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99
제프 린지 지음, 고유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

하루만에 뚝딱 읽어지는 책이 너무 좋다.

스트레스가 뻐엉 뚫리는 느낌‼‼

"법의학자 + 사이코패스 + 연쇄살인마"

불세출의 캐릭터 덱스터 모건의 창조주 제프 린지는

장르 소설 독자들의 DNA를 마구 흔들어 깨우고

불태울 캐릭터로 천재적인 도둑 라일리 울프를 선택했다.

괴도 루팡처럼 신출귀몰하고 셜록 홈즈처럼 변장에 능하다.

현대 도시를 빠르게 뚫고 오르고 줄행랑치기 적합한 파쿠르 최강자에

최첨단 보안 시스템을 눈 감고도 뚫을만큼 뛰어난 두뇌까지 가졌다.

목표를 향한 비상한 집중력과 강한 체력은 말해 뭐해.

빼어난 말솜씨, 예술에 관한한 흠잡을데 없는 안목,

재벌 상속녀까지 한 눈에 휘어잡는 남성적 매력까지.

이 도둑놈 다 가졌네 다 가졌어.

범죄의 목적은 나의 호화로운 생활 + 만족감 때문이지만

표적으로 삼는 건 어디까지나 소아성애자나 반사회적인 자로

사회를 기만하는 제약회사의 CEO 같은 사람들이다.

의적이라기엔 역시 소시오패스 같은 면이 있지만

와중에 호감을 가지고 데쉬 중인 여성 범죄자도 있고

상당히 호쾌하고 통쾌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랄까?

불가능을 좇는 대도! 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라일리는 이란의 혁명수비대와 미 특수부대출신 요원들이 사수하는

황실의 보물 다리야에누르, 빛의 바다, 세계 최대의 핑크 다이아몬드를 노린다.

어디를 어떻게 뚫어도 총알로 벌집이 될 것 같은 박물관을 돌파하기 위한

라일리의 대작전이 진심 놀랍고 두근두근 하고 살떨린다는 거.

덱스터랑 영혼의 단짝 느낌이 날 정도로 얘도 정상은 아니라서

사람을 정말 서슴없이 죽이는데 법이 어떻게 못하는 놈

대신 죽여준 느낌이라 나로서는 속이 다 시원했다.

사기치는 줄도 모르고 라일리에게 진심으로 반한 재벌 상속녀 카트리나가

유일하게 안타까운 존재인데 그래도 인생에 한번 진실한 사랑을 했으니..

는 개똥 같은 소리고 다음에 라일리랑 우연히라도 마주치면 썰어버렷!

스트레스는 풀렸는데 왜 때문인지 나도 난폭해진 느낌이지만;;;

하여간에 다이아몬드를 훔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게임 같다고나 할까?

미션 공략, 스테이지 클리어, 가볍고 유머러스 하고

빠르고 화끈하고 호화찬란해서 재미나다.

라일리 울프를 뒤쫓는 FBI 델가도의 추적기는

지금의 완벽한 남자가 아닌 어리고 힘없고 실수도 있었던

과거의 라일리를 비추며 그의 현재에 촉촉함을 더한다.

얘네 둘이 얼른 마주쳐야 할텐데 갈 길이 요원한 것 같단 말이지.

그래서 FBI 요원인가??... 라고 농담 한번 쓱싹 ㅋㅋ

덱스터가 우리나라에서는 시리즈 종결을 못보고 끝이 났는데

라일리 울프 시리즈는 북로드를 통해 꼭 완권까지 출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막 다 읽었는데 다음 권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 북로드 지원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담 보바리 - 이브 생로랑 삽화 및 필사 수록본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브 생로랑 그림, 방미경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소설 속 사랑에 빠진 여자"

" 모든 연극의 주인공"

"모든 시집 속 막연한 그녀였다."

(p374)



1987년에 출간된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장편소설,

마담 보바리❤

플로베르 탄생 200 주년을 맞아

이브 생로랑의 삽화와 필사본이 수록된

특별한 책이 북레시피에서 출간됐다.

15세 사춘기 소년에게 마담 보바리는

어떤 의미로 다가갔을까?

