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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개 - Poongs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어렸을 때 개를 꽤 많이 키웠었다. 어떤 개는 아무 생각 없이 밥만 축내고 가까이 가면 제가 덩치 큰 것은 생각 안 하고좋아서 날뛰는가 하면, 어떤 개는 애교가 철철 넘치고 재롱을 떨어 학교 수업 시간에 그 개 생각이 나기도 하고, 어떤 개는 몸집은 작아도 굉장히 의젓해서 개 같기보다는 마치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렸을 때는 재롱이 많은 개가 좋았다. 어린 강아지를 가끔씩 엄마 몰래 방에다 들여놓고 형이랑 같이 놀기도 했는데, 형이랑 양쪽 벽에 붙어 서서 강아지를 가운데 놓고 서로 자기쪽으로 오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강아지는 이쪽저쪽을 오가며 똥개훈련을 했는데, 그 강아지가 똥개였는지는 모르겠다.
풍산개는 애교하고는 거리가 멀다. 의젓하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과묵하고 좀 고독한 듯한 인상을 풍긴다. 장대높이뛰기, 지뢰높이뛰기, 인명 구조, 잠수, 수영, 사이클, 오랫동안 말 안 하기, 싸움, 손발이 묶인 채로 키스하기 등등 각종 스포츠와 잡기에 능하다. 어릴 적 형과 내가 하던 놀이처럼 개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서 이리 오라고 서로 손짓하며 부르는 똥개훈련까지는 괜찮지만, 넌 어느 편이냐고 자꾸 묻는 것은 개인의 실존을 무시하는 집단의 횡포다. 더군다나 한 발 물러나서 양쪽을 보면 둘 다 하는 짓이 똑같다. 성난 풍산개의 복수가 펼쳐지는 지하 패싸움신의 역설은 코믹하지만 조금 유치하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좀 유치한 비유와 상징, 작위적인 부분이 있지만 의외의 상황에서 독특한 유머를 발휘하는 볼 만한 영화다. 남북 문제가 뻔하다고 외면할 수도 없고. 사제 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이야 알 수 없겠지만, 어쨌든 <고지전>보다 <풍산개>가 더 잘됐으면 한다. 손익분기점은 넘었다고 하던데, 더 잘돼서 김기덕식의 영화를 오래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