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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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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어떡해요. 저 잘못 들어온 것 같아요.”

“아이고, 그러네. (…) 내가 뒤에서 막아줄 테니까, 그때 오른쪽으로 차선 하나 옮겨요. 알겠지? (…) 지금이야, 지금!”

“고마워요, 선생님.”

“어이구, 인사할 정신은 있어? 전방 주시하세요. 계속 직진. 그렇지. (…)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

중년 여성으로부터 운전 연수를 받는 청년 여성의 이야기.
장류진 작가의 이 단편소설 ‘연수’를 몇 년 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읽고 크게 감탄한 적이 있다.
남성+큰 차+비싼 차가 큰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도로 자체가 바로 그냥 ‘이 세상’이구나- 늘 생각했는데
그 계급적인 전쟁터에서 내게 ‘뒤에서 막아’주고 “잘하고 있어!”라며 응원해주는 존재에 대해
이렇게 담백하고 유쾌하게 표현하네?
너무 재밌고 인상적인 소설을 만났다며 내 마음 속에 저장.

그리고 올해 초여름, 그 소설 ‘연수’를 표제작으로 넣은 작가의 소설집이 나왔다.
장류진 작가는 이미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첫 소설집을 통해
청년여성들의 일과 삶과 관계에 대해 (정말) 재밌는 이야기를 펼쳐낸 바 있는데,
이번 소설집 작품들도 웃다가 뭉클해지다 하며 재밌게 읽었다.
다양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죄다 공감되고 또 매력적이어서,
주변의 이삼십대 청년 여성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을 정도.

“소설 같은 거, 아무도 안 봐요. 어차피 우리밖에 안 봐요. 여기서 한발짝만 나가면, 아무도 소설 따위 관심 없다구요.”

이 소설집 끝에 실린 ‘미라와 라라’의 한 대목이다.
작가가 마치 세상을 향해 외치는 것 같기도 한,
소설 속 한 ’작가지망생‘의 외침에, 나는 작은 소리로 슬그머니 반기를 들어본다.

어어, 저 소설 봐요. 많이 봐요.
힘들거나 우울할 때 제 처방은 소설 읽기입니다.
인물들을 만나고 그 상황에 함께 들어가면서
많은 순간 힘을 얻고 답 비슷한 걸 찾게 돼요.
그러니 계속 써주세요.

- 소설책 초판 1쇄 가지는 걸 소소한 낙으로 삼고 있는 독자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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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아는 사람 - 유진목의 작은 여행
유진목 지음 / 난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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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다 끝나니까 면허를 따서 운전은 해보고 죽자. 이것이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죽으면 다 끝나니까 이 책은 쓰고 죽자. 매번 그런 식이었다. 죽으면 다 끝나니까 하노이에 가서 반 꾸온 꼬년과 분짜를 한 번 더 먹어보고 죽자. 이것이 내가 하노이에 가게 된 이유였다.”

산문집 <슬픔을 아는 사람>의 저자 유진목 시인은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의 보복성 고소로 무려 6년 동안이나 싸우게 된 사람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사건이지만(ㅂㄷㅂㄷ)
사람들이 모르더라도 ‘내가 알기 때문에’ 싸운 사람이다.
그리고 그 고된 싸움의 끝에 ‘혐의없음’ 처분을 받아내고,
하노이행 비행기를 탄다.

