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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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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 알려주는 글쓰기 비법이라는 게 참 신선했어요. 한 말빨 한 논리하시는 분이라 더 신뢰도 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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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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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는 벌레다.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벌레와 같다. 그것은 차라리 버러지일지도 모르겠다. 정민 선생님 책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지만 책 좀 좋아한다는 사람으로 대한민국을 산다는 게 녹록치 않다. 도서 관련 일을 하면서 벌이도 시원찮고 그마저도 책 사보는데 쓴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표현할 방법이 없어 리뷰를 쓰며 시간을 보낸다. 「책벌레와 메모광」은 한 책벌레, 한 메모광이라 할 수 있는 선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 옆에 슬그머니 나란히 서면서 묘한 위로를 얻는다.

 

이 책의 저자 정민 선생님은 미국의 한 도서관에서 일본 고서를 빌려 읽다가 은행잎을 발견한다. 100년 전 일본의 어느 가을 날 이 책을 사랑한 어느 옛사람이 책벌레를 막으려 은행잎을 넣어둔다. 그 덕에 그 책은 그렇게 남아서 저자를 만나고 은행잎 향기를 전한다. 100년의 시간을 넘어 이어지는 묘한 마주침이다. 낙엽 지는 계절이 오면 잘 마른 낙엽들을 주워와 책갈피에 꽂아두고 했다. 이런 오랜 풍습에 이런 마음이 담겨있다는 것이 뭉클함을 준다. 시카고대에서 하버드대로의 대출로 얻은 한 책에는 모기 유해가 대량 발견된다. 몇 쪽 건너 한두 마리씩 10여 마리의 모기들이 책 한켠에 붙어있다. 이번엔 100년도 더 넘은 청나라 어느 여름날의 흔적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건데 피는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식사 전에 비명횡사한 것으로 보인다. 지층에 남겨진 화석처럼 선비는 이 책을 읽고 우리는 이 책에 새겨진 시간까지 읽는다. 책을 향한 이정도의 마음 씀이나 살신성인을 감수해야 어디 가서 책벌레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이덕무도 조선에서 둘째라가면 서러울 독서광이었다. 그는 자신의 메모를 묶은 책의 이름은 「앙엽기」즉, 항아리에 든 잎사귀 이야기로 지었는데 여기에 엮힌 이야기가 있다. 한 가난한 중국 선비는 농사로 생계를 이었다. 김을 매면서도 생각이 자꾸 떠올라 메모는 해야겠는데 농사일은 많고 가난해 종이도 없었다. 그는 고심 끝에 밭 가운데에 항아리를 묻고 붓, 벼루와 감잎을 따 넣어두었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도 앙엽기가 있다. 중국에서 견문하면서 틈틈이 베끼고 메모한 것들을 따로 추려 묶은 것이다. 이는 이덕무의 「앙엽기」를 벤치마킹 한 것이다. 연암은 말안장 주머니에 공책을 넣어두고 길가는 도중에도 메모를 했다.

 

잘 알려진 다독가 정약용도 메모광의 이름에 오른다. 다산은 깨알같이 메모를 하며 책을 읽었다고 한다. 다산의 메모에는 날짜 뿐만 아니라 날씨와 그날의 컨디션까지 적혀있다. 조카에서 보내는 글이라 운을 띄우는 메모도 많이 발견되는 데 다산의 마음까지도 전해지는 것 같이 괜스레 절절하다. 시간이 켜켜이 쌓여있다. 책과 그 책에 메모들로 남아있는 다산의 몰입의 시간들과 그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이 책과 읽고 있는 나 사이에 묘한 이어짐을 느낀다. 아니 느끼고 싶다.

 

책벌레와 메모광들 외에도 고전이 우리 손에 들어오기 까지 시간을 이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생계를 위해서 책을 베껴 주는 일을 했던 용서인들의 서체들과 책벌레가 슬지 않도록 내 놓아 쪼인 그날의 햇빛들이 스며들어 있다. 모기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몰입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 이 책을 읽은 나의 리뷰를 읽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런 묘한 연대감이 있다는 것에서 위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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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페티시즘 - 욕망과 인문의 은밀한 만남
이원석 지음 / 필로소픽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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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고전에 범재를 천재로 만드는 주술적 마력은 없다. 고전의 정수를 10년 이상 판 분들의 현실은 보따리장수로 지역을 순회하는 것이다. 시간 강사로 불러주는 곳을 찾아 방방곡곡을 누빈다. 고전 성공학에 따르면 문사철로 10년 이상 연구하며 고전을 탐독한 사람들이 먼저 성공의 반열에 올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할 뿐이다.

