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연애소설
이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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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책장에 서서 단편 한 개를 읽고 가볍게 읽으려고 빌려 온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정말 정말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이기호라는 작가가 이렇게나 많은 책을 쓴...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에게는 인기 있는 글 쓰는 사람이라는 것도 몰랐다. 부끄럽지만 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작가였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나의 편독을 반성하게 한 작가님이었다. 빌려 온 책을 두 번이나 읽고 결국에는 구매했으며 다음으로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을 읽고 이번에는 <누가 봐도 연애소설>을 읽었는데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연찮게도 작가님의 단편집만 연달아 세 번을 접하게 되었다.

장르 소설 중 추리 소설은 꾸준히 읽는 편이지만 로맨스 소설은 기분전환 삼아 간간이 읽는 편이었는데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책을 이북으로 로맨스 소설만 읽고 있는 편이다. 두 아이들이랑 거의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마음잡고 종이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없다 보니 나의 독서 패턴이 어쩔 수 없이 변하게 되었다.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한 로맨스 소설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에게 이기호 작가님의 <누가 봐도 연애소설>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어찌 보면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다 내가 좋아하는 이기호 작가님의 매력인 반전과 감동 그리고 어이없음까지 첨가되어 30편의 사랑 이야기는 단편집이 가지는 가볍거나 어설프다는 편견을 넘어선 묵직한 삶의 이야기까지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기호 작가님의 단편집을 사랑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첫 번째 연애소설 <누가 봐도 연애소설>을 코로나와 무더위로 지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위로가 되는 사랑하는 이야기, 삶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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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
하완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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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완 작가님의 전작인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책 안 읽기로 유명한 지인조차도 읽어봤다는 핫한 책이었다. 근데 나는 제목이 너무 뻔하다고 해야 하나 이상하게 호감이 안 가서 관심도 두지 않다가 우연한 기회에 오디오북으로 듣게 되었다. 애초에 내가 생각했던 자기 계발서랑은 거리가 매우 먼 내용이었고 작가의 하소연 같기도 한 살아온 이야기라든지 또는 가벼운 일상 이야기들이 집안일하면서 틈틈이 듣기에 좋았다.

본업은 일러스트레이터이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책을 낸 이야기를 전작을 통해 알게 되어서 그런가 작가님의 이번 신작은 기다려지고 궁금해지는 후속편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 기대가 되었다. 전작을 통해서 나랑 성향이 비슷한 인간이라는 걸 알고는 더 관심이 가게 되었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이번 신작에서는 그 비슷한 성향을 더 많이 발견해서 그런지 스쳐가는 인연이었던 사람이 친한 친구가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내 안에 내재되어 있던 성향이나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있던 것들을 인쇄된 글로 읽으니 막연했던 것들이 분명하게 보이는 것들도 있었다.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보다는 위로를 받는다는 기분이 들어서 더 좋았던 것도 있다. 작가님의 의도는 자신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나 신세한탄이었겠지만 책을 읽는 나는 위로받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자기 합리화를 잘 한다든지 집에만 있는데도 너무 즐겁다는 집돌이의 삶에서는 고개를 끄떡끄떡. 집순이 집돌이 레벨 테스트를 소개한 글에서는 그만 빵 터져버렸다. 나 같은 사람들이 또 있구나 하면서... "나가는 것 자체가 스케줄이라 생각한다"라는 건 집순이 집돌이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데 그렇게 생각 안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그러면서도 여행을 좋아하고 나가면 잘 노는 심리에 대해서는 집순이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진정한 집순이가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작가님이 이야기해 준 집순이 집돌이는 은둔형 외톨이랑은 달라서 집은 충전기 같은 거라는 말에 매우 심히 공감했다는...

<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을 통해서 작가님의 팬이 되어버린 나는 오디오북으로 듣기만 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도 기회가 되면 꼭 종이책으로 읽고 보고 싶다. 나와 비슷한 성향을 지닌 친구를 알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작가라서 벌써부터 책으로 만날 다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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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모르겠고 하루만 열심히 살아봅니다
최현송 지음 / 팜파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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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랑 강연자를 거쳐 <내일은 모르겠고 하루만 열심히 살아봅니다>라는 책을 쓰신 최현송 작가님의 말씀처럼 이 책은 '열심히'라는 말보다는 '하루만'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처음의 나도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여느 자기 계발서가 출간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목차를 훑어보니 요즘(코로나라는 전염병을 겪고 있는) 같은 나의 일상에 친구가 되어 줄 책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자연 공간은 어디인가요? 104쪽

평소 나는 식물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멀쩡한 화분들도 우리 집에만 오면 죽어버려서 앞으로 잘 키워보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친청 엄마가 가져다준 화분들을 마지못해 키우면서 말라죽지 않을 정도로 물만 주고 베란다 구석에 방치해 두고 있었는데 어느 날 꽃이 활짝 피어있어서 놀랐다. 관심과 사랑을 주지 않았던 식물에 꽃이 피어서 놀란 것보다 저렇게 꽃이 필 동안 전혀 몰랐던 나의 무신경함에 더 놀랐다는... 그러다가 코로나 때문에 공원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되면서 겸사겸사 다육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틈만 나면 베란다에 퍼질러 앉아 멍 때리면서 쳐다보고 있으면 사랑스럽고 신기하기도 했다. 나이가 드니 평소에 관심도 없었던 식물이 좋아지니 참 별일이다 하면서 신랑이랑 같이 쳐다보고 있다.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는데 노후가 걱정되지 않으세요?" 20쪽

친정 엄마는 자식이 없는 남동생 부부한테는 노후에 자식도 없이 어떡하냐며 걱정하시고, 자식이 둘인 우리 부부를 보면 자식들 교육 어떻게 시키냐고 걱정하시고... 자식이 있어서 그런가 나는 무자식 상팔자라는 생각도 들고...

