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동안 이곳, 알라딘 서재에서 책을 처분하는 차원에서,

다시말하면 '책.탑.타.파'차원에서 읽은 책이나 두권 가지고 있는 책, 또는 같이 읽었으면 싶은 책들을...

알라딘 서재 지인들에게 곧잘 선물했었지만,

정작 나는 그들이 읽고 보내주는 책을 쉽게 받아 읽지 못했었다.

그래서 그들이 책을 보내주겠다고 할 때, 거절하느라 참 힘들고 난감했었다.

그러던 차에 한 친구를 알게 됐고,

그 친구가 너무 좋았던 터라 그 친구가 읽으면서 남겨놓은 흔적과 표시가 참 좋아서 쓸어보고 만져보고 보듬어 안아보고 하였다.

그 친구 덕에, 손 때 묻은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되어 이제는 지인들이 보내주는 책선물을 흔쾌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며칠 전,

이곳에서 모두의 애정을 받는 OO님께서 내게 노란 종이에 눌러쓴 이쁜 손글씨 편지와 함께 책을 한아름 보내주셨다.

어머니가 아프신 뒤라 정신 없으실텐데...

내가 언젠가 이곳에서 '번역가의 꿈을 키운다고 설레발'을 쳤던 걸 기억하고 계신다.

아흑, 창피해라~--;

OO님, 제겐 취미로 설레발을 쳤던 그것들이...누군가에겐 치열한 현실이고 삶이어서...

그리고 그쪽으로 자질이 없는 걸 뒤늦게 깨닫고 접었습니다여~ㅠ.ㅠ

잊지않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여~(__)

 

 

(왼쪽 엄지발가락이 찬조 출연했네, ㅋ~.)

 

 

 

 

2.

'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으로 하는 말'을 '농담'이라고 한단다.

이문재의 시<농담>은 한때 좋아 외우기도 했었지만,     

그렇게 그렇게 잊혀졌었는데, '카피는 거시기다'라는 책(96쪽)에서 다시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었다.

 

            농      담

                       - 이 문 재 -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로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한다

 

그런데, 이 시의 제목 '농담'의 의미를 놓고 궁금해 했었다.

'카피는 거시기다'라는 책에서 이 시를 인용했을 때는,

이렇게 멋진 시 내용을 읊고나서 쑥스러워서 머리 긁적이며 '농담'이라고 하는 그런 의미가 짙지 싶다.

하지만 난 이 시의 '농담'을 반어법으로 해석하고 싶다.

종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종은 지금도 충분히 아픈데,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해 더 아파야 한다는 말은 '반어법'이거나 '농담'이어도 좋겠다.

이건 바꾸어 얘기하면,

아프면 아플수록 지금 더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때문에 지금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이,

사랑하고 있지 않을 확률은 1/2,

사랑하지만 떠올리지 않는 정말로 강한 사람이거나, 진짜 외로운 사람이거나...

 

진짜 외로운 사람은 차치하고,

여기서 경계하여야 할 것은 정말로 강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제 몸을 더 세게 때려 소리를 더 크게 울려 퍼지게 하거나,

제 자신을 말끔하게 비워내 더 큰 울림을 만들어야 한다.

때리는 것도,

깎고 비워내는 것도,

정말로 강한 사람이 아니면 쉽지 않겠지만... 

그 강한 사람도 어쩌면,

한번 무너지면 연달아 무너지는 도미노마냥 속수무책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농담'으로라도...

치열하게 사랑하고,

진짜 외롭고,

더 아파하고 싶지는 않다.

