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과 듣기 예술 범우사상신서 56
에리히 프롬 지음, 호연심리센터 엮음 / 범우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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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과 듣기 예술’은 에리히 프롬의 인본주의적 정신분석의 진수를 접할 수 있는 책이다. ‘마르크스를 말하다’에서 인본주의의 르네상스를 인간에 대한 점증하는 위협에 대한 반작용으로 풀이한 프롬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보다 마르크스가 훨씬 더 위대하다고 본 정신분석학자로도 유명하다. 프롬은 ‘정신분석과 듣기 예술’을 통해 신경증 발생에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이 하는 역할을 인정하지만 그것을 본질적으로 성적인 것으로 본 프로이트에 반대되는 견해를 내세운다.(30 페이지)



또한 프로이트가 트라우마를 어린 시절에 발생하는 것으로 본 데 비해 프롬은 지속적인 것으로 보았다. 여기에는 분석 치료에서 떠올릴 수 없는 즉 우리가 알지 못하는 외상적 경험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프롬은 자기도취적이고 죽음 애호적이고 근친상간적인 악성 신경증과, 그와는 다른 차원인 양성 신경증을 다르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롬은 분석 치료의 본질은 성격의 비합리적인 면(어린 아이 같은 특성)과 합리적인 면(성인다운 특성)이 부딪힘으로써 빚어진 갈등에 있다고 주장한다. 분석가가 카우치에 앉은 환자를 바라봄으로써 자신을 직면하게 되는 환자의 상황을 꿈 같은 상태라고 표현하는 프롬은 환자가 상황을 직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프롬은 히틀러와 루스벨트를 예로 들며 두 사람 모두 자기도취적이고 어머니에 대해 고착적인 경향을 보였지만 히틀러는 죽음에 경도되었고 루스벨트는 삶을 사랑했다는 큰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한다.



프롬은 분석 치료를 성공으로 이끄는 요인들을 몇 가지로 간추린다. 1) 환자는 위로나 지지보다 매우 진실된 감정인 고통을 느껴야 한다. 2) 환자는 인생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3) 환자는 진지해야 한다.(상담의 본령인 환자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야 한다.) 4) 환자는 진부함과 진실의 차이를 구별해야 한다. 5) 분석가는 환자의 생활 환경의 차이에 따라 신경증이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6) 환자는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해야 한다.(희생과 위험 감수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7) 분석가는 진실해야 한다. 그러나 감상(感傷)과는 다른 어떤 것이 필요한데 그것은 환자가 말하는 것을 치료자가 내부에서 경험하는 것이다. 8) 환자를 콤플렉스의 복합체가 아닌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프롬은 정신분석의 목적은 자신을 아는 것이라 말한다.(53 페이지) 프롬에 의하면 자신을 아는 것은 영적, 종교적, 도덕적, 인간적, 생물학적 의미를 갖는다. 정신분석은 자기 이해이자 자기 해방의 도구이다. 프롬은 정신분석의 주요 가치는 증상을 치료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격을 정신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고 말한다. 프롬은 사회적인 기능을 방해하는 것을 증상이라 말하며 프로이트가 성에 대한 금기가 너무 강하다고 느꼈던 것을 제외하고 당시 사회에 대해 결코 비판적이지 않았던 것을 다소 문제가 있다고 설명한다.(57 페이지)



프롬은 트라우마를 인간의 신경 체계가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는 사건으로 정의한다. 그로 인해 트라우마는 깊은 혼란을 만들어낸다. 사실 트라우마는 매우 드물지만 우리는 그 말을 너무 자주 사용한다. 우리가 트라우마라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빈번하게 발생하는 흔한 일들이다. 프롬은 프로이트가 죄인은 원칙적으로 아이일 뿐 부모가 아니라고 보았으며(63, 64 페이지) 지배적인 계급에 대해 동조한 것이 아이들에 대한 자신의 이론에 상당한 왜곡을 일으켰음을 지적한다.(67 페이지)



프롬은 가족을 전체 사회의 부분적인 단편으로 정의하며 분석가는 하나의 가족 체계만이 아닌 전체 사회 체계를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롬은 생애 초기의 사건이 어떤 사람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경향을 갖도록 만든다고 말한다.(69 페이지) 프롬은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해서 어머니로부터 아내에게 감으로써 아내를 대체물로 삼거나 또 다른 어머니상이나 권위적인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 정치가 작동 가능한 이유라고 설명한다.(76 페이지)



