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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하는 인간
정소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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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의 비판적 존재론 - 그 미완의 기획
문성훈 지음 / 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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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그손, 생성으로 생명을 사유하기 - 깡길렘, 시몽동, 들뢰즈와의 대화
황수영 지음 / 갈무리 / 2014년 10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800점(10%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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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그손 - 지속과 생명의 형이상학
황수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3년 5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540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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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진화
앙리 베르그손 지음, 황수영 옮김 / 아카넷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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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식과 존재사유 - 칸트철학과 근대적 주체성의 존재론
김상봉 지음 / 한길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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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주체성의 이념 - 철학의 혁신을 위한 서론
김상봉 지음 / 길 / 2007년 2월
20,000원 → 17,000원(15%할인) / 마일리지 170점(1%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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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 - 김상봉 철학이야기
김상봉 지음 / 한길사 / 2003년 1월
17,000원 → 16,150원(5%할인) / 마일리지 490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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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렌즈를 원제로 가진 아론 베이키의 스피노자가 나왔다. 지은이는 스피노자와 같은 나라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원제에 담긴 렌즈라는 말은 스피노자가 생계를 위해 안경 렌즈를 가공한 데서 유래한 제목이다. 이 단어가 상징하는 것은 청빈함, 의연함, 자유이다. 스피노자는 나에게는 수행자 같은 존재이다. 세파에 휩쓸리다가 문득 아, 그가 있었지 하면서 찾게 되는 존재이다. 이번 책은 스피노자 전공자 중 한 분인 서동욱 철학자가 감수를 맡았다. 서동욱 교수는 철학 연습의 첫 순서를 스피노자로 구성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사회적 제도를 통해서 뿐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 스스로 억압과 공포와 부정의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면서 예속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질 때마다 철학자들은 스피노자의 책들을 다시 펼쳐든다.”고 말했다.

 

 

들뢰즈는 스피노자를 철학자의 그리스도라 칭했다. 물론 들뢰즈가 스피노자를 철학자의 그리스도라고만 부른 것은 아니다. 들뢰즈는 자신에게 스피노자는 철학의 왕자이며 절대적인 철학자라 불렀다. 들뢰즈는 스피노자의 제자인데 이는 서동욱 교수가 말했듯 동물과 관련해 그 의미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들뢰즈는 동물을 찬양했다. 이는 헤겔과 정반대이다. 들뢰즈는 동물들은 필연적으로 서로 죽이지만 죽음을 자신 속에 품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자기 존재를 가책의 대상으로 여기는데 이것이 후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죄의식의 다른 말이다. 이 죄책감은 프로이트의 토템과 타부를 읽으면 알겠지만 아버지 살해, 죄의식, 전이(轉移), 토템, 종교의 발생 등에 두루 관련된 것이다.

 

 

여기서 정신과 의사 잭 도미니언의 책을 한번 보자. 그는 인간 예수에서 예수의 죄책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예수는 죄의식을 경험할 능력이 있었고 인류를 대신해서 인간과 동일한 수준에서 죄의식을 경험했으리라 생각하지만 죄를 범하지 않고 남자들과 여자들을 대신해서 죄의식을 경험했다고... 사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정신분석 진영에서 거부할 수는 없으리라 보인다. 도미니언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실제적이건 아니건 무시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내가 궁금한 것은 일반적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해석할 수 있는 아버지에 대한 욕설, 적개심, 거리감 등을 표현한 시를 쓴 시인의 정서가 실제로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을 쓴 것인지 아니면 사랑을 책으로 배웠어요란 말처럼 정신분석을 통해 접한 콤플렉스를 자신에게서 실제 생겨난 것인 양 쓴 것인지이다.

 

 

이야기가 옆길로 많이 벗어났는데 하고 싶은 말은 정신분석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그에 대한 비판을 주지로 하는 들뢰즈의 책을 읽는 것은 흥미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글쎄 나는 장담하기는 이르지만 철학 특히 들뢰즈의 철학에 관심이 많기에 최종적으로는 정신분석을 비판하는 입장에 서게 될 것 같다. 또한 질 들뢰즈(Gilles Deleuze)‘에서 스피노자, 베르그송, 니체를 신성한 삼위일체라 말한 철학자 토드 메이의 제의(?)를 받아들여 스피노자, 니체, 베르그송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들뢰즈는 스피노자가 그리스도라면 베르그송은 아버지, 니체는 성령이라고 말했다.

 

 

들뢰즈가 말했듯 스피노자, 베르그송, 니체는 차이의 존재론의 매개변수이다. 두서 없지만(내용이 아니라 인용이) 들뢰즈가 정신분석을 비판하는 논리는 이렇다. ”나의 욕망이 영원히 아버지 아래에서 억제와 금지를 통해 가책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면 마찬가지로 노동자(아이)로서 나는 영원히 자본주의 체제(아버지, 자본) 아래에서 각종 억압과 금지를 통해 가책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서동욱 지음 들뢰즈의 철학‘ 147 페이지)

 

 

그렉 램버트는 누가 들뢰즈와 가타리를 두려워 하는가에서 들뢰즈와 가타리가 정신분석의 죽음을 선언한 것을 염두에 두고 그것이 신의 죽음 선언처럼 정확히 때맞춰 죽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삶을 연장하는 어떤 실체의 죽음이 지속되는 기간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말을 한다. 램버트는 죽음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정신분석의 종말은 바로 그 제도 속에 있는 가능한 미래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묻는다.(161 페이지) 스피노자로부터 시작되어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다. 하고 싶은 말은 이제 어떤 독서를 해야 하는지 자문하게 된다는 말이다. 12 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휴그(Huge de Saint Victor)는 미숙한 영혼의 소유자는 자신의 사랑을 세계 속 특정한 한 장소에 고정시키는 반면 강인한 자는 그의 사랑을 모든 장소에 미치고자 한다는 말을 했다. 나의 공부 역시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자연스럽게... 



