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의 코믹과 에세이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참신함으로 국내에 출간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나도 이 정도는 쓸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평범한문장이 순식간에 많은 독자들의 마음에 스며든 것이다.
짧은 시간에 마스다 미리는 ‘작가‘가 아니라 ‘언니‘ 같은이미지, 친근한 존재가 됐다. 그 이유를 두 글자로 표현하자면 ‘공감‘이라고 하겠다. 우리가 차마 글이나 말로표현할 수 없는, 누구의 마음에나 있는 ‘구린 부분‘을 그는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다. 그래서 독자는 아,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혹은 아, 당신도 그랬군요. 하고 공감하며 위안을 느낀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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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는 코코아를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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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초 앞도 모르는 채 살고 있다. 자기 의지만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대항할 수 없는 것도 맞은편에서 찾아온다. 그럴 때 끝없이 부푸는 불안은 우리에게무서운 시나리오를 쓰게 한다. 자기가 만든 스토리인데, 마치 누군가가 떠맡긴 미래처럼, 그리고 그것이 이미 정해진것처럼 우리는 위협받고 있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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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가 그랬던 것처럼, 경구 피임약이, 텔레비전이, 페이스북이 그랬던 것처럼, 이 기계도 인류 문명의 모습을 바꾸리라고 나는 예상한다. 일과 놀이의 구분이 사라지거나, 어쩌면놀이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아마 더 얄팍해질것 같다. 이건 기본적으로 피드백을 빠르게 줘서 정신을 붙잡아 두는 기계니까…………. (모든 작가가 이 기계를 착용하고 글을 쓴다면 신간 코너에 어떤 책들이 많아지겠는가?)하지만 넘어가자. 세탁기와 경구피임약과 텔레비전과 페이스북의 발명자들도 자신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지 않은가. 내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은 따로 있다. 이제 퇴고를 해야 한다. 여기까지 쓰는 데 아홉 시간십칠 분이 걸렸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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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으로 길게 뻗은 농로에 인기척은 없었다. 반야면을 쓴 섬뜩한 여자가 바로 옆을 지나간 지 몇 초밖에 지나지 않았다.
봄매미의 한층 드높아진 소리가 푸른 하늘 가득 울려 퍼졌다. 불길할 정도로 거대한 합창이었다.
엄청난 공포가 그를 덮쳤다. 온몸에 굵직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어느 쪽으로 도망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오른쪽으로 가면 어딘가에서 아까 그 여자에게 따라잡히고 만다. 그렇다고 왼쪽으로 뛰자니 어디로 닿는지도 모르는 농로가 영원히 이어질 뿐이다.
여기는 어디냐! 대체 나는 어떻게 된 거냐!
그는 큰소리로 절규하며 실성한 사람처럼 밭으로 뛰어들어 퇴비냄새 나는 땅을 넘어지고 자빠지며 달리기 시작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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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어렸을적 아버지에게 혼이 나 덜덜 떨면서도, 그 모습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냉정하게 관찰하고 분석해서 기억 속에 저장하는 내가 있었다. 어렴풋이 이것이 소설의 좋은 소재가 될 것이라고 느끼면서,
언젠가 어떤 사정 때문에 앤솔러지에 본명과 필명으로 두 편의작품을 실은 적이 있었다. 내가 쓴 책을 읽고 있는 줄도 몰랐던 어머니가 필명으로 쓴 작품을 짚으며 이것도 네가 쓴 것이 아니냐고물었다.
2.불편하지만 쓸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있다. 기억을 공유한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는 이야기. 소설가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비수처럼 박히는 이야기. 모든 것은 허구이자메타포라고 항변해보아도 이미 상처 난 가슴은 아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새벽 책상 앞에 앉은 소설가는 충분히 솔직하지 못했음을 자택한다. 여전히 가장 축축한곳,음험한 벌레와 사나운 야수들이 즐비한 밑바닥까지는
들어가지 못했음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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