승소의 기쁨보다 살아내는 일의 고통을 더 깊게 느끼는,
슬픔과 고통과 분노와 무기력 사이의 어디쯤을 오가는 그의 여행기를 읽으며-
나는 5년 전 직장에서 겪었던 ‘나의 싸움’을 생각했다.
애써 잊고 싶었던, 내 삶에서 잘라내고 싶은 아픈 기억.
공공의 적이 되어 고립된 가운데,
그 와중에도 수많은 거짓말과 왜곡을 바로잡겠다고 고군분투했던 나였다.
기꺼이 곁에 서주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와 별개로 내 몸과 마음은 피폐해지고
그래서 언젠가부터 ‘싸우는 나’를 스스로 경멸하며
더이상 세상의 모순에 분노하지 않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얼마나 기도했던지.
‘이걸 꼭 내가 해야 하나? 왜 하필 내게 이 싸움이 주어졌나?’
저자의 괴로움은 곧 나의 괴로움과 겹쳐졌고,
그가 하노이를 통해 한 걸음 내딛는(이렇게 표현하는 게 폐가 안 된다면!)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위로를 받은 느낌이다.

저자는 한 달 상간으로 하노이를 세 번이나 방문하고는,
세 번째에서야 드디어 그곳의 아름다움을 눈에 들이고는 눈물을 흘린다.
거기엔 국물이 걸쭉한 쌀국수가 있고, 망고가 통째 썰려 들어간 아이스티가 있고, 무엇보다 같은 곳에서 늘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있지.
그러니, ‘죽지 않고 살아있기 위해’ 하노이로 계속 간 거 너무 잘하셨다.

“나는 내가 본 것을 다시 보기 위하여 하노이로 떠났다. 살면서 내가 잘한 일이 있다면 불행한 내가 본 것을 행복한 내가 다시 보기 위해 몸을 움직여 멀리 떠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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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의 노래 - 서지 않는 열차를 멈춰 세우며
홍은전 지음, 훗한나 그림, 비마이너 기획 / 오월의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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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들 만난 자리에서
“이 책 제발 모든 사람들이 다 읽게 해주세요.”하며
절실하게 추천한 적이 있다.
이 사회의 통념을 멈춰 세운 장애인운동가들의 삶을
홍은전이 인터뷰하고 기록한 책, <전사들의 노래>.

“책이 무거워서”라고 운을 떼고는
“아, 무겁다는 게 그 물리적인 무게 아니고…” 했다가
친구들로부터 ‘넌 대체 우리를 뭘로 보냐…’하는 핀잔을 들었던,
어쨌거나 ‘무거워서’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읽는 내내 나의 개인사와 연결되며 동시에
도끼가 머리를 치는 듯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생각의 샛길에 어찔할 정도여서,
그래서 읽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THE 홍은전 님의 책이기도 하니 이거 모든 사람이 다 읽었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이 책에 실린 다섯 명의 장애해방운동가들의 삶이 다 너무 멋진데,
나는 특히! 박김영희의 이야기에 오래 머물렀다.
‘여성’인 장애인으로서,
‘떠 있는데 아무도 모르는 낮달 같은’ 존재로서,
하지만
‘네가 필요해.’라는 말을 들으면 어디든 가게 된다는 그.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서 어떻게 연구를 하지?’라는 의문을 품는 그.
무서운 건 하나도 무섭지 않은데 사람들의 ‘우린 뭘 해야 해요?’ 하는 물음만은 너무 막막하고 무서웠다는 그

‘죽으면 입만 동동 뜰 거’라는 그의 친구들 말처럼
그의 흘러넘치는 이야기는 곧 그의 흘러넘치는 사랑이었다.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가며 세상에 젖어들고 분투하는 그의 이야기가 너무 멋져서
나는 책을 읽다가 종종 멈춰서 필사를 했다.
이를테면 이런 말들.

“(워싱턴 국제장애인여성리더십포럼에 참가했을 때) 몸의 차이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모습이 우리와 너무도 달랐죠. 아시아의 장애여성들은 얼마나 맞아죽는지 얘기하고 아프리카 장애여성들은 얼마나 굶어죽는지 얘기하는데 유럽 장애여성들은 레즈비언이 어쩌고저쩌고했어요. 한국은 우리가 얼마나 성폭력을 당하는지 이야기해야 하는데 제대로 조사된 것조차 없어서 오로지 경험에 기대야만 했어요. 그런데 레즈비언이라니, 완전 신세계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한국에 돌아가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장애가 있는 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장애여성의 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그리고 성소수자 운동과 함께 가기 같은 것들이요. 언젠가 연구소에서 독립해 우리만의 단체를 만들 때를 대비해서 온갖 자료들로 가방을 꽉꽉 채워서 돌아왔어요. 어휴, 휠체어가 무거워서 밀리지가 않을 정도였어요.”

