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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6 : 무협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6
좌백.진산 지음 / 북바이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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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하고 절규하던 유지태의 그것을 빌리지않더라도,

이젠 사랑뿐 아니라 우리네 삶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변한다는 걸 실감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의 그것이 상대방을 향한 것이라면,

이제 하게 되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는 일종의 되뇜이고 자조에 가깝다.

 

한때 장르소설에 미쳐있었다.

좋아했다거나 즐겨 읽었다는 고상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지금도 그땔 생각하면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하며 혼잣말을 하며 배시시해시시 거리기 때문이다.

첫 단추는 장르소설 중 무협소설이 시작이었고,

무협소설깨나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보통소설은 한 권이어도 장편으로 분류되지만, 무협에선 그렇지 않다.

짧아도 서너 권, 길면 스무 권, 서른 권을 넘어가는 초장편이 보통(28쪽)인 장르니까 말이다.

 

때문에 얘기를 어떻게 시작했건 간에, 연대기적인 서사가 되게 마련이고,

난 그럼 그에 걸맞게 (이과라서 국사, 세계사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주제에) 인물들을 가지고 족보, 가계도를 그려가며 열독을 해주셨으니 말이다.

나중에는 무협소설의 첫 단추인 독서실 총무 아저씨가 나의 족보 그리는 실력에 반해서,

당신도 안 읽은 책을 먼저 읽으라고 내어주실 정도였다.

 

암튼 그렇게 시작한 무협소설이지만,

중간에 장르소설로 한번 갈아탔고, 이젠 그마저도 잘 안 읽는다.

뭔가 이유가 있나...하고 이번 기회에 돌이켜 보니까,

새로운 작품이라고 해도 제목만 다를 뿐이지 그 얘기가 그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럼 더 이상 장르소설을 읽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웹소설 작가가 될 것도 아니면서,

이 책을 왜 사읽었냐고 한다면,

한때 좋아했던 '좌백'에 대한 오마주 쯤이라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집처럼 얇은 책의 정가가 9800원이라고 해서 한번 툴툴거려 주셨을 뿐이고,

'KT&G 상상마당에서 진행된 웹소설 작가 지망생을 위한 강의'였다니까,

이렇게라도 책으로 나와서 여러 사람이 좋은 강의를 접할 수 있는 것도 괜찮은 기획의도인것 같아서,

기꺼운 마음으로 읽었다.

 

그동안 좌백을 대단하다고 생각했었고, 보통 내공이 아니라고는 생각했었지만,

요번 책을 읽는 내내...강의로 들었으면 더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들은 글을 잘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말이나, 말로된 강의를 잘하는 것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좌백의 경우, 기승전-무협으로 이어지는, ㅋ~.

완전 논리정연한데다가,

요점만을 딱딱 집어내고 있어서,

일목요연하게 내용이 전달되었다.

 

돌이켜보니, 내가 좌백의 그것들을 좋아한 이유가,

무협소설이란 것이 황당무계한 얘기를 하는 것이기는 하나,

좌백의 경우 논리적으로 탄탄한 위에 쌓아올리다보니,

소설의 기본요소라고 할 수 있는 개연성과 핍진성이 제대로 확보되어 그럴듯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 그를, 무협소설을 쓰는 작가로만,

아내인 '진산'과 함께 부부가 무협소설을 쓰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는 철학과 출신인데다가,

청소년을 위한 철학 판타지 소설인 '논리의 미궁을 탈출하라', '소크라테스를 구출하라', '제자백가를 격파하라'등을 쓴 교양물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암튼,

그가 쓰는 무협소설이 내게 재밌었던 이유가,

그가 무협소설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었고,

그중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맞는것을 적절히 골라 버무려 냈기 때문이다.

 

그는 무협을 이루는 키워드를 '무, 협, 중원, 과장'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러나 무협적 병기의 개념에는 제한이 있다. 어디까지나 신체의 연장선상으로서의 병기이며 결국 그 병기를 쓰는 사람의 격투 기술에 방점이 찍힌다. 미사일도 병기지만 누가 더 미사일을 잘 쏘나 하는 이야기는 무협의 영역이 아니고, 무협에도 수많은 보검신검이 등장하지만 만약 순수하게 '마법검'의 능력에 기대는 이야기라면 판타지에 좀 더 가까울 것이다.(16쪽)

라고 하는데,

분석이 명쾌하고 문장이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하지만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것만으로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엔 제약이 따른다.

그는 박학다식하기까지 하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을 예로들며, 공간적 배경인 middle Earth를 중간계, 가운데 땅 등으로 번역되고 있는데,

그걸 국내출판사에서 '중원'이라고 번역해서 화제가 된적이 있다고 한다.(22쪽)

 

궁금한걸 못참는 난, 가지고 있는 책을 찾아보니 '가운데땅'이라고 번역되어 있더라, ㅋ~.

 

그동안 나는 '중원'을 '중화'인민 공화국이라고 할때의 그 '중원'이라고 생각했었다.

반지의 제왕에서의 'middle Earth를 중간계'라고 짐작했음은 물론이다.

 

무협에서 말하는 과장이란 동양적인 정서에서 근거한 것으로 판타지와는 또 다른 허세와 고도의 멋 정도로 표현해 낸다. 그 정도라면 대리만족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그 정도가 아닐까? 완전 멋지다, ㅋ~.

 

기본이 안된 사람들은 사상누각 위에서 글을 쓰다보니 언제 허물어질지 알 수 없지만,

그의 경우는 김용을 예로 드는 것으로 중국사를 꿰뚫고 있음을 알수 있고,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에서 연개소문 부분을 예로 드는 것으로 볼때, 논란의 중심에서 회자되는 이슈에 대해서도 흐름의 맥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무협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대본소용 무협소설이고,

이걸 번역하는 과정에서 편저자라는 말이 사용됐다.

이 과정에서 글보다는 스토리에 재능이 있는 스토리 작가라는 말도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좌백이 기본기가 아무리 탄탄하고,

무협의 현주소를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해도,

이것만으로는 그를 향하여 멋지다고 설레발을 치진 않는다.

 

그는 웹소설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무협을 개척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무엇이 무협소설인가'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는 '왜 무협소설을 읽는가'와,

더 노골적이라고 할 수 있는

'왜 한국인이 중국을 배경으로 중국인이 활동하는 이야기를 읽고 있는가?' 의문을 제기하고,

해답 또한 스스로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얘기하는데,

논리적일 뿐만 아니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여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을 배경으로 했다고 해서 한국인의 무협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고,

무협의 틀을 빌어 한국의 얘기를 한다고 해서,

무협의 중심이 중국적인 것이라면 한국의 얘기라고 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어찌보면 무협이 지극히 중국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어떻게 한국적인 무협을 추구하느냐 하는 것은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할 문제일 것이다.

