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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빛의 노래
유병찬 지음 / 만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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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북플에서 유레카 님이 이벤트 하는 것을 보았었다.

그땐 북 데이터베이스 등록도 안 되었었는데, 등록이 되고 바로 주문했는데 이제서야 받아보았다.

눈먼 적립금이 있는, 다른 인터넷 서점 한곳을 검색해 보았더니 그곳은 배송이 더 더디다. 하루라도 빨리 읽고 싶은 마음 말고는 읽을 책이 산처럼 쌓여 있어서 별반 아쉬울 것이 없는 나로서는, 당일 배송이라는 인터넷 서점들의 광고는 대형출판사를 중심으로 한 상술인가 보다~--;

뭐, 이벤트를 하는 걸 보고도 고고히 책을 샀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서도,

유레카 님이랑 완전 친하거나 아님 오지랖 넓은 아줌이거나 사진에 무한 관심이 있어야 하겠지만,

그냥 내가 사서 읽고 싶었다.

참 구차한 구실이랄 수 있는데, '유레카'라는 닉이 내가 사용하는 이메일 계정의 의미랑 같아서 동질감을 느꼈달까?

아르키메데스가 외쳤던 그 '유레카'가 영어로는 'I found'니까 'ifound~'로 시작하는 이메일계정을 오랫동안 사용해서,

유레카를 닉으로 쓰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실은 가끔 그의 서재에 들러 읽는 글들이 어렵지 않아서,(오지랖 넓은 아줌으로서, ㅋ~.)

훈수 두기 좋았달까?

아니, 읽고 무슨 말인지 알아 먹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라딘 서재 마실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가 사는 모습은 다 거기서 거기다'라고 한다지만,

기준을 아는 사람이 경계를 구별해 낼 수 있고,

바닥을 쳐본자만이 그 바닥을 치고 다시 날아 오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둠이 있어야 밝음이 있고,

그런 의미에서 소리와 빛은 서로 상충되는 공감각이 될 수도 있겠다.

 

그래서 가수 김정호의 '작은새' 얘기가,

멋내지 않고 김정호를 가수라고 부를 수 있는 그의 글이 수수하다.

 

글과 사진이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이 된다는 걸,

넘치거나 한쪽으로 이울지 않아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서 노래도 듣고, 사진도 보자.

사진은 사진만 가지고는 별 쓸모가 없다. 다 그런 거다.(31쪽) 

 

그래도,

'우울도 예술이야', '빛에게 안길 수 있다면' 따위는 오랜 세월을 지극히 관조하면서 극도로 응축시킨 혜안이 엿보이는건 어쩔 수 없다.

 

모든 글들이 다 좋다고 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론,  '산내면에는 별다방이 있다'와 115쪽의 사진이,

118쪽 사진과 119쪽 명당 자리가 제일 좋았다.

 

가을이다.

우리네 인생도 가을이다.

요즘 내가 생각하는 건,

사랑도 그렇고, 삶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말이다.

변하지 않는 건 없지만,

그래도 변치 않고 지켜야 할 기본이란게 있다고 본다.

변해야 하는 것과 변치 않아야 하는 것,

그 사이에서 잘 조율하고 질서를 유지하면서 사는거, 그게 인생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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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0 0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5-09-18 17:43   좋아요 0 | URL
It`s my pleasure~^^

[그장소] 2015-09-10 11:57   좋아요 2 | URL
오...저는 사실..이젠 사진은 도구라고 생각을 해서요.다..아무리 멋져도 그려보고픈 대상에 불과해..져 버리거든요. 그런데 린다 매카트니 사진을 보고 조금 생각이
달라졌어요.
말하는것이 있다는 것.
예술사진 예술가 많겠지만
얘기거릴 만들어 주는 사진은 다
좋은 사진이란 생각을 해요.


양철나무꾼 2015-09-18 17:46   좋아요 1 | URL
린다 매카트니가 누군지 몰라~(우흑, 땀나라~``) 네이버 도움을 받았습니다~^^
전, 남편이 사진을 열쉬미 찍다보니 관심을 잘 안 갖게 되더라구요.
분업과 협동의 묘를 잘 아는 가족인지라, ㅋ~.
암튼, 그 장소 님 프로필 가득한 사진들을 보면서...보통 내공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장소] 2015-09-18 18:14   좋아요 0 | URL
에 공~ 땀은 제가 삐질 ㅡㅡ;; 흘려야 할 판 입니다. 사진하시는 분을 곁지기로 두고 계신분께..전. 눈만 달고 볼줄만알면 그나마 다행인 처자..입니다..넙죽~

cyrus 2015-09-10 16:07   좋아요 2 | URL
노래와 사진이 서로 어울려져서 생기는 아름다움. 그래서 책의 제목이 ‘빛의 노래’인 것 같아요. ^^

양철나무꾼 2015-09-18 17:50   좋아요 1 | URL
저는 그림이나 사진, 이딴 예술적인 거랑 관련하여선...이상하게 님 생각이 많이 나는거 있죠, ㅋ~.
암튼 르네마그리트의 많고 많은 작품 중 저 중절모의 뒷모습, 의 포스 작렬도 그렇고 말이죠.
책도 좋지만, 님의 제목 해석도 멋진걸요~^^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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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분은 전체를 대표한다'는 '프랙탈'쯤으로 표현할 수 있으려나?

