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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ristmas Pig (Hardcover) - J.K. 롤링 청소년 소설『크리스마스 피그』원서
J. K. Rowling / Scholastic Inc.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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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애지중지하던 애착인형이 하나씩은 있으실 겁니다. 아니면, 저마다 과거의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적 있는 소중한 물건들이 있으실 것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잭과 함께해 온 봉제인형 돼지 Dur Pig에 대한 잭과 그가 느끼는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Jack은 어린 시절 장난감 Dur Pig를 좋아합니다. DP는 좋든 나쁘든 항상 그를 위해 있었습니다.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가 될 때까지 끔찍한 일이 발생합니다. DP가 망가집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는 기적과 실패의 밤, 모든 것이 살아날 수 있는 밤입니다. 심지어 장난감까지도 말이죠. 그리고 Jack의 최신 장난감인 크리스마스 피그(DP의 대체품)는 대담한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잭은 Dur Pig를 구하기 위한 대모험을 떠납니다. 그들은 함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잃어버린 땅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가 어두운 운명에서 Dur Pig를 구하고 그를 살아있는 땅으로 되돌려 보낼 것입니다. Jack과 The Christmas Pig가 사물을 만나고 다른 마을을 방문하는 것은 거의 책 전체에서 일어나는 이 마법 같은 여행에서입니다. 이 마을의 모든 주민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서 잃어버린 물질적이고 추상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Land of the Lost에는 질서를 유지하고 그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인간인 Jack을 쫓는 일련의 사물인 Loss Adjustors가 있기 때문에 여정은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소유물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또한 어린이들에게 희망, 우정, 희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어른들에게는 가족, 우정, 삶에서 잃어버리고 잃어버린 것(희망, 야망, 행복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이야기를 통한 Jack의 여정은 모험을 통해 자신과 타인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그의 장난감과의 관계는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이야기꾼 중 한 사람인 J.K롤링의 첫 번째 어린이 소설이라는 명성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한 한 아이의 사랑, 그리고 그것을 찾기 위해 얼마나 멀리 갈 것인지에 대한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매우 상상력이 풍부하고 아름답게 쓰여 있으며 때로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돼지는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서구 세계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애완동물이자 매우 인기 있는 귀여운 장난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제목이 다소 낯설 수 있지만, 해외의 어린 아이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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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센티 더 가까워지는 선물보다 좋은 말
노구치 사토시 지음, 최화연 옮김 / 밀리언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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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좋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대화를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대화는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행위가 아니라 말속에 담긴 마음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고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이 책에서 그 해답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책은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상대방을 중심으로 하는 대화법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p37 누구나 자기를 생각해주고 소중히 대해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 마련입니다. 그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대화법입니다

상대방을 중심으로 한 대화를 하면 좋은 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p25

1.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당신에게 호감을 느끼고 꼭 다시 만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2. 이야기의 폭이 넓어지면서 대화가 부드럽게 흘러갑니다

한 파트당 5~6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이야기당 2~3 페이지로 나누어져있습니다. 간단하게 대화의 실전팁이 사례와 함께 구성되어 있어 실제 적용해볼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중심이라고 해서 나를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대화를 해야 어색하지 않고, 끊기지 않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상대 중심의 대화가 되어야 대화가 되고 오래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편안해지는 대화의 기술

1. 처음 만났을 때는 아주 개인적이거나 심오한 질문으로 대화의 문을 연다면 어색할 수 있습니다. 일단 가벼운 얘기로 서서히 키워가는 것이 좋습니다

p69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사물’이나 ‘장소’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초면에는 우선 자기 이야기를 짧게 넣는 것도 필요합니다

2. 오감을 자극하는 표현을 사용한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검사는 종종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증거와 논리로 피의자를 극한까지 몰아붙여 범죄 사실을 입증하는 게 기본 업무이기 문입니다. 소통은 단지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시간을 많이 들였다고 되는 게 아니라 마음의 합치를 이뤄야 합니다. 오감을 총동원해야 비로소 대화가 완성됩니다.

p82

대화를 흥미롭게 이끌어가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생생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오감을 자극하는 표현으로 말합니다

3. 바로 앞에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진다

p90

당신의 마음에 상대방을 넣어주세요

바로 앞에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마음을 전달하는 대화법

소통 전문가들이 친밀한 관계 형성에 관한 조언을 할 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당신과 배우자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대화를 나눌 때 먼저 상대가 좋아하는, 관심을 보이는 화제를 찾는 게 좋습니다. 가령 상대가 좋아하는 일에 주의를 기울인다든지 상대가 배우고 있는 것을 함께 배운다든지 하는 것이죠. 그러면 함께 이야기할 주제가 많아집니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 적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나오지만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습니다.

1. 마음에 초점 맞추기

p108 상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기억하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이 정도로 사로잡을 수 있고, 또 반대로 이만큼 낙담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2. 노력을 알아준다

p148 상대방의 노력에 주목하고 그 노력을 화제로 삼는 센스를 갖춘다면 당신의 매력 지수는 한층 올라갈 것입니다

3. 사회의 변화로 인한 소식을 묻는다

p154 사건사고소식을 접했을 때 혹시 가까운 사람과 관련 있지는 않을까 잠시 생각해보는 습관을 들이면 사람들은 당신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분명 즐거울 겁니다

4. 바로 앞에있는 사람에게 집중하기

p222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대화법의 기본은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내 마음에 담아두고 상대방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 것입니다

5. 칭찬하기

p232 "OO씨에게 칭찬받을 때가 제일 기분 좋습니다“

“이렇게 기분 좋은 말을 드는 건 처음입니다”


마셜 로젠버그는 좋은 말하기를 ‘기린의 대화’라고 했습니다. 기린은 육지에 사는 동물 중 가장 큰 심장과 긴 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큰 심장으로 상대를 품고, 긴 목으로 주변을 살피며 공감하는 것이 곧 기린의 대화입니다. 기린의 태도를 취하면 상대방에게 듣기 힘든 말을 들었을 때 자신의 느낌과 욕구에 초점을 맞춰 내면의 평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말을 할 때는 상대방의 느낌과 욕구를 쉽게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책은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잘 설명되어져 있습니다. ​외국번역서적 특유의 전문용어도 없고 학문서적 같은 딱딱하고 단조로운 문체도 아니라 단숨에 독파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해도 쏙쏙 아주 잘 됩니다. 결국 문제는 실천이겠죠

저자의 약력은 잡담, 스피치, 설득의 기술을 가르치고 있고, 유튜브 채널에서 정기적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등 많은 활동과 화려한 경력을 보여줍니다. 책 내용 중간중간 자신이 경험한 내용들 참 많이 나오는데 그 내공이 보통은 아닌 듯 느껴집니다.