또, 이런 말도.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기차가 터널 속으로 들어가니까 유리창에 내 얼굴이 비쳤어요. 스스로에게 물었죠. ‘나는 어떻게 살지?’ 터널이 끝나서 바깥이 밝아지면 내가 사라졌다가 터널로 들어가면 내가 나타났어요. 어두워야만 내가 보였죠. 인생에서 힘들 때기 찾아오면 터널을 지나던 그 순간을 생각해요. 힘들 때 나를 바라보면 내가 보인다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살아왔어요.”

이 이야기를 읽고 나는 바로 ‘장애여성공감’ 사이트에 접속했다.
전장연에 후원하고 있다고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정신이 번쩍 들어 ’장애여성공감‘에도 후원을 신청.

지금껏 살면서 가장 잘한 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살아있는 게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너무 멋져서, 나는 우선 이 책을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로 했다.

“요즘 뭐 읽어?” 하면 바로,
“어어, <전사들의 노래>. 홍은전 작가님이 장애인권활동가들을 인터뷰하고 기록한 책이야. 제발 읽어줘ㅠㅠ”

(아, 훗한나님의 삽화도 너무 좋다. 인터뷰이의 삶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 담백한 그림에, 또한 담백한 그림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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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의 일
김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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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작가에 대한 신뢰가 있다.
소설 <딸에 대하여>에서 보여준 그의 사려 깊은 시선 때문일 것이다.
그 작가의 다른 소설이 궁금했던 터에 <9번의 일>을 발견.
다만 읽기 전부터 의문이 하나 있었는데,
제목을 ‘아홉 번의 일’로 읽어야 하나 ‘구번의 일’로 읽어야 하나, 였다.
주인공의 ‘일’이 소설 내내 참혹하도고 집요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181쪽에 이르러서야 답이 나왔다.
구번. 78구역 현장에서 ‘구(9)번’이라 불린 한 사람의, 일...

통신회사 현장팀에서 수리, 설치, 보수 분야로 무려 26년을 일한 그는,
다 쓴 소모품을 치워내버리려는 듯 퇴사를 종용하는 회사의 농간에도
끝까지 사직서를 내지 않고 버티다 결국 밀리고 밀려
시골마을의 송전탑 현장까지 흘러든다.(아... 밀양!ㅠㅠ)
78구역 1조 9번.
그곳에서 그가 받은 이름이다.

회사가 아무리 그에게 모멸감을 주어도 9번은 애써 견딘다.
‘26년간 회사와 자신을 이어주던 게 겨우 얄팍한 월급통장 하나뿐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을 경멸하며,
자신의 전문성과는 1도 상관없는 일들을 묵묵히 해낸다.
그에게 대체 일이란 ‘월급통장’ 말고 더 무엇이었을까?

<필경사 바틀비>의 그 ‘바틀비’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에 대해 시종일관
“하지 않음을 선택하겠다.”고 했건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회사가 무슨 일을 주더라도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끝에서 내가 본 것은
노동자가 회사의 요구를 다 따를 경우 어떤 상황까지 갈 수 있는가...
하는 씁쓸함과 공포의 실체였다.

무례함과 모멸감 속에서 점차 자신의 모습을 잃어가는 9번을 보며
우리의 일, 나의 일을 생각한다.
노동을 하면 할수록 사람은 왜 더 상처받고 움츠러드는가?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이 노동을 멸시할 때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
내 일은, 나의 몸과 마음을 다치게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나는, 일하는 동안 내가 더 인간다워진다고 생각하는가?