 

이 책의 끝에서, 좌백은 '무협을 쓰려는 이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형식으로 작법을 얘기하는데,

대단한 것이 없고 다독, 다작, 다상량이 그것이다. 

다음 이야기를 전개 시키고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숙성시키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파리리뷰의 '작가란 무엇인가'의 3권을 숙지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고보면 좌백같은 훌륭한 작가도 그런 책을 읽고 꾸준히 연구하는 것 같아서,

나와 같은 책을 읽고 같은 공간에서 숨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인 것 같아서 가슴이 마구 벅차 올랐다.

 

마지막으로 이 부분을 인용하며 끝을 맺으려 한다.

20여 년간 작가 생활을 하면서 글을 못 써서, 혹은 잘 쓰지만 운이 안 맞아서, 또는 끈기가 부족해서 붓을 꺾은 작가는 많이 봤지만 성질이 고약하고 친구가 없어서 그만뒀다는 작가는 본일이 없습니다. 이름을 말할 수는 없지만 성격 개차반인 작가들도 수두룩하지만, 사실 저부터 그렇지만 작가로는 잘 사는 게 보통입니다. 글도 잘 쓰고 성격도 좋아서 대인관계가 원만하면 좋겠지만, 솔직히 그런 작가는 본 일이 드뭅니다.

  무언가 빈 곳이 있거나, 결함이 있거나, 트라우마가 있어서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사회부적격자, 병자에 가까운 사람들이 오히려 글에 색깔이 있어 읽을 만한 글을 쓴다는 편견도 가지고 있죠. 그리고 그게 사실입니다.

ㆍㆍㆍㆍㆍㆍ그러니 외로움은 작가에게 있어서 결함이 아니라 오히려 필수인 거고, 외롭지 않은 것, 외롭지 않다고 느끼는 기간이 오히려 작가에겐 독이라고 생각하고 경계해야 합니다. 행복한데 왜 글을 쓰겠어요.(104~105쪽)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작가가 될 구실도 없거니와

만약 작가라고 한다면 그만 둘 구실도 없다.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끈기는 좀 되어주시고,

대신 성질이 고약하고 친구가 없어 '스.스로를 따. 시켜' 혼자놀기의 달인으로 등극할 지경이면서도,

외로움을 오히려 즐기니 말이다.

 

그러고보면, 외로움이 사무칠때도 있지만,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겠다.

외로움도 아무나 느낄 수 없는 재능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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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5-25 23:46   좋아요 1 | URL
무협지는 김용이지 말입니다..ㅋ^^..

양철나무꾼 2016-05-26 10:41   좋아요 1 | URL
김용은 만인의 필독서로 지정되어야 한다고 이 연사 주장하는 바입니다~!!!

2016-05-26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5-26 10:46   좋아요 1 | URL
창작을 하는 건 언감생심이고,
한때 번역을 해볼까 했었던 적이 있는데,
번역도 만만하게 볼게 아니더라구요.
제가 좋아하는 내로라하는 번역가들도 때로 마리앙또와네트처럼 번역하는걸 보고,
포기했습니다.

이젠 좋은 책들, 건강이 시간이 허락할때 읽자는 주의라서요~^^

2016-05-26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6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6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6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6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5-26 09:19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는 <영웅문>도 텔레비전에서 방영되었던 것만 보았고 무협지는 읽어보지도 않았는데,
무림고수의 이야기가 너무 흥미롭네요.

특히 인용해주신 마지막 문단 좋아요.
행복한데 왜 글을 쓰겠어요....
외로움을 느끼는 재능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아침이예요. 좋아요~~

양철나무꾼 2016-05-26 11:11   좋아요 2 | URL
영웅문을 텔레비전에서 보셨다니,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아시겠네요.
우주삼라만상이 책속에 들어있는 느낌이랄까?

전 그중에 김용이 깊이가 있어서 좋았는데,
김용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좌백과 한상운을 들 수 있었는데,
한상운이 요즘 드라마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같더라구요.

뭐든 개발하고 계발하면 재능이 된다는 거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들려, 근사하잖아요?^^

해피북 2016-05-26 10:55   좋아요 2 | URL
저는 오늘 양철나무꾼님 덕에 좌백이란 분을 알게되었어요 ㅎ 그리고 요즘 우연인지 필연인지 외로움은 결함이 아니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래서 힘이 조금씩 생기고 있어요. ㅋ 저두 혼자 있는 시간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양철나무꾼 2016-05-26 11:15   좋아요 1 | URL
혼자있는 시간을 좋아하게 되는 거,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를 사랑하는 시작인것 같아요.

해피북님 인생의 주인공은 해피북님이고,
제 인생의 주인공은 저인 것이고,
우린 지금 현재 이 시간을 사는 것이니까.
지금 이 시간을 사랑하고 즐기면 그만인거죠~^^
 
여자는 허벅지 다나베 세이코 에세이 선집 1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작년까지만 해도 짧은 반바지를 부담없이 입었었는데,

올 들어 살이 급격하게 찌거나 한건 아닌데도, 

노출이 심하거나 몸에 꼭 끼는 옷을 입으려고 하면 채신머리 없어 보일까봐 불편하다.

 

며칠 전 토요일 한낮,

때이른 불볕더위라서 그런지 더워도 너무 더운날,

퇴근 길 직장 근처에서 버스를 탔다.

버스는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에어컨을 준비하지 못한 채, 창문을 활작 열어놓고 달리고 있었고,

난 아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버스 안으로 눈길도 못주고는, 버스 손잡이를 잡고 그렇게 서있었다.

그런데, 나와 조금 비껴 앉으신 할머니 한분이 바람에 항아리모양으로 부풀어오르는 내 롱티셔츠를 쳐다 보시고는,

이윽고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서자, 할머니는 일어서시며 내 손을 잡아 끌어 자기 자리에 앉히시는거다.

눈을 똥그랗게 뜨고 말을 못 잇는 나를 향하여,

"색시, 임신 했잖수, 나 이래뵈도 강단이 있어서 괜찮아요~^^"

같은 여자끼리 다 안다는 듯 한쪽 눈을 찡긋하신다.

