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뿌리는 방향을 바꾸었더니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태양을 등지고 물을 뿌리자 뒤에서 비추는 빛이 물방울에 반사해서 무지개가 떴다. 평소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 빛의 색들이 여러개의 조건들이 겹쳤을 때만 파장이 맞아서 모습을 드러낸다.
유리코는 노랑머리 소녀와 흰색 셔츠의 청년을 떠올렸다.
아버지와 둘이서 무지개를 봤는지도 모른다.
태양을 등지고 삶을 버리려 했을 때 무지개는 나타난다. 그리고살아갈 힘을 기르고 다시 태양을 향해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면무지개는 그 등을 밀고는 덧없이 빛 속으로 녹아든다.
녹아서 ….
갑자기 눈물이 맺히고 시야가 흔들렸다.
하지만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다시 만날 것만 같다.
그때에는 밝게 웃고 싶다.
아버지와 히로유키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물을 잠그고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어갔다. 상쾌한 바람이 불어왔다.
부드러운 바람에 뒤를 돌아보았다.
마당에 남은 발자국 위로 아름다운 무지개가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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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그런 건 아닌데 리본하우스에 오는 애들은……… 집안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요. 정말 단순히 어떻게 먹고 말하고 세탁하고 청소해야 하는지, 또 속옷을 어떻게 개고 쓰레기는 어떻게처리하는지도 몰라요. 배운 적도 없고 물어볼 데도 없고 가르쳐줄사람도 없고."
 이모토는 그런 말을 해줄 상대가 가까이에 있으면 끊지 못할 안 좋은 습관에 빠져 허우적거릴 일도 없었을 거라고 말했다.
-중략-
"리본하우스의 리본(rebom)은 영어로 재생,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라는데, 나는요, 선생님과 그 카드를 만나면서 분명히 변했어요.
지금의 나는 어떻게 먹어야 몸에 좋은지 알고 요리와 청소도 할 줄알고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요. 가지고 있는 카드가 많아지면서 나에게 자긍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굉장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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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이 든다는 게 괜찮을 때도 있더라구요. 묵직해져서 덜 흔들리고 덜 뒤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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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어. 노예제도나 공민권운동 같은 게 그렇지. 평등은 어느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어렵사리 쟁취해낸 것이지. 누군가가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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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 중정으로 향해 난 창으로 정말 햇빛이 들어왔다. 그러나 의붓어미에게 내미는 용돈처럼 인색한 빛이었고, 끝내 발끝만 들여놓았다가 이내 달아나는 수줍은 빛이었고, 맹렬히 번식하는 곰팡이들을 박멸하기에는 턱없이 미약한 빛이었지만, 적어도 그 빛이 들어온곳만큼은 눈부시게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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