다른 사람과 친해지는게 어렵거나 피곤한 사람들, 대화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 점점 가족이나 같은 조직내 사람들에게서 멀어져 간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 한번 일독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 사용하는 대화방법이 얼마나 ‘나 중심의 대화’였던가를 깨닫고 반성하게 되었고, 상대방중심대화에서 그 사람의 기분과 감정을 파악하고 그것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인정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소통방법이라는 것을 가슴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기표현이며, 현대의 경영이나 관리는 커뮤니케이션에 의해서 좌우된다”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만큼 의사소통 능력이 개인과 조직의 발전에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신의 소통 방식에 주의를 하거나 돌아보는 것을 어색하고 귀찮은 일로 여깁니다.

진정한 소통이란 나의 모습이 상대에게 어떻게 비추어져 있는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상대에게 얼마나 잘 전달되었는지,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사고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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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7 - 5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7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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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의 삶이나 최씨네의 이야기의 비중보다 역사와 민중에 가까워진 삶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격변이 역사 속에 흔들리는 민중과 지식인, 독립 운동가 등 많은 인간 군상들의 삶이 나타납니다. 우리 나라 역사 중 가장 격동기이면서, 가장 암흑기인 때를 거치기 때문에 등장 인물들이 그 역사에, 그 암흑기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듯합니다.

여러 학자들의 자료를 살펴보다보면 ‘토지’의 주제와 사상 및 작품의 형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한과 민족과 생명사상’이라는 주제를 식민지 자본주의의 전개과정 속에서 형상화한 작품으로 이해하는 비평가도 있습니다. 단지 자연 상태의 대지나 소유개념이 불분명한 땅에 얽힌 생존의 문제만이 아니라, 근대적 의미의 소유개념이 당대를 사는 사람들의 삶과 의식과 제도를 어떻게 변화시켜갔는지에 대한 작가의 정치경제적 상상력을 총괄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줄거리>

환국은 연학의 남강 여관 앞에서 이순철을 만나 함께 조우를 기뻐한다. 고등문관 시험에 세 번이나 떨어진 순철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사업을 물려 받아 경영하고 있다. 순철은 아버지가 강도 사건을 가족들에게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 가정부에 대한 협조인지 연극인지 혼란이 온다며 술잔을 비우고, 환국는 순철에게 광대가 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며 멀지 않은 날을 믿고 살자 한다. 집에는 홍성숙과 배설자가 찾아와 있다. 서희는 횡설수설하는 홍성숙을 동정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배설자는 위험 인물로 치부한다. 홍성숙은 가져온 양현의 혼담을 꺼내지만 서희는 정혼한 데가 있다며 거절한다. 서희의 태도에 우롱 당한 느낌이 들던 성숙은 소림의 집에 찾아 가 술을 마신다. 아침 일찍 소림의 어머니 홍씨가 찾아와 성숙을 데려가고 배설자는 쫓겨나다시피 여관에 든다. 배설자느 허정윤에게 전화를 걸어 거절하는 정윤에게 무작정 만날 약속을 하고, 정윤은 그런 배설자가 뱀 같이 음험하고 끈적하다는 생각을 한다. 연학은 여관에서 일하고 있던 귀남이 신장염을 앓자 평사리로 데려간다. 온 김에 최 참판댁을 둘러 본 연학은 집을 손 볼 준비를 한다. 연학은 한복을 찾아가 관수의 죽음을 알리고, 한복은 이제 만주 갈 길이 없겠다며 흐느껴 운다. 이튿날 일찍 도솔암을 찾아 간 연학은 밤이 늦어서야 길상, 강쇠 해도사, 길 노인의 아들 막동이와 해도사 산막에 모여 앉는다. 서로 일치점이라곤 없을 것 같은 이들이 모인 이유는 이제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진 만큼 그동안 바탕이 돼준 토지를 처분할 문제 때문이다. 결국 최 참판댁 땅이니 최 참판댁에 되돌려보내고 땅값을 받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 된다. 연학은 얼마전에 신경에서 관수의 짐과 돈이 와서 찾아놓았다는 말을 한다. 집을 판 돈과 홍이 부쳐온 돈에다 길상이 영광의 학비로 생각한 금액을 합친 돈은 액수가 상당하였다. 연학과 길상은 서로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다. 나머지 세 사나이는 주막으로 내려 간다.

1941년 정초의 신경, 홍의 집에 조선에서 온 형사 두 명이 들이닥쳐 집안을 뒤져 보연의 장롱에서 금붙이를 발견하고 홍이 부부를 잡아갔다. 놀란 상의는 천일에게 연락하고 천일은 연강루 진씨에게 가서 사정을 듣는다. 전시하의 조선에서는 금을 당국의 고시 가격에 팔아야만 했고, 개인은 금을 소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금은 비밀리에 유통되었고 만주나 중국본토로 유출되기도 했는데 밀수였다. 보연은 지난 해 정양하기 위해 조선으로 나왔을 때 친구에게 적지 않은 금을 사서 보유하고 있었는데 홍은 모르고 있었고, 친구가 붙잡혀 그 불똥이 튄 것이다. 천일은 상의 외가에 전보를 치고는 아이들을 다둑거리며 진을 빼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김두수가 찾아와 침을 삼겼고, 연강루 진씨를 통해 연락을 받은 송장환이 찾아왔다. 상의 외삼촌 삼화가 조선에서 와서 아이들을 데려가고 임이는 혼자 남아 자신의 처지를 근심한다.