난 아름답지 않고 사소한 풍경이라도 좋으니, 

제대로 맛을 낸 음식이 아니라 단사표음이라도 좋으니,

치열하게 사랑하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살다가도 좋으니,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저런 삶을 꿈꾸는 시인이나 작가 같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런 삶을 살고 싶은 나 같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구두
 헤닝 만켈 지음, 전은경 옮김 /

 뮤진트리 / 2010년 11월

 

 제국호텔
 이문재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카피는 거시기다
 윤제림 지음 / 난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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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9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03-20 07:37   좋아요 1 | URL
오늘 하루도 고운 봄볕과 함께 아름다운 이야기 누리셔요

2013-03-20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3-03-20 17:09   좋아요 1 | URL
호호호 저두 잘 아는 분이 보내셨군요^^
뭐야 제가 책 선물 한다고 하니 싫다 하시고는 흥흥흥!! ㅎㅎ 벌써 오래전 이야기죠~~~

mira 2013-03-20 17:33   좋아요 1 | URL
공감가는 이야기가 가득한데요. 누가 보내셨는지 저두 어렴풋알겠네요 . ㅎㅎ

cyrus 2013-03-20 19:59   좋아요 1 | URL
2년 전에 나무꾼님이 선물한 책 잘 읽었습니다. 그 해 복학하느라 책에 대한 글 한 토막 못 썼지만...^^;;
저도 선물 보내줄 수 있었는데 답글 안 달아주셔서 기다리다가 그냥 포기했습니다. ㅎㅎㅎ

2013-03-20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최북을 알게 된건 손철주의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를 통해서였던것 같다.

 

최북과 반 고흐는 둘 다 '미치광이 화가'라는 소리를 들었다. 반 고흐는 "새로운 화가를 세상은 광인 취급한다. 내가 돌아버릴수록 더욱 진정한ㆍㆍㆍㆍㆍㆍ"라고 했다. 칠칠이 치북도 자신을 미친 사람 취급하는 사람에게 손가락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돈 보따리 싸들고 와 거드름 피우는 고관에게는 엉터리 그림을 던져줘 희롱하고 득의작을 몰라주면 박박 찢었다. 두 화가는 자신의 미친 짓이 곧 "지독하도록 말짱한 세상 때문"이라 했다.

거기서 최북을 조선의 반 고흐라고 설명해 놓았었지만, 고흐에 대한 자료가 넘쳐나는 것에 반해 최북에 대해서는 너무 알려진게 없었고, 이런 저런 소문만 무성할 뿐이었다. 심지어 생몰연도 또한 '칠칠은 사십구'해서 사십구 세라고  알려진 곳도 있지만

이 또한 미스테리라고 하였다.

 

 

 <'최북'의 '풍설야귀인도'>

저 그림을 보고는 마음이 묘하게 움직여 그때부터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으나, 좀처럼 알 수 없었다.

그 이유가 그가 중인 출신이어서 일생에 대해서는 전하는 기록이 거의 없고,

다만 그의 그림을 높이 평가했던 문인들의 문집 속에 조금씩 기록이 남아있을 뿐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칠칠 최북
 민병삼 지음 / 도서출판 선 /

 2012년 8월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이 책은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였다.

그래서 소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거기에 방점을 찍지 않았었다.

소설은 재미로 읽는 것이기 때문에 그럴 듯 하기만 하면 그 진위 여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읽는 내내 진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던 나의 잘못이라면 잘못일수도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혹시~?'하다가 '흡~!'하고 허를 찔린 기분이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내용의 '진위'가 아니라 '개연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다시말해 내가 이전에 들춰본 우리나라의 고전 문학 몇 권의 내용이랑 묘하게 겹쳤기 때문 인지, 장르소설을 유난히 좋아하다보니 개연성이 무너진게 유독 내 눈에만 띄어서 인지는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내가 그동안 읽었던 이 시대를 배경으로한 작품들, 예를 들면 이옥, 김려, 심노숭, 이광사, 심지어는 연암 박지원을 배경으로 쓰여진 김탁환의 소설들에 나왔던 내용들이 짜깁기 되어 있었다.

개연성이 무너진 예는 아래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개연성이 무너지다 보니, 작가가 아무리 멋진 문체를 구사하고 있거나 중국의 한시, 우리나라의 옛시조들을 인용하는 등 박학다식함을 자랑해도, 내겐 진부하고 구태의연하게 느껴졌다.

암튼, 난 이 소설의 주제를 모르겠다.

최북의 어떤 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쓰여졌는지 모호하다.

 

자기만의 뚜렷한 개성과 작품 세계를 가졌던 화가이니만큼, 그만의 두드러지고 독특한 무엇인가를 엿보고자 했었던 나로서는, 참 아쉽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작년(2012)에 개관된 '무주 최북 미술관'에서는 최북 탄생 300주년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였었다.

