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평화 발자국 9 
김수박 지음 / 보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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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무엇인가? 이렇게 물으면 의아해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묻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 3월 나온 김상봉 교수의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에 의하면 삼성그룹이라는 주식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이건희씨의 직함인 회장님은 스스로 가져다 붙인 이름일 뿐이다. 따라서 이건희씨는 삼성의 어떤 계열사와도 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은 비판과 찬사가 엇갈리는 기업이다. 출판계의 상황을 보면 그 양상을 알 수 있다.  

 

삼성 관련 책들은 삼성을 300배 성장시킨 숨겨진 비밀 코드라는 부제가 붙은 ‘이건희 법칙’, 삼성경제연구소가 쓴 ‘삼성 반도체 세계 일등 비결의 해부‘, '삼성처럼 일하라‘,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 등 삼성을 배우고 따라야 할 모범으로 본 것들과, ‘삼성을 생각한다’, ‘'노회찬과 삼성 X파일: 권력과 자본에 맞서 싸운 7년의 기록', 이건희 그리고 죽은 정의의 사회와 작별하기라는 부제가 붙은 ‘굿바이 삼성’, ‘한국 사회, 삼성을 묻는다’ 등 삼성이 지닌 문제와 부정의하고 불의한 면모들을 비판한 것들로 나뉜다.

 

문제는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하는 견해와 삼성과 이건희 - 이재용 부자는 별개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팽팽하다는 사실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서울 지국장인 애나 파이필드는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속설을 한국이 삼성이고 한국과 삼성은 한데 얽혀 있다는 신화가 존재한다는 말로 표현 했다. 지난 2007년 삼성의 비리를 전격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에 몰린 비판 도는 비난은 대부분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라는 부제가 붙은 ‘사람 냄새’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3년 10월 학교의 추천으로 친구들과 함께 삼성에 입사해 반도체 작업장에서 일하던 2005년 6월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가 2005년 5월 말 저 세상 사람이 된 황유미씨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책이다. 본문에 의하면 삼성 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 전반이 관련 직업병이나 유해 인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한다.(35 페이지) 골수 이식 수술을 받은 황유미씨와 가족의 생활은 말 그대로 지옥 같았다.

 

육체적 고통도 고통이지만 돈도 무척 많이 들었고 우울증까지 겹쳤다. 삼성은 회사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하는 않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5,000만원에 이르는 치료비를 대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조건으로 내세운 사표는 수리해놓고 돈은 일부만을 주었다. 삼성은 황유미씨의 백혈병을 극구 개인 질병으로 몰아가고 산재 처리를 하지 않았다. 황유미씨는 결국 치료 받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아버지의 택시 안에서 숨을 거두었다.

 

삼성 산하의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인들의 인식과 행동을 지배하고 결국 개혁과 진보를 위한 대안을 생각할 수 없게 했다.(53 페이지) 문제는 신화(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하고 삼성이 잘 되어야 국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의 만연이다. 삼성을 비판한 많은 책들을 통해 알게 된 것이지만 ‘사람 냄새’를 통해 느낀 점은 삼성이 철옹성 같다는 것이다.

 

존 미클스웨이트와 에이드리언 울드리지는 “철옹성 같은 기업을 만드는 것보다 네트워크를 이용해 유연성의 폭을 넓히는 것이 번영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기업, 인류 최고의 발명품’ 252 페이지) 이 말이 유난히 가슴에 와 닿는다. 황유미씨의 이른 죽음을 애도한다. 그의 안타까운 사연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우리 사회의 그릇된 신화를 깨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당신은 행복한가 - 10년 만에 다시 열린 행복에 대한 특별한 토론 
달라이 라마.하워드 커틀러 지음, 류시화 옮김 / 문학의숲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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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불교는 달라이 라마의 환생을 믿는 신비로운 종교이다. 어쩌면 단순한 신앙을 넘어 삶 자체일 수 있는 티베트인들의 종교를 이끄는 현 14대 달라이 라마는 즉위 70년을 넘긴 살아 있는 전설이다. 달라이 라마는 개인적 상실과 조국의 고난에도 불구하고 늘 미소를 잃지 않으며 신비스런 환생 테스트를 배경으로 지녔음에도 과학 지식과 겸허한 자기 성찰로 빛을 발하는 분이다. 최근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여성에 대한 고백을 했다. "금욕서약을 했지만 여전히 눈앞에서 여성을 보면 멋지다는 생각이 들고 일종의 유혹을 느끼곤 한다"는 그의 고백은 진솔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권위적 모습과는 거리가 먼 그분에게서 느껴지는 친밀감은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가치 중 하나이다.