 

임신을 한듯 연기를 하며 편하게 앉아서 가는 호사를 누렸어야 했을텐데,

난 그러질 못하고,

"아닌데요~ㅠ.ㅠ"

하며, 손사래와 함께 머리를 강하게 도리질 쳤다.

 

버스 안의 누군가가,

"선생님은 좋겠수. 그 나이에 새댁 소리도 듣고~."

하며 위로의 말을 건냈지만, 술이 불콰해진듯 얼굴이 벌개진 내게는 들어오지 않았다.

 

이 책은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를 쓴 다나베 세이코가 쓴 대표적인 에세이라는데,

일본소설을 즐겨읽지 않는 나는 그니를 몰랐던 터라,

그니의 지명도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고,

'환상의 빛'과 '금수'를 쓴 '미야모토 테루'가

'다나베 세이코의 대단함을 가장 많이 느꼈던 작품이 바로 이 책들에 실린 에세이다.'

라고 해서, 미야모토 테루의 연장선 상에서 읽게 되었는데,

그 저변에는 책이 나를 비껴가는 나날의 연속이었던 것도 한몫한다.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은 '다나베 세이코'가 1928년 생으로 지금은 파파 할머니, 여성이라는 것이고,

이 책의 에세이들은 어딘가에 연재되었던 것인가본데,

그때만해도 아기가 없는 비혼녀였으며, 마흔 근처의 중년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니가 아기가 없는 비혼녀, 처녀를 추구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나오는데,

전시에 '낳아라, 번식하라'를 외치며 '교배'에 힘쓰고 나온 배를 보란 듯 내밀고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던 임산부를 보며 수치심을 느끼고 부끄러워 했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수치스럽지 않은 얼굴을 하고 수치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런 여학생이 바로 나였다.'라고 하고 있었으며,

그 반대급부로 라고 해야 할까,

'요즘 들어서 갑자기 나잇살이 찐 나는 다른 사람이 혹시 "임신하셨어요?"라고 물어오면 큰 소리로 "아니요, 제 배인데요"라고 대답한다. 일반 기성복은 맞지 않아서 임부복 코너를 헤매는가 하면, 때에 따라 일부러 배를 내밀고 전차 안의 노약자석을 감쪽같이 낚아챈다.(161쪽)

라고 하는걸 보고 일종의 위안을 얻었으니, 이런걸 두고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불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그니를 연애소설을 쓰는 소설가 내지는 음담패설을 쓰는 에세이스트로 기억한다는데,

내가 그니의 작품들을 안 읽어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었던 게 이 책을 재밌게 읽는데 한몫한 것 같다.

더우기 역자후기에서,

그니가 전쟁과 고도성장을 겪은, 남성 중심 사회를 겪은 일본의 여성작가라는 점을 감안해주면 좋겠다고 하는 걸 보면,

이런 글을 여자가 써낸다는건,(여자가 쓴 글이어서 나는 제대로 감정이입을 하고 몰입을 할 수 있었지만),

아무리 일본이고, 연애소설을 쓰는 작가여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책을 읽어보니까 알겠는데,

이 얘기가 단지 연애소설도 아니지만,

그냥 얘기하기는 좀 껄끄럽다고 하여 음담패설로 분류될 에세이 들도 아니다.

 

창피한 얘기지만,

나만해도 내 자신을 당당하게 주장하고는 싶지만,

내가 어떤걸 원하고 원하지 않는지 조차 모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원하는 걸 주장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추상적이라고 해야할까, 뜬구름 잡기라고 해야할까 그렇다.

그렇다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당당한 주장을 넘어서 문란하게 비춰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땅의 중년 여자와 중년 남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청년이고 중년이고, 남자이고 여자이고, 를 떠나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 없이 자기 자신만을 고집하게 되면,

그것은 독선이고 아집이고,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의 엮임은,

정신적이냐 육체적이냐, 의 차이는 있지만 '불륜'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다.

 

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평상시에는 그렇게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던 국가색 따위가 별반 문제가 되지 않는 대신,

남자와 여자를 구분짓는 문제들에 쉽게 공감을 하겠는걸 보면,

국가보다는 남녀의 성별이,

무언가를 나누고 경계짓는 더 큰 구별 요인인가 보다.

 

솔직히 이 책에 나온 얘기들은 내 의견과 일치하는 것도 있고, 그럭저럭인것도 있고, 아니올시다, 인것도 있다.

하지만,

나는 배 나온 남자를 싫어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나는 머리가 벗겨진 남자도 숱이 적은 남자도 싫지 않다. 첫인상부터 싫은 남자는 뭘 해도 싫을 수밖에 없겠지만, 내가 사랑에 빠진 남자라면 배가 나왔든 머리가 벗겨졌든 옆에 앉아 있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행복해진다. (115쪽)

라는 구절은 내가 쓴 것처럼 정확히 일치한다, ㅋ~.

 

이 책의 제목은 '여자는 허벅지'라고 해서 다소 야한 상상을 불러 일으키지만,

나라면 이렇게 바꾸고 싶다.

여자고 남자고 종아리는 제2의 심장이다.

건강하게 살려면 그 운동 뿐만 아니고, 종아리를 가꾸고 종아리 운동 열심히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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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4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5-26 09:59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여자는 허벅지`보다 `여자는 종아리`가 더 야하고 화끈한 느낌이 드는 제목인 걸요~^^
저도 요즘 책읽기가 영 신통치않아서,
봄에,
먼산 지천에 깔린 꽃에,
별의별 핑계를 다 댑니다여~^^

님도 좋은 하루요~^^

cyrus 2016-05-24 19:16   좋아요 0 | URL
사람은 무언가를 구분지어서 자신의 소속감을 유지하고 싶어 해요. 그래야 사는 게 편해지잖아요. 구분지어진 것과 반대로 행동하면 아웃사이더로 낙인찍히기 쉽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6-05-26 10:25   좋아요 0 | URL
언제던가 우리아들이 아싸이러고 카.톡을 보냈길래,
무슨 좋은 일이 있냐고 했더니,
아웃싸이더의 약자인데 것도 모르냐면서,
그러니까 엄마는 아웃싸이더인게 맞는거라고 해서,
엄마를 놀려먹는 나쁜넘이라고 툴툴거렸던 기억이 있습니다여.

님의 댓글을 읽는데, 왜 그 생각이 나는 걸까요? ㅋ~.