다람쥐 쳇바퀴 돌듯 어제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오늘을 살고 있지만, 잘 살펴보면 내 몫의 다름이 없지는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그건 아주 미세하고 미미한 변화이지만 순환이 만들어 내는 원은 눈곱만큼씩이라도 커지기 마련이다.

 또 사람들 사는게 천차만별이고,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사람과 개천에서 태어난 사람은 태생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고 하지만,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사람들 지지고 볶고 사는 모습은 고만고만한 것이 다 거기서 거기다.
 프랙탈 이론의 창시자는 자연과 우주의 모든 것을 프랙탈로 보았다. 난 여기서 우리네 삶 속에도 이런 것들이 숨어 있음을 읽어내고는 스스로 대견해 했는데, 장강명과 이 책 속의 남자는 이걸 '패턴'이라고 얘기하고, 패턴을 두세개로 단순화시키면, 마침내 어떤 외부 자극에도 비슷한 반응(9쪽)을 보이기에 이른다고 한다.

  패턴을 돈다는 것은 궤도를 움직인다는 것이고, 패턴을 지워가다 보면 두세 개만 남고 마침내 하나도 안 남게 되었다는 것은 궤도를 이탈한다는 것일게다. '처음'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이겠고 '시작'이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겠다. 이렇게 조목조목 의미를 되짚는 것은 기준 뿐만 아니라 방향 또한, 나로 '비롯함이냐, 말미암음이냐'처럼 엄청나게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구별이기 때문이다. 

  남자여자에게 '처음이라는 개념을 버려야 한다'고 한 이 말은 '굉장히 인간적인 것'을 가장한 인간적이지 못한 인간 말살 행위이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자신의 잘못 앞에서는 '처음'이라는 잣대나 기준을 들이대고 너그러워진다. 나로 비롯함은 처음이고 몰라서라던 관대함일 수 있지만, 상대방으로 방향성이  바뀌는 순간 말미암음이 돠어 지나침으로 돌변한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개념을 버려야 해'라는 말은 내게 선입견이나 편견을 배제하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말言과 칼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됐다. 기준을 정한 후의 방향성과 시간적 경과를 사이에 두고, 말을 한 사람과 말을 듣는 사람이, 칼을 휘두른 사람과 그 휘두른 칼에 맞는 사람이, 정반대 선상에 있다는 것을 종종 간과하게 된다. 우리는 비롯함에 대해서는 시작의 서툼이라는 이유로 관대한 경향이 있지만, 말미암음이랑 관련하여선 숙련된 것의 편안함만을 얘기하지 달관이 만들어낸 매너리즘이나 지나침(또는 과함)으로 인한 실수를 용납하려 들지 않는다. 하지만 비롯함이건 말미암음이건 간에, 기준점으로부터 똑같은 거리와 시간만큼 경과한 것일 뿐이다. 꼭 칼을 휘둘러야만 누군가를 상처 입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처 입고 아프다고 소리 지르는데도 자신의 상처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하게도 되고, 환상통처럼 잘려져 나가 이미 없는 부위의 통증을 가지고 소리지르기도 한다.

  진실은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다는 행위를 통해서 함께 경험하고 깨우쳐 가는 과정이다. 우리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이유이고, 누군가에게는 책을 쓰는, 누군가에겐 칼을 벼리는 이유일 것이다. 세상은 같은 패턴의 무한반복이지만,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그럴 것이라고 믿으며 살고 싶다. 우리가 흔히 자연이라고 부르는 우주원리의 근본은 변하지 않지만, 자기유사성과 순환성을 가지고 눈곱만큼씩 변하는 모순된 구조이기도 해야 희망적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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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9-05 00:53   좋아요 0 | URL
멋진 글입니다.잘 읽고 가요! 프렉탈이 나오는 군요! ^^

양철나무꾼 2015-09-18 17:52   좋아요 1 | URL
멋진 글이라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곳에서 간혹 엿보게 되는 님의 문학적 내공이랑 감수성은 보통이 아니신듯 하던데,
그런 분한테 칭찬을 받으니 기쁜 걸요~^^