그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이 책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었다.

미술관에서는 그의 생몰 연대를 1712년에서 1786년으로 통일하여 적고 있었으며, 여러 곳에 교집합이 되는 숙종 46년인 1720년부터 1786년까지는 적어도 살았다는 것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겠다.

개연성과 관련해 크게 문제가 되는 곳 몇 군데만 짚어 보겠다.

 

먼저,

여러 해 계속되고 있는 가믐이(132쪽, 밑에서 8th줄)

오랜 가믐과, 가믐(133쪽, 2nd줄)

등 이 소설에 나오는 '가뭄'은 모두 '가믐'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건 '원순모음화' 라는 음운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양순음 ‘ㅂ·ㅃ·ㅍ·ㅁ’ 다음에서 비원순모음 ‘ㅡ(丶)’가 원순모음 ‘ㅜ(ㅗ)’로 바뀌는 음운현상을 뜻한다. 중세국어 ‘믈

[水]·블[火]·플[草]’이 근대국어 특히 17세기 말엽 이후 ‘물·불·풀’로 원순모음화되었다.

임진왜란을 전후로 하여 혼란스럽던 음운현상이 17세기 말엽이후에는 원순모음화가 이루어졌다는 거다.

시대상을 반영하고 싶고, 고어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면 적어도 17세기 이전이 무대 배경으로 등장하는 소설에서나 가능하겠다.

따라서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18세기 최북의 일대기 동안은 '가믐'은 모두 '가뭄'으로 적혀야 맞겠다 .

 

또 한군데,

 

 

ㆍㆍㆍㆍㆍㆍ, 전혀 본 적이 없는 중늙은이 둘이 앉아 있었다.

ㆍㆍㆍㆍㆍㆍ

어이 달관이 한진사에게 물었다.

"이 치가 대체 누구요?"

"대감. 이자가 바로 최칠칠이라는 망나니 환쟁이 올습니다."(255쪽)

 

'올습니다'는 '올시다'가 잘못 쓰인 예이다.

'올시다'는

('이다', '아니다'의 어간 뒤에 붙어) 합쇼할 자리에 쓰여, 어떠한 사실을 평범하게 서술하는 종결 어미.

화자가 나이가 꽤 들어야 쓴다.

‘-올시다’의 의미로 ‘-올습니다’를 쓰는 경우가 있으나 ‘-올시다’만 표준어로 삼는다.

관련조항 : 한글 맞춤법 6장 1절 53항, 표준어규정 2장 4절 17항, 표준어규정 3장 4절 25항

 

 

또 한군데,

이 책에는 금주령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데 금주령의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다.

혜원 신윤복의 '주사거배((酒肆擧盃)'같은 그림을 미루어 알 수 있지만, 이 시대에는 우리가 텔레비젼에서 보는 것 같은 주막은 없었다고 한다.

더불어 영조가 워낙 근검하여 백성이 먹을 쌀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금주령을 내렸지만, 예외도 있었는데,

이 책에 언급된 초상이나 제사때 말고도, 농부나 힘든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이 마저도, 정조는 워낙 술을 좋아하다 보니까 영조 사후 왕이 되자마자 없앴다고 한다.

(조선 왕조 실록 참조)

원교 이광사는 1777년인, 정조 1년에 사망하였는데,

이 책에는 원교 이광사가 죽고 한참이 지난 후에도 금주령 얘기가 또 나온다.

 

거기다가 책의 말미에 이르면 김홍도, 신윤복, 김득신 등과도 활발하게 교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도화서 출신의 화공들이 최북 같은 이를 스승으로 모시고 찾아뵙고 하였을까. 그건 모르겠다.

따라서, 한번 개연성이 무너져 버리면 줄줄이 도미노가 무너져 버리듯이 신뢰를 잃게 되어 소설에서 최북이 이야기와 인물들 속으로 엮여 들어가 융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지사이다.

 

작가가 아무리 멋진 문체를 구사하고 있거나 중국의 한시, 우리나라의 옛시조들을 인용하는 등 박학다식함을 자랑해도,

작가는 작중 화자나 주인공에게 애정을 갖고 감정이입을 해야 하나 보다.