운회약국에 우연히 들른 찬하는 그곳에 있는 인실을 보고 분노를 느낀다. 인실은 차분하게 신경에 있는 오가다를 만나겠다고 말한다. 찬하는 인실의 아이가 열한 살이 되었으며 자신이 기르고 있음을 오가다에게 이야기하라고 말하고 그것이 오가다에 대한 마지막 예의라고 설득한다. 인실은 수앵의 백부 심운구의 팔십 회 생일 잔치가 벌어지는 호텔 연회장에서 윤광오를 따로 불러 놓고 말을 못하고 격렬하게 흐느껴 운다. 윤광오 부부는 망연자실, 이럴 사람이 아닌 인실의 울음 앞에 어쩔 바를 몰라 인실을 부축해 호텔을 나선다. 평소의 인실은 감정의 동요를 내보인 적이 없었다. 집에 돌아 온 인실은 담담한 어조로 자신과 오가다의 일을 털어놓고난 후 이틀을 앓는다. 마침내 오가다는 인실을 찾아왔다. 광오는 약국으로 찾아 온 오가다가 인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아 들떤 모습일 줄 알았는데 오가다는 그저 서글픈 웃음을 보여 그가 깊은 절망에 빠져있음을 느낀다. 윤광오의 집 거실에서 만난 인실과 오가다는 별 말이 없다. 다음 날 오후 송화강 강가에서 오가다를 만난 인실은 십일 년 전에 동경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한다. 오가다는 벌떡 일어나 인실의 뺨을 때리고 자신의 자식을 버릴 권리가 인실에게 없음을 외친다. 인실은 오가다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일본이 망하면 다시 만나자고 한다. 오가다는 찬하에게 무서운 사람들이라며 고개를 흔들고 찬하는 자신은 아들을 잃었고 당신은 아들을 얻었으니 위로주와 축하주를 함께 마시자고 권한다.

오가다는 찬하와 함께 인성을 찾아간다. 인성은 세월이 흘러 늙기도 했지만 많이 야위어있었다. 오가다가 찬하와 함께 찾아오자 의외로 여긴다. 인실이 만주에서 건강하게 신념대로 잘 살고 있다는 소식에 인성은 찻잔을 들었다 놓으며 "그러면 됐네" 한 마디 뿐이다. 인성의 분위기가 의기소침해 있어 두 사람은 산장으로 간다. 산장에는 제문식과 선우신이 오기로 되어 있다 .용하가 자살한 뒤 방직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제문식을 찬하는 옛날과 같이 형 대하듯 했고 신뢰했다. 선우신은 제문식의 공장에 직원으로 있었다. 제문식은 유인성 이가의 불운을 이야기한다. 하나 있는 아들이 마산 결핵요양소에서 요양 중인데 인성의 석씨 부인은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차츰 잦은 외출과 낭비벽에 집안이 황폐해져가고 있다. 석씨는 병이 옮을까봐 일절 아들 면회도 가지 않았다. 인성은 이런 석씨를 증오하고 아들을 가여워해서 장차 있을 사상범 예방구금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가다는 그 밤을 꼬박 새우며 자신의 처지와 인실과의 아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찬하화 함께 일본으로 가면서 관부연락선 갑판 위에서 이야기를 한다. 여태까지 다정한 부모와 누나와 행복하게 살고 있던 아이를, 그 아이의 행복을 파괴할 권리가 자신에겐 없다며 찬하가 원하면 성장하기까지 그대로 두는 게 어떠냐고, 전쟁이 끝나고 그때까지 살아있다면 돌려달라고 한다. 찬하는 오가다와 인실의 처지를 슬퍼하면서도 아들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한다. 두 사람이 함께 찬하의 집에 가니 정원에 있던 노리코가 놀라며 반긴다. 이이들도 오랜만에 보는 아빠와 아저씨에게 안기며 어리광을 부린다. 오가다는 새삼스레 이제 자신의 아들인 쇼지를 바라보며 찬하 부부에게 감사하고 잘 자라 준 자신의 핏줄에 콧끝이 시큰해진다. 찬하의 배려로 이튿날 쇼지와 단 둘이서 하비야 공원으로 간 오가다. 인실이 죠지를 가졌을 때 하비야 공원에서 찬하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쇼지는 비둘기에게 먹을 것을 주며 즐거워 하고 오가다는 그런 쇼지를 보며 눈물을 참는다.

영광은 영선네의 분노에 찬 편지를 받고 통영에 내려가려고 서울역에 나왔다. 홍이가 신경서 붙잡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영선네는 사위 휘를 재촉하여 동분서주, 홍을 위해 애를 쓸려고 노력했고, 두 번 편지에도 내려 오지 않는 영광에게도 비장하게 홍이가 어떤 사람이냐며 내려오지 않는다면 다시 볼 생각을 말라며 엄포를 놓은 것이다. 영광은 모친의 편지에 기분이 상하지 않았고 어쨌거나 아비를 생각해서라도 내려갈 생각을 한 것이다. 역 대합실에서 영광은 뜻밖에도 양현을 보나 외면하고 혼자 커피를 시켜 마시는데 양현이 다가 온다. 양현은 영광이 서울에 온 후 환국을 찾아 집에 오고하면서 조금은 친해진 상태다. 영광과 양현이 함께 기차를 타고, 양현은 영광에게 스스럼 없이 대하며 자기 일신상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영광은 무뚝뚝하게 대하지만 양현이 자신에게는 운명적인 여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빠진다. 이들은 삼랑진에서 갈라지고 영광은 부산에서 하룻밤을 묵고 통영으로 간다. 영광이 부두에서 출구로 막 나오는 순간 영선과 휘가 기다리다 영광을 부른다. 영선은 코를 벌름거리며 영광을 자랑스러워하고 휘도 스스럽게 영광을 대한다. 휘의 집 부엌에는 음식 솜씨가 좋은 숙이가 벌써 와서 영광에게 차려 줄 밥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영광은 이들에게 귀빈인 것이다. 휘의 집에서 홍이와 영광, 영호까지 네 사람은 술잔을 나눈다. 생각해보면 이리저리 얽힌 인연들의 자손이 이들이다. 홍이는 그동안 심리적 중압감이 심했던 모양으로 쉽게 취했다. 사업가 이홍, 악극단의 섹스폰 주자 이영광, 어업조합 서기 김영호, 목공업을 하는 김휘 이들은 흉금을 털어 놓고 가슴 안에 쌓인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홍이는 장이의 이야기까지 스스럼 없이 꺼내다가 어느새 오열하고 있다. 놀란 세 사람에게 홍은 만주에 가기 싫어서 운다면 머리를 떨군다. 영광은 홍의 울음에서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만주에 다시 가는 홍을 이젠 보지 못할 예감에 젖는다.