‘당신은 행복한가’는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인 정신과 의사 하워드 커틀러가 달라이 라마와 나눈 토론과 자신의 임상 사례를 공개하며 곳곳에서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이 개인의 행복에 관여하는 두 요인임을 역설한 책이다. 그분은 모일(某日) 모처(某處)에서의 한 강연에서 몇 가지 사소한 이야기 외에는 들려드릴 것이 없다는 말을 했다. 달라이 라마의 말은 진리란 단순하고 소박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족하다. 이런 점은 그가 공동체 의식의 결여를 문제삼고 그것의 극복과 지향 방법을 이야기 하는 책의 곳곳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사실 고난으로부터 미소와 자비, 평화스러운 삶이라는 꽃을 피워낸 달라이 라마 같은 분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을 말할 자격이 있을 것이다.

달라이 라마가 제시한 행복의 비결은 공동체와의 연결이 가져다 주는 이점에 대한 자각, 타인들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자각, 행동에 옮기기 등이다. ‘당신은 행복한가’에는 사람들은 유사성보다 차이에 집중하는 강한 성향이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달라이 라마는 “문화적으로 길들여진 것의 일부일지도 모를 자신의 잘못된 믿음을 깨려는 노력”, “다른 전통에 속한 사람들과의 개인적인 접촉“의 중요성, ”다양성이 주는 이점“에 대한 명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참된 본성에 대한 오해를 해독하는 통찰 수행의 중요성 역시 달라이 라마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이다. 이는 현실에 대한 자각을 통해 실제의 두려움과 상상 속의 두려움을 구별하는 것과 더불어 불교 수행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다.

달라이 라마의 처방은 현대사회의 진행 방향을 바꿀 필요 없이 한 번에 한 사람씩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면 된다고 한 데서 드러나듯 낙관적이고 희망적이다. 예컨대 인간 본성의 두드러진 특성을 친절하고 자비롭다고 보는 달라이 라마는 전형적인 의미에서 낙천적이다. 이는 그가 악을 독립적인 것이나 절대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 불교 문화권의 영향을 받은 것과 일정 정도 관련이 있다. 달라이 라마는 낙관주의와 희망을 잃지 않는 방법으로 넓은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기를 강조했다.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통찰과 지혜, 바라봄, 그리고 낙관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저자인 하워드 커틀러는 개인의 행복과 세상의 행복 둘 다를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방법을 긍정적인 마음 상태로 규정했다. 이 부분에서 나는 통찰과 지혜, 바라봄, 그리고 낙관이 중요하다는 내 의견과 긍정적인 마음 상태가 개인의 행복과 세상의 행복이라는 두 가지 행복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저자의 진단은 통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통찰과 지혜, 바라봄, 낙관 등은 마음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불교는 마음의 중요성(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을 강조한다. 물론 내 문제와 관련해 말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은 적어도 내가 말한 통찰과 지혜, 바라봄, 낙관 등의 바탕이고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물론 마음에 의해 추동된 통찰과 지혜, 바라봄, 낙관 등은 다시 마음을 풍요롭고 유연하게 할 것이다. 이는 대부분 동일한 회로를 사용함으로써 서로를 강화해 주는 감정과 기억의 관계와 유비적(類比的)이다. 지난 해 나온 ‘0.1%의 차이’는 특정 집단에서만 나타나는 특수한 대립유전자는 찾을 수 없다는 주장으로 내 사유의 단서를 제공한 책이다. 내가 이 책에서 배운 것은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단일염기다형성 - DNA에서 일어나는 점 수준의 변화) 표지들이 지리상 서로 다른 두 집단 사이에서보다 같은 집단 내에서 훨씬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0.1%의 차이’의 저자인 분자생물학자 베르트랑 조르당이 주장하는 것은 ”몇몇 드문 예외들을 제외하면 특정 집단에서만 나타나는 특수한 대립 유전자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베르트랑 조르당의 견해는 차이에 주목하고 차이를 확대할 필요가 없음을 말해준다. 물론 정치, 사회적으로 우리는 차이를 동일성으로 환원하는 폭력을 잘 알고 있다. 베르트랑 조르당의 주장은 결코 그런 차원이 아니다. 차이란 중요하다. 예컨대 남성 중심 사회에서 개인으로서의 여성의 차이는 의미가 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정희진의 논의를 보라.(‘페미니즘의 도전’ 참고) 문제는 차이와 차별을 구분하는 것이리라.