이 소설에선 그 조절이 제대로 안되다 보니, 생명력이 아예 없거나 괴력이 넘쳐나는 괴물일 수밖에 없다.

 

"신분이란 하늘이 내린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제 편하자고 만든 것 아니겠소. 한비자가 말하기를, 예의가 많은 자는 속마음이 쇠(衰)한다 하였소.예의도 지나치면 아첨이 된다는 말이오. ㆍㆍㆍㆍㆍㆍ"(54쪽)

사실 작가가 작중화자를 통해서라도 이런 말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작가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라는 얘기지만, 위에서 애기했듯이 개연성이 무너지니 모두가 다 시큰둥이다~--;

어제부터 내린 비가 오늘도 그칠 것 같지가 않았다. 게다가 바람까지 불고 있어 성기 마음이 매우 심란했다. 나뭇가지가 마치 춤을 추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가지와 가지, 잎과 잎들이 서로 몸을 비비며 꼭 교태를 부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나무도 생명이 있는 것이니 정말 교태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나누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도 남녀가 통정을 하면 잉태를 하듯이, 그래서 나무도 가을이 되면 열매를 맺는 것일 수도 잇다. 그렇지 않고는 마치 애무하듯이 저토록 부드럽게 비벼댈 수가 없는 것이다.

한낱 나무도 고적할 새가 없구나!

ㆍㆍㆍㆍㆍㆍ"일찍이 고애자가 된데다가 스승마저 타계하신 탓에, 성기가 형영상조에 빠진 것이오. 그러나 학문과 예술을 하는 사람 치고, 고독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소. 특히 예술은 영감(靈感)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그 영감이란 것이 고독하지 않을 때 얻어지는 게 아니지 않소."(80~81쪽)

위 문장도 인간의 고독한 심사를 나무에 빗대어 말하는 것이 수려하기 그지없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원교 이광사야 집안 대대로 양명학을 공부한 유서깊은 집안이니까 한자와 사자성어를 남발했다손 쳐도 최북 또한 아무 개성 없이 저런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독이 꼭 나쁜 것이 아니란 것을, 예술가에게 고독은 필수라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고 해야 할까?

최북의 경우 고독을 즐기며 시서화와 술로 위안을 삼았고,

마찬가지로, 고흐도 고독과 벗하며 그림과 동생에게 쓰는 편지와 커피에서 위안을 삼았다.

참, 가난은 이들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그렇게 외로운 신세라도 자유가 없는 것은 진정한 삶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예술가는 그래야 한다고 못 박고 있었다. 그래서 혹자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란 고독하고 혼자 사는 것이라고도 했다. 최북이 거기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것이다.(319쪽)

암튼, 내가 작가를 향하여 이러쿵 저러쿵 툴툴거렸지만, 그래도 작가를 향한 분홍분홍한 애정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작가의 세상과 사람을 보는 시선의 따뜻함, 다시말해 비록 작품 속에서일지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어서였다.

왜냐하면, 그것이야 말로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고 망망대해를 건너가는 원동력이니까 말이다.

원교는 슬그머니 수저를 내려놓고 멀리 산등성에다 눈길을 걸었다. 그윽하게 들어앉은 그의 눈에서 햇살이 무수히 부서져 흩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나이 어느덧 이순(耳順)이 되었다. 눈에서 부서지는 햇살의 양만큼, 그의 인생도 그렇게 부서지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유배생활을 학문에 전념하는 기회로 삼을 각오가 있을지는 몰라도, 유형지의 생활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생활이 이십여 년이나 더 계속된다면, 학문은커녕 심신이 먼저 피폐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걸 생각하면 최북의 마음이 벌써부터 내려앉는 것이었다.(241쪽)

 

최북이나 고흐 등 예술가를 놓고 볼때 고독이 꼭 고통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화가로 만든 바로 그것이 '고독'일지도 모르고, 거기에 최북에게는 술이, 고흐에게는 커피가 옵션으로 더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어떤 감정이 다가왔을때, 그감정을 마냥 비껴갈 궁리만 할 것이 아니라...한번쯤 그 감정에 흠뻑 빠져 누려보는 것도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
  김소영 지음 / 소울메이트 / 2013년 2월

