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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났더니 하루 아침에 꽃이 다 피어 버렸다. 만개했구나 꽃을 보러 가야겠구나 하고 하루 이틀 미루다 보면 어느새 꽃은 다 져 버리겠지. 매년 꽃이 피는 이 계절이 너무 좋은데 오래 두고 볼 여유 따윈 주지 않고 사라져버린다. 꽃이 폈으니까 4월에는 봄바람 맞으며 책을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또 글을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었으면 좋겠다.

 

 

 

 

 

 

 

 

 

 

 

 

 

 

 

 

1. <홀>, 문학과 지성사, 편혜영

 

이 소설은 지난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전재되었던 작품이었고 나는 <홀>을 읽고 싶어 문학과사회 112호를 샀다. 단숨에 읽어내려갔을 만큼 <홀>은 흡입력이 대단하고,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데 비해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홀>의 주인공은 오기지만, <홀>의 이야기를 살리는 건 장모다. 한국 소설에서 보지 못했던 매력을 풀풀 풍기는 캐릭터다. 목련이 시체처럼 떨어져 바닥을 더럽히는 곳에서 읽어 보면 좋겠다.  

 

2. <개인주의 가족>,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문학테라피

 

프랑스식 유머가 좋다. 나라마다 유머의 색깔이 있는데 프랑스 유머는 뭐랄까 재치있으면서 우아하다. 그렇다고 프랑스식 유머를 많이 읽어 봤다는 건 아니고 독일이나 영국은 유머라는 게 잘 안 어울리는 나라니까 유머하면 프랑스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다. <개인주의 가족>이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가족'을 '유머'로 풀었다니까 그게 또 궁금해져서다. <홀>도 결국 가족에 대한 얘기였으니까. 그런데 <홀>은 불안하고 무섭고 슬펐으니까. 봄이니까 유우머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3.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문학동네

 

바스케스? 마르케스와 이름이 비슷하잖아? 후안이랑 가브리엘이 들어가면 라틴아메리카 사람이지. 역시나 바스케스는 콜롬비아 작가다. 마약과 폭력, 총과 가난, 혼돈. 콜롬비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이 혼돈의 콜롬비아 현대사를 개인사와 엮어서 다뤘단다. 그런데 제목을 보면 왜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이 가까운>이 떠오르는 걸까? 비행기 사고로 죽은 한 남자의 과거를 되짚는데, 책장을 넘길 수록 미스터리는 깊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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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답지 않게 따뜻하네 했던 겨울은 쉬이 물러나지 않고 이제서야 겨울이 그냥 겨울이겠어 한다. 오늘은 좀 더 따뜻하려나 기대하고 집을 나서면 펑펑 함박눈이 쏟아지기도 하고, 이제 3월이라고 꽃 피는 봄이 올 거라고 구두를 신고 패딩을 벗고 코트를 입고 나가면 빙판길과 칼바람이 준비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유하게 시작했다가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게 겨울이란 계절이었고 오히려 따뜻함을 기대했기에 더 추운 겨울이었다. 사람도 그렇다. 좋게 좋게, 유하게 시작했던 관계라고 끝까지 좋으란 법은 없다. 오히려 한 번 틀어지면 그저 그렇게 시작했던 관계보다 더 매섭게 변해버릴 수 있다. 현실은 늘 이렇게 기대를 거스르니까 이야기에, 환상에, 여기가 아닌 저기에 마음을 기댄다.

 

1. <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 문학동네

 

소설의 소개사엔 이런 말이 있다. ....한 사람의 삶, 미래, 사랑과 죽음은 거대한 질서나 통념, 사회적 체면 같은 '큰 것'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과 그 주변 사람들이 행한 '작은 것'이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는 것을, '누구에게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이런 내용을 소설로 끝까지 끌어안고 표현해 냈다면, 그것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작가는 소설을 쓰기 전 목소리가 작은 사람들을 대변하는 사회 운동을 활발히 펼쳐 왔다고 한다. 게다가 문장마저 좋다니. 누군가에게 실망한 날 읽으면 좋겠다 싶었다.

 

2. <러브 레플리카>, 윤이형, 문학동네

 

소설집에 실린 <루카>와 <쿤의 여행>을 읽었다. <쿤의 여행>은 묘했고 <루카>는 처음부터 끝까지 좋았다. 묘하면서 좋고 서늘한 듯 하지만 결국엔 따뜻하다. 관계를 똑바로 응시하면서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리라. 이미 헤어졌고 돌이킬 순 없지만 계속 나를 잡아끄는 그런 옛사랑이 생각나는 날 읽어야지.