 
 
 

 

잭 도미니언의 인간 예수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인상적인 단어들 가운데 하나는 능력이다. 죄의식을 경험하는 능력(62 페이지), 우울 국면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71 페이지), 슬픔을 느낄 수 있는 능력(71 페이지),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71 페이지), 누군가를 믿을 수 있는 능력(84 페이지) 등등. 거기에 레브리(reverie)까지. 레브리는 상상과 상징의 능력이 작용하는 정신적인 공간을 의미한다. 餘談이지만 reverie는 가브리엘 포레의 reve 꿈을 꾼 후에에 나오는 꿈(reve)을 연상하게 한다. 주목할 것은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이나 누군가를 믿을 수 있는 능력은 긍정적인 뉘앙스로 받아들여지지만 죄의식을 경험하는 능력이나 우울 국면에 도달하는 능력 등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결론을 말하면 도미니언이 말하는 죄의식을 경험하는 능력은 신성을 지닌 것으로만 알려진 예수가 인간적 능력까지 갖추었음을 증거하는 의미를 지녔다. 이는 이 세상에 성육신해 왔다는 신은 실제로는 가상(假想)이나 환영(幻影)이라는 가현설(假現說, docetism)이 오류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이제 남는 것은 우울 국면에 도달하는 능력과 슬픔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우울 국면에 도달하는 능력은 아동 정신분석의 대가인 멜라니 클라인에게서 유래했다. 클라인은 유아는 자신의 사랑과 증오가 모두 동일한 대상인 엄마에게로 향하고 있음을 깨닫고 나서 그 상반되는 감정을 인정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의 증오로부터 엄마를 보호하고 자신이 증오로 엄마에게 끼쳤다고 상상되는 손해를 복구하려는 염려에 이를 때 우울 국면에 도달한다고 보았다. 이렇듯 우울, 슬픔, 분노 등은 건강한 감정이다.

 

 

레오나르도 콜레티의 명화로 보는 32 가지 물리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이 능력이란 단어가 지닌 특별한 분위기를 느꼈다. 물리학자 콜레티는 물리학의 역사에서 실제로 모든 물리학자들이 막스 플랑크처럼 개종(改宗)할 수 있는 능력 즉 자신의 이론을 포기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양자역학이 바로 이 플랑크의 흑체 복사 이론으로부터 시작된 것임을 감안하면 그의 포기 능력은 혁신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19001214일 플랑크는 흑체 복사 이론을 발표했다. 흑체는 표면이 검은 물체가 아니라 외부의 빛을 모두 흡수해서 반사되는 빛이 거의 없는 물체를 말한다. 흑체는 열을 가하면 빛을 방출한다. 흥미로운 것은 흑체의 에너지 복사(輻射) 패턴(빛의 파장과 세기)이 오직 온도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진폭과만 관계되는 고전 역학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진폭이 크면 에너지도 크고 작으면 에너지도 작다.)

 

 

문제는 파장이 짧으면 무한히 많은 에너지를 지닌 것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이다. 플랑크는 이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다. 흑체에 투입한 에너지가 유한하기에 무한한 에너지가 방출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말로 고전 역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아포리아라는 의미이다. 플랑크는 대담한 가정을 했다. 즉 빛이 짧은 파장에서 정상파를 만들기 위해 높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면 그만큼 짧은 파장에서는 정상파가 형성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빛의 진동수가 클수록 에너지가 크다는 의미이고 빛의 에너지는 진동수가 주어지면 진동수에 플랑크 상수를 곱한 만큼의 에너지를 최소 단위로 가진다는 의미이다. 이는 빛이 입자처럼 덩어리 형태의 에너지를 가진다는 의미이다. 플랑크가 자신의 가설에 내포된 의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몇 년이 걸렸다. 그가 에너지의 최소 단위라고 부르는 데 그친 빛의 알갱이에 빛의 양자(量子)라는 이름을 붙여 양자역학의 시대를 연 것은 아인슈타인이다

 

 

잭 도미니언은 인간 예수에서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예수의 사역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그를 양육해야 할 임무를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의지였다는 사실과 별도로 그녀가 이 일의 정확한 성격을 이해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며,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알았는지의 여부와는 또 다른 문제였다고 말한다. 도미니언은 마리아가 예수의 실제적 현시(顯示)들 속에서 계속 경이감을 맛보았을 것이라 말한다.(120 페이지) 마리아의 경이감과 이해는 플랑크의 놀라움과 이해의 질을 연상하게 한다.

 

 

레오나르도 콜레티가 플랑크의 포기를 언급한 것은 카라바조(Caravaggio)바울의 회심The Conversion of Saint Paul 또는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의 회심을 뜻하는 Conversion on the Way to Damascus를 설명하는 장에서였다. 잘 알다시피 바울의 회심으로 기독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카라바조는 말에서 떨어진 바울에게서 빛이 발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이 빛은 바울을 말에서 떨어지게 한 빛과 어떤 관계일까? 그림에서 빛은 말에서도 발산된다. 그림은 빛만이 아니라 그 빛으로부터 영감을 얻거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사람, 심지어는 당사자를 태운 말까지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일까? 플랑크의 빛, 바울을 말에서 떨어지게 한 빛, 그리고 바울과 말에서 반사되는 빛.. 빛의 천지 속에서 내가 갖는 궁금증은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