[그장소] 2015-09-18 18:08   좋아요 0 | URL
그..감수성~!!^^ 장군~!?
감수성을 사수하고 지키고 있는 ㅋㅎ.. 장군임을..알아봐 주시다니..제가 더 기쁩니다. ^^ (언제적 유머 인지..그춍?) 칭찬에 어후~ 저야말로후덜덜...
양철나무꾼 님에 전 곁가지일 뿐입니다. 저는 솔직히 내실없음..속이 텅빈 문학 ㅡ문학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ㅡ그냥 읽기쟁이 일뿐..저 위의 글같이 좀 일목이 요연하게 보고 정리해 쓰는 능력 이라도 있었음..싶은걸요..완전 과찬에 손발 다리 몸 통이 어쩔 줄 모릅니다. (이렇게 칭찬토스로 밤을 꼬박 지새우..응?!^^ 아하하)
 
[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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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선악이나 정오(正誤)처럼 이분법으로만 나누어야 할까?

예를 들어 '비가 내리는 것과 그 비가 내리다가 그치는 것이 잠시 멈춘 시간' 따윈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렇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침묵하지 않고 말은 하되 섞지는 않는다'정도가 될까?

이 책은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

황량하고 황폐하지만,

오아시스를 품고 있어서 아름다운 사막 같은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다 읽고난 지금은,

1권 중반부를 읽을때까지만 해도 뻥이라고 생각했던 호킹지수에 대한 신뢰는 어느정도 회복됐지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그냥 줄거리를 따라가며 읽어도,

중후반에 이르면 스토리라인이 뛰어나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이,

워너브라더스사에서 판권을 확보했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리지만,

책을 읽은 사람 중에 몇 퍼센트나 작가의 의도를 파악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도나타트는 '비밀의 계절'때도 '천재작가'라는 소리를 들었었다지만,

이번 작품도 명성에 걸맞게 다분히 중의적으로 읽힌다.

겉으로는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황금방울새>라는 그림을 모티브로,

미술관테러에서 엄마를 잃고 홀로 살아남은 소년의 성장과정을 그리고 있는듯 보이지만,

중의적으로는 아인슈타인도 설명하려다가 실패한 이론이라는,

자연과 우주의 근원을 물질과 힘에 있다고 믿는 '통일장이론'이라는 난해한 주제를 담고 있다.

 

통일장이론과 비교되는 초끈이론이 있는데,

수학적으로 완벽할지라도 실험을 통한 실제적인 끈의 존재를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과학이라기 보다는 수학적 이론이나 불완전한 이론, 철학적 차원으로 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이 책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인 운명이나 신 따위도,

보는 '관점'이나 '기준'을 강조하는 등 '우연'을 가장하는 듯 보이지만,

그 마저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것은 철학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ㆍㆍㆍㆍㆍㆍ나는 좀 지쳤어. 내 방이랑 우리 개, 내 침대가 그리웠지. 그때 아빠가 행사장에서 나를 높이 들어 올리더니 달을 보라고 했어. 아빠가 말했지. '집이 그리우면 하늘을 봐. 어딜 가든 달은 똑같으니까.' 그래서 아빠가 돌아가시고 베스 이모네에 같을 때, 아니 뉴욕에 사는 지금도, 보름달을 보면 꼭 아빠가 나한테 말하는 것 같아. 뒤돌아보거나 슬퍼하지 말라고, 어디든 내가 있는 곳이 집이라고 말이야." 엄마가 내 코에 입 맞췄다. "아니. 네가 있는 곳이 내 집이야, 우리 강아지. 나라는 지구의 중심은 너야."(1권, 344쪽)

꺼벙한 안경을 쓴게 해리포터와 닮았다고 하여 '포터'라고도 불리우는 '시오'가 어머니를 회상하는 장면이다.

이 말은 '관점'이나 '기준'을 강조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관점'이나 '기준'은 우리가 어찌 증명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라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나와 파브리티우스에게 무작위로 닥친 재난은 우리 두 사람 모두가 보지 못했던 똑같은 지점에서, 즉 우연이라는 점에서 만났다. 아빠는 그것을 빅뱅이라고 불렀는데, 비꼬거나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운명의 힘을 존중하며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몇 년 동안 연구해도 인과관계를 절대 알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 하나로 합쳐지는 것들, 여러개로 나뉘는 걸들, 시간 왜곡, 엄마가 미술관 앞에 서 있는데 시간이 흔들리고 빛이 이상해지는 것, 광대한 빛의 가장자리를 맴도는 불확실성. 모든 것을 바꿀 수도, 바꾸지 못할 수도 있는 길 잃은 확률.(1권, 413쪽)

과학적인 용어처럼 들리는 '빅뱅'은 '우연'이라는 용어로 바꿀 수 있겠고,

'우연'이 반복되면 '신' 또는 '운명'이 되는데,

그걸 몇 년 동안 연구해도 인과관계를 절대 알아내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하며,

'시간왜곡' 또는 '불확실성'이라고 하며,

바꿀 수도 바꾸지 못할 수도 있는 '확률'이라는 수학적인 용어를 과학적인 용어인양 사용하지만 과학용어는 아니다.