‘니체와 철학’에서 들뢰즈가 한 다음의 말도 차이와 동일성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변증법적 사유에서 다양성은 이성적 원리의 통제 밑에 조정되어서 등장하며, 결국 동일성의 구성 요소로 해소되어 버린다. 다양한 개체는 최후의 긍정을 산출하기 위해서 이용당한 후 결국 부정되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와 하워드 커틀러도 과학의 성과들을 많이 활용해 자신들의 논의를 이끌어 나갔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며 동시에 내 지론을 확인하게 한 것은 거울 뉴런이다. 거울 뉴런은 특정 행동을 할 때는 물론 타자의 행동을 관찰할 때에도 활성화하는 뇌의 특정 영역이다.

저자는 이를 신경 차원에서의 자아 - 타인 겹치기라 정의했다.(440 페이지) 이로부터 도출되는 것은 공감과 자비의 당위성이다. 아니 그 둘(공감과 자비)이 자연 질서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연과 원초적 생명력, 그리고 친화성을 억압하는 문명의 폭력이다. ‘당신은 행복한가’는 이런 문제들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미 진단과 처방은 제시되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당연히 실행에 옮기기이다. ‘당신은 행복한가’는 실행은 어렵지만 가야 할 길임을 생각하게 한다.



 
 
 
가모브가 들려주는 원소의 기원 이야기 -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95 
김충섭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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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 1958 - )은 누군가 자신에게 “20세기의 위대한 발견 중 일반인에게 가장 알려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라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초신성(超新星- supernova: stellar explosion that is more energetic than a nova: 신성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는 별의 폭발을 말하는 것으로 전체 은하계보다 더 밝은 빛을 발한다.)을 들 것이라 말했다. 그 이유는 폭발한 초신성의 잔해들이 우주 만물을 이루는 근본적인 재료들을 공급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충섭 교수의 ’가모브가 들려주는 원소의 기원 이야기‘를 읽으며 ’타이슨이 연주하는 우주 교향곡‘과 야자와 사이언스 오피스에서 내놓은 ’비기닝(beginning)‘ 등의 책을 함께 읽었다.

 

김충섭 교수 역시 ’가모브가 들려주는 원소의 기원 이야기‘의 머리말에서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들이 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말을 했다. 잘 알고 있듯 태양 에너지의 원천은 핵융합 반응이다. 김충섭 교수에 의하면 태양이 에너지를 화학적 연소에 의해 공급받았다면 그 에너지는 수천년이란 짧은 기간에 고갈되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다이너마이트의 폭발은 전자 패턴의 재배치 즉 원자에서 전자 하나를 떼어내는 것이며 원자폭탄의 폭발은 양성자 및 중성자 패턴의 재배치 즉 원자핵을 쪼개는 것이라 설명한 리차드 파인먼을 생각하게 된다. 저자에 의하면 특수상대성 이론은 반응 전후에 질량 감소가 있을 경우 그 질량 결손(weight loss)에 광속의 제곱을 곱한 것만큼의 에너지가 방출된다고 말하는 이론이다.(이런 쉬운 설명이 ’가모브가 들려주는 원소의 기원 이야기‘의 장점이다.)

 

지구상에서 어떤 원소보다 철이 많은 것은 철의 원자핵이 상당히 안정되어 있기에 철에서 원소들의 합성이 끝나기 때문이다.(철은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금속이다.) 태양은 자체 중력에 의해 뭉쳐진 별이며 중력에 의해 수축하려는 힘과 이 힘에 대항하여 바깥으로 팽창하려는 힘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별이다. 별(恒星)은 핵융합의 연료인 수소가 소진되면 열을 방출할 수 없으므로(빛을 낼 수 없으므로) 자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수축하고 만다. 이 수축에 의해 내부 온도가 엄청나게 올라가면 새로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1,000만도 이상의 고온을 가진 별의 내부에서는 핵융합이 일어난다.) 초신성은 신성보다 밝은 별이라는 뜻을 지녔지만 사실 최후를 맞는 별이다.

