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다 공짜야. 그걸 누릴 줄 안다면 부자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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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 조심해. 조심해야 해.」 내가 하릴없이 건넨 말에 그는 조소를 지었다.

「고마워. 그런 조언은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밤에 해주지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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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 큐큐퀴어단편선 2
조남주 외 지음 / 큐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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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세계에서는 문화를 이끄는 무리로, 제3세계에서는 탄압받는 소수자로, 중동에서는 제국주의의 첨병으로 증오의 대상이 되고 중진국에서는 선진국을 상징하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관광도시에서는 돈줄이자 경멸의 대상이 되는 거죠. 저와 아부 누와스의 동료들은 이러한 동시대적 특성을 게이 아포칼립스라고 부릅니다. 게이의 정체성은 전 지구적 지리 정치 상황 속에서 녹아 없어지고 있었죠, 일종의 멜트다운입니다.
(정지돈, 포스트 게이 아포칼립스)

나는 여전히 사랑을 유치하고 이기적이고 우습다고 생각한다. 유치하고 이기적이고 우스운 사랑을 사랑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누구든 할 만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최진영, XO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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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야, 너 정말 멍청하구나. 멍청한 건 나쁜 거야. 게다가 이렇게 아는 것도 없으면서 거기에 만족하다니, 그건 더 나쁜 거야.

-알라딘 eBook <그레이브야드 북> (닐 게이먼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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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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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을 떴을 땐 중환자실이었다. 공교롭게도 엄마가 입원해 있던 아산병원이었다. 위세척을 마친 뒤 혈액투석을 하고 있는데 발치에 엄마가 서 있는 게 보였다. 내가 바랐던 얼굴은 아니었다. 내가 아는 우리 엄마는 이런 상황에서 소리를 지르며 나를 때리거나 냅다 울어버리거나, 주님,으로 시작하는 기도의 형식을 띤 한탄을 시작하거나 일단은 뭐가 됐든 아침 드라마처럼 감정을 터뜨리고 보는 사람이었는데, 그날의 엄마는 그저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ㅡ 너무 애쓰지 마. 어차피 인간은 다 죽어.
그게 엄마가 할 말이냐고, 묻고 싶었다. 왜 이렇게 됐는지 묻는 게 순서가 아니냐고, 사실은 내내 내게 묻고 싶은 말이 있지 않았냐고, 물어봐야만 할 게 있지 않냐고, 묻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묻고 따지고 싶었지만 목구멍으로 인공호흡기가 삽관돼 있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내 소설 속에서 규호는 여러번 죽었다.
농약을 마시고, 목을 매고, 교통사고를 당하고, 손목을 긋고……
규호는 헤테로 남자가 됐다 게이도 됐고, 여자가 되기도 하고, 아이도, 군인도 되고…… 아무튼 인간이 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다 되었다가 결국 죽는다.
죽은 상태로 내 사랑의 대상이 되고, 추억의 대상이 되고, 꿈의 대상이 되며 결국 대상으로 남는다. 내 기억 속의 규호는 언제나 완결된 상태로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그렇게 규호와 나의 기억도 유리막 너머에서 안전하고 고결하게 보존된 상태로 남는다.
영영 둘인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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