2016-05-24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5-26 10:31   좋아요 0 | URL
전에 그럼 트레드밀 사진은 설정 샷~? ㅋㅋㅋ~.
트레드밀보다는 운동장이,
것도 트렉보다는 흙길이 여로모로 좋죠~^^

임산부는 무조건 우대되어야 마땅하지만,
세계적인 저출산국가라고 해서,
아이들이 귀하다보니 너무 버릇없이 키우는 경향이 있죠~--;
 
길에서 주운 한자
김동돈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서 길(道)을 만든다.

그 길(道) 위에 있을때,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와,

따사로운 햇살과 불어오는 바람, 내 몸을 감싸는 넉넉한 대기 따위...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

길 위에 있을 때(道) 나 또한 대자연의 일부인 인간(人)으로 거듭난다.

 

도(道)를 갈고 닦아 도통한 사람이 되는 것도 도인(道人)이지만,

한걸음 한걸음 내딛어 길을 만드는 사람도 도인(道人)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길에서 주운 한자'를 쓰신 김동돈 님은 양쪽을 아우르는 '도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언제부턴가 길을 갈 때 한자ㆍ한문이 쓰여 있는 것을 보면 사진을 찍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간 찍어온 것들을 정리하고 약간의 군말을 덧붙여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길에서 주운 것들로 책을 꾸린 만큼 읽히는 것 또한 길에서 읽히길 바라며, 특히 한자에 대해 애틋한 마음이 있는 이들에게 유익한 벗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라고 적힌 책 날개 안쪽 프로필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저자의 길과 한자에 대한 애정을 가히 짐작하겠다.

 

계절별로 길거리에서 만났던 한자들을 다루고 있는데,

한자를 만나면서 느꼈던 저자의 생각을 풀어내고,

그 한자들의 어원이나 변천과정을 알기쉽게 설명하는데, 재미있고 임팩트 있다.

매 단원마다 정리 문제를 곁들이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여기선 공부한 한자만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같이 생각해볼 문제들이나 따로 깊이 생각해볼 문제들에 대해서 언급한다.

 

저자는 수상집도 아니고, 본격 학습서도 아닌 모호한 책이라며,

서술방식도 일관성이 떨어지고 활동 반경이 좁다보니 다루는 소재도 폭넓지 않다며,

겸양을 부리지만,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드는 생각은 웬만한 내공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것이며,

그러니 이런 좋은 책이 탄생할 수 있었구나 싶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길에서 주운 한자니까,

사람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한자들이겠고,

그러려면 보편적이고 쉬운 한자들이라고 미루어 짐작했기 때문에,

다 아는게 아니라 다 알고 있다고 착각을 했고,

좀 만만하게 봤었던게 사실이다.

 

읽어가면서 이 책의 진가를 알게 되었는데,

길에서 주운, 주변에서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한자여서,

자주 쓰이는 비교적 쉬운 한자들인 것은 맞지만,

내가 그 한자들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또 아는 한자라고 생각했던 것 중엔,

한자의 음 부분을 알고 있어서 대충 때려맞춰 읽는 것도 있었고,

한자의 부수나 뜻 부분을 미루어 음가를 읽어내지는 못해도 단어 속에서 뜻을 짐작하는 경우도 읽었다.

 

또 분명히 아는 한자여도 읽어낼 수조차 없는 경우도 있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 하면,

복잡한 한자의 경우 축약되어 간단한 형태로 쓰여도 전혀 새로운 글자가 되었고,

길에서 주운 글자라는 특성 상, 장식이나 포장물들이 많다보니, 장식용 글씨체나 멋부린 글씨체로 쓰여지기도 하는데,

살짝만 멋을 부려도 전혀 다른 글자 같아서 읽을 수가 없었다.

간판이나 현판처럼 쉬운 글자들을 비교적 읽기 쉽게 사용하고 있지만,

글자가 눈에 익지 않거나, 중의적인 의미라서 버거운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길에서 한자를 제대로 줍기 위해서는 한자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도 지식이겠지만,

전각이나 현판의 글씨, 비문과 비문을 탁본한 글씨 따위의 낯선 서체를 눈에 익히는 작업도 필요하겠다.

거기다가 중국의 역사와 고전에 대한 이해는 기본으로 깔고 있어야 할테고 말이다.

 

때문에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알 수 있는 한자인 것은 맞지만,

중학생은 저자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도, 우러를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쯤이었다면, 도인(道人)을 들먹여가며 설레발을 치진 않았을 것이다.

때로 한자나 한문에 대한 과한 애정은 중국 중심의 사대주의랄까, 중화중심의 그것으로 변질되어 나타나곤 하는데,

이분에게선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언어에 대한 앎이라는 차원을 넘어 적당한 간극을 유지하는 인문학적 통찰이 느껴져 명징했으며,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애정의 온기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어서,

읽는 내내 훈훈했다.

 

'찝찌름한 중국식 춘장을 달착지근한 우리식 장으로 색다르게 만든 점'을 내세우며

짜장면에서의 창조적 변형이 만들어낸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얘기하는가 하면,

오미자차와 관련하여선 포장지에 한자가 잘못 쓰인 것을 지적하며 농촌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하지만 안타까워 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정부에서 농촌에 여러가지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쪽 방면으로도 지원을 좀 해주면 어떨까 하는 해법을 제시한다.

 

경복궁의 현판을 설명하면서 '주역'을 예로 드는가 하면,

갑오동학혁명군추모탑에선,

천간ㆍ지지 육십갑자를 꿰고, 동학과 동학혁명군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설명한다.

동학혁명군의 행동강령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지면을 많이 할애하여 설명에 공을 들이는데,

이들의 목적뿐만 아니라 실패요인이기도 했다고 명확히 진단해 낸다.

 

개인적으로는,

절집들을 기행하면서 절집의 뒷간, 목판, 현판 따위 뿐만 아니라,

한자ㆍ한문 따위는 한 글자도 없는 토굴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고승의 뜻을 되새기며 오늘날의 종교를 반성할 수 있게 해서 좋았고,

추사기념관과 추사고택 등 추사의 흔적을 따른 글들도 좋았다.

'인물성동이'란 주제를 놓고 벌인 남당과 외암의 논쟁을 언급한 부분 따위는 가히 범접할 수가 없었다.

 

이 분의 설명방식을 한 부분만 옮겨보면 이렇다.

