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모브가 들려주는 원소의 기원 이야기 -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95
김충섭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 1958 - )은 누군가 자신에게 “20세기의 위대한 발견 중 일반인에게 가장 알려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라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초신성(超新星- supernova: stellar explosion that is more energetic than a nova: 신성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는 별의 폭발을 말하는 것으로 전체 은하계보다 더 밝은 빛을 발한다.)을 들 것이라 말했다. 그 이유는 폭발한 초신성의 잔해들이 우주 만물을 이루는 근본적인 재료들을 공급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충섭 교수의 ’가모브가 들려주는 원소의 기원 이야기‘를 읽으며 ’타이슨이 연주하는 우주 교향곡‘과 야자와 사이언스 오피스에서 내놓은 ’비기닝(beginning)‘ 등의 책을 함께 읽었다.
김충섭 교수 역시 ’가모브가 들려주는 원소의 기원 이야기‘의 머리말에서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들이 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말을 했다. 잘 알고 있듯 태양 에너지의 원천은 핵융합 반응이다. 김충섭 교수에 의하면 태양이 에너지를 화학적 연소에 의해 공급받았다면 그 에너지는 수천년이란 짧은 기간에 고갈되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다이너마이트의 폭발은 전자 패턴의 재배치 즉 원자에서 전자 하나를 떼어내는 것이며 원자폭탄의 폭발은 양성자 및 중성자 패턴의 재배치 즉 원자핵을 쪼개는 것이라 설명한 리차드 파인먼을 생각하게 된다. 저자에 의하면 특수상대성 이론은 반응 전후에 질량 감소가 있을 경우 그 질량 결손(weight loss)에 광속의 제곱을 곱한 것만큼의 에너지가 방출된다고 말하는 이론이다.(이런 쉬운 설명이 ’가모브가 들려주는 원소의 기원 이야기‘의 장점이다.)
지구상에서 어떤 원소보다 철이 많은 것은 철의 원자핵이 상당히 안정되어 있기에 철에서 원소들의 합성이 끝나기 때문이다.(철은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금속이다.) 태양은 자체 중력에 의해 뭉쳐진 별이며 중력에 의해 수축하려는 힘과 이 힘에 대항하여 바깥으로 팽창하려는 힘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별이다. 별(恒星)은 핵융합의 연료인 수소가 소진되면 열을 방출할 수 없으므로(빛을 낼 수 없으므로) 자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수축하고 만다. 이 수축에 의해 내부 온도가 엄청나게 올라가면 새로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1,000만도 이상의 고온을 가진 별의 내부에서는 핵융합이 일어난다.) 초신성은 신성보다 밝은 별이라는 뜻을 지녔지만 사실 최후를 맞는 별이다.
초신성은 폭발하여 재가 되어 우주 공간으로 흩어진다. 폭발하면서 주위의 먼지나 가스 등을 밀어 붙여 새로운 별이 태어나게 한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초신성 폭발시 생기는 고밀도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초신성이 폭발하기 전에 생긴 원자핵과 순간적으로 반응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별의 내부는 무거운 원소를 생산하는 용광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결국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행성과 생명체를 이루는 복잡한 원소들은 모두 초신성의 폭발로 생겨난 것을 뜻한다. 수소, 산소, 탄소, 질소, 칼슘, 인 등으로 이루어진 인간은 폭발한 별의 잔해로부터 탄생한 외계인이라 할 수 있다.
저자에 의하면 우리가 궁금해 하는 우주의 비밀은 모두 원소(元素: elements)의 기원과 관련되었다. 타이슨에 의하면 100여 종의 원소들이 조그만 네모 칸 속에 암호 같은 기호로 표기되어 있는 주기율표에는 엄청난 정보가 담겨 있다.(김 교수는 세상 만물을 구성하는 원소는 90여 가지가 있다는 말을 했다.) ’비기닝(beginning)‘에 의하면 빅뱅 이론을 창안한 러시아 출신의 미국의 핵 물리학자인 조지 가모프(George Gamow: 1904 - 1968: 김 교수의 책은 가모브라고 표기 되어 있다.)는 우주가 일렘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일렘(ylem)은 조지 가모브와 랠프 앨퍼(Ralph Asher Alpher: 1921 - 2007)가 만들어낸 말로 그리스어로 최초의 물질을 일컫는다.