무엇이 예술가적 감성으로 가득찬

소년에게 13장의 그림을 그리게 하고

1장 전체와 2장 초반의 일부를

열심히 따라 쓰게 만들었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치곤 깜짝 놀랐다.

불륜 소설인 줄만 알았던 책 속에서

지루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며 몸부림치는 여성을 만난 것이다.

행복을 향한 마밤 보바리의 전투적인 삶이

자주 몽상에 잠기는 수줍고 내향적인 소년에게

충격이자 희열이며 공감이고 깨달음이었을까?

내게 그런 것처럼??


엠마는 사는 내내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너무 지루해!!!

의사인 샤를과 결혼한 걸 그녀는 죽도록 후회한다.

섬세하지도 문학적이지도 낭만적이지도

뭣보다 부유하지도 않은 이 남자와 함께하면

행복할 수 없다는 깨달음에 엠마는 가슴을 뜯는다.

..라고 쓰면 보통은 비유일테지만 엠마는 아니다.

엠마는 허영심, 애정, 환상, 욕망이 좌절될 때마다

기절하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신경발작을 일으키거나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몸져 눕는다.

의사인 샤를이 아내가 죽을까봐 매번 겁먹는 걸 보면

그녀의 고통이 과장이나 거짓도 아니었던 것 같다.

(시어머니는 쇼한다며 흉을 보지만;;)

욕망의 선로가 육체에 직통으로 깔린 엠마에게

욕구를 억누르고 불행한 삶에 안주하는 건

그녀가 깨달았든 깨닫지 못했든

자살과 다르지 않은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끼기로 엠마는 살기 위해 탈주를 벌인다.

수도원에서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아버지의 집에서 남편이 있는 새 가정으로,

서기 레옹과의 플라토닉한 사랑을 은신처 삼아

육체적 열망에 눈 뜨게 만든 귀족 로돌프의 품으로 달음박질쳐

재회한 레옹을 정부처럼 거느리고 향락하는 삶을 향해

엠마는 도피를 시도하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그때마다 영혼이 깎이는 듯한 아픔에 휩싸인다.

함께 도망치기로 한 로돌프가 당일 아침

제 마차에 짐을 싣고 엠마의 집앞을 쏜살같이 지나쳤을 때

엠마는 마차의 뒤꽁무니를 보고 미쳐버렸다.

돈 좀 빌려달라는 간청에 레옹이 잠적했을 때도 넋이 나간다.

영문도 모르는 채로 그런 엠마를 위로하는 사람이

엠마가 그토록 무시한 남자 샤를 뿐이라는 것은

무참하고 슬픈 아이러니다.



그래서 엠마가 불쌍하냐고?

놉!!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는

산티아고 노인이 하던 말의 표본 같은 여자가 엠마 보바리니까.

"싸움이 끝나고 노예처럼 뼈 빠지게 해야 할 일만 잔뜩 남은 순간"에

엠마는 지루한 삶에서 완벽하고 완전하게 해방될 방법을 찾는다.

그 어떤 빚쟁이도 연인도 여타의 인연과 욕망도 붙잡을 수 없는 곳으로

성공리에 이룩한 도약은 넌덜머리가 나도록 엠마다웠다.

솔직히 엠마에게 이보다 더 걸맞는 결말이 또 있을까?

내 기준 이건 찐 해피다.

대상이 정신 나간 여자 한정일 때긴 하지만.

내가 불쌍하다고 생각한 이는 샤를과 엠마의 딸 보바리 양이었다.

엠마가 욕망에 헌신한 결과 샤를은 알거지가 되어

아내의 정부에게 비웃음과 동정을 받는 속에 죽었고

보바리 양은 고아가 되어 친척집을 전전하다

일찌감치 방직공장에 취직해 밥벌이를 하게 되니까.

엠마가 레몬수로 다듬던 정갈하고 예쁜 손과는 달리

보바리 양의 손은 거칠고 마르게 노동의 흔적을 묻혔겠지.

엠마의 허상과도 같았던 외로움과는 달리

진실로 홀로 남은 세상에서 고군분투해야 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째서 엠마가 싫지 않을까?