 

"왜냐면 웰티는 말하자면 광장기호증이었거든. 사람을 정말 좋아하고 시장을 정말 좋아했지. 시장의 그 끊임없는 움직임을 좋아했어. 거래, 상품, 대화, 흥정, 전부 말이야.ㆍㆍㆍㆍㆍㆍ웰티는 골동품상으로서 재능이 있었단다, 누구에게 어떤 물건이 맞는지 잘 알았지. ㆍㆍㆍㆍㆍㆍ학생이 물건을 보고 감탄하며 구경하려고 들어오면 웰티는 조그맣고 비싸지 않은 판화를 내놓는 식이었어. 모두가 행복했지. 웰티는 모두가 이 가게에 들어와서 크고 중요한 물건을 살 형편은 아니라는 걸 잘 알았어. 중매를 하는 것, 맞는 집을 찾아주는 게 중요했지."ㆍㆍㆍㆍㆍㆍ"웰티는 자기한테 장애가 있기 때문에 좋은 판매원이 될 수 있는 거라고 항상 말했는데, 나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동정심이 가는 절뚝발이.' 딴 속셈이 없어. 항상 외부에서 안쪽을 들여다보는 사람인 거지."

"아, 웰티는 어디서도 절대 외부인이 아니었어."(1권, 538쪽)

 

물건을 치켜세우면서 팔 때는 (한발 물러나서 속이기 쉬운 고객이 덫으로 걸어 들어오게 놔둘 때와 반대로)고객을 평가하여 그들이 투사하고 싶은 이미지를, 즉 실제 모습(잘난 척하는 실내장식가나 뉴저지의 주부, 남들 눈을 의식하는 동성애자)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모습을 파악하는 것에 승부가 달려 있었다. 아주 훌륭해 보이는 사람도 교묘한 속임수일 뿐이었고, 다들 무대 세트를 꾸미고 있었다. 비결은 내 앞에 서있는 자신감 없는 사람이 아니라 투사된 환상 속의 인물 - 감식가, 안식이 있고 여유롭게 인생을 즐기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약간 머뭇거리면서 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이 나았다. 나는 곧 옷 입는 법(보수와 유행의 경계)을 배우고 공손함과 오만함의 정도를 조금씩 조정하면서 까다로운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을 다루는 법을 배웠다. 어떤 유형의 고객이든 골동품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다고 가정하고 얼른 비위를 맞추다가 딱 적절한 순간에 얼른 흥미를 잃은 척하거나 한발 물러나는 것이었다.(2권, 44쪽)

골동품상을 하는 '웰티'와 '시오'를 묘사하는 대목인데, 묘하게 대조를 이루며 비교가 된다.

웰티는 고객들을 향하여 '관점'과 '기준'의 잣대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딴 속셈이 없는 마음.

반면 시오는 고객을 평가하여 그들의 유형을 나누었고, 주관적으로 가정하고 비위를 맞추다가 어긋나기도 한다.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갔다고나 할까?

그러니  '관점'과 '기준'의 잣대에 따라 딴 마음, 속셈과 동의어가 될 수도 있는 셈이고,

'관점'과 '기준'의 잣대라는 것은 일정하게 유지하고 볼 일이다.

영혼이 육체에서 떨어져 나와서 과거와 현재 사이의 안개 낀 어딘가에서 다른 영혼들 사이를 떠다니는 것 같았다.(2권, 134쪽)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여러편의 책들이 겹쳐졌는데,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 그 하나였고,

'세르게이 루키야넨코'의 '데이워치'나이트워치''더스크워치' 시리즈가 또 하나였다.

 

'관점'이나 '기준'의 잣대는 그런 의미에서 이런 멋지구리한 말로 탈바꿈한다.

"여자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으면 말이야."

ㆍㆍㆍㆍㆍㆍ

"그 여자를 사랑하는구나. 너무 많이는 아닌 것 같고."

"왜 그렇게 말해?"

"미친 듯이 화를 내지도 않고 난리를 피우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고 네 손으로 그 여자 목을 조르겠다고 펄펄 뛰지 않잖아! 그건 네 영혼이 그 여자의 영혼과 너무 깊이 얽혀 있지 않다는 뜻이거든. 좋은 거야. 내 경험을 생각해보면, 너무 사랑하는 사람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아. 네가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널 죽일 사람이거든.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여자는 자기 삶이 있고 너에게도 네 삶을 갖게 해주는 여자야."(2권, 237쪽)

그동안 '너무'나 '아주' 따위의 수식어가 사용되어도 어색하지 않은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현할 때라고 생각했는데,

사랑 또한 일방적인 '너무, 아주, 많이'는 '집요함'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ㆍㆍㆍㆍㆍㆍ나한테 먹을 것도 주고, 이야기도 나누고, 시간도 같이 보내고, 자기 집에 들여보내주고, 옷도 주고ㆍㆍㆍㆍㆍㆍ. 넌 아빠를 정말 싫어했지만 너희 아빠는 어떤 면에서는 좋은 사람이었어."

