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도기 Trip Doggy - 털북숭이 친구 페퍼와 30일 유럽여행
권인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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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 도기

 

이 책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로드 무비.

시원한 풍광이 펼쳐지는 화면에 인상적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이 책의 저자인 권인영이 기르는 개, 페퍼다.

 

기르는이라는 말이 그 개의 격조를 떨어트리는 말이 될 것 같아 사용하기가 망설여질 정도다. 저자에게 개 페퍼는 해외여행에 동반자로 갈 정도의 친밀함을 가지고 있으니, 거의 한 가족이나 다름이 없다.

 

이 책의 제목은 트립 도기(Trip Doggy), 말 그대로 여행에 나선 개를 의미한다.

부제도 털복숭이 친구 페퍼와 30일 유럽여행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 권인영- 땡큐 스튜디오에서 동물 포트레이트 촬영 담당 이 그녀의 개 페퍼와 함께 30일 동안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기록한 여행기다.

 

동물 포트레이트를 촬영하는 일이 무언가 생각해 보니, 포트레이트라 함은 portrait를 말하는 것이고, 해서 동물의 신체 중 얼굴 부분만 찍어주는 직업도 있는가 보다 싶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는 개 페퍼의 얼굴 부분이 크로즈업 되어 찍은 사진이 많이 보인다.

 

개가 예쁘다. 얼굴이 예쁘다.

그런 표현이 가능한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개의 얼굴 부분이 밉지 않다. 예쁘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다. 그래서 가는 곳곳마다 서양인들이 페퍼를 보고 사진을 찍자고 모여들었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사진 찍기 위해 줄까지 설 정도였다 한다. (59)

 

그들이 여행한 경로는 프랑스의 파리에서 루브르 박물관(59), 에펠탑(66), 몽마르트르(69), 베르사이유 궁전(74), 몽셀미셸 (92)을 두루두루 다니면서 페퍼와 여행을 하고, 스위스로 간다.

스위스에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후에 인터라켄(132), 그린델발트(142), 쉴튼호른(159)를 다녔다.

이탈리아에서는 밀라노를 거쳐 피렌체(171), 그리고 로마(192), 포지타노(201), 다시 로마(216)로 돌아와 안지오(Anzio)(216)를 다녀온 뒤에 귀국길에 오른다.

 

이 책의 좋은 점을 몇 개 고르라 한다면, 먼저 저자의 글솜씨가 매력적이다. 글에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사실만 전달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저자의 감정, 느낌을 잘 담아 놓아놓았다. 마치 사진을 찍으면서 주변에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온전히 피사체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처럼, 깔끔하게 글을 쓰고 있다.

 

더하여 사진 한 장 한 장이 모두 작품이다. 사진에 찍힌 페퍼의 모습도 예쁘거니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경치가 모두 시원시원하게 사진 속에 들어 있다. 경치와 페퍼가 완전히 하나가 되어 사진이 아니라, 실물을 그대로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사진을 보는 사람은 마치 그 현장에 들어가 페퍼가 역동정으로 뛰어 노는, 행복에 겨운 장면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또하나, 동물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담아 놓았다. 이 책 한 권만 가지고도 동물을 비행기에 태우는 데 필요한 모든 행정 절차를 알 수 있도록 자세하게 소개해 놓았다. 더하여 비상상황이 생길 때는 어찌할 것인가? 개 페퍼가 로마에서 감기와 페렴 사이의 증상으로 고생을 했을 때(185), 어떻게 해야 하는가도 알 수 있다.

 

다시, 이 책은?

 

대체 저자는 개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갈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가끔 여행을 하기 위하여 공항에 가는 경우에 애완동물을 케이지에 넣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있긴 한데, 그게 그렇게 복잡한 경로를 거쳐 비행기에 탑승하는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일반 수화물처럼 얼마 정도의 수수료를 낸 다음에 화물칸에 싣고 가는 줄 알았다.

 

여기 기록에 의하면 동물을 데리고 여행한다는 것은 비용뿐만이 아니라, 여러 절차가 필요하기에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개과 함께 무려 30일동안이나 여행을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의 개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가끔 그들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면 문득 이런 질문이 생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내가 그들이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된다.> (238)

 

개의 행복을 생각하는 저자, 분명 저자도 행복할 것이다.

이 책은 그래서 저자의 행복한 시절을 기록한 행복,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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