프롬은 현실적으로 중요한 질문은 사람들이 자신을 구출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말한다. 프롬은 우리들 모두에게 양극성 장애, 망상 장애적 측면이 있음을 주장한다.(81 페이지) 정신병적 상태와 정상적인 상태는 생각만큼 그렇게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프롬에 의하면 성격도 체계나 구조이고 개인도 체계이거나 구조이다. 이는 한 가지 변화로는 지속적인(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프롬은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격의 진정한 변화를 얻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라 설명한다.(90 페이지) 프롬이 말했듯 변화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굉장한 의지를 가지고 변화하려는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95 페이지) ‘정신분석과 듣기 예술’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으로는 해결되는 것은 없고 나아지고 있는 자신의 성취에 대한 자긍심이 증가해야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행복해지려 하지만 구체적 대안을 갖지(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판적으로 언급하며 프롬은 자신이 사회의 윤리적 모델에 대한 분명한 믿음을 가지고 있음을 언급한다.(96 페이지) 프롬은 아무 목적이나 의식 없이 사는 것보다 나쁜 것은 없다고 말한다.(99 페이지) 성숙의 시작은 자유로워지는 것이라 말하는 프롬은 세상은 바깥의 현실을 판단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만을 정신병자 또는 아픈 사람이라고 지적한다고 지적하며 주관적으로 사물을 볼 수 없는 사람 역시 아픈 사람이라 해야 할 것이라 덧붙인다.(102 페이지)



주관적으로라는 말은 자신만의 고유한 시각으로라는 말이다. 프롬은 어떤 특정 사회의 구조를 분석하는 것을 강조한다. 프롬에 의하면 필요한 것은 정신분석을 사회에 대한 엄격하고 과학적인 분석에 결합하는 것이다. 자유는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것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것이라 말하는 프롬은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키거나 전환시킬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일이나 사건이 삼십이나 사십, 오십 살에 일어날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너무도 드물다고 말한다.(116 페이지)



프롬은 정신분석의 치료적 사고는 1) 진정한 갈등을 볼 수 있는 자유를 증가시키는 것에, 2) 억압이나 저항에 묶여 있던 에너지를 방출해 정신의 에너지를 증가시키는 것에, 3) 건강을 위해 타고난 충동을 개방하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프롬은 진리에 대한 지식 자체는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스피노자의 말이 정신분석에도 적용된다고 지적한다.(130 페이지)



프롬은 분석가가 자신의 무의식을 두려워 하지 않아야 환자의 무의식을 여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으며 그것을 당황스럽게 여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131 페이지) 프롬은 분석가로서 환자에 반응하고자 하고 그들을 이해하려 하고 그들의 내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느끼려 한다면 그와 같은 정도로 자신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설명한다.(133 페이지) 또한 분석가 개인을 만드는 사회와 그들을 사람으로 있게 한 사회의 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그것들에 대해 비평적이지 않으면 개인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135 페이지)



‘정신분석과 듣기 예술’을 통해 우리는 프롬이 분석가가 환자 또는 환자와 그 가족에 대해서만 자각하는 것은 불충분하고 환자가 살고 있는 사회적 상황과 그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요인과 압력에 대해 충분히 자각해야 환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된다.



발자크를 평범한 사람들을 흥미로운 인물들로 느끼게 하는 능력이 있는 작가로 규정(49 페이지)한 프롬은 정신분석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심리학적인 문헌보다 발자크의 작품을 읽는 것이 더 유용할 것이라 말한다.(135 페이지) 나는 이 부분에서 미셸 레몽이 ‘프랑스 현대소설사’에서 말한 “발자크가 사라지고 나자 보들레르가 지적했듯 소설에 관한 일체의 호기심은 사라졌다.”는 구절을 떠올렸다.



프롬은 진실로 인간과 인간의 무의식에 관심이 있다면 교과서가 아니라 발자크, 도스토예프스키, 카프카의 작품을 읽으라고 권한다.(135 페이지) 프롬은 모두가 자신의 욕구를 각자 처한 환경 내에서 위험하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그 방식이 어떻든 기능은 모두 같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렇기에 큰 의미에서 승화라는 개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148 페이지) 프롬은 저항을 합리화하려 할 때 인간은 가장 교활해진다는 말과 함께 최면 대신 자유연상을 도입한 프로이트의 위대성 이면에 도사린 진실을 언급한다.



프로이트는 환자의 이마에 손을 놓는 것을 통해 간단한 최면적 암시가 이루어지리라 기대했지만 마음에 떠오르는 아무 것이나 말하라는 취지에 걸맞게(?) 환자는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프롬은 이어 환자의 꿈 이야기를 통해 분석가는 결국 꿈만 분석할 뿐 사람 자체는 분석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아울러 지적한다.(153, 154 페이지) 꿈 이야기를 쏟아 붓는 것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저항의 형태이다.



아버지, 어머니에게 느꼈던 감정을 치료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전이(轉移)에 대해 프롬은 그것은 자신의 우상이나 신으로 선택할 수 있는 누군가를 갈구하는 모든 인간의 상황(157 페이지)이며 분석 과정에서 다루어져야 할 비이성적 관계라 정의한다.(158 페이지) (꿈 해석과 관련해) 프로이트와 융 중 어느 한 쪽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지지하지 않는다(161 페이지)고 말하는 프롬은 꿈의 의미를 지각하는 것은 경험과 감수성, 공감을 잘 다루려는 욕구라고 설명한다.(165 페이지)