ㆍㆍㆍㆍㆍㆍ기백이 대단했어. 그래서 정말 힘드셨던 거야! 너희 아빠는 다른 사람보다 자신에게 더 큰 상처를 줬어.ㆍㆍㆍㆍㆍㆍ"(2권, 441쪽)

 

그리고 '부모에게서 자식으로의' 한방향으로의 맹목적인 그것 또한,

나 또한 부모 보다는 자식의 관점과 입장에서만 바라본 것은 아니었나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내경험으로는 선이 틀린 적도 많아. 선과 악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야.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는 존재할 수 없어.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동하면서 내가 아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넌 -판단에 둘러싸여서 항상 과거를 후회학, 자신을 저주하고, 자신을 탓하고, '만약에 이랬다면.''만약에 저랬다면.'묻지.'삶은 잔인해.' '그냥 죽어으면 더 좋았을걸 그랬어.' 음 - 이렇게 생각해봐. 신이 볼 때 너의 모든 행동과 선택이 선하든 악하든 아무 차이가 없다면? 패턴이 미리 정해져 있다면? 아니, 아니야-기다려봐-이건 고민해볼 만한 문제야.우리의 악함과 실수가 우리 운명을 결정하고 우리가 선에 다가가게 만든다면? 만약 어떤 사람들은 그런 길을 통해서만 그곳에 도달 할 수 있다면?"(2권, 444쪽)

다시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때로는 세상을 선악이나 정오(正誤)처럼 이분법으로 보는 데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이분법으로 보는 세상마저도 '관점'이나 '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서 수많은 경우의 수로 나뉠 수 있다.

 

흔한 예로 '내가 아는 최선'이라는 것마저도,

'나로 비롯함'이냐 '나로 말미암음'이냐에 따라서 결과가 천양지차이다.

 

저 그림 속의 '황금방울새'도 그렇다.

발목에 매단 쇠고리가 생각하기에 따라서 족쇄가 되기도 할 것이고,

편안하고 안락한 새의 보금자리가 되기도 할테니까 말이다.

 

시오의 그 무엇도 부럽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보리스 같은 친구를 두었다는 사실이 내내 부러웠고,

이 책의 호킹지수 98.5%에 일조한 일등공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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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8-27 22:04   좋아요 1 | URL
세르게이 루키야넨코 - 저는 참 좋아라하고 봤는데...^^ 그 워치 시리즈 3개 ..흥미로웠어요. 악과선이 태어나는 것을 마법사들이 지켜보는 것도..어스름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들도.. 이 황금 방울새 열어놓고 얼른 나가지지는 않는 다는...ㅡㅡ;(빨리 읽는 편인데 요즘은 게으름이 포텐 터진 게 틀림없어! 그러는 중! 입니다~) 건강하게 8월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양철나무꾼 2015-08-28 08:59   좋아요 2 | URL
`세르게이 루키야넨코`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던데, 반갑습니다, 와락~((__))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또 다른 영역이 있다는 발상은, 그 시리즈를 읽은 후여서 자유로웠다고 할까요~^^
1권 중반부만 넘기면, 속도가 붙으실겁니다~!!!

마녀고양이 2015-08-28 15:16   좋아요 1 | URL
책보다는 자기 리뷰가 더 좋다눈~
참으로 꾸준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쓰네. 나는
성격이 하두 끈기가 없다보니 한동안 열나게 쓰던 리뷰는 거의 손 놓았어.

말을 하되 섞지는 않는다, 그거 슬픈 관계지... 아무 상관 없는 사이인거네. ^^

[그장소] 2015-08-30 23:49   좋아요 1 | URL
루키야넨코~♥ 좋지않아요?^^전 이런 차원이 화기애애~한 스토리가 좋아요!^^저도 양처나무꾼님과 동지애가 모락모락~~♥♥♥
 

8월 중순이 되어 여름 휴가를 다녀왔고,

책 몇권을 이렇게 저렇게 건드리고 있는데,

난독증에 걸린 것마냥 글이 비껴간다.

 

호킹지수 98.5%를 자랑한다던 황금방울새는 내 개인적인 기준으론 뻥인듯

1.5%라고 해도 믿어줄까 말까이고,

'도나타트'의 '황금방울새'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황금방울새'

 

'대지의 기둥'을 '켄 폴릿'의 '20세기 3부작 시리즈' '거인들의 몰락'은 1,2권 완간되었건만

'3부작 시리즈'라는 수식어에 눈이 멀어 여지껏 3부작이 완간되기만 기다리다 며칠전 주문을 넣었다.