홍이는 평사리에 가서 연학을 만난다. 마침 동네에서 봉기 노인이 세상을 떠나 문상 갔다 오는 길이라 했다. 홍이는 성환 할머니를 찾아가서 석이가 만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말을 꺼내고 성환 할머니는 몹시 운다. 석이가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사실이 그저 고맙고 행복해서다. 산으로 올라온 홍이는 할아버지 아버지 강청댁에게 절하며 화장한 임이네에 대한 연민의 정을 느낀다. 한복의 집에 간 홍이를 본 일동네가 독설을 퍼붓는다. 홍이가 오 서방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서 오 서방이 과실치사로 몇 년 복역하다 나온 일에 원한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일동넨는 못 살고 온 인호를 일동에게 달라고 온 것인데 한복이 내외가 거절하자 그 주제에 감히 하는 심정으로 매일 영호네를 들볶고 있다. 한복 내외도 인호를 일동이에게 여윌 마음은 추호도 없다. 만에 하나 그렇게 될 경우 한복네의 살림을 뿌리째 들어먹으려고 나올 일은 불을 보듯 환하기 때문이다. 한복과 홍은 같이 봉기 노인의 문상을 간다. 동네 사람들은 홍을 반갑게 맞이하고 홍의 부친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나 절대 임이네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는 없다. 이튿날 홍이가 성환네 집을 찾아가서 피곤하다며 자리를 펴고 눕자 성환 할머니와 천일네, 야무 어매는 신명을 내며 정성을 다해 홍이에게 줄 음식을 만든다. 한복을 불러 홍이와 함께 겸상을 들이고 난 후 세 늙은이는 젊었을 때처럼 양재기에다 밥을 푸고 남은 반찬을 챙겨 숟가락을 들며 행복해 한다. 한 순간이나마 젊은 그때가 되돌아온 기분을 느껴서다.

<밑줄긋기>

6장 파괴란 새 질서를 세우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휴머니즘을 결여한 새 질서란 허구이며 허구에서 시작되는 파괴란, 남 뿐만 아니라 자신도 무너지고 마는 결과를 초래하지

2편 2장 조선인,일본인 모두...세상에 태어난 그 자체부터, 세상을 이끄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 바로 그 역리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3장 지배자는 지배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며 지배당하는 자는 재산목록이 되고 박제품이 되어 훼손되기 때문에 불행하다. 결국 상호가 다 불행한 것이다

4장 새로움이란 낯섦이며 여행은 빈 들판에 홀로 남은 겨울새같이 외로운 것, 어쩌면 새로움은 또 하나의 자기 폐쇄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른다

5장 힘을 모은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조선인 손상으로 끝나는가 그것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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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6 - 5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6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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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무대는 4부에서 보았던 만주, 서울, 진주, 평사리, 일본 등으로 서로 연결되지 않은 채 무작정 확대되는 현상을 보이는데, 이러한 분산은 5부에서도 계속됩니다.

누구에게나 일제 말기의 상황은 암담하고 절망적으로 다가옵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남는 길은 만주로 망명하거나, 적극적으로 친일을 하거나, 아니면 폐인처럼 그날그날 견디거나 하는 것뿐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참담하고 허무한 느낌은 모든 등장인물에 공통된 정서이며, 언제 올지 알 수 없이 아득한 일제의 종말을 고대하는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줄거리>

홍이는 좀 예민해져있다. 물자가 부족해 운영하던 정비공장을 정리해야하고 무엇보다 자신이 죽으면 염해달라던 주갑의 소식을 몰라 애가 탄다. 4년전 송영광이 만주에 왔을 때 송관수와 화해시켜 주지 못한 것도 하나의 짐으로 남아있다. 관수는 점점 자신의 할일이 없어진 것에 예민해 하지만 실상은 아들 영광이 보고 싶어 술이 과해지고 식구들에게 주정을 한다. 관수가 목단강으로 간 후 영광이 악극단을 따라 신경으로 오자 홍이는 "이번에는 꼭"이란 심정으로 영광을 만난다. 영광은 순순히 아버지를 만나겠다고 하며 마치 어리광을 부리듯 홍이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술이 깬 후엔 후회를 한다. 신경의 공연을 마치고 길림에서 공연을 하는데 마천일이 영광을 찾아온다. 유행하는 호열자로 송관수가 죽었다는 기별을 갖고.

선혜는 오랜 만에 명희가 원장으로 있는 유치원으로 찾아 가 안부를 물으며 한담을 나눈다. 조용하가 죽고 그 유산 문제로 또 한 번 시끄러울 때 조찬하는 단호히 형의 유산을 거부하며 명희에게 적잖은 유산이 돌아가게 해주었다. 명희는 조용하가 죽은 후 5년 만에 통영의 구석진 곳에서 나와 서울로 돌아왔다. 명희가 선혜와 더불어 시국 이야기를 나누며 곧 권 선생과 강원도 산골로 들어가야하는 선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무용가 배설자가 들어온다. 선혜는 배설자의 교활함을 잘 알고 있던 터라 명희에게 교분을 짓지말라 충고한다. 배설자는 선혜와 한바탕 입씨름을 한 후 돌아간다. 선혜가 돌아간 후 명희는 양현과 함께 혜숙의 양장점에 들른다. 환국의 집 근처에서 양장점을 운영하는 혜숙을 양현과 다른 식구들은 환국의 친구 미망인으로 알고 있다. 영광은 혜숙에게는 죽은 사람과 다름 없으니 틀린 말이 아니랄 수도 있겠다. 재영(환국의 아들)의 첫돌이라 환국의 집에는 손님들이 여럿 와 있다. 환국은 황태수의 막내딸인 덕희와 혼인했다. 덕희는 막내딸답게 사랑을 독점하려는 욕심이 있다. 그래서 피도 섞이지 않은 양현에게 식구들의 사랑이 쏠리는 것을 못참아 한다. 여의전에 다니고 있는 양현을 서희는 두 아들 못지 않게, 아니 아들들보다 더 사랑하였으며 그런 시어머니의 사랑을 시샘한다. 사랑방에는 길상과 황태수, 서의돈, 임명빈이 술상을 마주하고 앉았으나 분위기는 침울하다. 시국은 나날이 어두워지고 일본의 침몰에 조선 민족이 얼마나 희생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길상은 관수의 죽음으로 더욱 침울해져 있으며 자신이 지리산 골짜기도 만주 벌판도 아닌 서울의 넓은 집에 앉아 있는 처지가 뼈아픈 것이다.

