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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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한국예능에 새로운 형태는 아니지만 섭외 인물을 전례없이 각 분야 전문가들로 하면서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잡았던 프로 알쓸신잡. 짧게 시즌 1-2를 끝냈지만 그 때 유현준이란 사람을 처음 알게되었고, 그의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봤었다. 매일 공간을 향유하고 그로인해 오만 감정을 느끼면서도 문외한이었는데 그 책 덕문에 조금이나마 건축에 관심이 생겼더랬다. 그리고 그의 신작이 거의 일년만에 나왔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가 좀더 그의 건축에 대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집대성한것 같았다면, 이번 신작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이 더 뭍어나는 책이었다. 그래서 읽기는 좀 더 쉽고 감정이입도 더 되지만 깊이는 약간 부족한 느낌이다. 하지만 재밌는 책임은 틀림없다.

 이번 책은 도시야말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의 에드워드 글레이져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도시로 사람이 모여들고, 생각의 교류가 자연스레 많아지면서 혁신적이 사고와 발명이 폭발적으로 많아 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사람이 많아지면 네트워크가 생겨 혁신이 일어나는 것인데 우리의 수도 서울은 사람만 많지 건축과 공간이 사람을 서로 단절시키는 형태라고 비판한다.

 처음으로 지적하는 곳은 한국의 공립학교다. 저자는 한국의 공립학교는 사실상 교도소와 구조가 같다고 말한다. 수용과 감시가 주 목적이라는 것. 교실은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이며 천정이 낮고, 운동장을 비롯한 바깥 공간과의 접근성이 나쁘다. 문제는 저층건물일수록 사람들간의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천장이 높을 수록 창의성이 발현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저층형 건물로 학교를 구성하는 '스머프 마을'형 학교를 제시한다. 그런 학교에선 학생들이 학년이나 반이 바뀌어 건물이 바뀔때마다 매번 다른 풍경과 앞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또한 저층이라 다른 학년 반과 인적교류도 많아지고, 건물을 저층이라 천정도 높다. 저자는 이런 학교를 제시했는데 교육청 시설 관계자들은 이런 저런 안전상의 우려와 규제를 들어 허락을 하지 않더란다. 관성과 자기 편함에 젖은 사람이 너무 많아 도무지 혁신이 안되는 나라다. 오히려 유현준의 생각을 교육감이 반겼단다.

 다음으로 말하는 곳은 기업의 사옥이다. 기업의 본사 사옥은 그 기업의 이미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 외형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고층으로 사옥을 올리곤 하는데 고층사옥은 무거운 건물을 잔뜩 올린다는 점에서 그리고 크고 높다는 점에서 외부사람으로 하여금 그 기업의 강한 힘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느낌이 들며 내부 공간이 층으로 단절되어 각 부서간 의사소통이 어렵게 된다.

 고층사옥말고 밥상머리 사옥이란것도 있다. 고층건물은 필연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위한 코어가 필요한데 이 핵심 코어부분을 비워놓는 것이다. 즉, 가운데가 뚫린 건물이 된다. 그러면 건물 각 층마다 서로를 바라 볼수 있는 공간이 생겨나 좀더 유대감이 형성되어 고층사옥의 단점을 보완하게 된다. 하지만 단점이라면 보다 감시당하는 느낌도 생길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수평형사옥이다. 수평형 사옥은 고층사옥과 다르게 저층이면서 수평으로 넓은 사옥이다. 미국에서 생겨난 것인데 미국 동부의 맨하탄은 단단한 암반이고 섬이기에 토지가 부족해 고층사옥이 발달했지만 실리콘 벨리의 캘리포니아는 사막이라 땅은 많고 반면 지진이 잦아 낮고 넓은 건물이 적합했다. 이래서 생겨난 것이 수평형사옥인 것이다. 이 사옥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 회사원들의 창의성과 수평적 관계에서 생겨나는 혁신적 사고를 중시하는 기업에 적합하다. 그래서 애플은 도넛 모양의 수평형 사옥을 만들어 서로가 연결되고 도넛의 가운데에는 거대한 공원을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이 수평형 사옥도 단점은 있다. 외부인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어렵고 저밀도 지역에 주로 위치하다보니 주변 도시조직의 이용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가 입는 옷이나 액세서리도 공간과 관련한다. 미국의 힙합가수들은 유독 후드티를 많이 입는데 저자는 이 점도 공간과 관련하여 설명한다. 후드티를 입는 힙합가수들은 대개 빈민 출신인 경우가 많은데 가난으로 그들 자신만의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후드티를 입으면 주변이 가려져 자신만의 공간이 생겨난 기분이 들게 되는 것.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커다란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주변의 소리를 차단하는 것도 공공장소를 자신만의 사적 공간으로 바꾸는 행위이며 마이클 잭슨의 장갑역시 이러한 의미로 보아야한다는것이다. 재밌는 해석이었다.

 우리 청소년 같은 경우도 공간 부족에 허덕인다. 그들은 학교에서 감시당하고, 집에서도 물론이며 집과 공조한 학원에서도 감시 받는다. 그래서 그들이 향하는 곳은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맛있는 간식거리도 풍부하고 그런 핑계로 질책없이 충분히 갈수 있는 곳이며 점원과 cctv의 존재로 안전이 확보된 곳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청소년의 용돈으로 이용이 충분히 가능할 만큼 저렴하기도 하다. 공적으로 이용할 만한 공간이 절대부족한 한국에서는 사람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함에 따라 돈으로 공간을 구매하는데 편의점이나 노래방- 커피숍이나 모텔-자동차 등의 순으로 공간의 확보가 진행되간다.

 마지막으로 재밌었던 부분은 공공성과 개방성, 접근성에 대한 업급이었다. 저자는 3차선의 법칙을 말한다. 저자가 책에서 주창하는 것인데 자동차 도로 차선이 3차선이하일 경우까지 사람들이 인도를 활용하여 걸어다는 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을 위해 차로를 줄일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강남의 경우 주거지인 아파트는 물론이고 각종 상업시설들이 지나치게 부유층만을 위한 폐쇄적인 형태임을 지적한다. 강남의 발전과 공공성을 위해 보다 개방적인 구조를 요구한다. 서울 시내의 공원과 도서관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공원의 경우 갯수는 부족하지 않은 편인데 접근성이 낮다는게 문제다. 뉴욕의 경우처럼 지하철 역과 공원 지하철역과 공원들 간의 거리고 매번 걸어서 갈만한 거리인 1.5km 정도를 유지하며 연결하는 것을 주장한다. 또한 각 공원들도 들어가는 입구가 몇개 없을 정도로 접근성이 낮고 폐쇄적인데 거의 모든 부분으로 마을에서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제안한다. 또한 도서관의 경우 우리는 대형도서관의 주류인데 그것보다는 소형도서관을 각 마을 중심마다 접근성이 높게 배치하여 활용도를 높이고 각 도서관마다 다양한 색깔을 입히는 것을 제안한다. 무척 좋은 생각이다. 한강 다리중 보행교를 제시한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그러고보니 한강엔 보행자교가 없다. 한강이 매우 기니 중간중간 경험할만한 이벤트를 제공하는 장소의 필요성도 빼먹지 않는다. 저자의 건축 경험과 다양한 제안이 재밌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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