 

초신성은 폭발하여 재가 되어 우주 공간으로 흩어진다. 폭발하면서 주위의 먼지나 가스 등을 밀어 붙여 새로운 별이 태어나게 한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초신성 폭발시 생기는 고밀도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초신성이 폭발하기 전에 생긴 원자핵과 순간적으로 반응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별의 내부는 무거운 원소를 생산하는 용광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결국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행성과 생명체를 이루는 복잡한 원소들은 모두 초신성의 폭발로 생겨난 것을 뜻한다. 수소, 산소, 탄소, 질소, 칼슘, 인 등으로 이루어진 인간은 폭발한 별의 잔해로부터 탄생한 외계인이라 할 수 있다.

 

저자에 의하면 우리가 궁금해 하는 우주의 비밀은 모두 원소(元素: elements)의 기원과 관련되었다. 타이슨에 의하면 100여 종의 원소들이 조그만 네모 칸 속에 암호 같은 기호로 표기되어 있는 주기율표에는 엄청난 정보가 담겨 있다.(김 교수는 세상 만물을 구성하는 원소는 90여 가지가 있다는 말을 했다.) ’비기닝(beginning)‘에 의하면 빅뱅 이론을 창안한 러시아 출신의 미국의 핵 물리학자인 조지 가모프(George Gamow: 1904 - 1968: 김 교수의 책은 가모브라고 표기 되어 있다.)는 우주가 일렘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일렘(ylem)은 조지 가모브와 랠프 앨퍼(Ralph Asher Alpher: 1921 - 2007)가 만들어낸 말로 그리스어로 최초의 물질을 일컫는다.

 

일렘이란 초고온의 중성자에서 생겨난 기체로 붕괴해 양성자, 전자, 중성미자가 된다. 그 결과 우주는 중성자와 양성자가 펄펄 끓는 바다가 된 것이다. 그것들은 무시무시한 고열에서 융합되면서 차례로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우주에서 가장 많은 원소가 수소이고 그 다음으로 많은 원소가 헬륨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렇다면 무거운 원소는 별로 없고 수소나 헬륨 같은 가벼운 원소들이 많은 것은 왜일까? 빅뱅으로부터 몇 분이 지난 후 우주의 온도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에 너무 낮아졌기 때문이다.(핵융합 반응시 무거운 원자핵일수록 더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빅뱅 후 1분 정도가 지나면 양성자와 중성자가 뭉쳐 그들보다 더 무거운 원자핵이 만들어지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빅뱅 후 우주는 불덩어리 상태로 물질은 없고 열과 에너지만 가득차 있었다. 그 이후 우주가 어느 정도 식어 태초의 입자가 생겨난다. 이들은 복잡한 변환 과정을 거쳐 원자를 만드는 원소인 양성자(수소 원자핵), 중성자, 전자가 된다. 플라스마 상태란 원자핵과 전자가 원자를 구성하지 못한 채 전기를 띤 상태로 뿔뿔이 흩어져 날아다니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빛조차도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한다. 빛이 부유(浮游)하는 전자에 의해 산란(散亂)되기 때문이다. 타이슨에 의하면 태양 중심부에서 생성된 광자(光子: photon)는 자유 전자나 원자에 부딪힘으로 인해 표면에 도달하려면 무려 100만년이 걸린다. 광자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태양 표면으로 직진한다면 2.3초가 걸린다. 이는 플라스마 상태에서는 빛조차도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한다는 말을 증거하는 사례이다.

 

우주 탄생 후 100억년이 지나면 우주의 평균 온도는 5K(-268도)까지 떨어지는데 이때 은하계 내에서 제 2세대 별들이 탄생하고 별들 주위에는 행성계가 형성된다. 우주 탄생 후 약 10만년이 지나면 우주의 온도는 약 4,000K 정도로 떨어진다. 이로써 원자핵과 전자는 결합하여 원자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전기를 띤 전자와 원자핵이 모두 사라진 것을 의미하는데 우주의 플라스마 상태는 끝나고 빛은 자유롭게 퍼져 나간다. 이 빛은 우주의 팽창과 함께 우주 공간으로 퍼져 나가면서 파장(波長)이 계속 길어지는데 이 빛이 바로 우주에 남아 있는 대폭발의 흔적인 우주배경복사(宇宙背景輻射: cosmic background radiation)이다.