 

그리고 '먹는 존재' '읽는 인간'이런 책들도 읽었고,

'야생초밥상'과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를 읽었다.

 

난 일본작가의 책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오에 겐자부로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그것과 인간으로서 존경을 표하게 되는 것은 다른 일,

제목 또한 내공을 짐작할 수 있게 '읽는 인간'이다.

 

먹는건 숨쉬고 살아가기 위해선 누구라도 해야하는 일이지만,

읽는 건 인간이 먹는 존재와 차별화 될 수 있는 특징이다.

 

살기 어려워지고 각박해진다고 하지만,

그건 알라딘서재를 비껴간 일들로 인식되었었다.

책을 읽는다는건,

등 따숩고 배 부른 후에 충족시킬 수 있는 욕구라고 생각했었다.

 

먹고 살기 위하여,

잠 자고 쉴 시간도 부족한데,

책 읽을 시간이,

또는 독후감이나 리뷰를 끄적거릴 시간이, 어디 있으며,

책 얘기를 빙자하여 노닥거리거나 이웃 서재를 마실 다닐 시간이 어디 있겠나 말이다.

이건 육체나, 정신 모두에 적용되는 말이다.

 

알라딘 서재에 들어와서 책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단순히 그저 '먹는존재'를 넘어선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처럼 나이 먹어가고,

깜박깜박 하는 기억력을 붙들어두기 위하여 기록으로 남기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누군가 들어줄 귀를 위하여,

또는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또는 자신의 지적 허영을 과시하기 위해,

또는 파워리뷰어를 가장한 지름신들도 있고,

책 얘기로 위장해서 진심을 알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이게 조금조금씩 엮여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더라.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는 박형규 님의 안나 까레니나 한 구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왜 나만 이토록 아프고,

왜 나만 이렇게 지지리 궁상을 떨면서 사나 하지만,

어떤 의미로든 아프지 않거나 궁상 떨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통각을 느끼는 역치가 다르거나 궁상을 받아들이는 척도가 다를 뿐이지...사는 건 다 비슷비슷하다.

 

하지만, 책 읽고 글을 쓰고 책이라도 낸다고 하는 사람들은 뭔가 달라야 한다 생각했나 보다, 난.

그래서 실망감이랄까 상실감이 더한가 보다.

책이 삶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글을 써서 반성하고 돌이켜 나아지지 못한다면,

그럴거면,

책은 읽어 모하며...글은 써서 모하냔 말이다.

 

'먹는 존재'와 '읽는 인간'이 달라야 하는 까닭이고,

그동안 나의 난독증의 근원이라면 근원이랄 수 있겠다.

 

 

 

 

 거인들의 몰락 1
 켄 폴릿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거인들의 몰락 2
 켄 폴릿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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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8-20 19:21   좋아요 0 | URL
황금방울새 사놓고 못 읽고 있는데 더 엄두가 안나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5-08-20 21:06   좋아요 0 | URL
도나 타트 이 작가가 되게 철학적으로 글을 써서 켄폴릿과 비교해 보게 됐어요, ㅋ~.
저 지금 1권 후반부로 접어드는데, 막 재밌어져요.
트라이 투해보세요, 아자, 아자~^^

혜덕화 2015-08-20 20:59   좋아요 1 | URL
식욕과 색욕은 인간의 기본 욕망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이 기본이 충족되고 나면
실체 없는 이름-我 , 내가 나라고 생각하고 규정지어 놓은 것들에 얼마나 휘둘리고 사는 지
보게 됩니다.
그것도 나 자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서.
관계 속에서의 나를 실제하는 나로 착각하고 사는 거겠지요.
자신을 바로 보기가 참 어려운 일이구나, 타인의 삶을 통해 다시 느낍니다.

양철나무꾼 2015-08-20 21:17   좋아요 1 | URL
혜덕화 님,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제가 요번 일을 바라보는 관점은 차치해 두기로 하고,


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나를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는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아무리 그럴 듯 하게 얘기하는 듯 해도 그런 얘기는 그래서 공허한 법이지요.

cyrus 2015-08-20 20:27   좋아요 1 | URL
저는 글쓰기와 독서가 무조건 인생을 달라지게 만드는 행위로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런 생각 속에는 독서를 성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인식이 깔려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지성의 독서론을 좋아하지 않아요. 성공에 초점을 맞춘 독서는 억지로 책을 읽게 하는 강제성이 느껴져요. ‘이 책을 읽어야 성공할 수 있어, 성공한 사람은 이런 책을 다 읽더라.’ 오히려 이런 문구가 독서를 멀리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나무꾼님이 독서와 글쓰기에 회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개인의 만족을 위해서 글을 쓰는 것도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양철나무꾼 2015-08-20 21:32   좋아요 0 | URL
cyrus님, 이지성의 책들은 한권도 읽어보지 못해서 모라고 코멘트하기 어려운데요~--;(아이고, 땀나라~``)
저도 독서와 글쓰기가 인생을 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보지도 않고,
그런 의도로 하지 않은 말이란걸 님도 잘 알고 계시죠?
제가 얘기하고자 한것은,
말과 행실이 다른 사람,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은 되지 말도록 노력하자,
아니 적어도...
나를 재는 기준이나 잣대와 다른 사람을 재는 기준이나 잣대에 형평성을 가질려고 노력하자, 는 얘기였어요.