프롬은 꿈의 해석을 최대 해석(모든 조각들, 모든 하찮은 것들까지 다 해석하는 것)과 적정 해석(꿈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만을 해석하는 것)의 두 가지로 분류하며 자신은 적정 해석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181 페이지) 환자의 꿈 이야기를 통해 분석가는 결국 꿈만 분석할 뿐 사람 자체는 분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던 프롬은 프로이트처럼 환자의 인생에 대해 둔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환자의 뒤에 앉아서 환자를 바라보지도 않는 그런 치료 방법을 창안하지도 않았을 것이라 지적한다.(182, 183 페이지)



꿈을 인간의 정서적인 면을 아주 풍부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정의하며 프롬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방식은 이론적 구성 없이 내담자가 본 바로 그것에 충실하고 잊어버리는 것이라 말한다.(193 페이지) 삶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실제적으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정상적인 의미로 의심해 보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200 페이지)고 말하는 프롬은 문화적으로 풍부한 환경과 책이나 과학을 통해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어떤 사람들은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듯, 세상이 비어 있는 듯 살고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듯 아주 지엽적인 사건에만 흥미를 보인다고 비판한다.(209 페이지)



프롬은 어떤 경우에서든 모든 사람들의 성장은 자신을 적절하게 해방하는 문제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고 고통이 따르는 노력을 감수해야만 한다고 조언한다.(215 페이지) 프롬은 교육은 사회적인 제도이지만 사람들이 스스로 자유로워지고 독립적인 존재가 될 수 있도록 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며 분석가는 환자 스스로 자유롭고 비교적 독립적일 수 있도록 한다고 말한다.(216 페이지)



프롬에 의하면 정신분석에서 가장 큰 위험은 모든 것을 분석에 의존해 그것이 끝나면 자신이 변할 것이라 믿는 것이다.(223 페이지) 비현실적인 변화, 당사자의 역량을 넘어서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프롬의 결론이다. 프롬은 세상에 대해 생산적인 관심을 가지고 관계를 유지해야 자신의 두 발로 땅에 설 수 있다고 말한다.(224 페이지) 프롬은 사람들이 독서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형성하고 가치를 형성하고 원하는 삶의 방향을 형성하지 않는다면 방황하게 될 것이라 말한다.(226 페이지)



고전을 읽지 않는 것을 바보 같고 무지한 것으로 간주하는 프롬은 한 개인이 스스로 모든 것을 발견하여 가장 위대한 정신을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이 진지하지 않음을 방증(傍證)한다고 결론짓는다.(226 페이지) 프롬이 강조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비판 정신이다. 비판적 사고/ 냉철한 사고는 자유로움과 독창성, 독립성의 원동력이다. 프롬에 의하면 비판적 사고는 당신이 철학자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비판적인 사고를 할 때 스스로 철학자가 되는 것이다.(229 페이지)



프롬은 비판적 사고는 적대감, 부정적 태도, 허무주의적 태도와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프롬이 제안하는 것은 비판적인 사고에서 더 나아가는 비판적 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롬은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은 사람은 자신의 표면에서부터 존재의 근원까지 관통하는 사람이라 설명한다.(232 페이지) 프롬은 신경증 치료를 위해 자신의 신체(호흡, 몸 전체, 자세 등)를 자각할 것을 제안한다.(236 페이지)



프롬은 사람들이 내적인 자극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면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이라 덧붙인다. 집중과 명상 역시 프롬이 권장하는 주요 미덕들이다. 프롬은 사람을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나르시시즘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 생각한다고 말한다.(245 페이지) 프롬은 사람들의 주관적인 경험이 현실을 구성한다고 지적한다.(251 페이지)



프롬에 의하면 모든 선각자의 가르침을 요약하면 자신의 나르시시즘을 극복하는 것이다.(253 페이지) 프롬이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것은 자기 분석이다. 그것은 매일 떠오르는 무의식적인 동기, 의미 있는 모든 일들, 목표, 자기 모순, 상충되는 것들을 인식하는 것이다.(255 페이지) 자기 분석에서의 관건은 저항을 줄이는 것이다. 프롬은 결국 분석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분석하는 것을 방향으로 설정한다.(260 페이지)



프롬은 기슬이라는 말은 무생물을 대상으로 하기에 정신분석에 대해서는 예술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261 페이지) 듣기 예술인 정신분석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이며 시를 이해하는 과정과 유사한 예술이다. 여기에는 듣는 사람의 완벽한 집중이 필요하다. 그 밖에 자유롭게 상상하고 공감하고 사랑하기, 이해하기 등은 정신분석의 필수적 규칙과 규준이다. 이렇듯 합리적이고 인본주의적인 프롬의 사상은 지친 현대인들에게 다가오는 격려와 힘이다.



 
 
 
위대한 수학자의 수학의 즐거움
레이먼드 플러드 외 지음, 이윤혜 옮김 / 베이직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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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세 권의 수학 책을 읽은 것에 고무되어 올 들어 몇 권의 수학 책을 샀다. ‘작은 수학자의 생각 실험’, ‘미적분으로 바라본 하루’,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뉴턴의 프린키피아’ 등... 그러나 여유 있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아닌 관계로 아직 어떤 책도 완독하지 못했다. 그래도 수학을 배우는 방법은 하나 둘이 아니기에 길게 보고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나아갈 생각이다.



