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 리스타트 에디션 - 『수짱의 연애』x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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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마스다 미리 작품을 처음 봤다. 만화라 금방 읽을 수 있었지만 다시 한번 보고 싶고, 생각과 고민도 하게되는 작품이었다. 이번 리스타트 에디션에는 츠치다와 수짱 두 명의 고민을 묶어 담았다. 내용도 츠치다의 이야기에서 수짱으로 거의 바로 이어진다. 반대로 봐도 상관은 없을 듯 하다.

 츠치다는 33세의 일본 남자로 서점에서 일한다. 동경에 살고 있는데 서점에서 일한지는 어느덧 7년째다. 대학을 나왔다면 그 이후로 서점에만 쭉 있었던 셈이다. 6년째 솔로상태인데 책을 좋아하지만 많이 읽지는 않은 듯 하고, 결혼에 대한 욕구는 제법 있어보이지만 적극성은 다소 부족한 그런 상태다.

 책을 좋아하는 건 정작 큰아버지인데, 츠치다의 백부님은 병에 걸려 죽는다. 이 큰아버지 보통사람이 아닌게 자신이 죽을 고비임에도 설령 힘이 다해 읽지는 못할 지언정 책이 놓여있으며 조카들에게도 항사 생일선물로 책을 주었다. 거기에 문병오는 사람들에게 비통함을 보고 싶지 않아서인지 농담에 대접도 오히려 잘한다. 보기 좋은 삶이다.

 하여튼 츠치다는 큰아버지가 죽고나서 연애전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츠치다는 삶을 공허하게 느끼고 있었는데 어느서 매일 일하고, 원룸에 혼자 돌아와 밥을 먹고 다음날 나가는 삶이 쳇바귀 같아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연애도 시작하고, 서점일도 더욱 적극적으로 한다. 그런다고 월급이 느는것도 아니고 일만 많아진다는 동료의 핀잔에도 말이다. 연애가 좀 문제였긴 한데 정작 미팅에서 맘에 드는 사람은 이미 짝이 있었고, 수짱이란 썸녀가 있음에도 아요이를 만나기 사작했기 때문이다.

 수짱은 츠치다보다 나이면에서 더 심각하다. 어느덧 37. 일본이 만나이를 씀을 감안하면 전세계의 유일한 한국의 세는 나이로는 이미 38-39일터다. 그야말로 내일 모레 마흔인데 남의 일같지가 않은게 아니라 남의 일같다. 어쩌면 41인 다른 솔로 친구가 있어서일지도.

 수짱은 카페점장을 했었고, 거기서 가까운 서점에서 일하는 츠치다가 자주 밥을 먹으로와 살짝 썸을 탔다. 하지만 거기까지. 서로 소심한지라 용기를 내지 못한다. 츠치다는 카페를 그만두고 어린이집에서 조리사로 일한다. 요리만드는걸 좋아하고 여러 아이를 대하며 살아간다.

 여자로서 한해한해 나이를 먹어가며 아이가 없는 삶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지만 아이들을 보며 여러 인생이 있고, 나의 인생도 그 여러 인생중 하나란걸 생각하기 시작한다. 인생의 답은 없고, 불안도 어찌보면 정말 나에게서 기인한것이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짱은 불안해하고 츠치다를 좋아하면 결혼하고 싶어한다. 집에서의 마지막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가족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라는 수짱의 생각은 그래서 나온건지도 모른다. 츠치다와 수짱은 츠치다가 이미 애인이 있음에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츠치다는 수짱은 좋아하는게 분명해보인다. 아요이는 어떻게 될까나.

 고령화와 결혼에 대한 사회적 압박의 저하, 개인의 자유등이 강조되며 결혼은 선택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직은 결혼하고 가족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지라  사람들은 결혼과 가족, 아이가 없는 삶을 두려워하고 걱정한다. 수짱과 츠치다도 그렇다. 인구구조가 우리보다 한발 빠른 일본에선 그게 더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비슷한 사정이라 수짱과 츠치다의 고민에 공감하는 한국인이 많을 듯 하다. 역설적이게도 가족을 가진 자도 고민한다. 자신의 사라진 시간과 자유를 걱정하며 육아로 인해 자신이 쌓아올린게 무의미하고 허물어질까 고민한다.

 그래서 결혼한이와 결혼하지 않은 이들은 서로를 부러워하면서도 저렇게 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러워한다. 재밌는 일이다. 아직은 통념상 그리고 숫자상 결혼이 우위인 사회지만 3-40년후 그 수가 역전되면 어떠할까. 결혼을 더욱 희소하고 부러워하게 될까, 아니면 매우 어리석은 선택으로 여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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