당근, 저로 말할 것 같으면 깜박깜박 하는 기억력을 붙들어 두는 것만으로도 완전 만족하는 단순한 타입이지만서도, ㅋㅋㅋ~.

AgalmA 2015-08-20 21:36   좋아요 0 | URL
<읽는 인간> 나왔을 때 신영복 선생님 <담론> 생각이 떠올랐어요. 세상풍파를 견디며 읽고 쓰며 살아온 거목들의 울림...시간되시면 살짝 비교 말씀도 부탁드립니다^^...혹 모두에게 실례일까요;

양철나무꾼 2015-08-20 21:43   좋아요 0 | URL
언제 시간이 되면 `읽는 인간`도 리뷰로 써볼까요?
오에 겐자부로와 신영복 님은 완전 스타일부터 다르신데,
오에 같은 경우는, 읽는 해와 쓰는 해를 따로 분리해서,
읽는 해에는 2년이고 3년이고 한권을 집중적으로 읽는다고 하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세요.
한권을 읽어도 깊이 읽는 타입이라고 할까요?
책상에 앉아서 완전 몰입하고 연구한 것까지는 알겠는데,
그 다음은 이분의 작품을 읽은게 없어서리~ㅠ.ㅠ

반면 신영복 님은 뭐랄까, 바닥을 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 같은게 느껴지죠~^^
팟케스트 방송<담론> 들어보세요, 느끼실 수 있을거예요.

AgalmA 2015-08-20 21:51   좋아요 1 | URL
<담론> 팟캐스트에서 신영복 선생님 목소리 듣고 박원순 시장 목소리랑 비슷하단 생각했어요ㅎ;
오에 겐자부로 책들 읽으면 이 분도 만만찮게 바닥을 친 분이란 생각이 든단 말이죠. 그런데 오에 겐자부로는 아무래도 소설가라서 그럴 테지만, 여유보다는 자신을 첨예함 속에 둔다고 할까요...작가란 무엇인가...참 형벌 같다고 할 밖에.

양철나무꾼 2015-08-20 21:54   좋아요 0 | URL
저도 작가란 무엇인가는 읽었는데...그건 아무래도 인터뷰 집이다 보니 치열하다는 느낌은 안 들더군요.
박원순이라고 하시니 강용석이 떠오르는 것이...ㅋ~.
어쩔 수 없는 속물인가 봐요~--;

프레이야 2015-08-23 23:31   좋아요 0 | URL
님, 휴가 잘 보내셨어요?
뜬금없이, 좋은 페이퍼에 므쓱해서 인사드려요^^

양철나무꾼 2015-08-27 16:14   좋아요 0 | URL
전 그럼 밤낮없이 불쑥 인사드려야겠네요~^^
카카오스토리에서도 그렇고, 이곳에서도 그렇고,
한밤중이나 새벽이어서 알람이 설정되어 있을까봐,
조용히 되돌아나오기도 하는걸요~--;

프레이야 2015-08-27 19:02   좋아요 0 | URL
ㅎㅎ모두 알람 꺼놓으니 신경 안 쓰고 마구 날려도 좋아요 ~^^

yureka01 2015-09-02 12:37   좋아요 0 | URL
깊은 공감 !~~~~~~~~~~~~~~~~~~
 

언젠가 어떤 알라디너가 책 제목만으로도 보고싶어지는 책이 있다고 했는데,

내게 이 책이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다.

'거리의 인문학자'라는 말도 좋았고,

'책에 대한 책 이야기'라는 것도 좋았고,

난 책 한권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을 책을 얻게 되는 그런 책읽기를 좋아하는지라,

서른 개의 키워드로 '삼백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좋았다.

 

이 책은 프롤로그에서 '왜 책고집인가?'라고 묻고,

본문에서 대답을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책은 나를 비난하지 않았고, 글은 나를 위로해 줬다!(23쪽)

가 되겠다.

 

20대 이후 10년을 주기로 갖가지 좌절과 불행의 시간을 맞았단다.

20대 말엔 극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나섰다가 나동그라졌고,

30대엔 하필이면 IMF 외환위기의 한 중간에 입시학원을 차렸다가 쫄딱 망했단다.