관수의 유해를 안고 진주로 들어선 영광과 영선네를 이제는 시내 남강여관의 주인이 된 장연학이 맞이한다. 연학은 관수의 유해 앞에 향을 사르고 뜨겁게 운다. 진주에서 도솔암으로 간 영광 모자는 다시 강쇠네 집으로 간다. 그곳에서 비로소 강쇠 내외와 영선네는 사돈으로 대면하며 인사를 나누고 연락을 받은 영선과 김휘도 달려와 눈물을 흘린다. 다음 날 유해는 도솔암을 떠나 강가로 가고 도솔암의 주지가 된 소지감이 독경을 하는 가운데 영광과 휘는 나룻배에 앉아 유골을 강물에 뿌린다. 휘는 침묵으로 그 자리를 지켰으며 영광은 뱃바닥을 두들기며 통곡했다. 도솔암으로 돌아 온 일행에게 영광은 부친이 홍이에게 쓴 유서를 꺼내 보이고 강쇠는 길상에게도 보이라며 다시 영광에게 돌려준다. 영선네는 당분간 도솔암에 머물기로 하고 영광은 환국에게 가기 위해 강을 따라 걷는다. 영광이 바위에 앉아 시름에 젖어 있는데 양현이 조용히 나타나 미처 영광을 보지 못한 채 쓸쓸히 가져 온 꽃다발을 강물에 던지고 소리 없이 운다. 뜻밖의 상황에 영광이 숨을 죽이고 있는데 얼굴을 오랫동안 씻은 양현이 돌아서서 영광을 보더니 급히 스쳐 지난다. 영광은 마치 환상을 본 것처럼 어리둥절해 있다가 환국의 집으로 들어서는데 그곳에 양현이 윤국과 함께 있어 당황한다. 환국은 영광을 반갑게 맞이하고 둘은 다음 날 등산하러 간다며 산으로 간다. 윤국과 양현은 이 부사댁으로 간다. 그동안 이 부사댁의 요청으로 양현은 호적을 옮겨 최양현에서 이양현이 되었는데 양현을 끔찍이 사랑하는 서희의 행동으로는 뜻밖이라 환구과 윤국은 의아해했다. 이 부사댁에는 둘째 아들 민우가 방학이라 돌아와 있었고, 윤국을 보자마자 함께 나가자하여 나갔고, 박씨 부인은 양현을 따뜻이 맞이한다

통영에는 영선과 숙이가 이웃하고 살았는데 서로 사이가 좋았다. 그러나 영호는 휘를 얕잡아봤고, 그래서 그런지 남자들은 그저 인사나 나눌 정도였다. 어느 날 한복이 다니러 왔다가 영선을 알아보고 영호도 영선이 송관수의 딸이란 걸 알고는 한결 다정하게 군다. 조병수에게 소목일을 배운 휘는 병수가 부친 조준구의 시중을 들면서 독립시켜 준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다. 조준구는 쇠전 한 푼까지 다 털어먹은 뒤 병수에게 몸을 의지했는데 일 년동안 호의호식, 보약이다 뭐다 챙겨 먹으며 아들 살림을 뿌리째 뽑으려 들었고, 병수에게는 불구를 조롱하며 잔인하게 굴었다. 그후 조준구는 중풍으로 쓰러져 하반신이 마비되었는데 한층 잔혹해지고 광란스러워 별의별 요구가 많아 조병수는 하루도 편한 날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휘는 이런 스승이 안쓰러워 찾아가서는 산에나 좀 다녀오시라든가, 경주를 함께 다녀오자며 위로하지만 병수는 부친의 병 때문에 움직일 수 없다고 거절하고 있다. 한편 몽치는 그동안 산에서 내려와 배를 탔는데 어쩌다 통영에 내리면 누이 숙이한테는 인사만 할 뿐 산에서 함께 자란 휘의 집에서 묵곤하여 숙의 애를 태운다. 몽치는 어렴풋이 영호가 처음 자신을 봤을 때 괄시하던 기억을 잊지 못한 것이다. 해도사가 왔다는 전갈을 받고 몽치는 휘의 집에 간다. 해도사가 한복이 권하더라며 혼인말을 꺼내자 몽치는 선주가 되기 전까지는 장가를 들지 않겠다고 잘라 말한다. 조병수 집에서 술상을 받던 해도사와 소지감은 조준구의 고함 소리에 놀란다. 해도사는 조준구의 행패를 듣고는 겁을 좀 주어서 집안을 조용하게 해주려고 조준구에게 자신을 도사라 칭하고 몇 마디 나눈다. 그러다보니 조준구가 미워지기보다는 떠날 길을 생각하지 않는 -구제받지 못하는 자에 대한- 측은함과 슬픔이 밀려들어 조용히 방을 나온다. 숙이는 배 타러 나가는 몽치를 붙들어 옷 한 벌을 갈아입혀준다. 그동안 자신이 돌봐주지 못했던 세월이 서럽고 원망스러웠는데 옷 한 벌이나마 새로 입혀주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흡족하다. 몽치는 몽치대로 얼른 돈을 벌어 어장애비가 되면 누나가 기펴고 살겠지라고 생각하며 주먹을 쥔다.

