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무려 14년만에 봤다. 14년전엔 군대를 막 제대하고 대학에 복학한 상태였는데 당시 수강한 교양과목 교수님이 한 학기동안 10여권의 책을 읽게하였고, 이 책은 그 중 하나였다. 어릴 적 중학교 선생님께서는 어릴 적 본 책과 나이가 들어서 본 책은 새롭고 다르다는 아주 당연한 말씀을 절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나이의 나에게 하셨던 기억이 있다. 이젠 그 말씀을 제법 이해할만큼 세월을 느껴서인지 책은 새롭게 다가왔다. 어쩌면 14년 전을 기억하지 못해서 일수도 있다. 과제로 읽은 책이 다 그렇지 않던가.  실제로 책을 다시 다 보고나서야 새로운 표지의 거북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되었으니 말이다.

 조금 더 나이가 든 나에게 이 책은 자본주의 비판서로 다가왔다. 책이 바로 시간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생산이 중요하고 우주 만물이 그러하듯 자본주의 사회 역시 시간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즉, 뭔가를 만들어내는데 시간이 반드시 소요되므로 동일 시간 내에 최대한의 생산을 하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생산성이라 부르며 매우 중시한다.

 그렇다 보니 자본은 항상 사람을 시간적으로 짜내며 그걸 효율성이라던가 생산성이 높다며 포장한다. 시계란걸 만들어내어 시간을 쪼개어 통제하고, 매우 장기간의 노동을 시키며 정해진 시간안에 누가 가장 문제를 잘 푸는가로 어려서부터 사람을 재단한다. 그리고 몇년전 시간이 자본주의의 핵심임을 잘 파악한 영화도 하나 있었다. 바로 인타임이다.

 

 

 출처-위아래 사진 둘모두 네이버 카페

 

인타임은 썩 잘만든 영화 같진 않았지만 굉장히 기발한 소재의 영화였다. 상당히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 영화를 인상적으로 평가하였는데 아무래도 자본의 핵심인 시간을 찔렀기 때문인 듯하다. 현재 자본은 직접 빼앗는 것이 불가능한 노동자들의 시간을 비교적 간접적 착취 방식인 노동과 돈으로 환산하여 착취한다. 노동과 돈을 만드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타임의 세계는 다르다. 여기선 과학기술의 발달로 직접 시간을 주고 받는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화폐는 사라지고 자본가들은 직접 노동자들에게 착취한 시간으로 영겁의 시간을 누리게되며, 노동자는 착취당한 시간으로 직접적인 생명의 위기를 느끼게 된다. 영화는 더 나아가서 시간마져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노동자들을 더욱 곤경으로 몰아넣는다. 어제까지 1잔에 5분이던 커피가 다음날엔 7분이 되고 마는 것이다.

  다시 소설 모모로 돌아간다. 모모는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다. 신비한 소녀로 부모도 없고 고향도 없으며 소녀자신조차 그걸 모른다. 한 허름한 도시의 상징처럼 더욱 허름한 원형극장에 소녀 모모는 자리잡는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모모를 이상하게 여겼지만 점차 소녀에 빠져든다. 소녀는 이상한 매력이 있었는데 보고 있으면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한 본심을 말하게 만드는 것과 오랜 시간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모모를 돕는다. 미장이나 집을 고쳐주고, 음식가게 사장은 먹을 것을 주었다. 그리고 모모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아이들도 모모를 좋아한다.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모모와 함께 있으면 손쉽게 환상의 세계로 빠져 즐거운 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회색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마을 어른들을 하나씩 꼬드기기 시작한다. 마치 소크라테스라도 되는냥 마을 사람들 하나하나의 허름한 인생을 꼬집고, 성공하지 못한 인생을 꼬집고, 친구들과 떠들고 이야기 하고 노느라 허비한 시간을 지적한다. 이에 자극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을 짜내기 시작하고 생산성을 높여나가기 시작한다.

 마을의 생산성은 급격히 높아져 1년만에 그럴싸한 현대적 도시로 변모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서로를 보지 않고 이야기도 하지 않으며 진정한 자신을 잃어간다. 그리고 모모도 더이상 찾지 않게 된다. 모모는 그런 마을 사람들을 다시 찾으려고 노력하고 회색신사들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이 짜낸 시간을 착취해 살아가는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즉, 자본인 것이다.  

 이 부분이 영화 인타임과 소설 모모가 닿아있는 지점이다. 때문에 소설 모모와 영화 인타임은 자본주의 비판서가 된다. 요즘 교육 현장에선 온책읽기를 하고 사후활동을 하는 교육활동이 국어교육과정에 정식으로 도입될 정도로 활성화 되고 있다. 때문에 모모같은 책을 읽고 작가와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활동이 될거란 생각이었는데 책 모모가 출간된 것이 이미 1970년이고 작가 미하일 엔데는 고인이 된지 오래였다. 안타까운 일이다. 모모에서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남기고 페이퍼를 마친다.

 

p151

우리는 시간을 갈망하지. 아 너희들은 그게 뭔지 몰라. 너희들의 시간을 말이야.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어. 그래서 뼛속까지 너희들의 진을 빨아들이는 거야.

 

p153

아이들은 우리들의 천적이에요. 아이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벌써 오래전에 전 인류를 수중에 넣을 수 있었을 겁니다. 아이들에게는 그 어떤 사람보다 시간을 아끼게 하기가 힘들어요.

 

p240

죽은 것으로 목숨을 이어가기 때문이지. 너도 알다시피 그들은 인간의 인생을 먹고 살아간다. 허나 진짜 주인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시간은 죽은 시간이 되는게야. 모든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시간을 갖고 있거든 시간은 진찌 주인의 시간일때만 살아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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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8-03-17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타임을 한번 봐야겠네요

닷슈 2018-03-17 00:32   좋아요 0 | URL
재미만으로도 볼만한 영화입니다 의미도 있구요

cyrus 2018-03-17 0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마저 자본가가 통제하는 세상. 정말 암울합니다. 이런 상황이 영화 속 얘기는 아닌 것 같아요. 직원이 일찍 퇴근하지 못하도록 윗선이 무언의 압박을 주는 것도 시간 통제입니다.. ㅠㅠ

닷슈 2018-03-17 17:23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입니다

희망찬샘 2018-03-18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예쁘게 옷을 입은 책이 나왔네요. 하날 사야하나? 산 기념으로 또 읽어주어야 하나? 하는 갈등을 하게 되네요. ^^ 또 읽으면 또 다른 이야길 해 주겠지요?

닷슈 2018-03-18 09:47   좋아요 0 | URL
네 그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