내가 수학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지난 해 읽은 ‘유니버설 랭귀지’로 인해서이다. 이 책 가운데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한 회원이 물리학과 신입생이 5년이 걸린다는 디랙 방정식을 일차 암기한 후 이해를 도모한다는 내용이 내 눈길을 끌었던 기억이 새롭다. 이 회원은 “중요한 수식은 그대로 암기한다. 반복 학습을 통해 언젠가 이해된다”는 모토를 지닌 수학/ 자연과학 공부 모임의 회원이다.



약술하자면 수학은 양(量) 또는 수(數), 구조, 공간,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베이직 북스에서 나온 ‘위대한 수학자의 수학의 즐거움’은 탈레스, 피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피보나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케플러, 페르마, 데카르트, 파스칼, 호이겐스, 뉴턴, 라이프니츠, 베르누이, 달랑베르, 오일러, 라마누잔, 라플라스, 가우스, 뫼비우스, 불, 맥스웰, 리만, 칸토어, 클라인, 힐베르트, 푸앵카레, 러셀, 괴델, 아인슈타인, 민코프스키, 폰 노이만, 앨런 튜링, 부르바키, 만델브로, 페렐만 등 유명 수학자들의 일화에 곁들인 수식 풀이를 통해 수학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배치한 책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산술 영역에서 우주의 모래 알갱이 수가 무한하다고 알려진 아이디어를 반박하기 위해 ‘모래 알을 세는 사람’이란 책을 썼다. 히파티아는 우리가 아는 중요한 첫 여성 수학자이다.(71 페이지) 고대 중국인들은 공학 기술과 수학적 계산의 개가(凱歌)라 할 수 있는 만리장성을 쌓았고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십진법 체계를 발전시켰으며 해시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일찍부터 주판을 사용했다.



고대 중국의 수학서인 ‘구장산술’은 후일 2000년이나 지나서야 유럽에서 재발견된 (가우스 소거법으로 알려진) 연립방정식에 관한 논의를 담고 있다. 인도인편에서는 기원 전 250년 무렵 처음으로 불교도가 된 아소카왕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그의 석주(石柱)에는 아라비아(Hindu - Arabic) 숫자의 최초 형태인 일의 자리, 십의 자리, 백의 자리 등 각 자리가 구분된 십진법 자릿수 체계가 기록되어 있어서 주목된다.



알콰리즈미(783 - 850)는 이름이 알고리즘으로 알려져 유럽에서 산술(算術)을 의미하게 되었다.(알고리즘algorithm은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동작들의 유한한 모임이다.) 우리는 단계적인 문제 해결 과정을 말하고자 여전히 알고리즘이란 단어를 사용한다.(92 페이지) 흥미로운 부분은 오마르 하이얌의 경우이다. ‘루바이야트’로 알려진 그는 대수, 기하, 달력 등에 관한 글을 쓴 수학자이기도 했다.



원근법 화가들도 수학자들로 분류되어야 한다. 이는 수학과 시각 예술의 밀접한 관련성을 증명한다.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 1404 - 1472)는 화가의 우선 되어야 할 의무는 기하학을 아는 것이라는 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철저하게 원근법을 탐구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수학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것으로 기록될 만하다. 기하학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미술을 등한시 하기도 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회화에 관한 논문에서 수학자가 아닌 사람은 누구라도 자신의 글을 읽지 말라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134 페이지)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유명한 메르카토르 역시 수학자이다. 근대 천문학의 아버지로 태양 중심설(지동설)을 제기한 코페르니쿠스 역시 수학자이다. 수학의 자각과 계몽기인 17, 18 세기는 영국의 뉴턴, 프랑스의 데카르트, 파스칼, 독일의 라이프니츠의 시대였고 베르누이 형제, 오일러, 라그랑주, 라플라스 등이 뒤를 이었다. 미분(微分: differentiation)은 뉴턴과 라이프니츠로 인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데 그 두 수학자의 생각이 달랐던 것은 이채롭다. 뉴턴은 운동에 집중했고 라이프니츠는 접선과 면적에 관심을 가졌다.(180 페이지)



변호사로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페르마(Leon Battista Alberti: 1601 - 1665)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Fermat's Last Theorem)로 유명하다.(no three positive integers a, b, and c can satisfy the equation an + bn = cn for any integer value of n greater than two. an, bn, cn은 각각 a의 n 제곱, b의 n 제곱, c의 n 제곱을 의미.) 이 정리는 1995년 영국의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Andrew Wiles: 1953 - )에 의해 증명되었다.



좌표계로 유명한 데카르트는 소용돌이(vortex) 이론을 제시했다. 우주물질(plenum)의 소용돌이가 우주를 채우고 행성들이 궤도를 돌도록 밀어낸다는 행성 운동에 관한 유명한 그의 이론은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서 반박되었다.(193 페이지) 과학과 종교 철학 분야에서 명성을 얻은 파스칼은 확률론의 기초를 놓고 사영기하학(射影幾何學)의 육각 정리 등 수학 분야에서도 활약했다.