 

3. <캐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그책

 

<루카>는 남자와 남자의 사랑을 말했는데 <캐롤>은 여자와 여자의 사랑이란다. 게다가 해피엔딩. 의도하고 고른 건 아니고 <캐롤> 영화가 좋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들었는데, 원작이 페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일 줄은 몰랐다. 1952년에 처음 발행될 때는 <소금의 값(The Price of Salt)>이란 제목으로 '클레이 모건'이란 필명으로 책을 냈었단다. 100만부가 팔려 나가 작가가 성공하게 해 주고 또 그 후 리플리 시리즈나 내가 좋아하는 단편들을 썼을 테니 내겐 진정 고마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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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좀 아팠다. 마음도 아프고 몸도 아프고. 아마도 2015년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품고 있어서 아팠던 것 같다. 덕분에 야심차게 적어놓은 2016년 계획 중, 알라딘 신간평가단 데드 라인 잘 지키기는 가장 먼저 어겨버린 새해 계획이 됐다. 계획을 좀 지키지 못했으면 어떠랴. 좀 늦어도 이렇게 읽고 싶은 책을 쓰고 있으면 되는 것을. 계획이란 어기고 수정하라고 세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1. <카인>, 주제 사라마구, 해냄

 

아벨과 카인 얘기는 성경을 지금까지 읽히게 만드는 성경의 가장 핫한 스토리라인 중 하나다. 사실 성경 얘기를 다루는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루고 있는 주제 의식이 뻔하다는 생각이 좀 박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주제 사라마구니까, 교회 문턱도 밟아 보지 않은 이들도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카인과 아벨 얘기를 어떻게 풀어냈는지 궁금하다.

 

2. <소각의 여왕>, 이유, 문학동네

 

한국에서 소설을 쓰는 신인 작가로 살아가기란? 영어권에 비교하면 안 그래도 한국어를 공유하는 인구가 없는데, 그중에 소설이란 장르를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조차도 외국 작가가 쓰는 소설만을 줄기차게 읽는데. 신인이 어떤 세월을 견뎌야 하는지 알기에 신인이라면 박수 쳐주고,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고물상을 운영하는 지창씨와 유품정리사인 그의 딸 해미가 어떤 이야기를 빚어냈을까?

 

3. <그들>, 조이스 캐롤 오츠, 은행나무

 

오츠는 '작가의 말'에서 이 작품을 두고 '소설처럼 구성한 역사 기록'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들>은 1937년부터 1967년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디트로이트 빈민가에서 삶을 살아낸 한 가족의 연대기를 서술한다. 자신이 살았던 시대를 역사적으로 서술한다면 그 시각은 어떻게 될까, '나'를 배제하고 쓸 수 있을까, 어느 정도의 거리 두기가 가능할까 등등 책을 읽기도 전에 여러 질문들이 떠오른다. 오츠의 대표작이라니 출간이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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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2015년 12월이지만 내가 꼽은 리스트 중 한 권이라도 읽게 될 때는 2016년 1월일 것이다. 새해가 되면 늘 새해 계획을 세우곤 하는데 언제부턴가 신기하게도(?) 비슷비슷한 종류의 계획이 매년 반복된다. 이를테면 한 달에 책 5권 읽기는 책 3권 읽기와 같이 현실적으로 바뀌며 어렸을 때에는 간간히 들어갔던 조금은 허무맹랑한 계획은 리스트에서 종적을 감추고 그 자리를 건강이나 생활 습관과 같은 계획이 대신한다. 익숙한 것만을 반복하는 신년 계획으로 나이듦을 느끼는 건 꽤나 씁쓸한 일이다. 그래서 12월에 읽고 싶은 책으로는 전에 접해 본 적 없었던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뽑아 보았다. 

 

1. <첫숨>, 배명훈, 문학과지성사

 

배명훈 작가의 작품은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기로 유명하다. 이 상상력은 말로 설명하기 좀 어려운 종류인데, 이 작가의 <안녕, 인공존재!>를 읽고 이렇게도 단편을 쓸 수 있구나 싶어 꽤나 유쾌한 기분을 느꼈었다. <첫숨>은 그가 쓴 장편소설이고, 나는 단편소설을 읽을 때에도 이 작가가 장편을 쓰면 더 좋겠다 생각했었다. 인구 6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우주 정착지 '첫숨'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니 그 배경부터가 흥미진진하다.