무기력을 끊는 당신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86쪽

저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청소를 하고 씻고 나면 몸이 날아갈 것 같아요.

쉬기 위한 독서 시간에 읽고 싶은 책이 있나요? 96쪽

장르소설 중에서 추리소설이랑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긴장감이랑 대리만족을 합니다.

지금, 곁에 있는 이들과 충분히 즐거울 것 159쪽

많은 기대 없이 읽기 시작한 작가님의 글에 공감하고 위로받으면서 작가님 궁금증에 혼자 답도 해보는 책 읽는 시간이 되었다.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말며, 지금 열심히 살라는데... 그건 어떻게 하는 거죠?라고 묻는 작가님...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오늘 하루만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살아보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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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 - 흔들리고 아픈 중년을 위한 위로와 처방
문하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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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후반 때의 나는 나이에 매우 민감해서 30대 초반의 사람들을 만나면 그저 막 부럽고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한수 지고 가는 기분이 들곤 했다. 그런데 40대를 지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누가 내 나이를 물어보면 순간 당황부터 한다. 내 나이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나이라는 숫자에 아무 생각이 없어져 버려서...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는 오마이뉴스에 투고했던 명랑한 중년이 연재로 이어지고 뉴스게릴라상을 수상하기도 하면서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책을 쓴 문하연 작가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거쳐 <다락방 미술관>을 출간했으며, 클래식에 관한 책도 곧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은 드라마 대본이랑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명랑한 중년보다는 열렬한 문학 중년이 더 어울리는 작가인 것 같다.

이 책은 삶(화양연화 나를 버티게 하는 기억들), 사랑(사랑이 뭔지를 보여준 이들), 나이 듦(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람(자세히 보면 다 예쁘다), 예술(머리가 멍한 날엔 드라마를 본다)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가슴 찡하게 풀어내고 있다. 비슷한 나이대에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부모님과 자식, 갱년기나 친구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옆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책을 읽는 몰입감이 상당했다.

얼마 전 생일 기념으로 친한 지인들을 만났는데 이야기는 어느덧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이런저런 신세한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아니 얘 생일날 이런 우울한 이야기해야겠냐면서" 지적하는 지인에게 나는 "괜찮다면서 우리가 또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하겠냐며 속 깊은 이야기 털어놓을 수 있는 언니들이 있어서 참 좋다"라면서 아직 오지도 않은 갱년기 걱정에 또 한숨을 쉬다가...

흔들리고 아픈 중년을 위한 위로와 처방이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나이 듦이 서글프고 힘든 것만이 아닌 삶에 대한 자세에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을 준 책을 만난 것 같아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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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알맞은 걸음으로 - 졸혼, 뇌경색, 세 아이로 되찾은 인생의 봄날
아인잠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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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3년 만에 아이 셋과 함께 남편으로부터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독립을 한 동화 작가이자 에세이 작가인 아인잠님의 글 <내 삶에 알맞은 걸음으로>... 아인잠이라는 이름이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작가님의 필명이라니 이해가 된다. 외로움을 가리키는 말로 내면과 하나 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독일어란다.

이 책은 <내 인생에서 남편은 빼겠습니다> 이후 두 번째 책으로 드디어 작가님이 남편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졸혼하고 별거하면서 이혼하게 되지만 급성 뇌경색을 겪으면서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아닌 힘을 얻으면서 책도 출판하고 세 아이와 씩씩하게 살아가는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이다, 완전한 해피엔딩의 결말이 아닌... 남편과의 이혼 후 더 이상 남편이 퇴근하기 전부터 안절부절할 필요가 없어지고 평화로운 오후의 시간을 가졌지만 세 아이를 아빠 없이 혼자 키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평생 관리해야 하는 뇌경색을 얻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희망으로 나아가는 다짐을 하는 작가님의 글을 보고 있노라면 같은 여자로서 그리고 나도 자식을 키우고 있는 부모지만 존경스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응원하게 된다.

성인이 된 후에 남동생이랑 엄마 이렇게 셋이서 아빠로부터 독립을 한 우리도 힘들었는데 어린아이들 셋을 혼자 책임지고 살아가는 싱글맘의 삶이 어떨는지는 상상하지 않아도 얼마나 힘들지는 쉬이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귀가로 인해 평화가 깨어지는 가정을 작가님처럼 배우자가 아닌 자식의 입장에서 겪어봤고 독립해서 살아보니 진작 빨리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후회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작가님도 아이들도 항상 건강하고 작가님의 다음 글도 응원하면서 기다려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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