고나자 갑자기 통계에 대해 공부하고픈 마음이 불끈 솟았고,
대번에 주문을 했다.
토요일인 어제, 폭풍같은 스케줄을 소화한 뒤 녹초가 되어 집에 온 탓에
일요일 낮까지 늘어지게 잔 뒤에야 피로가 풀렸다.
맑은 정신일 때 통계를 공부하고 싶어졌고,
닥터 배의 통계 책을 읽으려 했다.
그런데 그 책이 보이지 않는 거다.
"어라? 분명히 내가 챙겨서 책꽂이에 넣어 뒀는데?"
같이 주문한 진중권의 <이미지 인문학>은 꽂혀 있는데,
그 책은 아무리 봐도 없다.
'아, 나는 통계 공부할 운명이 아닌가?'라는 탄식이 나왔다.
20분 가량 찾다가 안되서 아내를 불렀다.
"여보, 나 책 좀 찾아줄래? 찾아주면 수고비도 있어요."
돈에 눈이 어두워진 아내가 책꽂이를 열심히 훝었지만,
책은 보이지 않았다.
아내가 물었다.
"혹시 아직 안온 거 아니야?"
"그 책 시킨 지가 언젠데. 금요일 밤에 받은 택배에 분명히 들어 있었단 말이야."
그 말을 하고 혹시나 싶어서 조회를 해봤더니
이럴 수가!
그 책은 아직 배송중이다!
그럼 내가 이번주에 받은 책은 뭐였지?
조회를 해보니 <불량제약회사>랑 <기생>이었다!
그 중 전자를 닥터배의 책과 헷갈렸나보다.
그리고 이미지인문학과 닥터 배를 같이 주문한 것도 아니었다!
하마터면 통계에 대한 마음을 접을 뻔했는데,
뒤늦게라도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다.
닥터배의 책은 6월 17일쯤 수령 예정이라고 했으니
수요일 밤부터는 공부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그건 그렇다치고, 알라딘의 배송정책이 달라진 모양이다.
<불량제약회사>도 6월 7일에 주문했는데 닷새나 걸렸고,
6월 2일 주문한 <이미지인문학>도 역시 닷새.
한때 총알배송을 자랑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속도보다 책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게 아닐런지?
어떤 이유 때문이든 난 계속 알라딘에 대한 충성을 유지하겠지만,
이 정책에 대해 불만인 사람이 많을까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