 

2. <도착의 수수께끼>, v.s.나이폴, 문학과지성사

 

나이폴은 영국령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인도 이민자 3세로 태어나 영국에서 소설가가 됐다. 나는 나이폴의 약력을 보고 나서 트리니다드를 찾아봤는데, 지도를 봐도 어디인지 전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내겐 낯선 곳이었다. 아마 영국 사람들에게도 이 낯섦은 마찬가지였을 것이고 나이폴은 웨어 아 유 프롬이라는 질문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품고 있던 나이폴이 자신의 삶에서 '도착'이라 여기는 중년의 삶을 회고하는 자전적 소설이 <도착의 수수께끼>이며, 그가 '도착'에 대해 어떤 답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3.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열린책들

 

피에르 르메트르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작가였다. 그럼에도 <오르부아르>가 눈에 띈 건, 이 소설이 2013년 공쿠르 상 수상작이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작품이라는 설명 때문이었다. 흡입력이 대단하면서도 문학성이 뛰어나다니. 게다가 작가는 55살의 나이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단다. (아아, 소설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작가여!) 1차 세계대전 이후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기극을 모티브로 삼았다는데, '사기'와 '추리'가 들어가면 일단 믿고 볼만 하다.

 

4.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아모스 오즈, 문학동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이야기를 간간히 뉴스에서 듣긴 했지만, 그 복잡한 관계를 늘 이해해내지 못했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 그들의 관계를 이해해보고픈 내 욕구에서 뽑게 됐는데, 작가는 현대 이스라엘 건국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개인사를 통해 풀어냈다고 한다. 소설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이야기로, 또 감정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며 더불어 히브리 문학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다니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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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다. 2015년이 딱 세 달 남았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쌀쌀해지며 마음이 쓸쓸해지면 후회가 밀려온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이렇게 또 일 년이 가 버리다니. 무언가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고, 무언가 했더라도 후회하는 게 삶일지라도 말이다. 다행인 건 진정 소설 읽기 좋은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은 90 정도의 후회로 만들어지니 더 좋다. (나머지 10은 뭘까?)

 

1. 파묻힌 거인 / 가즈오 이시구로 

 

"올해 이보다 더 중요한 소설은 출간되지 않을 것", "걸작", "이전작과 전혀 다르면서도 가장 이시구로다운 작품"과 같은 말들이 <파묻힌 거인>을 수식하고 있다. 아마도 책을 두르는 띠지에 큼직하게 적혀 있겠지. 이시구로의 작품을 한 권만 읽어 보았더라면 그 말에 반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호들갑이 아니니까. 이번엔 심지어 고대 잉글랜드 평원이 무대이며,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는 판타지 모험담의 틀을 빌려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한다. 2차 대전 거대한 저택을 지키던 집사의 목소리가 이번엔 또 어떤 형태의 상실로 달라졌을지 어떻게 마음을 울릴지 궁금하다.

 

2. 어떤 날들 / 앤드류 포터

 

앤드류 포터의 단편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흥미롭게 읽었다. 표제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도 좋지만, 나는 <폭풍>의 이미지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옛 집에 오랜만에 모인 가족의 심리, 그러니까 서먹함과 절대 해결될 수 없는 갈등과 좋은 시절만 고집하는 답답함을 섬세하게 그려낸 점 때문인 것도 있지만 결말 때문이기도 했다.

 

잠시 나는, 어린 시절 그곳에 앉아 아버지가 일터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지난날의 늦여름 오후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언덕 아래로 아버지의 자동차 전조등 불빛이 보일 때 누나가 미소 짓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기쁨처럼 보였다. 그 불빛, 자동차,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안다는 그것은. -251p

 

어떤 날들에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각자 독립해 다른 도시 혹은 다른 집에 살고 있는 성인이 된 아들과 딸, 이십 년 이상을 함께 살았지만 뒤늦게 이혼을 결심한 부부의 이야기. 단편에서 보았던 가족의 이야기가 장편에선 어떻게 그려질까. 평범한 이야기를 평범하지 않게 쓰는 게 이 작가의 장기 아닐까.

 

3. 별도 없는 한밤에 / 스티븐 킹

 

<별도 없는 한밤에>에는 세 편의 중편과 한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고백하자면 소설을 너무 많이 쓰시니까 그리고 또 너무 기니까 스티븐 킹의 소설을 제대로 읽은 게 없다. (지금도 내 책장엔 한 번도 펴 보지 않은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 3권이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 아, 독자에게 죄책감을 유발하는 작가여.) 중편과 단편이라면 도전해 볼 만 하다.

 

4. 사십사 / 백가흠

 

아, 사십대라니. 생각도 하기 싫지만 가는 세월 잡는 힘이 내게 있으랴. <사십사>의 단편집에는 '어쩌다 어른'이 된 우울한 사십대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고 한다. 어떤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지 미리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백가흠 작가가 빚어낸 이야기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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