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은 역시 돈이 되는구나.”
<82년생 김지영>의 저자 조남주 작가의 신간에 대해 어느 분이 남긴 100자평이다.
원래 책을 내는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함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가 있다 해도 책이 전혀 돈을 벌어주지 못한다면
책을 낼 사람은 100분의 1로 줄어들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욕먹을 일은 아니다.
범법행위가 아닌 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쫓는 행위를 비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으니까.
그런데 어떤 분들은 그게 불편한지 저런 바보같은 댓글을 단다.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이런 분들은 어서 북으로 좀 갔으면 좋겠는데 왜 여기서 이러는 걸까?

 

이런 댓글이 위험한 이유는 여기에 속아 생업을 때려치우고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어서다.
그래서 말씀드린다.
페미니즘은 그다지 돈이 되지 않는다.
페미니즘 책을 내고 관련강연을 하는 분들이 계시고,
조남주 작가님처럼 베스트셀러를 내신 분도 있으니 그리 보일 수 있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EBS <까칠남녀>를 보자. 여성의 목소리를 들려주려던 이 프로그램은
시종일관 남성들의 욕을 먹었고, 결국 사라졌다.
페미니즘이 돈이 된다면 이런 프로가 아주 많이 만들어졌어야 할텐데
그렇게 하는 방송국이 있는가? 없다.

-페미니스트 은하선은 서강대에서 강의를 하려다 학생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해 강의가 취소됐고,
연세대에서는 강의 도중 시위 학생들이 난입해 강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심지어 연세대는 은하선을 부른 여총을 없애야 한다고 난리를 친다.
자, 사정이 이런데 페미니스트를 강사로 부르는 곳이 있을까?
있긴 있겠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거다.

 

-그렇다면 책을 보자.
조남주 작가가 돈을 많이 번 건 맞다.
하지만 페미니즘 도서가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일 뿐이다.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1위가 뭐였는지 한번 떠올려 보자.
<미움받을 용기>,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등,
지금도 조남주 작가를 제외하면 순위권에 오른 페미니즘 책은 없다시피 하다.
-기타 장관이나 국회의원, 우리나라 100대 부자들, 기타 주요 인사들 중에 페미니스트가 있나?
없다.

 

만일 페미니즘이 꽃길이라면 연예인들 중에 페미니스트를 선언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막상 그런 사람은 페미니스트라고 하면서 페미니즘과 싸우는 유아인씨밖에 없고,
아이돌 그룹들은 행여 자신이 페미니스트로 몰릴까봐 전전긍긍한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욕을 먹은 아이린을 보라.
일반인 여성들도  “저도 페미 싫어하지만”을 깔고 얘기를 시작한다.
이런 얘기를 해줘도 페미가 돈이 된다고 바보같은 댓글을 단다면
답은 둘 중 하나다.

첫 번째, 댓글이 돈이 되거나
둘째, 그 사람이 정말 바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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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8-06-03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정말 그렇네요!!

마태우스 2018-06-03 15:40   좋아요 0 | URL
동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꼬마요정 2018-06-03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력이라는 것이... 더 가진 자에게 덜 가진 자의 것조차 탐하게 하니까요... 무섭죠. 그래서 페미니스트분들 대단해요.^^

마태우스 2018-06-03 15:40   좋아요 0 | URL
진짜 돈이 된다면 자기들도 했겠죠. 근데 안하고 그딴 댓글 다는 애들 보면 남성연대에서 돈 받고 댓글다는 거라고 봐요.

레삭매냐 2018-06-03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예전에 파워 블로거 하시겠다고 멀쩡한
직장 때려 치우고 고난의 행군에 참가하셨다는
분 생각이 나네요.

페미니즘도 어쩌면 선점 효과가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사 작품들이 양산되었지만
후발 주자들의 비애만 느끼지 않았을까요.

마태우스 2018-06-03 22:28   좋아요 0 | URL
앗 레삭매냐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파워블로거도 진짜 어려운 일인데... 안타깝군요. 그거보단 직장생활하는 게 훨씬 더 돈 잘버는데 말입니다. 페미니즘이나 뭐나 선점효과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앞서 페미니즘을 했던 분들이 잘 살고 있느냐면 그런 것도 아닙니다. 선발주자들은 고생만 하셨고, 후발주자도 그건 마찬가지입니다. 페미니스트가 정규직 노동자가 되는 건 대학에 자리잡는 거 뿐인데, 여성학은 꽃도피우지 못한 채 지고 있거든요. 물론 님이 말한 선점효과는 책에 국한된 것 같지만, 책에서나 실제 삶에서나 선점효과 같은 건 없어요. 과거 페미니즘 책들, 거의 안팔렸거든요. 강남역 사건 이후 상황이 좀 달라지긴 했지만요.

hellas 2018-06-04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째 쪽에 줄섭니다:)

마태우스 2018-06-04 20:05   좋아요 0 | URL
하하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어린왕자 2018-06-05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댓글 읽고 열이 확 올랐었는데, 교수님도 그러셨군요. 교수님의 페미니즘 책(여혐)을 몇 달째 아껴(?) 읽고 있는데, 참 잘 쓰셨어요! 남편에게 ˝며느라기, B급 며느리˝ 등 읽기 쉬운 책을 읽으라고 권해도 실실 웃기만 합니다. 왜 읽어야 할 사람들은 읽지 않는지! 저는 초등 교사인데, 학교에 좋은 연수나 행사를 하면, 안 와도 되는 모범 학부모들만 오는 현상과 비슷한 것 같아요^^

마태우스 2018-07-15 16:24   좋아요 0 | URL
답이 늦었습니다. 동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책은 많이 부족한 책이고요, 부군께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이거 권해 주십시오. 공감이 엄청 되는 책입니다. 그나저나, 읽어야 할 사람이 안읽는 현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도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