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친구가 아침부터 이런 카.톡을 보내왔다.

이 내용을 처음 봤을땐 누가 풀인가 싶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김수영의 시'풀'의 한구절을 인용한 것이었다.

친구가 말한 풀인란 친구 자신일 수도 있고 내가 될 수도 있고,

이 세상 이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풀

                    - 김수영 -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의 이 시 '풀'이 대번에 생각난 건 아니고,

아침엔 멀쩡했던 날씨가 점점 흐르고 어두워져서 생각난 것이다.

오늘 같은 날은 어디 조용한 선술집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여도 좋고,

마음에 맞는 사람이 여의치않으면 차라리 혼자서라도 좋고,

뜨거운 국물 같은 걸 놓고 말간 소주 한잔 마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 '한잔만 더 마실게요'를 만났다.

 

 

 한 잔만 더 마실게요
 정승환 지음 / 나무연필 /

 2016년 10월

 

이 책은 종로 2가 선술집에서 LP와 CD를 틀고 디제잉을 하면서 술을 파는 주인장의 얘기인데,

내가 받은 느낌은 '심야 식당'의 '마스터'스탈이 아닐까 싶었다.

 

얼마전의 '프루스트의 서재' '되찾은 시간'때도  느낀 거지만,

 

 

 

 되찾은 : 시간
 박성민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1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은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에 마음은 여유로울 수 있겠지만,

금전적인 것까지 생각한다면 마냥 여유롭지만은 않을텐데...

그럴 줄 알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더디더라도 한계단, 한 걸음씩 밟아나가는 이들이 멋있어 보인다.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라요하네의 우산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16년 12월

 

 

내가 좋아하는 알라딘 서재 이웃 한분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소설 단편집을 내셨단다.

그니의 글들을 봤을 때의 포스로 미루어 당연한 수순일줄 미루어 짐작했었기에 놀랍거나 하지는 않았다.

작가소개를 가만히 들여다보다보니, 완전 맘에 든다.

유일하게 꾸준한 취미였던 글쓰기가 밥벌이가 되는 날들을 꿈꿨으나 쉽지 않았다. 200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폭설」이 당선된 걸 계기로 소설을 쓰고 있다. 바닷가 소도시에서 좋은 사람들과 책 읽기의 즐거움과 글쓰기의 괴로움을 나누며 살아간다.

그리고 나이가 먹었고,

이룰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허황된 꿈이지만,

가슴 속에 꿈 하나 간직하고 있는 내가 참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오늘은 1일1그림은 '빠마를 말고 있는 내 조카'이다.

이 조카의 엄마인 사촌동생은 어릴때부터 내가 롤모델이었단다.

말투도 나를 흉내내고 글씨도 나를 닮았다.

그런 엄마에게 세뇌를 당해서 그렇겠지만,

조카를 보고 있으면 가끔 내 어릴때랑 판박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은 이렇게 물러터졌지만,

그리고 이렇게 물러터진게 괜찮지만,

소싯적엔 좀 야무지고 똘똘했으니 말이다.

이룰 수 있든 없든 꿈을 가진 당신들을 응원한다.

아직도 꿈을 꿀 수 있는 내 자신이 대견하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17-01-06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견해요 언니.

양철나무꾼 2017-01-09 18:48   좋아요 1 | URL
하하, 님께 대견하다는 소릴 다 듣고 기분 좋네요.
저도 님을 아주 대견하게 생각하는데, 잘 또는 자주 표현하게는 안 되네요~--;

우리 그렇게 서로 응원하면서,
하늘바람 님은 더 쌩쌩한 풀로,
저는 더 낮게 엎드리는 풀로 만나요~^^

하늘바람 2017-01-06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더 쌩쌩한 풀로 만나요

2017-01-06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9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7-01-07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년에는 꿈이라도 열심히 꿈꾸다보면,
스스로에게 나도 이거 한가지는 만들어갈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더 많이 생기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7-01-09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01-0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따뜻한 날씨의 일요일 오후예요. 한주동안 많이 바쁘셨으니 휴일은 편안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1-09 18:59   좋아요 1 | URL
오늘 아침까지는 따뜻했는데,
점심 먹으러 나갔더니 왕 쌩한 바람이 불더라구요.
님은 감기 어떠세요?
목에 이쁜 스카프라도 두르시고, 입에 이쁜 마스크도 해주시고...외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