아인슈타인은 수학과 과학에 타의 추종을 불허할 깊이와 넓이를 보였다.(210 페이지) 라이프니츠의 미적분은 속도와 운동을 바탕으로 하는 뉴턴의 미적분과 달리 합과 차를 바탕으로 했다.(221 페이지) 레온하르트 오일러(1707 - 1783)는 역사상 가장 많은 성과를 남긴 수학자이다. 그는 정수론, 원의 기하학, 역학, 로그, 무한 급수, 미적분을 거쳐 광학, 천문학, 배의 복원력 등 실용적 사안에 이르는 8백권이 넘는 책을 썼다.



라그랑주는 분석, 정수론, 분석역학, 우주역학 등에서 뛰어났다. 달의 칭동(秤動: libration)에 관해서도 연구한 그는 뉴턴이 ‘프린키피아’에서 사용했던 기하학적 접근법을 완전히 폐기시켰다. ‘해석역학‘에서 그는 “이 책에는 도형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자세히 설명하는 방식에는 작도도, 기하학이나 역학적 논거도 필요 없으며 규칙적이고 동일한 과정에 따르는 대수적 연산만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247 페이지)



프랑스의 뉴턴으로 불린 라플라스는 결정론을 믿은 수학자이다. 라플라스는 위대한 지성에게 불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과거처럼 미래도 눈 앞에 펼쳐질 것이라는 말을 했다.(253 페이지) 오직 유클리드의 것만 있었던 기하학은 18 세기 말 군론(群論: group theory)과 밀접히 연관되고 더욱 정밀한 기반이 놓아지는 동시에 대단히 많은 종류로 분기(分岐)했다.(259 페이지)



수학은 과학의 여왕이고 정수론은 수학의 여왕이라는 말을 남긴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1777 - 1835)는 전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수학자 중 하나이다.(260 페이지) 뫼비우스의 띠로 유명한 아우구스트 뫼비우스(1790 - 1868)는 라이프치히 대학교의 천문학 교수 및 천문대 소장을 아울러 맡으면서도 수학의 다양한 영역을 연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윌리엄 해밀턴(1805 - 1865)은 10대 시절 라플라스의 천체 역학에 관한 논문에서 오류를 찾아낸 신동이다.(298 페이지) 해밀토니언(Hamiltonian)은 토탈 에너지 시스템이고 고전역학과 양자역학 모두에서 시간이 흐르면 시스템이 발달하는 것을 말하기 위해 쓰인다.(299 페이지)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1831 - 1879)은 뉴턴과 아인슈타인 다음으로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수리물리학자 중 하나이다.(315 페이지) 리차드 파인만에 의해 “인류 역사의 장기적인 안목으로, 말하자면 지금으로부터 1만년 전의 시선으로 본다면 19 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건은 맥스웰의 전기역학 법칙 발견으로 결정되리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평을 얻은 맥스웰은 열역학 제2 법칙(엔트로피 법칙)과 관련된 도깨비 실험으로 유명하다.(이 실험에 관해 도깨비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윌리엄 톰슨이다.)



크림 전쟁에서 여러 사람들의 생명을 구한 광명의 천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1820 - 1910) 역시 유명 수학자이다. 기하학 이론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배경이 된 베른하르트 리만(Riemann: 1826 - 1866)은 40세에 요절한 천재 수학자이다. 루이스 캐럴이라는 가명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찰스 도지슨(1832 - 1896)은 유클리드 기하학, 삼단 논법, 행렬 대수, 투표의 수학에 관한 다양한 글을 쓴 수학자이다.(340 페이지)



소설가이기도 했던 여성 수학자 소냐크 발레코프스카야(1850 - 1891)는 수학적 분석과 편미분 방정식에 큰 기여를 했다.(349 페이지) 펠릭스 클라인(1849 - 1925)은 비유클리드 기하학, 기하학, 군론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독일의 수학자이다. 클라인의 가장 유명한 유산은 클라인의 병(Klein's bottle)으로 알려진 곡면이다. 뫼비우스 띠의 경계에 붙여 만드는데 교차가 일어나면 안 되기에 3차원 공간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356 페이지)



앙리 푸앵카레(1854 - 1912)는 아마도 수학의 모든 영역을 다룬 마지막 사람으로서 역사상 가장 똑똑했던 사람 중 하나이다.(368 페이지) 그는 미분 방정식, 비유클리드 기하학 등에 큰 기여를 했고 전기, 자기, 양자론, 유체역학, 탄성, 특수 상대성 이론, 과학 철학에도 기여했다.(368 페이지) 버트런드 러셀(1872 - 1970)과 쿠르트 괴델(1906 - 1978)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논리학자이다.(372 페이지) 아인슈타인은 20세기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의 두 상대성 이론의 아이디어는 리만과 헤르만 민코프스키가 전개한 것이다.(376 페이지)



에미 뇌터(1832 - 1935)는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수학자 중 하나로 불변이론(invariant theory), 상대성 이론, 대수에 기여했지만 여성이었고 유태인이었기에 여러 면에서 큰 편견을 겪었다.(385 페이지) 현대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폰 노이만(1903 - 1957)은 게임이론으로도 유명하다.(390 페이지) 앨런 튜링(1912 - 1954)은 컴퓨터 과학의 창시자이다.