 

별의 중심부에서 모든 수소는 헬륨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은 헬륨이 탄소로, 탄소가 산소로, 산소가 네온으로 변환하는 단계를 거쳐 결국 철이 생성될 때까지 계속 된다. 원자핵들이 융합하여 새로운 원소를 만들어 내려면 전기적 척력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온도가 높아야 하는데 별의 내부에서 철이 만들어지고 나면 그 다음 융합과정에 문제가 생긴다. 철보다 가벼운 원자핵들은 서로 융합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방출하지만 철의 원자핵은 외부에서 에너지가 유입되어야 한다. 여러 단계의 핵융합을 거쳐 철을 생산한 별은 더 이상 에너지를 방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체중력에 의해 붕괴하고 이 과정에서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해 거대한 폭발로 최후를 맞는다. 이 폭발이 일어나는 동안 별은 수십억 배 이상 밝아지는데 이런 별을 초신성이라 한다.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우라늄은 자연에서 발견되는 가장 무거운 원소이다. 우라늄보다 무거운 플루토늄은 자연계에서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원소가 아니라 인공적으로 합성한 원소이다. 우주의 팽창은 풍선이 바람의 유입에 따라 커지는 것에 비유된다. 하지만 우주의 팽창은 풍선이 커지는 것과 다르다. 풍선은 이미 존재하는 공간 속으로 커지지만 우주는 공간 자체를 만들어내며 팽창한다.

 

빅뱅 이론의 원 명칭은 알파 - 베타 - 감마 이론이다. 알퍼(가모브의 제자), 베테, 그리고 가모브가 논문 작성에 공동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정상우주론(定常宇宙論) 역시 빅뱅 이론처럼 우주의 팽창을 주장한다. 다만 팽창으로 우주의 밀도가 감소하는 만큼 새로운 공간 속에서 새로운 물질이 계속 생겨난다고 가정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두 우주론 공히 물질이 새로 생겨난다고 주장을 하지만 한꺼번에 생겨나느냐 끊임 없이 생겨나느냐 하는 차이가 있다.

 

한편 원소가 92번까지만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자핵을 만드는 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원자핵 속에는 모두 같은 양전하를 갖는 양성자가 들어 있는데 원자번호가 높을수록 원자핵 내의 전기적 반발력이 커진다. 그런데 핵을 묶어 두는 힘인 핵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핵을 지탱하기 어려워지고 이것이 결국 92번까지 원소가 존재하는 이유로 작용하는 것이다.(양성자는 수소 원자핵이다.)



 
 
 
대통령 경제사 - 1945~2012 
김동호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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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政治)와 경제(經濟)는 각기 고유한 위상과 논리를 가진 개별적 학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나라에서 그 두 학문은 분별 없이 논의되기 일쑤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학문적 성과나 한계가 아닌 정치 현실과 경제 현실이 분별 없이 논의되기 일쑤였다고 해야 옳다. 이론과 현실 사이의 갭을 논하는 것 이상으로 분별 없이 논의된 그 두 영역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분별 없이 논의되었다는 말을 했지만 양상은 주로 경제 문제가 정치로 환원되어 논의되었다.

성급한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신자유주의 정책 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충실한 후계자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들 모두 불편해 하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신자유주의의 후계자라는 말은 일리가 있다. 이 사실은 대통령의 경제학에 초점을 맞춘 저자(김동호)의 다음과 같은 말을 통해 설득력을 얻는다. “대통령 경제사를 통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자 대체로 후임자는 전임자가 놓은 주춧돌을 딛고 한국 경제를 한 발씩 앞으로 이끌고 나아갔다.”