白은 해가 떠오르기 전의 빛깔은 하얗다는 의미예요. ㆍㆍㆍㆍㆍㆍ말하다란 의미로도 사용하죠. 告白의 白이 그런 의미죠. 해뜨기 전에, 다시 말하면, 늦기 전에 얼른 말해야 일이 성사된다란 의미로 '말하다'란 의미로 사용하게 된 거예요.(80쪽)

 

이 白과 관련하여, 다른 책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글꼴은 간단하지만 해설이 다양하다. 엄지손톱, 쌀알, 불꽃, 설명하다, 사람의 머리, 일출, 심지어 해골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ㆍㆍㆍㆍㆍㆍ따라서 백의 본뜻은 '동이 트다'이다. 동이 트면 어둠이 흰색으로 변하면서 밝아지므로 '희다, 하얗다'의 뜻이 나오게 되었다. ㆍㆍㆍㆍㆍㆍ흰색은 깨끗한 느낌이므로 '깨끗하다'는 뜻이 나왔다.ㆍㆍㆍㆍㆍㆍ깨끗하게 하면 텅 비기에 '없다, 비었다'의 뜻도 나왔다. ㆍㆍㆍㆍㆍㆍ밝아지면 사물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므로 '분명하다, 말하여 밝히다'의 뜻도 나왔다. (이인호 '하루한자공부' 부분 인용)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어찌보면 약간 다르다.

한자의 역사가 오랜 만큼이나, 간단하다고 생각되었던 한자도 해설에 다양한 견해가 분분한가보다.

이런 의미에서 봤을때도, 꾸준함을 이기는 그 무엇도 알지 못하겠다.  

 

가장 놀라웠던 건, 결혼하는 후배에게 의미있는 선물을 주려고 한시를 지었다는 거였다.

한시를 짓는것은 고사하고, 읽으며 뜻이라도 짐작하려다 보면,

단지 한자나 한문만을 알아서 되는 것이 아니란걸 알게 된다.

게다가 각운이나 압운 등 우리나라 시에선 생소한 운율이나 형식 등 고려해야 것이 많은 작업이다.

 

난 이 책을 이렇게 좋게 읽었고,

한 장이 끝날때마다 정리 문제를 통해서,

한자를 정리하고,

인문학적 입장에서 깊게 또는 폭넓게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꺼리들을 제공하고 있어서 내 스타일에 맞춤했지만,

 

이 책이 장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은 하나의 상품이고, 무형의 지식을 유형화해서 파는 것이다.

때문에 내용이 아무리 좋고,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겉표지나 책의 편집 상태 따위는 개개인의 기호에 따라 달리 읽히기도 하니 차치하고,

불빛에 뻔득뻔득 반사되는 종이를 사용해서 눈이 너무 피로하였고,

사진 속의 한자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암튼, 이제 1권을 막 끝냈을 뿐인데 2권을 기다리는걸 보면,

단점은 구실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길에서 만난 한자들을 매만져 길위에 풀어 놓았으니,

나도 길위에서 그 한자들을 익히며,

길 위의 도인이 됐든, 도통한 도인이 됐든, 무엇인가를 꿈꿔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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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5-19 18:54   좋아요 1 | URL
저희 집에는 한자 책이 무지 많아요. 급수 공부한다고 사놓은것두 있어서 탑을 쌓아도 될 정도죠. 급수책이 워낙 두껍기도 하고 말이죠 ㅋ

그런데 이번에 일본어 공부하며 어떤 분이 공부 잘하는 사람은 책 한 권이면 된다던 말에 어찌나 뜨끔하던지요ㅋ

왜이렇게 한자 공부가 안되나 생각해보면 평소에 그닥 사용할 일이 없어서 그렇구나 생각해요. 그런데 이 책은 길가나 유적지에서 접할 수 있는 한자라니 제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ㅋ
그동안 절이나 유적지에가면 보이는 한자마다 눈만 꿈뻑 거리면서 까막눈 들키지 않으려고 피해다녔는데 어린아이처럼 천천히 한자씩 읽어보는 기쁨을 누려보고 싶어집니다 ㅋㅂㅋ

양철나무꾼 2016-05-21 09:27   좋아요 1 | URL
전 언제부턴가 중국 고전에 관심을 갖게됐고,
그러면서 한자 공부를 했다고는 할 수 없고, 한자책만 엄청 사들였죠, ㅋ~.
유명하다는 것은 물론, 재밌어 뵈는 것들도...다 그러모으고 봤는데,
한자책을 보면 깊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유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맘껏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게 된달까, 완전 엉뚱하지만...재밌어요~^^

전 무인도에 가게 되면 옥편 한권 들고가고 싶어요.
온 우주삼라만상이 옥편에 들어있는 것 같아서, ㅋ~.

yureka01 2016-05-19 18:59   좋아요 1 | URL
공부를 상당히 많이 하신 분이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요즘 한문학관련 공부가 전혀 안되어 있는 저로써는
신기하기도 하구요..

오래전에 한문으로 모두 글공부했는데 말이죠....

잘봤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05-21 09:32   좋아요 1 | URL
저도 yureka01님과 크게 다를게 없어요~--;
학교 다닐때 한자를 잠깐 배우긴 했는데,
전 이과였을뿐이고,
그 이전엔 한자를 이해하고 깨우치는 학문이 아니라,
무조건 외우는 걸로 생각해서 진짜 공부하기 싫어했어요, ㅋ~.
(공부 못했다는 말은 곧죽어도 하기싫어 이핑계 저핑계 댄다~, 헤에~^^)

나이 먹고 고전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자가 재밌어지기 시작합니다.
님도 트라이 투 해보세요.

우리, 같이 해보는 건 어떨까요?
Let`s cheer up~!

cyrus 2016-05-19 21:19   좋아요 1 | URL
지금도 찔레꽃님이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는 중인데, 꾸준히 기록하시는 모습을 보면 많이 자극받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6-05-21 09:39   좋아요 1 | URL
맞아요, 꾸준함은 힘이 세죠.
그런 의미에서 전 cyrus님께도 늘 자극받습니다.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리시는 것도 그렇고,
이렇게 마실을 다니면서 글을 꼼꼼이 읽고 댓글을 남겨주시는 것도 그렇고 말이죠.~^^
고맙습니다, 꾸벅~(__)

2016-05-19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1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케 2016-05-20 10:17   좋아요 1 | URL
이 책 재미있죠..저도 아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05-21 10:02   좋아요 1 | URL
전에 님이 귀띔해주신 이이화보다 전 한결 재밌고 쉬웠어요~^^
날 더운데 잘 지내시죠?
오늘 같은 날은 어디 계곡 물에 발 담그고 맥주 한잔 해야는데...ㅋ~.
 