프랙탈 기하학의 기원격인 브누아 만델브로(1924 - 2010)는 카오스 이론에도 정통했다. 저자들이 말했듯 ”책을 읽고 흥미를 느껴 다른 읽을 거리를 찾게“ 될 것 같다. 물론 책의 편성이 흥미를 자극하기 때문이지만 그 이전에 수학에 관한 기본적인 관심이 큰 몫을 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 있게 공부하지 못한다 해도 중요한 것은 마음을 갖추는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본격 수학 공부의 시작점에 선 기분을 느낀다는 말로 책을 덮는다는 말을 더하고 싶다.



 
 
 

 

내가 사는 연천 白鶴면에 백학 플라우란 가게가 있다. 나는 처음 융프라우jungfrau란 산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알고 어떤 사람들은 슬라이더를 스라이더로, 플라자를 프라자로 발음하는 등 ㄹ을 생략하는데 저 사람은 필요하지도 않은 ㄹ을 덧붙이는구나, 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오늘 그 가게 앞을 지나다가 그 집이 농기구 가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플라우란 쟁기를 의미하는 plough(plow)에서 온 것이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Agalma 2015-03-25 00:50   댓글달기 | URL
백학과 영어식 이름 조합 이상하긴 한데요. 설마 백학도 그 유명한 러시아민요에서 따오신 거 아닌가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흔적 2015-03-25 06:37   URL
네... 백학이라는 가게 이름은 백학이란 민요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지만 지명에서 따온 것이라 보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습니다...

Agalma 2015-03-25 10:56   댓글달기 | URL
백학면일수도! ... 죄송해요. 제 어설픈 개그는 실패였어요;;

흔적 2015-03-25 19:03   URL
죄송해 하실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오히려 즐거웠습니다...
 
차단
제바스티안 피체크.미하엘 초코스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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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 수집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제바스티안 피체크가 미하엘 초크스와 함께 ‘차단’이란 작품으로 돌아왔다. 미하엘 초크스는 법의학자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추리 소설이란 명명이 정당한가, 란 의문을 품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에서 어떤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추리란 명명이 가능하지만 사건과 미궁 등의 장치가 없는 일반 소설도 결국 추리하고 궁구하는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란 차원에서 하는 말이다.

 

 

원제인 Abgeschnitten(Abschneiden)는 잘라냄, 차단(遮斷), 지름길을 감 등의 의미를 지닌 단어이다. 이 작품은 스릴러 소설의 대가인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명성 그대로 불편하고 언짢은 감정을 갖게 하는 마력이 있다. 이는 감정 이입으로 인한 것이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문제는 희생자의 가족이 법을 대신해 가해자를 사적으로 응징하는 이야기가 주는 무거움이다.

 

 

주인공은 미하엘 초크스가 그렇듯 법의학자이다. 그는 부검하던 시신의 머리에서 쪽지 한 장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거기에 딸 한나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딸을 찾기 위해 납치범이 내는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 법의학자 헤르츠펠터는 놀라지만 딸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려 마음 먹는데... 문제는 납치범이 헤르츠펠트를 헬고란트 섬으로 유인하는 것이고 헤르츠펠터가 태풍 때문에 섬에 갈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던 중 섬에서 시신이 발견된다.

 

 

섬에 남은 몇 사람 중 전 애인인 스토커 대니 하크를 피해 오빠 클레멘스의 도움으로 도망 온 만화가 린다가 모래사장에서 시체를 발견한 것이다. 그녀가 해부를 맡는 일이 벌어진다. 제목인 차단은 주인공이 가는 곳마다 출구를 차단하는 범인으로부터 비롯된 이름이다. 궁지에 몰리게 하는 설정이다. 스릴이 넘치고 서스펜스가 압도하는 소설.

 

 

최근 읽은 스티븐 핑커의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 의하면 인간의 폭력은 꾸준히 감소해 왔다고 한다. 종교간 분쟁, 전쟁, 살육 등이 줄었지만 아니 그렇기에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개인의 반사회적 일탈과 악(惡)이 대두되는 듯하다. 이른바 사이코패스. 물론 소설에서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헤르츠펠터는 한나를 납치한 범인이 변태성욕자라고 생각하지만 사정을 알고 보니 납치범은 변태성욕자가 아닌 헤르츠펠트도 잘 아는 인물이다.

 

 

공감 부족 또는 결여, 냉혹하고 반사회적 성격의 범죄자들을 편의상 사이코패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헤르츠펠터가 단서들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당연히 쉽지 않은 길이었다. 고조되는 긴장감, 어떤 결말이 예비되어 있을까, 하는 궁금증... 사이코패스 편에서 보면 그들은 어떤 동기로 그런 잔혹하고 충격적인 범죄에 빠져드는 것일까, 란 질문이 가능하다.