일렘이란 초고온의 중성자에서 생겨난 기체로 붕괴해 양성자, 전자, 중성미자가 된다. 그 결과 우주는 중성자와 양성자가 펄펄 끓는 바다가 된 것이다. 그것들은 무시무시한 고열에서 융합되면서 차례로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우주에서 가장 많은 원소가 수소이고 그 다음으로 많은 원소가 헬륨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렇다면 무거운 원소는 별로 없고 수소나 헬륨 같은 가벼운 원소들이 많은 것은 왜일까? 빅뱅으로부터 몇 분이 지난 후 우주의 온도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에 너무 낮아졌기 때문이다.(핵융합 반응시 무거운 원자핵일수록 더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빅뱅 후 1분 정도가 지나면 양성자와 중성자가 뭉쳐 그들보다 더 무거운 원자핵이 만들어지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빅뱅 후 우주는 불덩어리 상태로 물질은 없고 열과 에너지만 가득차 있었다. 그 이후 우주가 어느 정도 식어 태초의 입자가 생겨난다. 이들은 복잡한 변환 과정을 거쳐 원자를 만드는 원소인 양성자(수소 원자핵), 중성자, 전자가 된다. 플라스마 상태란 원자핵과 전자가 원자를 구성하지 못한 채 전기를 띤 상태로 뿔뿔이 흩어져 날아다니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빛조차도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한다. 빛이 부유(浮游)하는 전자에 의해 산란(散亂)되기 때문이다. 타이슨에 의하면 태양 중심부에서 생성된 광자(光子: photon)는 자유 전자나 원자에 부딪힘으로 인해 표면에 도달하려면 무려 100만년이 걸린다. 광자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태양 표면으로 직진한다면 2.3초가 걸린다. 이는 플라스마 상태에서는 빛조차도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한다는 말을 증거하는 사례이다.
우주 탄생 후 100억년이 지나면 우주의 평균 온도는 5K(-268도)까지 떨어지는데 이때 은하계 내에서 제 2세대 별들이 탄생하고 별들 주위에는 행성계가 형성된다. 우주 탄생 후 약 10만년이 지나면 우주의 온도는 약 4,000K 정도로 떨어진다. 이로써 원자핵과 전자는 결합하여 원자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전기를 띤 전자와 원자핵이 모두 사라진 것을 의미하는데 우주의 플라스마 상태는 끝나고 빛은 자유롭게 퍼져 나간다. 이 빛은 우주의 팽창과 함께 우주 공간으로 퍼져 나가면서 파장(波長)이 계속 길어지는데 이 빛이 바로 우주에 남아 있는 대폭발의 흔적인 우주배경복사(宇宙背景輻射: cosmic background radiation)이다.
별의 중심부에서 모든 수소는 헬륨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은 헬륨이 탄소로, 탄소가 산소로, 산소가 네온으로 변환하는 단계를 거쳐 결국 철이 생성될 때까지 계속 된다. 원자핵들이 융합하여 새로운 원소를 만들어 내려면 전기적 척력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온도가 높아야 하는데 별의 내부에서 철이 만들어지고 나면 그 다음 융합과정에 문제가 생긴다. 철보다 가벼운 원자핵들은 서로 융합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방출하지만 철의 원자핵은 외부에서 에너지가 유입되어야 한다. 여러 단계의 핵융합을 거쳐 철을 생산한 별은 더 이상 에너지를 방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체중력에 의해 붕괴하고 이 과정에서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해 거대한 폭발로 최후를 맞는다. 이 폭발이 일어나는 동안 별은 수십억 배 이상 밝아지는데 이런 별을 초신성이라 한다.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우라늄은 자연에서 발견되는 가장 무거운 원소이다. 우라늄보다 무거운 플루토늄은 자연계에서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원소가 아니라 인공적으로 합성한 원소이다. 우주의 팽창은 풍선이 바람의 유입에 따라 커지는 것에 비유된다. 하지만 우주의 팽창은 풍선이 커지는 것과 다르다. 풍선은 이미 존재하는 공간 속으로 커지지만 우주는 공간 자체를 만들어내며 팽창한다.
빅뱅 이론의 원 명칭은 알파 - 베타 - 감마 이론이다. 알퍼(가모브의 제자), 베테, 그리고 가모브가 논문 작성에 공동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정상우주론(定常宇宙論) 역시 빅뱅 이론처럼 우주의 팽창을 주장한다. 다만 팽창으로 우주의 밀도가 감소하는 만큼 새로운 공간 속에서 새로운 물질이 계속 생겨난다고 가정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두 우주론 공히 물질이 새로 생겨난다고 주장을 하지만 한꺼번에 생겨나느냐 끊임 없이 생겨나느냐 하는 차이가 있다.
한편 원소가 92번까지만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자핵을 만드는 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원자핵 속에는 모두 같은 양전하를 갖는 양성자가 들어 있는데 원자번호가 높을수록 원자핵 내의 전기적 반발력이 커진다. 그런데 핵을 묶어 두는 힘인 핵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핵을 지탱하기 어려워지고 이것이 결국 92번까지 원소가 존재하는 이유로 작용하는 것이다.(양성자는 수소 원자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