하루종일 컴퓨터를 끼고 살지만, 하도못해 요즘은 인터넷이 되는 스마트폰까지 끼고 살지만,

그걸 통하여 정보나 뉴스를 접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인터넷 대형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순위라는 것이,

'인기'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나한테는 생소한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쳐다보고 있으면 내가 시대에 한창 뒤떨어진 것 같아서 자괴감이 들고,

그럴때면 한번씩 주의깊게 들여다본다고 들여다보는데,

다 그넘이 그넘 같이 생겨서 분간이 안 가는데다가,

전하는 정보나 뉴스도 나름의 일정한 주기를 갖고 리바이벌하는 것 같아서,

진지하게 맘 먹고 접근했다가도 이내 시들해져 버리곤 했다.

 

그런데 요며칠은 가수이자 라디오방송 진행자로 알고 있었던 조영남에 진중권이 합세했는지라,

궁금함이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다.

 

조영남과 대작 작가의 입장은 다들 알고 있을테니까 차치하기로 하고,

내가 알쏭달쏭 야릇한건 진중권의 코멘트이다.

 

난 미술계의 관행은 물론이거니와 팝아트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는 고로,

이런 쪽에 훌륭한 책도 쓰시고 고명하신 서울대 미학과 출신 진중권 님의 코멘트를 인용해 보겠다.

화가 난 것은 이해가 되는데… 그렇다고 사기죄로 고소한 것도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됩니다. 조영남이 사기범이라면 그걸 도와준 사람(대작한 사람)은 공범이죠. 그러니 본인의 주장이 옳다면, 논리적으로 고소를 할 일이 아니라 자수를 했어야죠. 그의 분노와 좌절, 수치와 모욕감에는 충분히 공감하나, 이건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방식이 아니죠.

ㆍㆍㆍㆍㆍㆍ

생각해 보세요. 검찰과 언론과 여론이 달려들어 사기죄로 처벌 한다고 합시다. 검찰과 법원의 미적 교양수준이란 게 믿을 만한 게 못 되니, 그 인민재판의 분위기 속에서 단죄가 되면, 그게 어디 조영남으로 그치겠습니까? 그럼 애먼 다른 작가들까지 줄줄이 말도 안 되는 이유에서 곤욕을 치르겠죠.

 

진중권 님의 논리에서 궁금한 것은,

애먼 다른 작가들까지 말도 안되는 곤욕을 치른다고 해서,

그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것이,

그게 잘못된 관행이어도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니까 답습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누가 한말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가수에겐 목소리가 지문 같은 것이고,

배우에겐 몸짓이나 행위가 그런 것이란 얘길 들었다.

그렇다면,화가에겐 붓터치라고 뭉뚱그릴 수 있는 필체랄까, 그림체가 고유지문 같은 것일게다.

 

내가 글씨가 좋은 사람에게 홀릭한다는 얘긴 누차 반복했었고,

언젠가 조영남의 글씨체를 보고는 그의 그림체와 어울리지 않길래 의아해 했던 기억이 난다.

 

조영남을 향하여 궁금한 것은,

다른 화가들이 그러하듯

그 또한 기초부터 탄탄히 쌓아올린 것인가 하는 점과,

그런 연후에 작품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대작화가인 조수에게 그림의 90퍼센트의 과정을 맡겼나 하는 것이다.

오늘은 '판화'라는 말까지 하는 걸 보면 90퍼센트 이상인 것 같다만~--;

 

군대시절부터 그림에 관심이 있었다고 했는데,

자신이 그렇게...그림을 구상하고 방향을 설정하여 오랜시간에 걸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겪었다면,

그렇게 그림 한점을 완성하는데 드는 시간과 수고와 노동을 체험했다면,

군대시절부터 여지껏 오랜 세월동안 그림에 관심을 갖고 그려왔다면,

가수로서의 그 만큼이나 화가로서의 그도 몸에 각인되었을텐데,

그런 자신의 그림을 향하여 판화를 찍어내듯이라는 말을 할 수 있었으며,

자신의 아이디어와 예술혼이 담긴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면 말도 안되는 헐값에 대작 의뢰할 수 있었을까 하는거다.

 

어쩌면, 진중권 님의 말대로 그게 미술계의 관행이고 사기죄까진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을 상대로 음악을 하고 미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중에게 보일, 적어도 자신의 그림을 대신 그리는 작가에게, 체온만큼의 온기를 가지고 대했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이 젊어서부터 그림을 그려 그 정도의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면 더 더욱 치사하고 졸렬한 착취이다.

 

피카소도 그렇고 단원도 그렇고,

대중들이 접근하기 쉽게...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들도 기본기부터 탄탄히 한다.
 
이들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지극히 절제됐다는 차원을 넘어서 소박한 느낌마저 드는데,

그것은 후끈한 열기가 아니라 따뜻한 온기이다.
다다르지 못함이 아니라, 최고의 경지에서 구사할 수 있는 덜어냄이고 비워냄이다.

조영남, 그가 가수와 화가를 한꺼번에 아우르는 '화수'일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그 어떤 호칭 앞에서도 '대중'이란 말은 빼야 한다.

 

대중이란 말은 자기가 아이디어를 냈다고 우기고, 자기가 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 주어지는 수식어가 아니라,

적당한 온기를 지녀,

지친 마음을 감싸고 어루만지고,

그리하여 위로가 되어줄 때 붙는 '헌사'이다.

 

그는 더이상 대중가수도 아닐뿐더러, 팝(대중)아트를 하는 화가도 아니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곽진언 - 정규 1집 나랑 갈래
곽진언 노래 / 로엔 / 2016년 5월

 

 

 

그런 의미에서 난 곽진언이 좋다.