문제는 경제 발전과 정치 발전이 비례하지 못한 경우이다. 저자는 좌우 또는 당파 같은 이념적인 요인은 최대한 배제하고 국가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실용과 중용의 관점에서 공과(功過)를 따졌다는 말을 한다. 이런 점이 이념 지향적인 논자들에게는 부당한 시도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장 전략과 복지 정책의 조화에 지향점을 둔 저자의 진의는 주목받을 만하다. 그간 우리는 경제가 아닌 정치 또는 이념에 치우친 현실 인식을 보여왔다. 우리의 정치사가 너무 파란만장했기에 경제에만 초점을 둔 논의를 펼 상황이 도래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건국 이후 우리 나라의 대통령은 모두 10 명이었고 그 중 8 명이 경제 정책에 큰 영향을 남겼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이 그들이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도입해 한반도 전체의 공산화를 막은 이승만.. 하지만 그는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3, 15 부정선거와 4, 19 시민혁명으로 인해 공은 묻히고 과가 집중 부각되기 시작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박정희... 저자는 박정희의 한강의 기적의 씨앗을 뿌린 사람은 이승만 대통령이었다는 말을 한다. 제프리 삭스에 의해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새마을 운동의 시동자(始動者)인 박정희에 대해 저자는 공과 과를 분리해 보자는 말을 한다. 이승만의 독재가 경제 발전과 특별한 관계가 없었던 데 비해 박정희의 독재는 압축 성장을 위한 과정의 산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박정희의 공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건강보험제도의 도입이다. 박정희편에서 특기할 사실은 한강의 기적이 박정희 개인의 원맨쇼가 아니라 이병철, 정주영이라는 두 명의 경영의 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이 지적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보릿고개를 없앤 것도 가난을 물리친 것도 문화수준이 높은 국민이 한 것입니다. 박정희는 민주정부가 출범한지 불과 9개월 만에 전방의 진지를 버리고 총부리를 거꾸로 돌려 서울로 진격해온 사람입니다.”란 지적과 극명히 대비되고 “당시 민주당에는 경제계획을 세울 만큼 경제 전문가도 많았고 실행능력도 있어서 박정희가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정치도 경제도 선진 민주국가로 도약했을 것입니다.”란 지적과도 극명히 대비된다.(증보판 ‘김영삼과 박정희’ 참조)

정통성 결여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에 큰 비중을 둔 전두환의 정책이 국민소득 증가를 가져왔고 이는 결과적으로 민주화의 디딤돌이 되었다는 저자의 지적은 아이러니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특기할 것은 전두환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출범시켜다는 사실이다. 전두환이 만든 기초 위에 노무현, 이명박 두 대통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계속 확대한 것도 그렇다. 전두환의 대표적인 공은 국민연금 제도와 최저임금제도의 도입이다.노태우는 토지공개념을 도입한 의외(?)의 대통령이다. 그 제도가 후일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아 생명을 다한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특히 토지공개념의 주요 법안 중 하나인 토지초과이득세가 김대중에 의해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폐지되었다는 사실은 그간 대통령들에 대한 내 이해가 편향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우리가 모르고 있던 대통령들 간의 역학관계이다. 경제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한 흥미를 느낄 수 있음을 안 것이 '대통령 경제사'의 장점이다. ‘대통령 경제사’를 읽으며 느낀 사실 중 하나는 성장과 발전은 거품과 투기, 특정 계급의 희생 위에 꽃필 수 밖에 없는가, 하는 안타까운 의문이다.(224 페이지) 이는 정치적 독재가 경제적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가, 하는 의문과 뿌리가 같다.

김영삼은 전격적인 금융실명제 도입이라는 공과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는 평을 받는 OECD 가입이라는 과로 분명하게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금융 개혁에 실패함으로써 외환위기를 초래한 김영삼 정권의 실책(失策)은 시사하는 바가 너무 크다. 각 대통령들은 각기 다른 경제 여건 속에서 나름으로 최선을 다했다. 2000년대의 대통령이 1980년대에 대통령이 되었거나 1990년대 대통령들이 1960, 70년대에 대통령이 되었거나 1970, 80년대의 대통령이 1940, 50년대에 대통령이 되었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졌을까? 김영삼 정권의 경제적 실책은 뒤를 이은 김대중 대통령의 강력한 구조 조정을 불렀다.

이는 한국을 본격적인 신자유주의적 환경과 질서로 편입시켜고 이는 양극화와, 노동 시장 유연화 등의 문제를 낳았다. 김대중은 무자격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신용 카드 발급을 허용함으로써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신용카드 남발이 가계부채 폭증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에게로 그대로 이어졌다. 현재 900조원에 이른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정치적으로 배타적이고 대립하는 듯 보였지만 많은 공통점을 가졌고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시대를 통과했다. 이승만이 과도한 부의 불균형을 적절한 제도적 시정을 통해 잡을 수 있다면 자본주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본 것(22 페이지)은 이명박 정권의 trickle down 정책의 원형에 해당한다. 이는 국민들은 물론 다수의 대통령 및 경제 관료들이 가져온 생각이리라. 나에게 한(限)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양가감정의 대상이다. 개인의 자유를 크게 보장한 반면 시장의 자유를 극대화한 그의 정책은 엇박자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정치 노선 뿐 아니라 경제정책에서 노무현은 김대중의 노선을 상당 부분 계승했다는 말을 했다.(360 페이지)

