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 우리 미래를 가치 있게 만드는 83가지 질문, 2018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피터 싱어 지음, 박세연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실천윤리학으로 유명한 피터싱어가 83가지 윤리적 문제들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서술한 책이다. 단기간에 쓴 책은 아니고 최대 10년 이상전부터 날카로운 주제들을 중심으로 짧은 글을 모은 책이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것 싱어가 유태인계라는 점과 웬지 유럽인일 것이란 느낌이 있었는데 호주인이라는 점이었다. 거기에 싱어는 지금은 아니자만 서핑을 즐겼고 엄격한 채식주의자이기도 하다. 심각한 주제에 대해서 세네장 정도로 글이 짧게 다루어지기에 많은 주제를 경험할수 도 있지만 그만큼 깊게 맛보기도 그리고 좀 이해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게 이 책의 특징이다.

 개인적으로는 공감이 가는 견해가 많았는데 생각할 여지가 있는 부분들 중심으로 정리해보았다.

 

1. 보편적 윤리란게 가능한가?

 이 오래된 질문에 싱어는 과감히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그 답을 찾는 과정이 선현들과는 상당히 다른데 싱어가 보편적 윤리로 삼는 것은 놀랍게도 공리주의에 기반한다.(보통 공리주의는 상대주의 윤리설에 속한다) 과거 싱어는 보편적 윤리를 의심하였다고 하였는데 지금은 보편적 윤리가 존재한다고 믿는다고 한다.

 과거 사람들은 자신들과 그 사회에 존재하는 윤리적 성향에 대해서 그 근거를 신이나 절대적 법칙, 이성이나 양심, 감정등에서 찾았다. 하지만 공리주의 윤리학의 창시자인 벤담은 이를 행복에서 찾았는데 사회구성원의 절대적 행복의 양을 더욱 크게 하는 것이 윤리적이라는 것이었다. 뭔가 대단한 것에서 윤리를 찾던 사람들에게는 어이없는 생각이었겠지만 이는 이타성의 발달이 결국 적합성을 높이는 것과 관련이 있고, 적합성을 곧 행복으로 여기는 유기체의에 대한 진화론의 입장을 받아들인 다면 매우 그럴듯한 설명이 된다.

 실제로 몇몇 진화론자들은 이런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생겨난 행복이나 윤리성에 대한 보편성으로 인해 보편적 도덕이 가능하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이타성이나 행복에 관한 인간의 판단과 그에 대한 주관성은 상당히 일관성이 떨어지는 편인데, 정말 냉철하게 계산적으로 판단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그런걸 해준다면 보편성이란걸 획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역시 사람이 그걸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방식은 역시나 상대적일 것 같다는 느낌.

 

2. 동물에 대한 윤리

피터싱어는 동물에 대한 윤리의식으로 상당 기간을 채식주의자로 살았다. 그가 육식으로 돌아갈 유일한 가능성은 배양육 정도인데, 현재의 기술수준으론 이미 고령인 싱어는 아마도 채식만하다 세상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싱어는 동물을 윤리적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과 완전히 동등한 수준은 아니며 인간사회에 존재하는 법인 같은 성격정도로 대우할 것을 주장한다. 예를 든다면 선거권이나 교육받을 권리 같은 것은 없지만(역시 딱히 의무도 없다.) 법적 인격체로서 윤리적으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문화적 상대주의도 배격하는데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행동들에 대해 문화적 상대주의로 취급받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종교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싱어는 종교의 자유란 딱 다른 사람과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범위까지라고 잘라 말한다.

 용어에 관한 부분도 재밌다. 많은 영어권 국가에서는 동물을 지칭할 때 사물을 지칭하는 관계대명사 that을 많이 쓴다. 주어로도 it을 쓴다. 하지만 동물을 의인화하거나 특정동물에 대한 윤리의식이 높아지면서 점차 관계대명사 who를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실제로 소를 나타내는 cow who는 현재 40만건 정도에 cow that은 60만건으로 아직은 사물이 많지만 과거에는 거의 1:9정도 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아진 수치다.

 이런 의인화적 표현은 주로 사람과 비슷한 영장류이거나 반려동물인 경우 그 비율이 더욱 높아지는데 동물에 대한 사람의 윤리의식도 자신들과 얼마나 동등하고 가깝냐에 따라 차별화 됨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사람의 윤리성은 자기 자신과 유전적으로 가까은 근연집단으로부터 차차 그 외연을 넓혀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극히 당연한 발전과정이란 생각이다.

 

3.삶은 과연 살아갈 가치가 있는가?

이 부분은 한 챕터의 일부로 크게 다룬 부분은 아니었지만 인상적이었다. 특히, 우리가 미래세대의 권리를 위해 그들을 태어나게 해야하는가 부분이 관심이었다. 싱어는 태어날 미래세대가 큰 질병이나 장애로 의미없는 고통스런 생애를 살아가야 할 경우, 마땅히 태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윤리적이라고 판단한다. 실제로 싱어는 가족이 치매를 앓는 경우를 겪었기에 그 생각은 더욱 실제적이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여러 불우 이웃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무책임하게 장애나 가정형편이 어려우면서도 마치 조선시대 흥부처럼 자신의 부양능력을 넘어선 자식을 가진 사람들을 비판하고는 한다. 능력이 되지도 않으면서 왜 낳았냐는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그러한 배경에서 자라난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부모를 원망하기도 한다.. 이렇게 입양보낼 것이면 왜 낳을 거이며 이렇게 버릴 것이면 왜 낳았느냐고.

 하지만 거꾸로 생각할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만약 장애와 질병을 갖고 있는 한 부부가 그 자신들의 형편에 의해 한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그리고 만약 그 아이가 불가능하겠지만 어떤 의식이 있다면, 그런 경우에도 부모의 결정에 동의할지는 실제로 미지수다. 그런 경우 그 존재는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부모에게 말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 자신이 우리 부모님이 단지 아이가 많다는 이유로 혹은 경제적 사정이거나 내가 장애를 가진 기형아라는 이유로 낳지 않는다면 나란 존재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양자가 모두 동의하는 의미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매우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을 것이다. 당장 내일 지구에 소행성이 떨어진다던지, 아니면 정말 태어나자마자 가능성 없는 질병에 고통속에 며칠을 살다가 다시 죽어야하는 경우들 말이다. 하지만 그런게 아니라면 적어도 일단 생겨난 생명엔 가능성을 주어야 하는게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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