관점을 바꿔 대중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지 보기로 한다. 대중은 성공에 대한 강력한 약속에 열광한다. 용이 되어 개천을 날아오르기가 불가능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조사에 응한 사람들 중 56.5%가 사회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로 부모의 경제력을 꼽았다. 인문고전 독서론이 유행하는 이유는 이것이야말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은밀한 비결이라는 것이다. 결국 자기계발 비책의 하나이다. 그리고 많은 자기계발의 테크닉이 그러하듯 모래 위에 지은 성처럼 근거가 부실한 주장이다. 그럼에도 이 약속의 현실성을 보지 못한다. 그 만큼 지금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현실의 무게가 버거운 탓인지도 모르겠다. 고전의 복음이 주는 달콤함에 넘어갈 준비가 이미 되어있는 것이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서 기도하는 손을 자르라는 것은 그 손으로 경전을 집어 들고 독서하라는 것이다. 독서는 혁명이다. 그 결과는 대체로 독자의 기대와 예측을 벗어난다. 반면 자기계발의 일환에서 책을 집어 드는 건 독서하는 손이 아니라 기도하는 손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전 성공학은 현실에 대한 부인이다. 이것은 마치 타조가 모래에 고개를 묻고 적이 없다고 여기는 것과 같다.

시장 속 인문학은 날로 흥하는 데 대학 속 인문학은 위기를 부르짖은 지 오래다. 인문학도 시장의 맥락에 따른 평가 대상이 되고 비실용성을 추구하던 학문은 시장에 의해 요동하게 되었으니 인문학을 전공한 이들이 사회에서 자리 잡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학생이나 교수나 자본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대학은 시장과 충분한 간격을 갖지 못하고 그 자장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배움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시대를 직시하고 외치는 대학의 이상을 지켜나갈 대학은 대학 밖의 대학일지도 모른다.

배움의 공동체가 대학 밖에서 활발하게 확산되고 있다. 분명 아직까지는 명사나 스타들에 의존하는 면이 크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강신주의 이름 값 덕분에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같이 읽는 정도의 상황이다. 내내 비판을 쏟아내던 저자는 그럼에도 인문학 모임들이 지금과 같이 계속된다면 언젠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직접 읽고 씨름하는 모임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자기관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는 인문학은 어떻게든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그 오랜 역사동안 계속될 수 있었던 인문학 자체의 저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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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꼴리의 검은 마술 - 애도와 멜랑꼴리의 정신분석 프로이트 커넥션 1
맹정현 지음 / 책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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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라캉을 읽는다. 라캉은 나에게 환상대상이다. 어떤 대상을 사랑하고 그 대상에 욕망을 투영한다는 것은 나의 환상 속에 그 대상을 들여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내가 결여한 무엇을 보충해 줄 수 대상으로 나의 환상에 꼭 맞아 떨어진다고 착각하는 순간에 다름 아니다. 그러다 대상이 그 환상 속 대상의 자리로부터 튕겨져 나오는 순간들이 있다. 그것은 현재의 대상이 자신의 환상 속 대상의 원형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들이다. 대상을 상실하고 욕망은 사그라진다. 환상은 각자에게 고유한 방식으로 욕망이 작동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환상이 죽었을 때 우울이 발생한다. 그래서 우울한 사람은 욕망하지 못한다.

사랑했던 대상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방식을 포기한다. 자아는 일련의 동일시를 거쳐 만들어진다. 자아에는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들, 자신을 사랑해주던 사람들의 흔적들이 담겨 있다. 대상을 떠나보내는 것은 그 사람이 사랑했던 나를 놓아주는 일이다. 그 사람의 결핍을 채워주기 위해 동원되었던 나의 일부를 잘라내는 것이다. 그 사람에게 소중했던 나의 모습들을 지워나간다. 동일시가 해체된다는 것은 자아가 해체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당연히 그것은 우울의 시간일 수밖에 없다.