 

 

도박(賭博)에 관한 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단어를 발견했다. 바로 제의적 환상이란 단어이다. 이는 도박을 일종의 시련 더 나아가 죽음 뒤의 부활로 이어지는 행위로 인식하는 도박자들에게서 연원한 환상이다. 혹시 사이코패스들도 그런 차원의 의식을 가진 것이 아닐까? 그들이 하는 생각은 제의(祭儀)를 행한다는 생각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물론 피의 제의이지만. 하기야 피와 무관한 제의가 있겠는가.

 

 

내 사유의 이슈이자 화두인 환상 또는 비정상을 주제로 이야기하자면 납치된 딸이 보이는 스톡홀름 증후군 즉 범인에게 보이는 동정심이란 감정을 놓칠 수 없다. 이로 인해 아버지 헤르츠벨트는 고뇌와 고통에 빠진다. 읽는 사람에게 처해지는 감정은 당연히 당혹이고 인간 존재의 심연을 바라보려는 욕구이다. 그러나 때로 들춰보기 곤혹스러운 이 감정은 우리를 사유하게 하고 다른 단서들을 찾아 나서게 한다. 독일의 경우 탈세범이 성폭행범보다 훨씬 무거운 형량을 선고 받는다고 한다. 시스템의 문제일 수 있다.

 

 

법은 정의의 실현보다 질서 유지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은 아닐까? 조세 정의가 실현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소녀의 죽음을 강제한 범죄보다 더 무겁게 그 범죄를 다루는 것은 돈에 비중을 두는 것은 아닐까 싶다. 여러 모로 불편한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우리는 어쩌면 역량 있는 작가로 인해 지옥을 경험한 것일 수도 있다. 다음 작품에 기대를 걸자.



 
 
 
도박 중독 프랑스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있는 심리학 시리즈 1
마크 발뢰르.크리스티앙 뷔쉐르 지음, 최의선 옮김, 김성이 감수 / NUN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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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 중독인 도박 중독은 약물 중독과 다르고 과잉 억제에 의해 발생하는 히스테리와 달리 억제의 결여로부터 비롯되는 장애이다. 프랑스의 두 정신과 의사인 마크 발뢰르와 크리스티앙 뷔쉐르는 우리 시대를 도박에 종교적으로 탐닉하는 시대로 분석한다. 눈에 띄는 것은 두 저자가 마르크스의 어법을 따라 도박을 민중의 아편으로 정의한다는 사실이다. 저자들은 신성 모독에 해당했다가 죄악, 악습, 퇴폐 등으로 인식되던 도박이 단순한 장애로 인식되는 관점의 변화에 주목한다.



저자들은 로제 카이와의 놀이에 대한 정의에 근거해 놀이가 현실 세계의 경계를 침범한다면 타락을 유발할 것이라 말한다. 저자들이 말했듯 이런 침범은 불합리한 집착을 낳는다. 집착이 과하면 병적 상태에 빠지는데 이 병적 상태는 도박을 끊으려는 자유의지의 상실을 특징으로 한다. 저자들은 대다수 우연 놀이가 갖는 단순성이라는 속성은 놀이 하는 자로 하여금 결과를 명백히 통제하고 있고, 하기에 어렵지 않으며 놀이에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데 이 점이 바로 중독 문제의 핵심이라 설명한다.



저자들에 의하면 도박과 투기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이 말을 통해 저자들이 내세우는 메시지는 도박의 특성인 (부의 생산이 아닌) 부의 이동은 자본주의 체제가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증권을 투기로 보며 제도화된 실체로 분류하고 도박은 부차적 실체로 분류한다. 병적 도박자 즉 도박 중독자들은 의존증과 더불어 통제 불능의 특성을 보인다.



저자들은 의료계와 종교계의 분리가 지나치게 더디게 이루어졌고 더불어 그간 도덕이나 종교의 영역에서 영위된 문제들이 의학계에 귀속된 것을 문제시하며 도박 중독이 질병으로 인식되어가는 과정을 단순히 과학 진보의 결과 또는 그때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문제에 대한 의학적 발견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인다.(79 페이지)



저자들은 정신분석 치료사가 도박이 갖는 문제의 핵심 증상을 스스로 단번에 또는 일정 기간 케어를 받은 후 인정하는 환자를 도박 중독자로 여기는 것은 과학적 보편성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말한다.(86 페이지) 물론 저자들은 개별적 차이점들이 나타내는 이질성을 무시하고 경직되고 단정적인 개념으로 변질될 여지가 있는 임상적 관심에 대해서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4판은 도박 중독을 이렇게 정의한다. 1) 도박에 집착한다. 2) 기대하는 흥분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점점 판돈을 올려 도박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3) 도박 행동을 억제하거나 도박 횟수를 줄이거나 도박을 중단하려는 노력이 여러 차례 시도되지만 결국 헛수고로 돌아간다. 4) 도박 횟수를 줄이거나 도박 중단을 시도할 때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쩔 줄을 몰라 하거나 지나치게 예민하다. 5) 문제 회피 또는 불쾌감을 덜기 위한 수단으로 도박을 한다.