김영삼 정권의 금융개혁 실패가 교훈을 가져다 주었듯 “급진적 실험“을 단행한 노무현 정권의 문제제기와 시도는 가치 있는 기여가 될 것이다.(365 페이지) 또한 노무현에 대해 ”성장 일변도로 달려온 한국 경제의 관성에 외롭게 맞서야 했다.“고 표현한 저자의 말은 그가 자살한 대통령이어서인지 유난히 심난한 감회를 선사한다. 더욱이 노무현의 경제 정책을 완급조절이 필요했던 꿈과 비전이라 표현한 저자의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이명박 정권이 양극화 해소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규정했다.(413 페이지) 문제는 의도와 달리 trickle down 정책이 실효성을 갖추지 못한 정책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하다. 주목할 사실은 노무현 정권의 한미 FTA 추진이 이명박 정권에 이르러 꽃을 피웠다는 점이다.(439 페이지) 권력은 기업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말이 실감난다. 이 말은 이명박 정권이 극명한 예이지만 그 이전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부터 공이든 과이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시대 상황의 상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과 맥락이 유사하다.

문제는 대중과의 소통이고 실패한 정책을 인정하고 철회할 수 있는 용기이리라. ‘대통령 경제사’를 통해 느낀 결코 철회할 수 없는 생각은 시대가 흐를수록 점차 문제가 가중된다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가 대두하는 현실을 보며 “이념의 시대는 갔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떠올리는 것은 그의 말이 어떤 의도에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으나 나에게 그의 말은 점차 문제가 가중되는 현실에 비추어 경직과 강박에서 벗어나 실효성 있는 유연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저자는 대통령이 추구해야 할 열 가지 경제정책으로 일자리 창출, 고용 유연성 확보, 일하는 복지 정책, 보육 강화 정책, 주택 문제 해결, 학교 교육 정상화, 의료 보장 확대 정책, 재정 안정 확보, 금융 산업 발달, 기업 생태계 유지 등을 들었다. 대통령 경제사를 저술한 저자의 노고는 주목할 만하다. 물론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서 본 것은 논의를 분명히 하기 위한 수단이다. 정치와 경제가 무관할 수 없는 것은 경제 정책도 결국 정치적 선택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보는 것은 정치와 경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방편이다. 주자학을 집대성한 12 세기 남송의 학자 주희(朱熹)의 사유를 “분리해서 보면.. 합해서 보면”이란 뜻에서 합리(合離)의 사유로 규정한 한 철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1,2,3 그리고 무한 - 칼링가 상 수상자 대표작 
조지 가모브 지음, 김혜원 옮김, 곽영직 해제 / 김영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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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이나 천문학 등을 알기 위해 수학이라는 학문의 도움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수학은 그것에 정통하지 못한 사람에게 난관으로 작용한다. “갈릴레오와 뉴턴이 수학을 물리학의 언어로 사용했을 때 수학은 물리학의 종이었지만 맥스웰의 연구에서 수학은 과학의 여왕이었다.“는 수학자 로빈 매리언 로드의 말은 수학과 자연과학의 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물리의 언어로 세상을 읽다’ 참조)

 

“우리의 눈 앞에 끝없이 펼쳐지는 이 광대한 책, 곧 우주의 진리는 수학의 언어로 쓰여 있다. 그 언어를 모르는 한 우리는 그 신비의 단 한 구절도 이해할 수 없다.”는 갈릴레이의 말도 양자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갈릴레오의 진실’ 참조) 칼링가 상을 수상한 조지 가모프의 ‘1, 2, 3 그리고 무한’은 바로 그 ‘수(數)‘의 상징성과, 서양이 수(數)와 신(神)의 문화 위에 건설된 문화임을 증거하듯 수와 관련한 유용한 상식들을 전하는 것으로 첫 장을 연 책이다.

