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는 감정표현에 서툴고 많이 자제하는 편인데, 넷 상에서는 호ㆍ불호가 명확하다.

그러다 보니 나의 팬심을 자극하고 감정표현의 대상이 되는건 유명인이나 연예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것들도 한살이라도 어렸을때 거쳐 갔어야지,

나이들어서 좋고 싫음을 가지고 설레발을 치려니 낯 간지럽긴 하다.

 

오늘은 도올에 관해서인데,

내가 이렇게 설레발을 칠 수 있는건...

안 좋은 쪽으로의 변화가 아니라 예전엔 아주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아졌기 때문이다.

요즘 그는 JTBC에서 일요일 저녁  8시 30분이면 '차이나는 도올'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별로'라고 생각했던 그 요인은 아직도 해결된 것 같지 않으니 차치해 두기로 하고,

도올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후레시한 발상을 좋아한다는데,

난 그 후레쉬한 발상을 접하기 전에,

하이톤의 쉰 목소리와 고함 지르고 침튀기는 강의를 여러번 목격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발상이 후레쉬한지 어떤지는 모르겠고 파격적이기는 했다.

 

그동안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맞닥뜨려도 그냥 지나쳤었는데,

요번엔 칠판을 가득 매운 도올의 필체가 날 끌어당겼다.

율곡과 고승의 대화를 담은 '자경록'을 칠판 한가득 적어놓고 해석하고 있었는데,

글씨가 참 좋고 멋졌다.

그동안 도올이 몇 개 국어에 능통하다더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런가보다 했을뿐 귀담아 듣지 않았었는데,

글씨를 그것도 판서를 이렇게 멋지게 하는 사람이라면 나머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강의 내용도 맘에 들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도올 정도의 내공이 있는 사람이라면,

강의의 수준은 청강생들의 피드백에 의해서 좌우되기 마련일텐데,

예전의 강의들은 일반인이 청강생이어서 그런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 끼리 모여, 강의 수준이 어느 단계에 이르렀다면,

요번 강의는 다양한 연령과 국적을 아우르려다보니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강의 수준을 하향 평준화시켜 버린게 아닌가 싶다.

책으로 한번 훑어보면 될, 부연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일반론을 목이 터져라 외쳐대고 있으니,

시간의 효율성 면에서나,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점에서나, 안습이었다.

 

이게 도올의 강의 방향인지, JTBC의 기획의도는 알 수 없고,

어떻게 축출된 출연자들인지 알 수 없으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출연자의 눈높이에 맞추었다고 해서, 그게 '차이나는 도올'을 보는 시청자의 눈높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양한 연령과 국적의 텔레비젼 출연자들의 호응을 얻느라 더 많은 시청자들을 놓친 듯 하다.

 

그동안 참 밥맛이라고 생각했었던 사람인데,

그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바꾸니 얼마든지 달라 보이고 멋져 보일 수도 있다는걸 깨달았달까?

예전엔 깨닫지 못했던,

그 나이에도 꾸준히 연구하고 공부하는 그 자세도 멋져 보이더라.

내가 같이 나이를 먹게 되니,

그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여도 나는 그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 보잘 것 없는, 겉으로 보이는 외양이나 현상만 보고 홀리지도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나 또한 나이를 먹을수록 변화를 원하지 않고 생각이 고착되고 타성에 젖게 될까봐 걱정이었다.

나의 이런 안달루시아를 눈치챈 친구가 이런 말을 해줬다.

 

나이들면 어차피 고루해진다.

나이들면 누구도 내 이야기 들어주지 않는다.

그걸 알아 나가야지,

ㆍㆍㆍㆍㆍㆍ

나이들면 호호아줌마처럼

웃어주고 공감해주고 자기를 녹여내는 사람이 필요하지,

뭐 얼마나 잘난 것도 다 필요없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엔 몰랐거나 비호감이었는데 요즘 들어 좋아진사람이 또 한명 있는데,

팟캐스트 '빨간 책방'의 패널로 나오는 김중혁이다.

김중혁이 좋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나처럼 '~같아요'라는 단어를 잘 쓰기 때문이다.

세상에 무엇 하나 단언하거나 확정 지을 수 있는 건 없다.

우리의 마음도 그렇지만,

세상도 그렇게 변하는 건,

세상이란 것이 살아움직이는, 하나의 거대한 생물이 아닐까?

 

 

 바디무빙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미리보기로 몇 장 보았는데, 완전 내 취향이다.

출간일만 손꼽아 기다린다, ㅋ~.

그런데...책을 세권 버리고 한권 들이겠다고 대내ㆍ외적으로 선전포고를 한지라,

이 책에 눈독 들이고 있는 것을 들키면 큰 일인데 말이다.

제목도 '바디 무빙'이니 전공관련 참고서적이라고 우겨야 겠다,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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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5-04 16:45   좋아요 0 | URL
바람이 많이 불어요 . 오늘은 ...
도올의 말은 어느땐 들어오고 어느땐 안 들어오고 그래요.
^^ 김중혁 ㅡ무겁지 않아 좋아요 .

양철나무꾼 2016-05-07 20:35   좋아요 1 | URL
오늘은 어버이날 이브이고,
날은 엄청 따뜻했고,
도로 위로 차는 다 쏟아져 나왔는지 길은 엄청 막혔을뿐이고요.