비도덕적이고 파렴치하고 극도로 이기적이고

사치와 향락과 퇴폐에 쩔어 살았던 이 여자가

나는 웬일인지 밉지 않아서 좀 당황스럽다.

갈구하고 헌신하고 애정하고 욕망하는 거대한 에너지가

나라면 귀찮아서라도 못했을 숱한 일들을 벌이는 엠마가 신기하다.

꿈꾸기도 민망한 엠마의 숱한 계획들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저토록 또렷하게 원하는 게 있다니 말이다.

실제로 만난다면 가까이 하기엔 절대 거부인 당신이지만

문학 속의 그녀라 잊지 못할 주인공의 한 명으로 엠마를 올린다.

#마담보바리 #귀스타브플로베르 #북레시피 #고전문학

#엠마 #샤를 #로돌프 #레옹 #보바리양이름까먹음 #미안합니다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서평이벤트

📕 북레시피 지원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락워크 도깨비 - 경성, 무한 역동 도깨비불 고블 씬 북 시리즈
황모과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짜릿한 SF 역사 소설과의 만남!


클락워크 도깨비를 읽고 어쩜 넘 놀랐다.


스팀펑크 + 도깨비 + 일제 강점기라니.


내가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류의 장르물이다.


 


깊은 산골에서 대장장이 아버지와 살고 있는 연화.


연화의 취미는 아침이면 싸리 빗자루가 되는


도깨비 갑이와 매일 밤 씨름 하는 일이다.


세상이 잠들면 몰래 엄마가 묻힌 무덤가에서


이기지도 못할 싸움에 끙끙 힘을 쓰다


두런두런 수다 떠는 어린 것들이 사랑스럽다.


 


세상에 마지막 남은 도깨비인 갑이는


인간이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껍데기도 안남는 도깨비 인생이 지겨워서


인간이 되어 쌩쌩 날아보고 싶단다.


연화는 꿈이 없지만 갑이 말을 듣고 보니


호랑이처럼 훨훨 달려보는 것도 좋을 성 싶다.


가마니나 수레를 타고 비탈길을


브레이크 없이 내달릴 때마다


사는 게 재미나고 신이 나니까.




행복했던 어린 시절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까맣게 몰려온 일본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살기 위해 경성으로 도망친 연화.


손에는 갑이 숨은 아버지의 물주전자가 들려있다.


생김새는 보잘 것 없지만 엔진으로 개량한 주전자는


갑이의 도깨비불을 연료로 새파랗게 타오른다.


 


연화는 사내꼴을 하고 수레를 끌었다.


원체도 재빠른 다리에 증기처럼 에너지를


뿜는 갑이라는 엔진을 달았으니 폭주마가 따로 없다.


소문난 번개 방귀 연화의 명성에 기회가 따라온다.


처음엔 인력거였고 다음엔 전차를 모는 운전수 보조로.


 


더 큰 전차에 더 큰 불을 넣어


더 빠르게 내달리고픈 두 아이.


연화와 갑이가 열정을 불태우는 동안


조선 땅 조선 사람들의 등불은


일본인의 총칼 속에 차갑게 꺼져간다.


기어이 주권마저 강탈 당한다.


 


나라를 빼앗긴 것처럼 연화도 모든 걸 빼앗겼다.


그간 그려온 도면, 전차, 일까지.


여자인 사실이 밝혀졌을 땐 사람들에게 뭇매도 맞았다.


여자가 함부로 불을 만져 세상을 홀랑 태워버렸다고.


타오르지 않는 엔진 속에 머무르던 갑이마저 연화를 떠나고


모든 불꽃을 잃어버린 연화는 아버지가 그러했듯 산으로 간다.


 


세상을 잊은 채 살고자 했으나


신여성이라는 이유로 짓밟히는 기생 진홍에


연화의 마음이 애처롭게 떨린다.


'달리고 가속하고 과속하며 네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인간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일본 과학자의 유혹에 흔들리는 갑이.


'나 같은 혼백에게 몸을 준 게 일본이야.


대국의 국민과 동포가 되면 왜 안된다는 거야?'


 


굶주림, 강탈, 전쟁, 도피, 협력, 그리고...


