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 질문하고 토론하고 연대하는 ‘프랑스 아이’의 성장비결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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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선생이 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이후
프랑스 얘기를 전해준 분들이 여럿 있지만,
그 얘기들은 어떻게 된 게 들을 때마다 놀랍다.
목수정이 쓴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는
저자가 프랑스에서 딸 칼리를 키우며 알게 된, 그 나라의 교육현실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어김없이 놀랐고,
우리나라가 학생들에게 지옥임을 다시금 절감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선 초등학생이 중학교 과정을 배우는 게 우수한 학생이 되는 길이지만,
프랑스는 다르다.
목수정은 1학년 내내 구구단을 5단까지만 외우게 하는 등
학교가 별로 가르치는 게 없는 게 불안해 문제집을 사가지고 칼리에게 풀게 했다.
칼리가 싫은 티를 내자 학교에 가서 교사에게 조언을 구한 목수정은 뜻밖의 말을 듣는다.
“그 책은 당장 불태워버리세요. 집에서 문제집을 가지고 아이에게 추가적인 학습을 시키거나
선행학습을 시키는 행위야말로 공부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을 앗아가고
공부를 지겨운 것으로 만드는 최적의 방법입니다.” (141쪽)
이곳 역시 학습능력이 유달리 뛰어난 아이에게 월반을 권유하기도 하지만,
그건 우리나라에서처럼 “미래에 대단한 인물로 성장할 싹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아이로 인해 다른 아이들의 수업분위기가 망가질 염려가 있어서란다.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특별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면, 공부를 잘하는 것은
한 아이가 갖는 특징 중 하나가 될 뿐이다.” (161쪽)
이런 곳에서 학교를 다닌다면 애들이 얼마나 행복할까 싶다.

 

그러다보니 다음과 같은 불평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유의 책들 뭐 어쩌라고? 프랑스로 이민가라고?” (어느 분의 100자평)
사회구조와 가치관이 다른데, 내 아이만 프랑스식으로 키우는 건 말이 안 되지만,
개인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도 여럿 있다.
아이를 아이로만 대하는 게 아니라 한 인간으로 대우해 주고
그의 고민에 공감해 주는 것,
아이가 고집을 부릴 때 설명하고 설득하고, 선택의 범위를 제시하는 것 등은
의지만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게 아닐까?
물론 거기에만 그쳐선 안 된다.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을 공유하고 또 널리 알리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현실에 대한 개탄의 목소리가 커지고
프랑스를 부러워하는 마음이 확산된다면,
도저히 변할 것 같지 않은 우리 사회의 악마성에도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
프랑스를 우리나라에 알리는 목수정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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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8-08-12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꽉 끼어 붙어있는 그릇이 있을 때, 아래쪽 그릇을 따뜻한 물에 담그고 기다리면 그릇들 사이에 있던 공기가 팽창하여 쉽게 분리되죠. 여기에서 핵심은 온도 차인 것처럼, 도무지 변할 것 같지 않은 우리 사회도 도대체 가능할까 상상하기 어려운 사회와 계속 접하다보면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요? 마태우스님의 생각에 공감합니다. 도자기를 구울 때도 온도차로 인해서 무늬라 착각할만한 작은 균열들이 나타난다고 들었습니다. 균열을 확산시키는 잠재적인 에너지를 믿습니다, 다만 속도의 문제일뿐이라고.

배움의 가장 큰 동기는 자발성이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을 마주보는 자리에 서는 이들이 종종 고민하게 되는 무거운 숙제죠.^^

마태우스 2018-08-12 08:30   좋아요 1 | URL
나비종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공감해 주셔서 더 감사드려요. 글구...저도 좀 멋진 말로 표현하고픈데 그게 안되네요. 나비종님의 비유력이 부럽습니다. 꽉 붙은 그릇,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소재로 교육현실을 비유하는....

stella.K 2018-08-12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글 제목이 더 의미심장하네요.
외국에 살다 온 사람들은 우리나라처럼 살기 좋은 나라도 없다고
하잖습니까? 고놈의 교육과 정치만 바뀌면 우리나라도 좋은 나라 되지 않겠습니까?ㅎ
얼마 전에 입시 교육을 바꿀 거라더니 돈만 날리고
변한 건 없다고 개탄하던데 언젠간 우리나라도 남의 부러움을 살 날이
있겠죠. 우리가 죽은 뒤에라도...쿨럭~

마태우스 2018-08-12 18:50   좋아요 0 | URL
앗 울나라가 정말 살기좋은가요. 하기야, 우리나라가 좀 배타적이니, 우리가 살기엔 좋을 수도 있지만 타인에겐 좀 배타적이지 않나요. 글구 우리끼리도 서로 잘 지내자는 게 아니라, 매사 경쟁적이고 그래서 피곤할 것 같은데요. 글구 교육이 우리나라가 안좋은 이유의 절반 이상인지라ㅜㅜ 근데 교육을 바꾸는 게 말이 쉽지, 정말 먼 길 같더이다.

stella.K 2018-08-12 19:59   좋아요 0 | URL
아, 인프라가 좋다고 많이들 그러니까.
자연 경관도 좋다고 그러고.
말에 의하면 스위스 보다 좋다고 하더라구요.
글구 아주 배타적이지만도 않은 게
외국 사람들이 여행하다 돈이 떨어졌다고 그러면
그렇게 잘 도와준다는 말을 들었어요
마태님은 울나라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시는 거 아닙니까?ㅎㅎ.

마태우스 2018-08-12 23:36   좋아요 1 | URL
이해해 주세요. 프랑스 교육현실을 알고나니까 우리나라가 겁나 불쌍하게 보이는 중. 며칠 이러다 나아지겠죠 뭐. 어차피 저는 외국에는 3일 이상 나가지 못하는 처지라, 프랑스 외쳐봤자 소용없어요 ㅠㅠ

세실 2018-08-1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마태우스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좋아요 열번 누르고 싶네요.
프랑스의 좋은 교육 환경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거죠.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최소한 고3 내내 입시지옥만 기억하는 아이들이 되면 안되겠지요.

마태우스 2018-08-15 15:12   좋아요 0 | URL
앗 세실님 안녕하세요. 공감 감사요. 울나라는 애들 공부 안시키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굴지만, 프랑스는 그렇게 하고도 우리보다 더 잘살고 노벨과학상도 많더라고요. 설사 더 못산다해도, 지금같은 환경은 너무한 거죠..!

고양이라디오 2018-08-14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태우스님 의견에 백번 동의합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호기심을 앗아가고 공부를 지겨운 것으로 만드는 거 같습니다. 한 번 시스템이 형성되면 참 바꾸기 힘든 거 같습니다.

마태우스님 말씀처럼 아이를 하나의 인간, 인격체로서 대우해주고, 교육에 다른 방식들도 있다는 사실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거 같습니다.

마태우스 2018-08-15 15:12   좋아요 0 | URL
동의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읽는 내내 프랑스 환경이 부러워서 죽겠더군요. 그런 환경이니 프랑스 출산률이 2.0을 유지할 수 있는 듯요. 우리도 출산장려금 이딴 거 하지 말고, 좀 배우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