6) 도박으로 돈을 잃은 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후일 도박판을 다시 찾는 경우가 빈번하다. 7) 얼마 만큼 상습적으로 도박을 하는지 숨기기 위해 가족, 치료자, 다른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8) 도박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지폐 위조, 사기, 절도, 횡령 같은 불법 행위를 저지른다. 9) 도박으로 인해 중요한 대인관계나 직업, 학업의 기회나 직장에서의 성공 기회가 위태로워지거나 이런 관계와 기회들을 상실한다. 10) 돈을 마련하고 도박이 초래할 절망적인 재정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인에게 의존한다 등 열 가지 증상 가운데 적어도 다섯 개 항목을 충족시키는, 지속적으로 되풀이 되는 부작용적인 도박 행위라고.



저자들에 의하면 도박 중독을 애도하는 일은 하나의 삶의 방식을 애도하는 일이며 여기에는 슬픔, 절망, 후회 등 우울증의 임상적 요소들이 동반된다. 우울증은 도박 중독자들에게서 흔히 보고되는 질병이다. 물론 빈번한 도박 의존증은 우울중의 결과일 수 있다. 저자들은 알콜이나 약물 중독, 한편으로는 도박 중독 사이에는 공통된 요소가 존재하고 일부에서는 이런 병리적 특성들이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이행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광적으로 도박에 빠져들어 재산을 탕진한 후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자기 채찍질을 하고 다시 작품 활동을 한 악순환을 반복한 도스토예프스키를 정신적으로 자기 체벌 행위를 한 것으로 해석한 프로이트의 논문을 소개한다. 프로이트는 이 논문에 자위 행위라는 악습이 도박에 대한 집착으로 대체되었다는 주장을 포함시켰다. 자위 행위와 도박의 공통점은 손이 주요하게 활용된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간질 발작(도스토예프스키는 간질 환자였다.), 도박에서처럼 임박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발작은 아버지 살해와 도취감 또는 승리감, 불안, 죄책감, 자기 체벌이라는 환상적인 시나리오의 재현일 것이라 설명한다.(114 페이지) 도박에서의 패배는 아버지 실체에 대한 처벌을 의미한다.



저자들은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의 경우처럼 도박 중독자들은 도박을 위한 도박을 하며 은밀한 전율 즉 도박 세계 입문자들만 느낄 수 있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자극’을 위해 도박을 지속한다고 말하면서도 도박 중독자들을 파멸에 대한 무의식적 욕망과 도덕적 마조히즘 즉 자기 체벌에의 무의식적 욕구에 의해 선동된 신경증 환자로 볼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저자들은 도박을 통해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유아기적 과대망상의 신념이 표현된 것이라 말한다.(118 페이지) 린드너(Lindner)는 도박판에서 돈을 따는 것을 자기 욕망의 전능감을 인증하는 것으로, 돈을 잃는 것을 죄책감을 완화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도박 중독자들은 우연에 대한 부정, 통제에 대한 착각, 감각 추구의 문제 등의 인지적 특성을 보인다.



저자들은 도박 중독자들이 보이는 제의적 환상을 논한다. 제의적 환상 가운데 하나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도박을 일종의 시련 더 나아가 죽음 뒤의 부활로 이어지는 행위로 인식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치료사를 찾는 내담자들은 이질적이며 치료적 지향도 다양하고 임상 양상도 여러 가지라고 설명한다. 도박 치료에서 중요한 요인은 통제에 대한 헛된 인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물론 광적이고 집착적인 사례자에게서 기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저자들은 치료에서 중요한(항상 고려할 수 밖에 없는) 두 요소로 사례의 특수성과 치료사의 인격 및 교육 수준을 꼽는다. 저자들은 단주(斷酒) 모임에 관한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논의를 소개한다. 베이트슨에 의하면 인간이 결코 자신의 욕망을 완전히 자유롭게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무의식의 발견에 견줄 만한 행보이다. 따라서 승리하려면 패배의 승인 단계를 거쳐야 한다.(167 페이지) 당연한 귀결이지만 그런 역설은 도박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정신과 의사인 두 저자는 인류학적, 사회 경제학적 접근들이 거론되어 있는데 이를 총망라하지 않고 그 중요성을 평가절하하고 그 성과들을 포기하면서까지 심리학적 또는 생물학적 접근법을 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말한다.(184 페이지)



도박 중독의 사회문화적 측면과 인류학적, 역사적 결정 인자들이 더 잘 분석된다면 도박 중독 연구가 단지 신경전달 물질들과 대뇌 생리학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185 페이지) 저자들은 역사와 문화, 경제, 정치적 조건의 총체들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순수 과학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덧붙인다. ‘도박 중독’은 도박 중독의 사회문화적 측면과 인류학적, 역사적 결정 인자들을 고려하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바람직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보인 심리학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