험난한 조선의 역사 속에서


영원히 타오르는 불꽃을 꿈꾸는 기계 장인 연화와


영원히 타오를 불꽃을 벗고 인간이 되고픈 도깨비 갑이


상처 입은 육신과 마음으로 피워내는 이야기


"클락워크 도깨비"


 


장르적 특이성 탓일까?


익숙한 시대와 역사가 완전히 새롭게 읽혀서 신기했다.


중편이 아닌 장편이었으면 더 얼마나 읽을거리가


풍부했을까 싶어 아쉬움이 남지만


신선한 역사 SF와의 만남이 즐겁다.


 


 


#클락워크도깨비 #황모과 #고블 #고블씬북 #고블씬북시리즈


#경성 #무한역동도깨비불 #SF #역사 #일제강점기


 


??고블 지원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 고블 씬 북 시리즈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맘에 들어 맘에 들어!! 고블씬북 웬열.


『클락워크 도깨비』의 신선한 감각,


기대보다 더 큰 재미에 간밤 환호했는데


『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는


더 더 취향인 이야기를 주먹밥 같이


똘똘 뭉쳐놓은 소설이었어요.


제가 야금야금 베어먹은


카야 이야기 들어주실거죠?



카야 엄마의 장례식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시작부터 꽤 암울하지만 얼음왕국의


독특한 장례 풍습에는 눈이 휘둥그레지는걸요.


얼음관에 누운 엄마에게


조문객들이 차례차례 물을 들이부어요.



살얼음 그 위에 또다시 살얼음


죽은 육신과 함께 차근차근


투명하게 얼어붙은 관의 자리는 집 앞입니다.


카야의 엄마뿐 아니라 얼음왕국 사람들은


죽은 가족을 모두 장승처럼 세워둔대요.



죽은 사람이 에니아르, 일종의 수호자가


되어 가족을 지켜준다고 믿거든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망자의 동굴에서


얼음 가루가 되어 공기 중에 흩어지는 에니아르.


그때까지는 카야도 엄마와 완전히 이별하는 건 아니에요.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근무하는 배양육 공장의


사장 스미스 씨가 카야의 집을 방문합니다.


아름다운 것이라면 시체조차 마다 않는 그가


카야 엄마의 에니아르를 원해요.


돈을 주마, 월급을 몇 배로 올려줄게, 공장장 자리는 어떠냐.


이도 저도 싫다면 당장 공장에서 내쫓길 줄 알아라.



가난한 카야네가 어떻게


스미스 씨의 요청을 거부할 수 있었겠어요.


스미스 씨의 대저택에 조각상처럼 장식된


엄마의 에니아르를 보기 위해


카야는 매일 같이 스케이트를 타고


대저택으로 달려 갑니다.


스미스 씨가 그런 자신을 어떤 탐욕으로


훔쳐보는지도 모르고서요.



갑작스레 결정된 아빠의 출장.


카야에게 활짝 열린 대저택의 문.


위험해 카야, 들어가지 마!


고작해야 125 페이지 밖에 안되는


짧은 소설인데 어찌나 긴장했는지 몇 번이나


악! 악! 안된다고 바보야! 가지 말라고!!


소리쳐가며 읽었습니다(≧﹏ ≦)



카야 이 바부탱이.


얼마나 큰일이 벌어졌는지


스미스 이 개시키 수장해버렸어야 했는데.


엄마 마음으로 자꾸만 과격해지는 독자에요.



잔혹 동화 같기도 하구요.


알래스카나 어느 겨울 오지의 설화 같기도 해요.


겨울의 한가운데인 지금의 계절과 어울려


영하의 추위와 바람 소리, 긴긴 밤에 이입해


깊이 몰입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어요.







#얼음속의엄마를떠나보내다 #남유하 #고블 #장르소설추천


#고블씬북 #고블씬북시리즈 #SF소설 #장르소설 #고딕호러 #봄을기다리며




🍭고블 지원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 고블 씬 북 시리즈
정지윤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한의 친구 J가 죽어요.


같은 아파트에서 함께 자란 형제 같은 친구인데 이럴 수가.


