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사드 배치하는 것과 관련 중국의 보복이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남편은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해서 연일 울상이다.

 

이쯤에서 중국이란 나라가 궁금해지는데,

그렇게 고매한 동양철학의 본거지인 중국에서 이런 일로 보복을 한다고 하나 하는 것과,

보복의 방법이 어떻게 그렇게 유치찬란 할 수 있나 하는 것이다.

 

그런 중에 이 책을 시작했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최진석은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완전 좋았었다.

앞서 얘기했던 동양철학의 본류라고 하면 중국을 떠올리는 것과 관련,

이 시대의 구루 쯤으로 얘기되는 최진석의 입장이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2015년 건명원에서 한 5회의 강의를 묶은 것이라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서문'이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철학 수입국으로 살았다. '보통 수준의 생각'은 우리끼리 잘하며 살았지만, '높은 수준의 생각'은 수입해서 산 것이다. 다른 사람이 한 사유의 결과를 숙지하고 내면화하면서도 스스로 '생각한다'고 착각해왔다. 수입된 생각으로 사는 한, 독립적일 수 없다. 그렇게 하면 당연히 산업이든 정치든 문화든 가장 근본적인 면에서는 종속적이다. 이런 삶을 벗어나고 싶다. 훈고에 갇힌 삶을 창의의 삶으로 비약시키고 싶다.ㆍㆍㆍㆍㆍㆍ남이 해놓은 생각의 결과들을 내면화하는 일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철학적인 논의가 아닌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철학에 관한 책이지, 철학 자체가 아닐 수도 있다. 철학이 아니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삶의 독립성을 확보하느냐 확보하지 못하느냐다. 무엇으로 불려도 좋으나, 우리의 삶을 각성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보려고 덤빌 수만 있다면 그만이겠다. 최소한 자기가 자기의 주인이 아니었다는 감춰진 사실만이라도 스스로에게 노출되면 좋겠다.(7~8쪽)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중국이나 동양철학을 공부한 사람들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사대주의가 골수에 박힌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최진석은 주체성에 대해서 얘기한다.

중국의 그것으로 대변되는 동양철학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내면화된 사유를 확장시키는 의미로서의 '주체성'을 얘기하고 있다.

개념이 모호하면 혼란스러울 수 있는데, 명확한 개념 정리로 접근하기 쉽고 그러다보니 이해도 된다.

 

해를 해로만 보거나 달을 달로만 보는 것을 '知'라고 하는데, '明'자는 그런 구획되고 구분된 '지'를 뛰어넘어 두 개의 대립면을 하나로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ㆍㆍㆍㆍㆍㆍ여기서 내적공력이란 '명'자처럼 대립된 해와 달을 동시에 품는 공력, 다시 말해 '대립의 공존'을 장악하는 힘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이 대립의 공존을 장악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아름답고 좋기 때문이 아니라 우선 그것이 실용적이기 때문입니다.(20~21쪽)

이렇게 의미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방식도 논리적이다.

 

흔히 그림자가 있기 때문에 '빛'이 나는 것이고,

어둠이 있기 때문에 밝은 거라고 하지만,경계가 모호하다.

경계에서 한쪽으로 아슬아슬 넘어가기는 쉽지만,

이 둘을 하나로 장악학고 아우르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그것을 美나 善에서 구하지 않고 실사구시한다.

철학은 그 '내용' 자체로 규정된다기보다는, '사유' 즉 살아 있는 '활동'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제일 처음 1장의 내용으로 등장하는게 서양의 산업혁명이다.

서양의 산업혁명만을 다루지 않고 그와 시기를 같이한 중국의 아편전쟁, 난징조약, 베이징조약 따위를 애기하고 있다.

이쯤 되면 세계사에 쥐약인 나는 머리가 뽀글거리고 읽기가 싫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최진석은 역쉬 구루라서 전지전능, 내 속에 들어왔다 갔는지, 이런 얘기를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산업혁명이 마무리되는 시점과 아편전쟁의 발동 시기(1839년 혹은 1840년)가 일치하고 있지요. 이 일치 속에 은밀하게 담긴 많은 이야기는 흥미 차원을 넘어섭니다. 모름지기 역사에 책임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지성적인 예민함으로 무장해 이를 깊고도 자세하게 음미해야 할 것입니다.(39쪽)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역사의 한 페이지라는 걸 안다면 역사적 책임감에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과거사를 몰랐다면 중국의 유치한 보복 꼼수를 이해할 수도 없었을 뿐더러, 대처 방안도 모색해 보기 어려웠을 것 같다.

중국이 이렇게 아픈 과거사를 가지고 있으니 예민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으니,

맥락이나 심정적으로 이해된다.

 

앞으로 어떤 얘기들이 펼쳐질지 완전 기대된다.

암튼 오래간만에 책을 읽으면서 눈이 맑아지고 밝아지는 느낌이다.

책을 시작하기 전엔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라는 제목이 너무 어렵고 무겁게 느껴졌는데,

읽기 시작하니까 탁월하다.

제목을 탁월하게 잘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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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08 19:28   좋아요 1 | URL
중국은 자신들 국가적 위상을 높일려고 할 때 ‘공자‘ 사상을 언급하는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7-03-14 15:01   좋아요 1 | URL
공자의 그것이 위상을 드높일만한 것은 틀림없지만,
공자도 성인이기 이전에 인간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