소설 속에서 ‘9번’은 여러 차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다.
지금 그만 둘 것인가, 조금 더 버텨볼 것인가.
다양하지도, 썩 매력적이지도 않은 선택지.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만약 9번이었다면,
과연 어떤 순간에 소설 속 9번과 다른 선택을 내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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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만난 교육, 교육을 만난 인권
조영선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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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웃 학교의 수석교사가 우리 학교 교사들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우리에게 무언가 질문을 던졌고,
당연히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않았고...
그때 그가 갑자기 교사 명렬을 꺼내더니 한 교사를 지명했다.
술렁술렁. 뭐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명된 교사가 앉은 채 자신의 생각을 주섬주섬 꺼내 말했는데,
그 다음 벌어진 일.
강사가 그 교사에게 말했다.
“일어서서 말해주세요. 발표는 서서 하는 겁니다.”
다시 술렁술렁 하는 와중에 교사들 몇몇의 입에서 동시에 나온 말.
“헐... 우리가 애들(학생)도 아니고...”
그 강사의 말과 태도도 충격이었지만,
이후 교사들의 입에서 무심코 나온 그 말에 현타가 와서 나는 정신을 못차리고 계속 띠용...
아...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해도 된다는 건가.
(그냥 “저는 앉아서 말할게요.”라고 하지...)
수능 감독 당일에도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
감독관의 휴대전화를 걷는다고 하면 으레 나오는 말-
“우리가 애들(학생)도 아니고...”
정말,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학생인권에 대해 외치다 상처받은 교사들에게 너무도 반가운 책이 나왔다.
내게는 이 책이 그랬다.
학생인권, 할 때마다 나오는 고구마 같은 말들,
이를 테면-
학생인권 때문에 교권이 떨어진다,

그럼 교사의 권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학생들이 책임과 의무를 먼저 다하고 권리를 주장해야지, 운운.

게다가 경남학생인권조례 사태, 학생생활규정 개정을 겪으며 받았던 빈정거림 섞인 공격들.

그에 제대로 응대하지 못해 느꼈던 자괴감까지.

든든하게도 이 책은 학생인권에 대한 오해와 무지와 우려에 대해 명쾌하게 말해준다.
학생인권이 보장되는 공간에서 교사의 인권도 살아난다고,

인간의 자격이 있어야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권리를 보장받을 때 인간다움을 지켜낼 수 있는 거라고,
학생과 교사가 ‘인간적으로 동등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때 교사도 학생들에게 인간적 존중을 요구할 수 있다고.
아... 정말이지 내게는 이런 책이 필요했다.

하여, 옳고 옳은 많은 문장 가운데 특별히-
“인권을 존중하는 교육은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교육’이다.”라는 멋진 문장에 밑줄 쫙쫙 치고,
그동안 위축되었던 내 마음을 꺼내 탈탈 털어서 쨍한 햇볕에 내어 말리고 있다.

학생과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고자 하는 교사들이 읽으면 마치 언어를 찾은 듯 큰 힘이 날 것이고,

학생인권이 옳은 건 알겠는데 뭔가 찝찝해, 하는 교사들이 읽으면 흐릿했던 것들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일종의 훌륭한 교육학 도서와도 같아서
주변에 교사를 준비하는 분이 있거나 (교사 권력이 상대적으로 덜 묻은) 초년 교사들이 있다면
따뜻한 마음으로 권할 만하다.

 

혹시 학교 내에서 동료교사들과 학생인권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이 책으로 동료들에게 손을 내밀어 보기를 권한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더 혼란스러워지거나 생각이 다른 지점이 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고민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다같이 성큼, 한걸음 내딛는 것 아니겠는가.


이 시대의 교사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이 물음을, 외면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학생을 바꾸려고 하는 만큼 세상과 교육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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