그의 무색, 무취, 무미의 목소리가, 담박한 노래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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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5-19 18:38   좋아요 0 | URL
저두 진중권님이 코멘트 달았대서 궁금했는데 이렇게 말씀하셨군요.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양철나무꾼님 말씀처럼 관행이니까 괜찮다는 논리도 생각해봐야할 문제 같아요.
그리구 저두 인터넷으로 기사보면 믿음이 안가서 잘 안보게 되더라고요. 오늘만해도 한강 작가님의 책을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 인가, 무튼 그분이 한국책을 번역하기 위해 6년을 공부했다, 7년을 공부했다,9년을 공부했다 등등 매체마다 달리 이야기하더라고요 ㅋㅂㅋ. 이럴땐 신문이 최곤데 구독할 수 없어서 입맛만 쩝쩝 거리며 아쉬워지곤 하더라고요 ㅋ

양철나무꾼 2016-05-21 09:11   좋아요 0 | URL
저는 다른건 차치하고라도 대작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그 자리에 조영남이 있었느냐 아니냐, 가 관건인것 같아요.
연애하랴, 사람들 구설수에 오르랴, 방송활동하랴,
맞다, 최근까진 쎄시봉인가 그것까지 하느라 바빴을 그가,
손오공처럼 머리카락을 뽑아 분신을 여럿 만들지 않고서야 그 작품을 어찌 감당했을까 싶었어요.
언젠가 `나를 돌아봐`인가에 나온걸 보니까 옷도 혼자 못 갈아입는 할배더구만~--;

맨부커 상만 해도 그렇죠.

일단 한강 님의 맨부커상 수상은 축하드리고요~!
그니나, 영문 번역자를 가지고 뭐라고 하려는게 아니라,
우리나라 언어라는게, 한국어로 쓰여진 작품이라는게 6년이나,9년, 10년 정도 공부했다고 해서,
정서까지 제대로 번역할 수 있는 그런 거라고 합디까, 어디?
데보라 스미스인가 하는 사람이 맨부커 상 후보에도 오른 작가라지요?
그리고 영문본으로 읽은 사람들 말에 의하면 완전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났다고들 하고요.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들 하기도 합니다만,
우리나라 말로 출판될때 보면 편집될때 토씨하나 건드리는걸 원치않는 작가들도 있다고 하던데,
생각해볼 꺼리가 많은 문제이긴 합니다.
이래 저래 저는 할일없이 영문판 `채식주의자` 한권 읽게 생겼습니다여~ㅠ.ㅠ


2016-05-19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1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디무빙 - 소설가 김중혁의 몸 에세이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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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읽었던 어떤 책인지, 정확하게 어떤 문장이었는지, 기억나진 않는데,

책 속에서 '사람의 몸 중 가장 정직한 곳이 어딘 줄 아니?'라고 묻는 걸 보고 읽던 책을 집어 던졌던 기억만은 또렷하다.

난 그간의 경험으로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지라,

몸의 정직함을 가지고 '가장'이라는 최상급을 적용할 수도 없거니와, 순위를 매길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터였다.

 

사람은 자기가 맘 먹고 상상한 대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고, 믿고 싶은 대로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일의 중요도나 자신이 주로 쓰는 신체부위의 효용에 따라,

시간의 순서를 혼동하거나, 통증의 경중이나 아픈 부위가 바뀌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의도된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정직하다고 할 수도 없지 않을까?

 

반면, 몸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사람의 상태를 반영하고,

그걸 가감없이 실시간으로 표출해 내고 있기 때문에,

몸이 표현해내는 언어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능력만 갖추게 된다면,

얼마든지 정직한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소설가 김중혁의 몸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 <바디무빙>은,

띠지의 '삶은 어떤 식으로든 몸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다'라는 문장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둣,

의학적으로 접근했으면 마냥 심각하고 어려웠을 수도 있는 내용을,

에세이의 형식이어서 쉽고 재밌게,

몸이 들려주는 언어를 읽어내는 법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바디무빙, '몸을 움직이는 것'은 어찌보면 살아있다는 증거이니까,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은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말이나 글 따위의 표현하고 받아들이기 쉬운 언어를 놔두고,

바디무빙에 관심을 갖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몸이 표현해내는 언어를 제대로 읽어내는 법을 따로 터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그렇지,

몸이 표현하는 언어를 읽어낼 수만 있게 된다면,

가까운 사이가 아니거나,

중간에 벽이나 담벼락이 가로막고 있어도, 

무의식중에 무장해제시킬 수 있으며,

몸이 들려주는 정직한 얘기들을 왜곡없이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흔히들 몸 따위는 (의지가 개입하게 되면) 마음대로 다스릴 수 있다고들 한다.

맘대로 되지 않을 때 의지박약이니 뭐니 따위로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지만,

그가 '레이먼드 카버'의 '뚱보'를 인용하며 힘주어 얘기하지 않더라도 몸은 우리 맘대로 되지 않는다.

 

물론 생각이나 느낌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 자체도 버거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논외로 하고,

생각이나 느낌을 몸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체화'라고 하는, 몸에 배기까지의 '상당한' 시간이 소용되는 일이다.

 

어떤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에 오갔을지, 마음은 얼마나 잘게 무서졌을지, 짐작할 수 없다. 아득한 시간들이 보니 그레이프의 곁을 천천히 지나갔을 것이다.(39쪽)

 

39쪽에서 <길버트 그레이프>가 인용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동안 나는 누구에게든지 너무 쉽게 '알겠다' 내지는 '이해하겠다'라는 말을 하며 살아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공감과 소통을 할 수 있으면 좋고 그러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지만,

누군가를 제대로 알고 이해한다는 건

보여주고 들려주려 하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들뿐만이 아니라,

'바디무빙'이라는 정직한 무언의 언어를 읽어낸다는 걸 의미하고, 

그런 의미에서 그렇게 쉽거나 호락호락한 일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에세이 형식이어서 쉽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는데다가,

그가 직접 그려넣은 삽화 몇 점들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몸이 들려주는 언어를 읽어내는 법을 자상하게 들려주고 있다.

 

그는 '상실에 대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보다 상실을 상상하게 하는 이야기가 더 좋다(41쪽)' 고 하는데,

'같아요'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습관 외에,

시각적 각인이 오래가는, 시각적 충격에 약한것까지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자 애정만발, 하트 눈이 되었다.

 

같은 의미의 연장선 상일 수도 있는데,

영화 <그녀>를 통하여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일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일까,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일까. 영화 속에서 이런 질문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유는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정 본능적인 사랑의 욕구가 '바라보는 행위'에서 출발하기 때문일 것이다.(90쪽)

 

드라마 <유나의 거리>를 두고 훌륭하다고 열변을 토하는데,

훌륭한 점이야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훌륭한 점 하나만 얘기하라면 '그 어떤 것도 뻔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한다.

