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이 담긴 현장의 이야기>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기록이라는 문구에 처음에는 얼마나 딱딱하고 건조한 이야기들로 가득할까?하는 선입견을 가졌다. 법조계의 사람들이라고
하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영역의 사람들처럼 생각된다. 요즘 이런저런 일들로 헌법을 다시 들여다 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헌법에 관련된 책도
많이 나왔다. 그래서 그런 법조계 관련 기록들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완전히 예상을 빗나갔다.
법조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분명 보통사람보다 법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관여하는 일들은 모두 사람들과 관련된 일들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우리들의 이야기. 그래서 동떨어지고 거리감있게 느껴지기 보다는 좀더 가까운 단어로 좀더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 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16년차 부장검사인 안종오씨가 쓴 이번 책은 현장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사람냄새가 물씬 풍긴다.
뉴스에서 다뤄지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아닌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거 같아서 책을 읽으면서 수필을읽듯이 혹은 소설을 읽듯이 흥미진진하게
읽은 거 같다. 법무연수원에서 신임검사들을 가르치는 부장검사.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는가가 얼마나 중요할까? 사람의 이야기,법의 이야기,
자신의 직업에 무게감을 느끼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때로는 대인기피증을 겪기도 했다는 저자. 사람들은 저마다의 환경속에서 그 삶의 무게를
견디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생긴 많은 일은 글로 풀어내면서 스스로 사람들로부터 더욱 성숙함을 깨달을 수 있었던
작가의 태도에 감탄하게 된다.
내가 잘나서 공부를 잘 해서 사람을 판단하고 사건을 맡는게 아니다. 오히려 사건 하나하나에 사람의 목숨이 삶이 달려있다는 생각을 하면
자만감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검사들은 멊지 않을까? 수필처럼 쓰여진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결국 모든 것은 공부를 얼마나 많이 하고 머리가 좋은가?
학벌이 좋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얼마나 애정어리게 바라보는가? 사람의 존엄성을 인정하는가의 문제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16년차 부장검사의
글에 세상을 향한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있어서 그래서 더 뭉클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이 많았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