진주에서 하동으로 가기 위해 자동차를 탄 서희는 안자로부터 박효영 의사가 자살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서희가 눈물까지 흘리자 안자도 놀라고, 서희는 평사리로 가는 대신 이 부사댁으로 간다. 박씨 부인은 늘 그렇듯이 의연하게 서희를 맞이하고 양현의 혼사에 관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다. 이 부사댁을 나온 서희는 자동차를 보내고 나룻배를 타고 평사리로 간다. 서희가 마을 길로 들어섰을 때 성환 할머니가 늙은 몸을 일으켜 서희를 부르는데 우 서방의 둘째 아들 개동이가 서희와 성환 할머니 사이로 자전거를 몰아 성환 할머니를 쓰러뜨린다. 그러고는 적반하장으로 성환 할머니를 몰아세운다. 동생을 지원병으로 보내고 면 서기가 된 개동은 서희가 어쩌랴하는 심정으로 시비를 거는데 서희는 개동에게 군수에게 따지겠다하고 개동은 군수라는 말에 허둥지둥 서희와 성환 할머니에게 사죄하고 물러난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은 시원하다며 한바탕 떠들다 흩어진다. 넘어진 성환 할머니는 건이 아범이 업어서 집에 눕히고 약을 보낸다. 성환 할머니는 을례가 데려간 남희 때문에 눈물 짓고 남편이 바람이 나서 집 나간 지가 십 년이 다 돼가는 귀남네는 풀이 죽어있다. 다음 날 아침 도솔암에 도착한 서희는 길상이 그린 관음탱화 앞에서 예배를 하고 절에 머물고 있는 영선네의 인사를 받는다. 서희는 길상과 마주 앉아 양현을 윤국과 맺어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운을 떼고, 길상은 두 애들이 선택할 문제라며 한숨 쉰다. 그날밤 서희는 법당에서 잠이 들고 길상은 해도사의 산막에서 술을 마시다 그곳에서 잔다. 이튿날 서희는 길상과 숲으로 산책을 나가 박효영 의사가 죽은 이야기를 하며 어린 아이같이 운다. 울고 나서는 무안하여 그랬던지 평사리로 돌아가겠다고 하고 서희가 돌아간 다음날 환국이 절문을 들어선다. 길상은 화가인 환국에게 관음탱화 보여주기가 쑥스러워 해도사의 산막으로 피하고, 환국은 천천히 관음상을 응시하다 전신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느낀다. 법당문을 나선 환국을 본 소지감은 아버지가 퍽 외로웠던 것 같다는 말로 자신이 관음사을 본 감상을 대신한다.

<밑줄긋기>

1장 절대적 침묵이 냉혹한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절대적 사실에는 누구든 길들여지게 마련이다

2장 세월이 무섭다. 늙는 것보다 사람이 변하는 게 무서워

4장 야차 겉은 어매 아배에서 태어난 사람도 부처같이 어진 경우가 있더마요. 하물며 착한 부모밑의 나쁜 자식은 아마 없을 기요

5장 다만 인간만은, 조선땅에 태어난 사람들만은 날로 찌들어가고 있었다. 아니 조선땅뿐이랴. 조선 사람 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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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5 - 4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5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이 중국과 러시아를 모두 집어 삼킬 기세로 대륙을 향한 침략 활동을 계속하던 1930년대가 시대적 배경입니다. 아직 '중일전쟁'(1937-1940)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일본은 중국이 공산당에 의해 통일되어 가는 과정을 초조해 하며 만주를 차지하기 위한 '중일전쟁'을 벼르고 있고, 조선민중은 차라리 큰 전쟁이 터져 일본이 패망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격변의 시기를 살아 내야 했던 사람들, 그들이 힘겨운 시대를 극복했고 변화를 추구한 덕에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많은 것들이 개선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제 5권이 남았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내심 기대됩니다.

<줄거리>

안 서방네 순이는 휘가 혼자 있는 틈을 타 원망을 하며 눈물을 흘린다. 영선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사람이 드문 산속에서 봄쯤에 둘의 혼사가 이루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안 서방댁도 짝쇠네서 혼수 이불을 꾸미며 놓친 혼사가 아까워 눈물 짓지만 그렇다고 강쇠 식구들에게 서운하다 할수는 없는 처지다. 휘의 어미는 영선이 흡족하면서도 별안간의 혼사라 아무 것도 갖추지 못하게 되어 안타깝다.

관수는 딸의 혼사가 치러진 후 강쇠와 소지감, 해도사와 함께 술상을 받지만 기분은 울적하다. 그런 관수를 보는 강쇠는 패주고 싶은 심정이고 그것은 오랜 동지에 관수에 대한 애정이다. 신랑 신부가 신방에 들었을 때 밖에서는 순이가 사라진 소동이 벌어져 영선은 불안하다. 이튿날 관수는 소리도 없이 떠나고 사라졌던 순이는 싱겁게 숯가마 안에서 발견된다. 순이네는 남사스럽다고 순이를 쥐어박지만 휘나 영선에게는 지난 밤의 소동이 상처로 남는다.

관수는 최씨 가문의 사당, 사방이 검은 휘장으로 둘러싸인 어두운 곳에서 길상과 마주한다. 이들은 일의 전모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관수는 어렵게 영광의 사진을 내놓으며 환국을 통해 찾아봐 달라고 당부한다. 삼월 삼짇날 두만이 집과 이순철의 집에 가정부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들이닥쳐 돈을 챙겨갔다. 이튿날 진주 시내는 발칵 뒤집어진다. 두만은 혹여 가정부와 내통한다는 의심을 받을까봐 돈을 찾아준다면 경찰서에 기부하겠다고 말한다. 이순철의 부친은 찾아온 인물과 정반대의 인상착의를 말해 일경을 속인다.

이평 노인이 타계하자 많은 조문객들이 찾아온다. 조문객의 주류는 두만이를 봐서 온 시장 상인들과 주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고 영팔 노인 내외와 선이의 시댁에서도 적잖은 부조금과 어물들을 가지고 시어른이 다녀갔다. 서울댁은 머리를 풀고 울다 주위 사람들의 냉대에 일찌감치 진주로 돌아가 버리고 막딸은 감싸주던 시부가 돌아가시자 아득하기만 하다. 장례가 끝나고 두만과 앉은 영만은 형에게 천년만년 일제의 식민지로 살아 갈 민족이 아니니 알아서 처신하라고 은근히 벼루던 말을 한다.