우울하다. 우울의 끝에서 다시 거꾸로 거슬러 이야기하면 우울한 사람에게는 욕망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울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욕망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사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다시 환상을 구성하고 새로운 대상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멜랑꼴리는 상실된 대상이 다른 대상에 의해 대체되지 않는 것이다. 상실이 그 어떤 대상으로도 메워지지 않아 구멍으로 남아있다. 구멍은 블랙홀을 연상하면 된다. 블랙홀은 검은 구멍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우리가 그 구멍 안쪽에 있는 것인지 바깥쪽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깊이를 갖고 있다. 마치 블랙홀처럼 주체를 삼켜 버린다. 마치 죽었지만 죽지 않고 괴롭히는 유령처럼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을 사물로 계속해서 작동하는 것이다.

반면 우울은 상실된 대상이 다른 대상에 의해 대체 가능한 것이 된다. 우울은 치료해야 할 감정이 아니다. 대상을 떠나보낼 수 있어야 새로운 대상을 맞이할 수 있기에 우울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우울할 땐 마음껏 우울해하라. 하지만 쉽지는 않는 일이다. 특히 우리 사회처럼 당장 결과에 급급한 사회, 속도가 미덕인 사회, 힐링에 매달리는 사회에서는 애도의 시간마저도 가질 수 없게 만들어 버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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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연애 세상을 바꾼 그들의 사랑 1
김선희 외 지음 / 바이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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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히 잠든 목동의 입 속으로 시커멓고 묵직한 뱀 한 마리가 들어간다. 인간의 얼굴에서 그토록 많은 역겨움과 핏기 잃은 공포의 그림자를 본적이 없었다. 뱀이 그의 목구멍을 꽉 문 것이다. 뱀은 가장 피하고 싶고 끔찍스러운 운명 중의 운명이다. 피할 수 있다면 그것을 운명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것을 증오하거나 거부하려한다면 그 자체로 인간에게는 하나의 지옥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남은 최후의 선택, 최선이자 최악의 선택은 운명을 사랑하는 것이다.

운명에 직면하는 순간은 마치 외나무다리 위에서 원수를 만나는 것처럼 그렇게 찾아온다. 천 길 낭떠러지 위에 걸린 외줄이다. 인간이 사랑스러운 것은 그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밧줄이라는 것이다. 그가 하나의 과정이고 몰락이라는 점이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자신이 사랑하는 열일곱 가지 여인상을 제시한다. 그의 연인 1순위는 ‘몰락하는 자’이다.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건너가고 있는 자’이기 때문이다. 니체의 연인들이 지닌 매력의 공통점은 바로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행 중인 그는 완료형이 아니라 순수 진행형이다. 열일곱 번째 연인상을 보자. 그는 먹구름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무거운 빗방울과 같은 자이다. 그런 자들은 번갯불이 곧 닥칠 것을 알리며 예고하는 자로서 파멸해간다.

이 세계와 다른 세계를 부르짖지만 결코 닿을 수 없다.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세계, 이 대지 외의 것은 없기 때문이다. 벼룩처럼 밧줄 위를 뛰어보려 하지만 우리를 지키려 삶을 소모하는 대신, 그 운명에 직면하고 있는 내 자신의 한계와 투쟁하는 대신 그 한계를 알고 그것과 춤을 추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니체의 사랑법이다.

삶이라는 네버엔딩 스토리는 우리와 운명이 함께 써내려가는 춤이다. 이 스토리 속의 우리는 더 이상 비천하지 않고 운명 또한 괴물이 아니다. 사랑의 눈으로 바라본 대지에서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과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 부르는 나의 노래 외의 것은 없다. 양치기는 차라투스트라가 고함친 대로 뱀 대가리를 물어뜯어 멀리 뱉어내고 벌떡 일어났다. 그는 웃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와 같이 웃는 자를 본적이 없었다.(‘6장, 니체, 운명과 사랑에 빠지다’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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