 

2013년부터 MBC 주말 뉴스데스크 부장을 맡고 있는 '김소영'김소영 기자가 쓴 이 책이 그런 의미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 '정치는 생활을 바꾸고, 예술은 삶을 바꾼다.'가 취재 신조란다. 너무 멋지구리하다, 이를 어쩔 것인가 말이다,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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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3-10 02:36   좋아요 0 | URL
'가뭄'을 그즈음에 '가믐'으로 적었으니 문학에서 그렇게 적을 수도 있을 테지만, '가뭄'을 '가믐'으로 적으려면, 그무렵에 쓰던 다른 말투도 고스란히 살려서 적어야 옳겠지요. 게다가, 옛날 사람들 말투에는 '-에게'가 나올 수 없고, '-고 있다' 꼴이 나올 수도 없으며, 옛날 사람들은 '감히'라는 일본 외마디 한자말을 쓸 턱도 없어요.

문학을 읽을 때에는 문학자가 쓴 말투를 따지는 일은 거의 부질없으리라 느껴요. 그 옛날 시대를 살지 않고서 그 옛날 시대 말투를 되살릴 수 없으니까요. 우리는 그저 좋은 이야기, 좋은 줄거리, 좋은 삶을 문학에서 읽으면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양철나무꾼 2013-03-10 03:09   좋아요 0 | URL
최북의 생몰 연대를 1712년에서 1786년으로 통일했으니, 18세기를 살았던 사람이죠.
원순모음화는 17세기 말엽에 이미 정착되었구요, ㅋ~.

뭐, 저도 문학, 아니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외적인 것으로 딴지를 걸 생각 따위는 없는데 말이죠.
저렇게 되면 개연성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서 얘기가 넘 재미없어져 버리거든요~--;

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꾸벅(__)

2013-03-10 0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10 0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3-03-11 10:49   좋아요 0 | URL
원순 모음화에 종결어미까지
와우 님의 국어 내공이 장난아니네요
깨갱 언제나 깨갱
그나저나 최북이란 인물이 무지 땡겨서 저도 저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갑자기 저 새로운 인물이 저를 두드리게 하는 힘을 가지셨네요
그림속에 작은 인물 둘이 가는 길 스토리가 있는 그림이에요
 

그녀는 너무 예뻤다.

자신이 맡은 일에 열심이었고,

자신감이 넘쳤으며,

매사에 긍정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부러웠고, 닮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녀가 넉넉하게 웃다가 간, 무한 긍정 에너지 한자락이라도 좋으니...

내가 주워다가 옵션으로 장착하고 '준비 완료' 하고 있고 싶었다.

 

얼마전에 커피메이커에 딸린 컵을 해먹고, 새로 포트를 장만하였었다.

 

그런 내게 그녀는 한가해진 기념이라며 이런 선물을 보내주었다.

갓 로스팅한 '케냐 AA'를 세련된 투명용기에 넣어보내주었는데, 내가 새로 장만한 유리 포트를 보고 갔나 싶게 맞춤이다, ㅋ~.

게다가 김훈이 가장 좋아한다는 '케냐 AA'는 발설한 적은 없지만, 나도 가장 좋아하는 커피 종류 중의 하나다.

완전 센스쟁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예쁜 것은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무한긍정 에너지를 마구 발산하는 사람은 가만 있어도 자체 발광일테니 당연 군계일학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는 것과 실천으로 옮기는것과는...또 다른 얘기인가 보다.

미소 한번 짓고, 웃음 한번 웃는걸 배운겠다는건데 왜 그리 힘든지, 원~--;

 

암튼, 요즘 내가 읽고 있던 책은 '한귀은'의 '이별 리뷰'였고,

 

 

 

 

 

 

 

 

 

 

 

 이별 리뷰
 한귀은 지음 / 이봄 /

 2011년 1월

 

마침, 거기에 '김훈'의 글들이 여러 편 나와 주었는데,

내가 한 번쯤은 읽었던 것인 듯 싶은 것도 있었고 했는데...유독 내 마음을 붙잡은건 '공무도하'라는 소설의 인용부분이었다.