찬하는 인실이 보낸 편지를 받고 그 내용이 하도 절박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으로 약속한 장소로 나간다. 인실은 오가다의 아이를 가진 상태였고, 찬하는 두 사람을 남겨두고 도망치듯 나온 통영에서의 일 때문에 자책감을 느낀다. 인실은 오가다와 연락하기를 거부하고 다만 아이를 낳은 후 자신은 떠나야하니까 아이가 있을 만한 곳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한다. 공산주의자인 인실이 오가다에게 자신을 준 것은 오가다를 사랑한 것이고, 아이를 버리는 행위는 자신의 행동이 반민족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찬하는 혹 인실이 자신의 몸을 스스로 해칠까봐 두려운 마음으로 일주일에 한 번식 인실을 찾아가면서도 아이에 대해서는 곤혹스러워한다. 찬하가 다녀간 날, 인실은 동경시내 백화점을 돌아다니다 한 우동 집에서 환국을 만난다. 환국은 임신한 인실의 모습에 놀라고, 인실은 모른 척 차갑게 나간다.

환국은 인실의 모습을 본 뒤 아무리 생각해도 정리가 되지 않아 잠을 설친다. 늘 반듯한 환국이 늦잠을 자자 주인 내외가 놀린다. 환국은 다니던 법대를 그만두고 미술공부를 하고 있다. 길상이 서희에게 권해서 환국은 수월하게 진로를 바꿀 수 있었다. 환국은 계속 영광을 찾고 있었으나 찾지 못하다가 영광의 친구인 김수봉을 만난다. 김수봉은 영광이 위급한 것을 알린다. 혜숙과 동거하던 영광이 깡패들에게 당해 병원에 입원 중인 걸 안 환국은 일을 수습한다.

인호가 시집을 가자 영호네의 일이 부쩍 늘었다. 지난 늦봄, 중매장이의 말만 믿고 통영으로 시집 보냈는데 시누이의 시집살이가 혹독하여 달아난 여자 대신 일을 시키기 위해 인호를 데려갔다는 소문이 들린다. 영호네의 마음이 편치 않지만 처지가 처지인만큼 영호네는 입을 다물고 그나마 일부종사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밭을 매고 있는 영호네 곁으로 천일 모친이 다가와 야무 어매를 한 번 찾아가 보라고 권하다. 영호의 혼사 때문이다. 영호네는 옷을 갈아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야무네 집으로 간다. 야무가 아파서 누워 있는 집안은 조용하다. 야무 어매는 영산댁이 말하더라며 숙이를 며느리 삼을 것을 권하고, 영호네의 얼굴이 환해진다.

선우일 형제가 유인성을 찾아와 세 사람은 우이동 골짜기로 물맞이를 간다. 어쩔 수없이 인실의 안부가 오가고 인성은 당혹해한다. 인실은 오빠 인성에게 죽은 누이 장례 비용으로 생각하고 돈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인성은 얼마 간의 돈을 인실에게 주었고, 인실은 떠난 것이다. 인성이 돈을 마련해 준 것은 인실을 믿은 것이지만 인실이 오가다의 아이를 가진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세 사람은 시원한 골짜기에서 모처럼 술잔을 기울이며 만보산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것은 일본이 면밀하게 짜낸 각본에 조선일보가 놀아난 것이라며 어이없어 한다. 만보산 사건은 일본이 관동대지진의 수습을 조선인 학살로 화살을 돌린 것 같이 간도에서의 중국인과 조선인의 작은 투쟁을 일본인이 조선일보에 허위정보를 흘렸고, 이 기사를 보고 분개한 사람들이 국내에 있던 중국인을 학살한 사건이다. 이것은 9월에 일어날 만주사변의 태동이 된다.

송관수는 중국인들이 본국으로 철수하던 무렵 만주로 떠났다. 해도사는 소지감에게 살던 산막일체와 몽치까지 맡기고 피아골로 떠난다. 김휘는 산월을 앞둔 영선을 두고 통영의 조병수에게 소목일을 배우러 갔다. 일진이 없는 도솔암을 향해 가던 지연은 설움에 길가에서 한바탕 통곡을 한다.

조용하는 산장 목욕탕에서 면도를 하다말고 목을 찔러 자살한다. 그의 충실한 벗이 처음 발견하고, 신문은 이 사실을 보도한다. 조용하는 죽기 전 유인실에게 간절히 위로 받기를 원했으나 인실은 이미 일본으로 떠난 뒤였고 조용하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찬하의 집으로 오가다가 방문한다. 조선에 다녀온 후 오가다는 인실의 행방을 찾지 못해 병이 났다. 그리고 찬하가 자신에게 병문안을 오지 않는 것은 인실 때문에 자신에게 화가 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실은 아이를 낳은 후 사라졌고, 오가다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 오가다가 취해 돌아간 후 찬하는 부인 노리코에게 인실의 아이를 데려다 키우겠다고 말한다. 이런 때 조용하의 죽음을 알리는 전보가 도착한다.

윤국과 양현은 낚시를 하러 나가는 길에 새댁인 숙이와 부딪힌다. 윤국은 잘 살라는 인사를 하고 걸음을 옮기는데 묘한 배신감과 아픔을 함께 느낀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영호는 숙이를 닥달하고 집에 와서는 손찌검까지 한다. 영호네는 영호가 숙이에게 살갑게하지 않는 것이 불안하다. 이튿날 아침에 느닷없이 영산댁이 영호네로 들어와 모두 놀라는데 더구나 몽치를 데리고 와서 숙이를 찾는다. 숙이를 시집보내고 암자로 간 영산댁은 도솔암에서 우연히 몽치를 만나 데리고 오는 길이다. 숙이는 몽치를 붙잡고 울고, 영호네는 허둥대며 점심상을 차려 영산댁을 대접한다. 몽치는 영호의 동생 광호에게 주먹질을 해 코피를 터트려놓고 태연자약, 영호에게 괄시말라는 듯 째려본다.