경찰은 J가 술에 취해 공원 호수에 빠져 익사한 거래요.


고등학생의 음주 사망 사고였기 때문일까요?


J의 가족은 가타부타 말도 없이 조용히 아파트를 떠나버렸어요.


친구의 석연치 않은 죽음으로 괴롭기만한 요한.


엄마는 요한의 속도 모르고 성적이 떨어진 것만 두고 뭐라고 해요.


세상에는 아들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도 있다는 걸


바로 얼마 전에 그 일을 목격했다는 걸 잊어버린 게 틀림없어요.


아..어른이란....



엄마는 바닥친 성적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과외쌤을 붙여요.


첨엔 반항심에 심통을 부려가며 쌤 속을 무던히 썩였는데요.


그런데 이 쌤이 좀 빙글빙글한 괴짜인 거에요.


네가 정말 바라는 게 뭐냐고 묻더니요.


J의 죽음을 조사하는 걸 도와주겠다지 뭔가요.


아니 뭘 또 그렇게까지;;;;



처음엔 요한 꼬실려고 쌤이 떡밥 좀 던진 건 줄 알았어요.


근데 아주 진취적으로 J에 관한 가설을 검토하더라구요.


거기다 다재다능하고 확장현실 기술력이 빵빵한 쌤의 친구 재즈까지


재미있는 일에는 빠질 수 없다며 사건 해결에 동참하지 않았겠어요.


요한은 아주 신바람이 났어요.


금방이라도 J가 죽은 진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여. 기. 서. 잠. 깐.


J의 죽음을 쫓는데 뭣 때문에 확장현실 기술력이 필요한 거죠?


이거 소년 탐정 같은 이야기 아닌 건가요??



네엡, 아니었습니다>_<


세상 끝 아파트가 있는 곳은 2022년의 대한민국이 아니에요.


현실에 가상을 씌운 증강현실이 실제화 된 근미래 세계에요.


사람들은 더는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다니지 않는데요.


기기에 꽂는 텐서칩을 자기 몸에 심었기 때문이에요.


나는 나인 동시에 PC이고 스마트폰이고 VR 글래스인 셈이에요.



요한이 살고 있는 베니스힐 아파트 주민들은 이런 현실을 거부했어요.


내 자식 몸에 무슨 일이 어떻게 생길 줄 알고 칩을 심어? 떽!!


확장현실 차단장치도 설치하고 보호구역도 지정하고


기술로부터 안전한 청정 구역을 만든 것까진 좋았는데


이럴 수가, 다른 집 다 오를 때 우리 아파트 가격만 떨어지네요?



텐서칩 몸에 심어 죽은 사람도 없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었던 거죠.


분양 입주민은 이제라도 보호구역을 파기 하고 싶대요.


임대로 사는 주민은 월세고 전세고 오를테니 무조건 지금 이대로가 좋다구요.


관리사무소는 확장현실 보호구역 해제되면 실직자 되요.


베니스힐과 J의 죽음에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도청을 하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이해 관계가 얽혀있을 줄이야.


그렇대도 이런 갈등이 어떻게 J의 죽음으로 이어지는건지는 도대체 모르겠거든요.



쌤과 재즈는 증강현실로 아파트 주민회의 때 J를 출연시키자고 해요.


이른 바 장화홍련 전법을 쓰자는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


여기 제목 속 유령이 과연 요한이 바랐던대로 J가 맞았을까요?


그렇게 쉬웠으면 제가 별을 다섯 개나 줬을까요??



130 페이지 남짓한 중편 소설인데 어쩜 이렇게 긴장의 밀도가 높죠?


본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거듭 등장하며 독자를 쫄리게 하고 설레게 하고 즐겁게 하고 안타깝게 만들어요.


고블씬북을 처음 읽을 때엔 중편이라 안타까운 작품들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세 권째 읽고나니 어쩌면 중편이기 때문에 이렇게 아쉽고


다음 이야기가 고픈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르독자로서 신뢰하고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가 생겼다는 기쁨이 커요.


고블의 고블 씬 북! 믿고 읽어 보시길 바래요.


저도 다음 권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고블 지원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