 

가모프가 본문에서 예시한 수학적 진실들은 다각형의 면이 모두 같고 면과 면이 만나는 모서리의 각이 모두 같은 3차원 입체를 뜻하는 플라톤의 입체를 비롯해 여러 가지이다. 존 알렌 파울로스의 ’수학 나라에 바보는 없다‘에 의하면 지금은 소멸해 가는 고전적 입체기하학은 고차원적 일반화를 도모하기 위해 물리학, 추상대수학, 위상수학에서 많이 연구되던 분야이다. ‘1, 2, 3 그리고 무한’은 자연과학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수학적 훈련을 하게 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불교는 중국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단련하는 언어의 연병장(練兵場)이었다”(‘상상력과 원근법’ 참조)는 국문학자 김인환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빅뱅 이론의 원류인 대 폭발 이론을 개념화한 가모프는 우주배경복사의 존재를 예감한 예지적인 과학자였다. 가모브의 제자였던 알퍼와 베테, 그리고 가모브가 논문 작성에 공동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빅뱅 이론은 흔히 알파 - 베타 - 감마 이론으로 불린다. 물론 가모프가 ‘1, 2, 3 그리고 무한’의 초판을 쓰던 1948년에 빅뱅이라는 단어는 없었고 가모프와 앨퍼의 머릿 속에서 형상을 갖추어 가는 중이었다.(16 페이지)

 

그런데 형상을 갖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공간을 차지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가모프에 의하면 우리는 3차원 생물이기에 우리가 속한 3차원의 기하학적 성질들보다 우리가 바깥에서 볼 수 있는 선과 면의 기하학적 성질들을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곡선이나 곡면의 의미는 쉽게 이해하면서도 3차원 공간 역시 휘어질 수 있다는 말에는 깜짝 놀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84 페이지)

 

공간의 이상한 성질들이란 장(章)에서 저자는 뫼비우스 띠에 당나귀를 올린 뒤 ”비틀린 띠의 표면에서는 비틀린 표면 주위로 가져가기만 하면 오른손잡이용 사물이 왼손잡이용 사물로 변할 수 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란 말을 한다. 문제는 우리는 공간을 밖에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4차원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투영(投影: 물체의 그림자를 어떤 물체 위에 비추는 일)이다. 투영은 입방체를 평면으로 밀어넣는 유일한 방법이다.

 

가모프의 책은 거대한 우주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초 개념들을 익히게 한다는 점에서 돋보이고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내용들이지만 다른 어떤 책들과 차별되는 독특한 강의안이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물론 가모프는 과학이란 무엇이며 과학적 설명을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이기까지 한 의문도 제기한다. 화학, 생물, 물리, 천문학 등등 가모프가 설명하는 것들의 스펙트럼은 넓고 질적 수준은 놀랍다.

 

물론 여러 분야가 다 고른 성취도를 갖추었지만 내게는 생물학 분야 특히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살아 있는 세포와 죽은 세포를 구별한 생명의 수수께끼 장(章)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가모프는 1) 주위의 환경에서 자기 구조에 필요한 물질을 흡수하여, 2) 이런 물질들을 자기 성장에 쓰일 물질로 바꾸며, 3) 기하학적 크기가 너무 커졌을 때 자기 크기의 절반인 두 개의 유사한 세포로 쪼갤 수 있는(그리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들을 살아 있는 세포들을 식별하는 기본 성질로 예시했다.(345 페이지)

 

가모프는 생화학적 흡수와 역학적 부착(附着)을 답으로 제시했다. 나는 가모프의 설명을 들으며 생물과 무생물은 긴장의 유무에 따라 나뉘는 것은 아닐까, 란 생각을 했다. 가모프의 설명은 때로 어려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은유가 곁들여진 만큼 대체로 쉽고 친절하다. 특히 직접 그린 그림들은 낯선 내용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1, 2, 3 그리고 무한’을 통해 독자들이 접한 것은 미시 세계에서 거시 우주, 생명체와 시, 공간, 무생물 등에 이르는 총체적 지식이다.

 

한편 가모프는 우리의 우주가 유한한지 무한한지 확실히 말하려면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424 페이지) ‘1, 2, 3 그리고 무한’은 과학적 진리를 전하려는 것 이상으로 독자를 과학적으로 사고하게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책으로 보인다. 가모프의 책은 과학에 정통하려면 상상력과 수학적 두뇌, 호기심 등이 두루 필요하다는 깨달음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리고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내용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문제는 틈틈히 내용들을 음미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