길상은 환국, 윤국과 양현을 데리고 이 부사댁으로 간다. 이 부사댁 억쇠는 길상을 보자 반가우면서도 어떻게 대해야할 지 몰라 허둥댄다. 시우 어머니는 길상의 방문을 받고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응대하고, 떠난 이상현에 대한 원망을 속으로 한다. 김 훈장의 유해는 양자 한경에 의해 평사리로 옮겨왔지만 이동진의 유해는 아직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시우 어머니는 동행한 양현이가 자신의 아들 민우와 쌍둥이 같이 닮은 것에 강한 의혹을 느끼며 길상이 양현을 데려 온 까닭을 생각한다.

홍이가 용정에 식구들을 이끌고 오자마자 공 노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세상을 버렸다. 홍이는 공 노인의 유산으로 목재상을 차려 돈을 벌었고, 지금은 자동차 수리 공장을 하고 있다. 진주에서 화물차를 몰던 천일도 홍이가 불러서 함께 일을 한다. 홍의 서비스 공장으로 김두수가 나타나 동업을 제의한다. 김두수도 이미 기운 빠진 늑대 같이 흐물해졌다. 동업은 거절한다는 홍의 말에 김두수는 군에서 나온 폐차를 불입해주고 할당금을 받자 하고 홍이는 두고 생각해 보겠다고 미룬다. 홍이는 저녁에 송관수를 찾아가고, 관수는 영광이 섹스폰을 불며 악단을 따라다닌다고 몸져 누웠는데 김두수 이야기를 드자 기운을 차린다.

옥이는 두 딸 연우와 난우를 재촉해 동성반점으로 간다. 그곳에서 송장환은 두 딸과 같이 청요리를 먹고 옥이는 남몰래 두매를 만난다. 두매는 두 딸의 모습을 숨어서 보았다며 용정은 위험하니 연추로 거처를 옮기라 말하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옥이 가족과 헤어진 송장환은 형 영환을 찾아 가 함께 술잔을 나눈다. 형수가 집을 나가고, 새로 염씨가 들어아 형 시중을 드는데 영환은 가난해진 형에게서 비로소 육친의 정을 느낀다.

하얼빈의 중심가 허공로에서 윤회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윤광오와 수앵 부부는 고급 레스토랑 흑룡에서 인실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인실은 동경에서 바로 용정으로 와서 몇 달을 셋방에서 지내다가 송장환을 찾았고 거기서 동경대지진 때 보살펴 준 윤광오를 만나 심재용의 집에서 한동안 머물렀던 것이다. 수앵이 인실을 반갑게 맞이하여 식사를 하고 카바레를 가고 하는 동안 윤광오 집 객실에서는 송장환 등 몇몇 사람들이 모여 오랫동안 밀담을 나눈다. 그 자리에 정석이 있고 일흔이 된 권필응도 꼿꼿하게 앉아 있다.

임이는 봉천에서 송애와 함께 지내다가 작년 봄, 홍이에게 얻어온 돈이 바닥날 즈음 김두수의 권유로 다시 홍이 집을 찾는다. 형상이 흉흉한 임이가 집안에 들어서자 홍의 세 아이들과 보연은 놀란다. 임이는 보연의 성깔이 보통이 아님을 알고는 집에서 일이나 하고 있게 해달라고 홍이를 붙잡고 사정을 하고 홍이는 이 궁리 저 궁리를 해본다.

오가다는 신경의 토목회사에 취직해 있으면서 일본인들의 모임에 나가지만 그곳의 퇴폐적 분위기에 구토할 듯 하다. 그는 남경학살의 현장을 보고 일본인들이 천벌을 받을 민족이라고 생각한다.장고봉(조선, 소련, 만주의 국경이 마주치는 두만강 하류)에 소련군이 진격해 온 사건이 발생한 후 오가다는 여행을 결심하고 회사에 휴직계를 낸다. 머지않아 세상이 온통 전화에 뒤덮이고, 이번에 떠나지 않으면 다시는 떠날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여행을 결심한 것이다. 일본은 내리막길을 달리는 마차처럼 세계전으로 확대한 전쟁을 멈출 수 없었고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결국은 부서질 마차이고 보면 이것을 짐작하고 있는 지식인들의 회의감은 쾌락을 찾고 분주히 어딘가에 몰두 할 곳을 찾아 기웃거리게 되는 것이 지금 신경에 있는 일본인들의 상황이다.

오가다는 하얼빈에서 얼핏 떠나는 마차의 손님이 인실임을 깨닫고 급히 다른 마차를 타고 달려가나 놓치고 만다. 혼자 여행 중인 그는 자신이, 일본인이 싫어져 거리에 침을 뱉는다.

<밑줄긋기>

4장 대중이란 끝없이 인내하면서 변화에 대하여 성급하고 가슴에 맺혀 있으면서도 쉬이 체념하며 망각한다

5장 인간이 죽는 건 하나의 진실이다. 그 진실 때문에 인간은 죽음의 공포에 쫓기며 간다. 하면은 그것을 극복하는 것밖에 인간은 달리 길이 없는 것이다

8장 문화란 하루 이틀에 되는 것도 하루아침에 버려지는 것도 아닌 게야. 독립이란 국토와 문화를 되찾고 지키는 것, 국토가 육신이라면 문화는 영혼인게야

9장 침략이 없었으면 독립운동도 없다. 남이 없으면 나도 없다

10장 인간이란 묘한 거야. 참말 묘하고도 신비스러워

13장 강국도 극복되어야 한다. 약소국의 참상을 씻기 위하여, 국가와 국가가 평등하기 위하여

5편

2장 누가 내일을 알 수 있으리. 수풀에 앉은 새 같은 내 민족의 앞날을 그 누가 알겠는가

3장 어쨌거나 살아남은 이들, 이들 역시 그렇다. 어찌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인가

5장 인류가 가끔 미치는 것 그게 전쟁이며 학살 아니겠습니까

7장 산다는 것은 위대해. 아무리 평범하게 살아도 삶 자체는 대단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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