ㆍㆍㆍㆍㆍㆍ

춤이란 그런 것이다. 춤이란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것이다. 같은 스텝으로 같은 리듬을 타며 서로의 몸에 기대는 것이다. 미친듯이 춤을 춰본 사람은 모두 알 것이다. 내 춤을 내가 의식하지 않게 되는 순간, 몸이 생각을 이기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순간, 그런 뜻밖의 순간에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서로에게 기대어 춤을 추다보면 그런 뜻밖의 순간이 오지 않을까.마냥 즐겁고 기뻐서 자신의 나이 따위, 살아온 이력 따위 잊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그 맛에 콜라텍을 다니는 게 아닐까.(125~126쪽)

 

얼마전 배우 문정희가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살사를 추며 노래하는 것을 봤었다.

그녀가 배우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무대에서 맘껏 끼를 발산하는 것쯤이야 놀라운 일이 아니었지만,

살사를 한지 17년 정도 됐으며,

'상대방의 손을 잡으면 느낌이 확 온다.'고 하는데,

그게 '바디무빙'이 들려주는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정직한 언어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구나 싶어 고개를 주억였었다.

 

저자 김중혁은 그걸 이렇게 표현하는데,

이런 문장은 그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완전 매력적인 문장이다.

아직 인생의 비밀 같은 것은 전혀 모를 나이이고, 앞으로도 모를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들지만, 죽을 때까지 팔다리를 흔들어야 하는 운명이라면 버둥거리기보다 춤을 추며 살고 싶다.춤을 추고 죽고 싶다. 조르바처럼? 아니, 지르박을 추며.(127쪽)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삶은 어떤 식으로든 몸으로 드러나게 마련'이고,

그런 의미에서 몸이 하는 정직한 언어를 읽어내는 방법에 관한 책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읽어나가면서,

말이나 글 따위의 표현하고 받아들이기 쉬운 언어나 바디무빙 같은 정직한 언어 말고,

말 없는 말이나 행위 없는 몸짓처럼,

언어의 형태를 띄지 않고 무형의 형태를 띈 채로,

'나를 상대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는 없나?'에 관한 것이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어떤 식으로든 몸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라지만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어찌보면 살아있다는 증거이니까,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죽었다는 얘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위 사진 속의 왜가리와 거북처럼,

살기 위하여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하여, 먹이를 잡느라 움직이지 않고 정물처럼 앉아 있는 것일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상대방과의 공감과 소통을 가장하지만,

공감과 소통을 가장하는 그 순간에도...가장 중요한 것은 나라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고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에둘러 얘기하려던 것은 아닐까?

 

사진 속에서...살기 위하여 몸을 움직이지 않고 정물처럼 앉아 있는 왜가리와 거북처럼,

무용지용-쓸모없음의 쓸모있음, 움직이지 않음의 움직임, 삶의 연장선 상에서의 죽음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니, 수필집이 철학책처럼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그는 아니니 모든 것은 추측일 뿐이지만,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재밌고 가벼운 문체라고 해서, 별 노력 없이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몸에 관한 각종 서적, 영화, 연극 등을 연구했을 것이고, 각종 자료들을 수집하고 그러모으느라 애썼을 것이다.

그것들을 체화하여 글로 썼을 것이고,

그리하여 <바디무빙>이 탄생하게 됐을 것이다.

 

암튼, 덕분에 읽는 내내 행복하였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건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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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6-05-17 21:06   좋아요 1 | URL
어휴, MBTI 유형 검사를 하면 틀림없이 두 번째 항목은 N 직관형일 거야.
왜가리부터 갑자기 하늘로 날아가버려서 따라잡느라 힘들었네. ^^

나도 그대의 페이퍼를 읽으면서 행복했소.

양철나무꾼 2016-05-18 09:12   좋아요 1 | URL
으허엉~ㅠ.ㅠ 전엔 S감각형이라더니?
생각이 이리저리 짬뽕공처럼 튀는 거, 이젠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왜가리가 왜 날라가나?
쟨 어제 아침 내 출근시간을 한 20분 잡아먹고 저러고 정물이 되어있었음.
먹이를 잡기 위하여, ㅋ~.
그 옆 바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거북은 또 어떻고, ㅋ~.
하긴 사람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쟤들 입장에서 보면 독선이겠지?

옛날엔 내 글을 따라잡기 힘들다고 하면 속상해서 어떻게 고쳐볼까 했었는데,
생각을 바꿨어.

난 나야. 내가 좀 앞서 가나? `으쓱으쓱~^^`쯤으로~!!!

마녀고양이 2016-05-18 10:02   좋아요 1 | URL
자기가 s 감각형일리가..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일 없는데, 내가 언제 그런 실수를 했을까?? 쏘리~~~
머리 회전이 빨라서 날아가는 자기가 있는 그대로의 자기 매력인데 멀 고치누? 옆에서 쫓아가거나 날려보내야징~

날이 벌써 덥네!

양철나무꾼 2016-05-18 11:04   좋아요 1 | URL
S여도 좋고 N이어도 상관없어, ㅋ~.
난 그런 것에 별반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니까 말야.

세상 사람의 유형이 얼마나 많은데,
몇가지로 제한시켜 유형을 만들려고 하는 것 자체가 맘에 안 드는 접근법이야, ㅋ~.

옛날엔 친해지기 위해서 날 상대방에게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자기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은 아직 변함이 없지만,
이젠 일부러 날 바꾸거나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걸...경험으로 알게 됐다고나 할까?
더운 날씨에 지치지않게 힘내자~!^^

해피북 2016-05-17 22:59   좋아요 1 | URL
이 글의 발췌문을 읽을 적마다 김중혁 작가님의 음성 서비스가 되는건 저만이 아니겠죠? ㅎㅎ
매일 팟캐스트로만 듣다가 글로 읽는 김중혁님도 색다르네요. 아직 한 권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만요 ㅎㅎ
그리고 `삶은 어떤 방식으로든 몸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는 말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또 저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온 문정희씨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저 취미로 춤을 추는게 아니라 17년이나 되었다며 유희열씨를 리드하는 모습에서 자신감 내지 열정이 내다보여서 이래서 배우를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끼도 많고 열정도 많고 말이죠 ㅎㅎ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즐거운 저녁, 꿀밤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05-18 09:16   좋아요 1 | URL
네, 전 유희열과 손을 맞잡는 행위만으로,
유희열의 속내를 읽어내는걸 보고 놀랐습니다.

우리는 말이나 글의 형태로만이 아니라,
몸짓이나 분위기, 그 사이 무언의 말줄임표 따위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거겠죠?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입니다, 좋은 아침이구요~^^

2016-05-18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8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8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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