40대 후반에는 노숙인 인문학에 참여했던 걸 계기로 <빅이슈>라는 노숙인의 생계를 돕는 잡지,

창간 운동을 펼치다가 시쳇말로 모든 걸 날려버렸단다.

 

매번 다른 내용의 좌절이었지만 그때마다 그를 구원해준 건 책읽기와 글쓰기였단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도 만날 수 없어 고립감에 빠져 든 순간,

그가 살아있음을 증명할 유일한 방법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었단다.

글쓰기는 고통을 잊게 해주었단다.

눈만 뜨면 도서관을 찾아 닥치는 대로 읽었고, 읽은 뒤엔 꼼꼼하게 기록하는,

그렇게 읽고 쓰기를 수년간 반복했단다.

 

블로그에 서평을 꾸준히 올렸던 덕분에 책 열심히 읽는 사람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그것이 '도서평론가'라는 이름으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는 계기가 되어,

그 후 10년 동안 줄기차게 방송활동을 했단다.

 

다시말해, 그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에게 글쓰기는,

'살아있음의 증거'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공부로서의 과정'이며,

인정욕구에 더불어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소통에 대한 의지'이기도 하단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책 표지의 그것처럼 내용은 '훅~!' 와닿았는지 모르겠지만,

찰싹 달라붙는 감칠맛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분명하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독자가 모이지만, 모호하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비평가만 몰려들 뿐이다.'

하는 '알베르 카뮈'의 <글쓰기의 힘>을 인용하여 그의 입장을 표명하는데,

불필요한 수식을 빼고, 채 정리되지 않은 생각으로 이리저리 비틀고 휘젓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담은 간결한 글을 좋은 글로 친다.(18쪽)

 

결국,

'천천히, 거듭해서, 항상 질문을 던져가며 읽어라'라는,

그가 책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명확하게 전달되었지만,

그가 이 책에서 '나를 찾는 책 읽기', '앎을 찾는 책 읽기', '일상의 책 읽기' 라는 목록의 책들은

아쉽게도 내가 읽은 것들과 거의 겹치는 것들이었고,

그렇지 않더라도...책의 내용들을 친절하게 발췌하고 제시하고 있어서 새로울 것이 없었다.

 

알라딘 서재, 이곳의 다른이들 또한 다들 나 정도의 내공은 될 것으로 사료되는 고로,

그렇다면 이 책이 화제가 된 건,

SNS에서 <22인의 대권주자 품인록>과 <10대 그룹 촌철살인 한 줄 평>과 관련해서 였나 보다.

 

최 준영 님은 책고집이라는 둥, 新독서주의라는 둥의 말로 표현하지만,

난 이 책과 관련하여 SNS 이상 떠오르는 것이 없는고로,

이렇게 한마디 하며 마무리해야 겠다.

 

단련은 千日을 하고, 연습은 萬日을 한다.

그러나 승부는 일순간, ㅋ~.

 

 

 

 

 

 

 

 

 

 최준영의 책고집
 최준영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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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8-06 19:02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하루에 책 한 권씩 읽으시는겁니까!!!

양철나무꾼 2015-08-07 12:31   좋아요 0 | URL
아웅, 다락방님, 아니 락방님~!!!(저 요렇게 함 불러보고 싶었어요~^^)
제가 락방 님께 명함을 못 내미는데 무슨 말씀을요~!

전 일주일에 서너권을 읽으려고 하는데,
보통 한권정도 읽을만한 책과, 서너권의 그렇지 않은 책을 추려내는 것 같아요.

집에서 따로 보는 인문서적이나 과학서적은 어떤건 한달, 어떤건 1년도 걸리구요~ㅠ.ㅠ

책읽는나무 2015-08-06 19:16   좋아요 0 | URL
찰싹달라붙는 감칠맛 나는 리뷰 아니 독후감?은 님을 비롯한 알라디너들의 글만큼 좋은 글이 없는 것같사옵니다^^

양철나무꾼 2015-08-07 12:39   좋아요 0 | URL
좋은 글이라고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다른 알라디너의 것은 몰라도,
제것은 형식도 없고, 경계도 없는 것이,
감상문 수준도 아니고,
걍 Feel 충만하여 쓴 느낌 정도라고 봐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공을 안 들인다는 얘긴 아니고,
그때 그 순간의 느낌에 충실하려다가 보니,
나중에 봐서 영 아닌것 같고,
글이 늘어지거나,
그 얘기가 왜 적혀야 하는지 모르겠는 뜬금없는 얘기여도,
오탈자가 뒤늦게 보여도,
퇴고나 교정을 잘 안하게 되더라구요~ㅠ.ㅠ

yureka01 2015-09-02 12:38   좋아요 0 | URL
빌리 조엘..오랜만에 듣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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