전 오늘 아빠 보러 다녀왔는데,
아빠가 갑자기 많이 늙으신 것 같아서 속상했어요~^^

[그장소] 2016-05-07 21:13   좋아요 0 | URL
어느날 부쩍 더 늙어보이실때가 있죠.
저도 올 해 그렇게 느꼈어요.
이번 어버이 날 연휴는 모두 각자들
계획이 있어 부모님도 여행중 동생들도 그러네요.^^
주말까지 좋은시간 보내세요. 밤 산책 중예요.^^

2016-05-04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7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5-04 17:49   좋아요 0 | URL
저는 외롭고 쓸쓸했던 시절 ㅎㅎ 김중혁의 에세이 `뭐라도 되겠지`를 읽고 하하하 웃으며 힘을 냈던 기억이 있어 그의 신작은 거의 다 삽니다. 김중혁, 좋아요^^

양철나무꾼 2016-05-07 20:40   좋아요 0 | URL
전 우리나라 작가들 잘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빨간책방을 들으며, 이동진과 김중혁...닮은 듯 다른 것이,
묘하게 비교가 되고 위로가 되어 좋아요.

솔직히 이동진은 책 콜렉션 하는 것 부터 저랑 닮아서 좀 숨막혀요~^^(속닥)

2016-05-04 18:42   좋아요 0 | URL
전 똑똑한? 사람들 좋아해요. 두 분 다 똑똑하신 분들인듯요 ^^

양철나무꾼 2016-05-07 20:41   좋아요 0 | URL
전 제가 배울게 있는 사람이 좋아요.
똑똑한 사람도 좋겠지만,
의사표현이 분명한 똑부러지는 사람이 `더` 좋아요, ㅋ~.

2016-05-04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5-07 20:44   좋아요 0 | URL
잘 생기고, 못 생기고, 는 개인적인 취향이라서 모르겠고...ㅋ~.

전 범생이 같은 스탈은 쫌 싫어요.
일탈과 파격을 꿈꾼달까...ㅋ~.

하지만, 제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지구는 둥글고, 내일 아침 해는 뜰거예요.

개인적으로, 전 양동근을 최고의 미남 배우로 칩니다~!!!

북극곰 2016-05-04 21:44   좋아요 0 | URL
김중혁 소설은 저랑 잘 안 맞지만 빨간 책방에서하는 이야기들엔 공감이 많이 돼서 좋아해요. 차이나에 대해서 무지한 저는 요즘 도울의 강의도 열심히 듣고 있어요. 예전엔 저도 별루였는데 요즘엔 꼬박꼬박 듣네요. ^^

양철나무꾼 2016-05-07 20:48   좋아요 0 | URL
전 김중혁은 이제 막 시작이어서...뭐라고 말씀드릴 깜냥이 아니고,
`차이나는 도올`은 열심히 듣지는 않아요.
가다오다 한번씩 보는데, 전 목소리와 퍼포먼스가 버거워서,
도올의 강의의 특징은 책과 일치한다는 것이지요, ㅋ~.
전 책으로 대신하려구요~ㅅ!

2016-05-04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5-07 20:51   좋아요 0 | URL
그쵸~, 그걸 퍼포먼스로 치부해야 하는 건지, 아님 아트로 봐줘야 하는 건지...
전 예술을 보는 눈이 없어서리~--;

그런데, 도올이 처음엔 반대했다가, 나중엔 인정했다죠.
범인은 아닌 듯~--;
전 딸도 없지만,
만약 딸이 있어서 그런 퍼포먼스를 한다면...그렇게 인정할 정도로
쿨한 마인드가 안될 것 같아요, 솔직히~!

2016-05-05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5-07 20:54   좋아요 1 | URL
고루해진다는 건 타성에 젖는다는 걸텐데,
살아온 날만큼 습관과 버릇이 고착되어,
익숙한게 편하고 일탈을 두려워하니...더더욱 그럴것 같습니다.

내 자신을 완전히 녹여낼 수 없더라도,
조금은 부드럽고 유해졌으면 좋겠습니다~^^

cyrus 2016-05-05 17:57   좋아요 0 | URL
도올 강의는 TV로 보는 것보다는 직접 보면서 들어야 공부하는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6-05-07 20:56   좋아요 0 | URL
그동안 저의 경험으로 미루어 책의 내용과 강의가 거의 일치합니다.
별로 다른 점이 없는 듯~!
현장에서 타액 파편 맞지 마시고, 걍 책으로 공부하셔도...ㅋ~.

푸른희망 2016-05-07 17:07   좋아요 0 | URL
저도 빨책에서 일타강사같이 매끈한 이동진보다 김중혁이 좋아요 밀리는듯 어눌한듯 하면서 할말 다하는~~그의 작품도 좋아하는데 신간 나오는군요

양철나무꾼 2016-05-07 20:58   좋아요 1 | URL
님, 말씀듣고보니 그렇네요.
일타강사~, ㅋㅋㅋ~.

전 요번 게 시작인데, 대형포털에서 미리보기로 좀 봤거든요.
넘 좋았어요.
딱 제 취향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