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변의 피크닉 스트루가츠키 형제 걸작선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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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가 온 건가요?

캔디캔디 : 외계인이이요. 외계인이라는 것만 압니다. 어슐러 르귄의 <지적 생명체에 대한 휴대용 축약 안내서>도 이 경우엔 쓸모가 없을걸요. 아바타의 나비들처럼 완전 인간형인지 크립톤인 같은 초인형인지 에어리언 같은 기생형 촉수 괴물인지 오토봇 같은 인공지능 로보트인지 얼굴이라도 봤어야 (그런 것이 있다면) 구분을 하죠. 맨 인 블랙의 베테랑 요원 케이 정도가 출장수사를 온다면 모를까 그전에는 누구도 이들의 정체를 못밝힐걸요.

2. 언제 왔나요?

캔디캔디 : 모릅니다. 외계인들 취향에 따라 간밤이나 한낮이나 새벽쯤에 왔겠지만 정확히 몇 년 몇 월 며칠인지는 글쎄요.. 어쨌든 외계인들이 방문한 그날로부터 십삼년 하고도 이틀이 지난 건 알고 있어요.

3. 어디서 왔나요?

캔디캔디 : 아 글쎄, 모른다니까요. 얼굴을 보기를 했어 통화를 했나 어떻게 생긴 애들인지도 모르는데 어느 은하계 어느 행성의 것들인지 알게 뭔가요. 하지만 그들이 지구 밖에서 리볼버 여섯 발쯤을 발사한 형태로 우리 땅에 구멍을 낸 것은 알지요. 하몬트 알아요? 캐나다였나 미국이었나 하여튼 러시아나 한국이나 일본땅이 아닌 건 확실한데 (특히 한국은 확실히 아니에요. 한국은 전 은하계 모든 외계인들의 침공으로부터 어느 때고 안전한 국가입니닷!! 우리도 좀 뿌셔져보자!!!) 걔네가 거기에 왔던 건 확실해요. 크지도 않은 지역이 아주 쑥대밭이 되서. 거기 사람들도 안됐어요. 쯧쯧. 

4. 무엇을 했을까요?

캔디캔디 : 모르죠 뭐. 내가 어제 한 일도 가물가물한데 13년 전에 걔네가 뭘 했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누구냐, 밸런타인 필먼 박사라고 혹시 알아요? 노벨 물리학상 받은 양반인데 그 양반 말로는 피크닉 온 걸거라던데요. 근데 어지간히 지저분하게 어질러 놓고 간 걸 보면 그 외계인들 아주 그냥 양아치들이에요. 레드릭 말이 지네 고향에 완전 똥을 싸고 갔다더라구요. 냄새가 어찌나 지독한지 썩은 달걀 10만 개, 썩은 생선 대가리 10만 개, 죽은 고양이 10만 마리를 모아놓은 악취라는데 우웩. 하여간에 양아치 새끼들 양아치짓 하는 건 국적불문 시대불문 행성불문이에요 아주. 아참 레드릭이 누군지는 아세요? 걔가 사실 하몬트 토박이라 성깔이 드러워서 그렇지 이런 인터뷰는 저보다 걔가 더 잘할텐데 금빛 구체 찾으러 간다고 어제 집 나가서 소식두절이에요. 걔가 스토커거든요. 스토커는 뭔 줄 아시죠?? 사람 몰래 쫓아다니는 정신병자들 말고요. 외계인 "구역"에서 걔네가 버리고 간 쓰레기 줏어오는 애들 있잖아요. 하몬트에서는 걔네들을 스토커라고 해요.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넝마주인건데 국가서는 불법이라고 못하게 하는 걸 그래도 먹고 살려다 보니 줏으러 가고 그러나봐요. 근데 외계인 이것들이 남의 땅에다가 무슨 짓을 해놨는지 스토커 짓을 하면 유전병이 생겨서 애가 멀쩡하게 안태어나거든요. 레드릭도 몽키라고 딸을  하나 낳았는데 걔가 참, 어휴, 사람도 아닌 것이 외계인도 아닌 것이 멀쩡하지를 않으니까 대머리수리라고 사기꾼 같은 거 꼬임에 넘어가서 알라딘 요술램프 같은 걸 찾는가 보더라구요. 금빛 구체가 소원을 들어준다나? 근데 그런 게 있겠어요 어디?

5. 어떻게 똥을 쌓을까요? 진짜 똥일까요?

캔디캔디 : 지금 제 말 귓등으로 들으세요? 모른다니까요. 아니 뭔 외계인 말고는 궁금한 게 하나도 없으세요? 앉아 쌓는지 서서 쌓는지 놀다가 쌓는지 울다가 쌓는지 먹다가 쌓는지 알게 뭐냐구요. 걔네는 우리한테 조또 신경도 안써요. 말 한 마디 없이 남의 땅에 구멍 내놓고 와서는 똥만 싸고 간 거 보시라니까요. 지 좋을대로 놀다가 쓰레기 버리고 간 거 보시라구요. 걔네한테 우리는 그냥 모기나 개구리나 잔디나 파리 같은 거라구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는다고 걔네 땜에 하몬트 사람들이 얼마나 죽었는지 대재앙급이었는데 쓰레기 줏어서 과학이 발달했네 기술이 발달했네 하는데 그 기술 없을 땐 우리가 뭐 못살았냐구요. 말해 뭐해 입만 아프지. 내 일 아니면 요새 누가 관심이나 가지겠어요? 외계인 놀다간 자리 구경한다고 겁도 없이 관광이나 가고 앉았으니. 하기야 그렇게라도 가야 거기 사람들 먹고 살지.....  내가 이런 말까진 숭해서 안하려고 했는데 얼마전에는 글쎄 레드릭 집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무덤 파헤치고 왔다잖아요. 그런 일이 하몬트에서는 진짜로!! 일어나고 있다구요 지금. 구타라고 레드릭 조강지처인데 그 사람도 넘 짠해요. 친정엄마가 스토커랑 결혼하는 건 절대로 안된다고 결사반대를 했는데 사랑이 뭔지. 근데 레드릭 그 새끼 요새 바람까지 피운다니까요! 이게 말이 되요? 흥!!

6. 왜 말도 없이 와서 그냥 그렇게 갔을까요?

캔디캔디 : 나는 몰라요. 백날 나한테 물어봐요 내가 뭘 아나. 대신에 여기 책 한 권 추천할게요. 아르카디 스트루가츠키랑 보리스 스트루가츠키라고 이름에서 딱 느낌이 오죠? 부자!!가 웬말인가요. 형젭니다ㅡㅡ; 러시아 작가인데 그 사람들이 하몬트에서 벌어진 일을 아주 상세히 기술해 놨어요. 레드릭이랑 한 8년 알고 지내면서 이것저것 알아내서 쓴 것 같더라구요. 그나저나 레드릭은 정말 어떻게 된건지. 사건사고를 많이 겪어서 사람이 좀 난폭하고 쌈질을 좋아해서 그렇지 본성은 착한데. 그 놈 생각을 하니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려 더 말도 못하겠어요. 책으로 봐요 책으로.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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