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환 님의 '다시, 나무를 보다'라는 책을 만나게 되어 좋다고 설레발을 쳤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몇 년전이다. (==>링크)

요 며칠 그 책을 다시 읽었다.

 

 

 

 다시, 나무를 보다
 신준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읽으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것은 그때 그대로이다.

고은 시인이 추천사에서,

ㆍㆍㆍㆍㆍㆍ이 책은 깨달음의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뒤늦게나마 철이 들었노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치 나무 이야기가 나무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우주와 인생 그리고 자연의 철리에 오모하게 맞닿아 있다. 과연 나무의 세계가 진리의 세계였다.

 하나 더 지적할 바는, 이 책의 저자는 실로 높은 단계의 문장력으로 독자의 심금을 울릴 것이 틀림없다. 경의를 표한다.(5쪽)

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격하게 공감하겠다.

 

내게 고은 시인은,

'시가 당신의 내부에서도 오지만, 우주의 저끝에서 달려오기도 한다'고 했던 분으로 기억되는데,

우주와 내왕하고 소통하는 그런 분이,

나무와 내왕하고 소통하는 그런 분의 추천사를 쓴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고은 시인이 추천사에서 언급한 문장력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런데 다시 읽으면서,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어떤 느낌적인 느낌'이 다가왔는데, (ㅋ~.)

뭐랄까 너무 빽빽하여 여백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숨이 막혔다.

 

몇 년전에 읽을 때는 나무와 비교해서 그려내는 삶의 통찰이 좋게 느껴져서,

문장에서 느껴지는 멋스러움이 좋아서 그밖의 것들은 보이지 않았었나 보다.

 

나무에 관한 지식이나,

나무 외적인 삶의 지혜나 깨달음은 훌륭하고 큰 울림을 주는데,

삶을 철학자들이나 철학이론들과 연결시키는 과정이 좀 억지스럽다.

아니 이 부분은 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으니 차치하고,

도통 어디서 숨을 쉬어야 할지 모르겠다.

 

예를 들자면,

우주적인 물질과 오랜 진화의 결과로 이루어진 내 몸을 지탱하는 심장도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결단적으로 뛴다. 더구나 심장의 박동은 규칙적인 것도 아니고 나의 생명의 순간순간을 반영하며 미묘한 파동의 차이를 울려댄다.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가을의 발자취를 재촉하면서 오란한 벌레 소리를 금방 이어낸다.(132쪽)

같은 부분을 보면,

문단 속에서의 어우러짐과 문장의 강조를 위해서 였겠지만,

심장이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결단적으로 뛴다는 말은 아이러니 컬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 한구절로 구렁이 담을 타고 넘는데 왜 필요한지 모르겠고,

하이데거나 헤겔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버거워 '헥헥~' 거리다보면 이번엔 들뢰즈이다.

 

자연을 잘 관찰하다 보면 영혼이 보인다. 나무의 상처는 폭풍과 번개의 영혼이라 많은 생명을 키운다.ㆍㆍㆍㆍㆍㆍ이것은 나무와 벌이 관계를 맺은 영혼이다. 나무는 태양과 대지가 관계를 맺은 영혼이지만, 오랫동안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를 견뎌내었고, 몇 번씩 찾아온 가뭄도 이겨내었기 때문에 나무에 달린 영혼은 많다.(142쪽)

이런 식이다.

 

그런가 하면 의도는 알겠지만 책 전체를 놓고 봤을때 일관성이 없지 싶었던 부분도 있다.

나무는 철을 아는 정도가 아니라 철을 앞서 삶을 엮어낸다. 나무는 겉으로 보기에 봄에 잎을 피우고 가을에 입을 떨어뜨리지만, 나무는 속으로 더 잘 안다. 봄이 오기 전에 이미 새순을 내밀고, 한여름이면 서둘러 나이테에 겨울 준비를 한다.(175쪽)

라고 해놓고는,

이렇게 딴지를 걸고 있는데,

이렇게 과격한 비교가 아니어도,

신준환 님 정도의 글솜씨면 얘기하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살 한살 나이를 먹으며 느끼는 것은,

미사여구를 쓰지 않아도,

문장이 빽빽하게 들어차지 않더라도,

글은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고,

충분한 삶 뿐만 아니라 헐겁고 성긴 삶이어도 나름 의미와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 호흡으로 쭈욱 이어 내달리는 긴 글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때론 짧은 글, 여백이 있는 문장들로도 생각을 얼마든지 확장시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밭일 1시간, 낮잠 2시간'이라는 책 속의 삶이 완전 부러운 건지도 모르겠다.

 

 

 

 

밭일 1시간, 낮잠 2시간
츠바타 히데코.츠바타 슈이치 지음, 김수정 옮김 /

윌스타일(WILLSTYLE) / 2017년 7월

 

때로 때때로,

시시때때로,

귀촌을 꿈꾼다.

뭐, 거창하진 않다.

내가 꿈꿔왔던 삶이 단지 심플 라이프가 아니라 슬로 라이프라는 걸 깨달은 것이 얼마되지 않았다.

도를 구한다고 해서 누구나 도사가 될 수는 없을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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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6 2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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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7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7-07-27 03:47   좋아요 0 | URL
언급하신 두 책을 읽지 못했지만,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은지는 알 것 같아요.
글을 읽고 보니 저도 늘 구도자의 삶을 살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도인은 언제 될 수 있나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7-07-27 14:25   좋아요 0 | URL
이힛, 감은빛님이다~^^
잘 지내셨어요?

님은 늘 현장에서 깨어있으시니,
길(道) 위에 있으시니,
이미 도인 아닌가요?^^

2017-07-27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7-29 09:14   좋아요 1 | URL
저희는 고장난 것은 아니고,
이참에 업그레이드 하려던 것인데,
어젯밤엔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더라구요.
이렇게 이렇게 여름이 지나가려나 봅니다~^^

2017-07-28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7-29 09:26   좋아요 1 | URL
저 책은 그랬어요.
한 꼭지씩 아무렇게나 읽으면 완전 좋은데,
쭈욱 내달려 읽으면 여백이 없어 답답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호흡이 가빠졌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죠~^^

저도 예전 같지는 못한데,
이곳에서 버틸 수 있는 건,
한번씩 뵙게 되는 님 같은 분의 고마운 안부 때문인것 같아요.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2017-08-02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2 18: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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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2 18: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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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2 18: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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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2 18: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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