 

  남자는 여자의 몸에서 '새벽안개 냄새'를 느낀다. 그 냄새가 조바심을 불러온다. 여자의 몸 깊은 곳에는 흐린 등불 하나 켜진 것 같다.ㆍㆍㆍㆍㆍㆍ그런데 남자는 여자의 그 느낌을 안다. 두사람, 똑같았다고 말한다.

ㆍㆍㆍㆍㆍㆍ

  '공무도하'의 작가 김훈은 자신의 세설에서 섹스 행위에서 상대가 느끼는 바를 느낄 수 없다고 했다. 섹스에서도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문정수는 "둘이 똑같았구나"라고 말했다. 문정수는 노목희가 느끼는 바를 느낄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노목희가 느끼는 바를 알 수는 있었는지 몰라도, 느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문정수가 둘이 똑같았다고 말할때, 그것은 노목희의 말을 통해 추정한 것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둘이 똑같았다고 문정수가 생각한 데에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노목희에게 전한데에 있다. 느낌 자체의 전달이 아니라, 느낌에 대한 전달이다. 소통은 아니지만, 소통에 대한 소통이다. 그리고 그 소통에 대한 소통은 모호하지만, 이 모호를 둘은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모호함을 이해한다.(231~232쪽)

해석 불가능한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 부분을 이해하느라 애를 좀 먹었다.

뭐, 이렇게 어렵게 살거 있나?

내 경우는 이렇게 어려울때는 두눈 질끈 감고 마음이 시키는대로 따르면 오해는 할 수 있을지언정, 뒤늦은 후회는 비껴가던데 말이다. 끙~(,.)

 

그리하여 당장 김훈의 '공무도하'를 장만해 주셨고,

'커피, 치명적인 검은 유혹'이라는 책도 책탑에서 살짝 집어내렸다.

 

'이영광'의 시집에서도 소개된 일이 있는 '오규원'의 '프란츠 카프카'를 발견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고,

무엇보다 '이상'의 '산촌여정'에 나왔던 MJB커피를 보게 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거기에는 MJB알라딘 커피라는 것도 있다, ㅋ~.

 

 

 

 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커피, 치명적인 검은 유혹
 김용범 지음, 김윤아 그림 /

 채륜서 / 2012년 10월

 

아, 그러고보니...

그녀도,

내가 요즘 읽은 책들의 문체도,

이곳 알라딘 서재도,

커피의 그것을 닮았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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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3-08 10:22   좋아요 1 | URL
커피가 마시고 싶어지는 감미로운 음악도 좋고, 오늘이 주말 전날 이라는 것도 좋아요.
왠지 휴일이 시작되는 느낌? ㅎ
케냐AA는 진한 느낌이라, 커피 매니아들이 좋아하죠~~~

2013-03-08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3-03-08 13:51   좋아요 1 | URL
[커피, 치명적인 검은 유혹]을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주변에 커피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몇 있어요.
개인적으로 커피를 즐겨 마시지는 않지만,
그들과 소통하려면 커피에 대해 최소한 기본적인 지식은 있어야겠다 싶네요.
통 관심없던 분야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져보는 일도 재밌을거라 생각됩니다.

금요일 오후, 저는 커피가 아니라 술 한잔 생각이 간절해지네요. ^^

2013-03-08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08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3-03-11 10:52   좋아요 1 | URL
와 저도 커피 생각이 간절 게다가 넘 이쁜 커피포스팅이네요
아 커피 마시고파라
당장 달려가고 싶은~
 

도서정가제, 찬반을 얘기하기 전에...책을 읽어야겠다.

말이 필요 없다.

 

웹서핑을 하다 만난 관련 기사 링크==>바로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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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1-25 14:47   좋아요 1 | URL
저도 이 글 읽었는데, 참 즐거운 이야기로구나 싶어요.
책 읽는 사람한테는 도서정가제이건 아니건 대수로울 대목이 없어요.
그저 즐겁게 읽으면 되지요.

