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선택삭제
글제목 작성일
북마크하기 안개 걷히고 진실에 눈뜨다 (추천1 댓글0 먼댓글0)
<7년의 밤>
2011-07-01
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7년이면 개울, 언덕 정도는 변할 시간은 되겠지. 사랑으로 치면 '아무도 우리가 그렇게 쉽게 이별할 줄은 몰랐'을 만할 정도로 모두에게 믿음을 주는 시간. 7년! 스무살에 대학에 입학해 스물일곱살이 되던 2월에 대학을 졸업했으니, 군대 시절을 포함해 대학을 7년 다녔다. 돌아보면 군대 시절은 엄청 지루했고, 대학생활도 특별한 추억 없이 시간을 과소비했다. 직장인인 지금은 돈도, 시간도 없지만, 당시 20대 초중반엔 나름대로 시간 부자였는데 재테크 없이 길거리에 시간을 뿌리고 살았다. 시간은행 같은 거 하나 있었으면 7년 적금 부어 꽤나 두둑하게 만기 적금을 손에 넣었을 텐데. 그 7년을 영어든, 책이든 하나에라도 진득하게 투자했더라도 지금의 삶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후회 말고 반성을 해야 하는데, 후회도 아닌 잡념만 는다.

어쨌든, Lucky Se7en도 외국에서나 그렇지, 소설 속 7년은 진실이 깊고 넓은 물속에 수장된 고난의 시간이자 복수를 위한 준비의 시간, 빈손으로 그저 하루를 떼워야 하는 가난한 시간이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좀 찝찝하고 수장된 진실에 녹이 슬고 이끼도 끼었지만, 소설 속 소설(액자소설)을 통해 감춰졌던 진실의 알맹이가 하나씩 속을 드러내면서 책에서 눈을 못 떼게 만든다. 속사포 단문으로 쏟아내는 작가의 통큰 스케일은 독자를 책속으로 불러들여 안개 낀 세령호 근처에서 빈 눈으로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책에 머리를 박고 멍하니 앞에 가는 작가의 꽁무니만 바라보게 한다.

일반적으로 현실을 반영하지만 결국 허구인 소설 속에서 아저씨가 지어낸 이야기인 소설은 진실을 그린 소설로, 소설 속 실제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니까, 결국 소설 속 소설은 소설 속 현실을 반영한 거짓이 아닌 진실이 된다. 그 진실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 달 전쯤에 화분을 하나 샀다. 가게 주인이 열흘에 한 번씩 물을 주라기에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두고 열흘에 한 번씩 한 달에 세 번 물을 줬다. 노랗게 피었던 꽃이 조금씩 시들기에 가위로 잘랐다. 그것도 화분을 팔면서 가게 주인이 했던 말이다. 그런데 꽃만 그러는 게 아니라 잎도 점점 상태가 이상해졌다. 그 화분에는 아래에 물 빠지는 구멍이 없었다. 아무래도 물도 안 빠지는데 물을 너무 자주 줬는가 싶어 아래에 구멍이 있는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줘야지, 하면서 보름이 넘도록 방치했다. 아래쪽에 썩은 잎을 버리고 최근에야 분갈이를 했다. 아, 이름 모를(실제로는 까먹었지만;) 식물이여! 아무쪼록 유년의 아픈 기억일랑 잊고 씩씩하게 잘 자라라. 아마 책 속 서원이도 그렇게 살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