감은빛 2013-01-25 16:35   좋아요 1 | URL
저는 성균관대학교 앞 사회과학 전문 서점인 '풀무질'을 참 좋아해요.
거기 사장님과 형, 동생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인'서점은 딱 한번 가봤는데,
주요 생활반경에서 멀지 않았다면 자주 갔을 듯해요.
 

우리는 도서정가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인터넷 서점의 도서정가제 반대라는 것이,

과연 현 인터넷 서점의 10% 추가할인 만을 놓고 얘기하는게 맞나?

 

난 이 도서정가제의 개념을 정확하게 아는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혼란스러운 잡음이 생기지도 않을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함께살기님의 글에 댓글로 달았던 것을,

새로 페이퍼로 만들어올렸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거라면, 바로 잡아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저도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도서정가제 라는 것이, 책을 사 읽는 독자들을 위한 정가제가 아니지요.

책 표지에 적정가격을 정하여 기록하지 않게 하고,
인터넷 서점에서 그 책에 합당한 가격을 자기네들 마음대로 정한다는 의미의 '도서 정가제 프리'라고 알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책값이 얼마, 책에 들어가는 종이값이 얼마, 작가나 역자에게 얼마...가 들어가고 그 남은 금액에서 몇 퍼센트의 이익을 인터넷서점과 출판사가 나눠 먹는다는 의미의 정가제 프리가 아니지요.

'정가제 프리'가 그냥 인터넷에서 책값 10%를 싸게 받는 그것만을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책을 사읽는 독자나, 책을 사읽을 수도 있는 잠재의 독자들이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습니다.
가격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해서 정해져야 하는 것이지,
그냥 사실을 두루뭉술, 수박겉핥기식으로 호도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혹시나, 저에게 궁금해할 자격이 있냐...라고 말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제 알라딘 구매내역을 공개합니다.

 

순수구매총액 (구매액 - 쿠폰 결제액 - 적립금 결제액) = 1008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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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1-21 14:26   좋아요 1 | URL
알라딘책방에서는 '도서정가제'가 무엇이요, 도서정가제를 말하는 출판사와 작가와 매장책방이 무엇을 바라면서 이루려 하는가 하는 대목은 하나도 알려주지 않아요.

무엇을 반대하려 할 때에는, 왜 반대하고 반대하는 까닭을 낱낱이 밝히잖아요. 이를테면, 4대강 삽질을 반대한다고 할 적에는, 반대운동 하는 이들은 4대강 삽질이 무엇이요, 이러한 막개발 꾀하는 이들이 무엇을 노리며, 이 삽질이 어떤 결과를 낳는다 하고 낱낱이 밝히면서 반대를 하는데, 알라딘책방에서는 어떠한 대목도 밝히지 않아요.

아무개 2013-01-21 14:34   좋아요 1 | URL
인터넷 서점에서 책값을 결정한다는 말인가요?
저도 이 도서정가제라는게 뭔가 그러고 있었거든요.

꿈꾸는섬 2013-01-21 14:46   좋아요 1 | URL
메인 화면에 뜨는 도서정가제 반대, 저도 그게 대체 뭘까? 했어요.

2013-01-21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3-01-21 21:42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님.
전 님의 서재 즐찾해 놓고 야금야금 들리는 걸요, ㅋ~.

현행 출판계가 얘기하는 것에는, 가격을 인터넷 서점에서 정하는 것이 들어가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얘기들었습니다.
어찌 되었건, 전 제 밥그릇도 제대로 찾아먹지 못하는 출판계가 잘했다는 것도...
잠정적인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알라디너에게 도서정가제에 대해서 제대로 된 안내없이 그냥 반대하는 공지만 내보내는알라딘사측이 잘했다는 것도...아닙니다.

다만, 현실을 제대로 보고...제대로 판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다시한번 시장경제 원리를 들먹여서 그런데...
가격의 적정선은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서 정해져야 하는게 일반적인 게 아닐런지요~^^

2013-01-21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21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3-01-22 21:31   좋아요 1 | URL
흠,저도 도서정가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한번 인터넷을 뒤져봐야겠네요.
그나저나 양철 나무꾼님 순수구매내역보니 좀 ㅎㄷㄷ 해집니당^^(ㅎㅎ 부럽단 얘깁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