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사노바풍의 음악이 좋다.

사시사철 즐겨듣는 음악은 윤상의 '바람에게'이고,

겨울 시즌을 앞두고는 김광진의 '눈이 와요'를 듣는다.

노래 잘하는 '김범수'가 리메이크 하기도 했지만,

난 김광진의 목소리로 듣는 '눈이 와요'가 더 좋다. 

올해는 '화이트크리스마스'를 위해 기우제(祈雨祭) 아니 祈雪祭용 음악으로 아껴두었는데,

그러다가 까먹고 지나갔다~--;

 

올해 들은 크리스마스용 음악은 Bing Crosby & Martha Mears가 1942년에 부른 White Christmas다.

몇 번 되돌려 듣다보니, '마이 페어 레이디'라는 영화가 연상됐다.

 

 

2.

(엊저녁의 럭키문)

 

'마이 페어 레이디'가 연상된 까닭은 이 노래 전반에 걸쳐 Bing Crosby가 Martha Mears를 리드하고 있어서 였는데,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피그말리온 효과'가 '마이 페어 레이디'의 원작이다.

 

어찌 보면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여겨지지만,

관점을 살짝 비틀어보면 이 '간절히 원하는' 게 상호적이지 않을 때는 지독한 폭력이 될 수도 있다.

버나드쇼의 '피그말리온 효과'까지 얘기하려면 너무 거슬러 올라가게 되니, 마이 페어 레이디의 꽃파는 처자만 놓고 얘기해보자.

 

꽃파는 처자는 신사의 노력에 부응하여 상류층의 억양과 발음을 완벽하게 익히게 되는데,

(원작자인 버나드 쇼는 사회주의자였고,) 그런 그가 이 작품을 통해 보여 주려고 한 것은,

신분이나 계급의 차이는 교육에 의해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었고,

반면 꽃파는 처자는 귀부인은 어떻게 행동하냐가 아니라 어떻게 대하느냐(어떤 대접을 받느냐)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작품 전반에 걸쳐 항변하고 있다.

 

3.

며칠 전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김도균을 보았는데,

예능프로를 같이 하고 있는,

상대파트너 양금석이 전화속에서 '김도균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아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한 뒤,

'거기까진 좋은데 혼자 오래 살다 보니 옆에 사람을 챙기기보다는 자기가 우선이다.'라고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양금석이 챙김을 받아야 하는데, 김도균이 제대로 못챙겨줘서 아쉬웠다, 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 해서...왠지 씁쓸했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상대방이라는 거울을 통해 나를 비춰 위치를 자리매김하며, 성장하는 동물이다.

 

'우린 대화가 잘 통한다. 그래서 좋은 거지 그 외에 감정은 없다. '라고 하는데,

상대가 이성이고 아니고, 를 떠나서,

아무래도 영혼의 찝찌름한 냄새랄까, 감성의 리트머스 파장이 비슷하면 동질감을 느끼게 되나 보다.

양금석은 그 외에 감정은 없다고 하는데,

난 대화가 잘 통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4.

 

 

 

 

 

 

 

 

 흐린 세상 맑은 말
 정민 지음 / 해냄 /

 2015년 12월

 

 

정민의 '흐린 세상 맑은 말'을 읽고 있다.

저자는 겉표지에서 마음은 멀리 달아나고 내 속에 괴물이 날뛴다고 하면서,

명청 지식인들의 말을 처방전으로 제시한다.

 

이 책은 1997년에 다른 이름으로 출간되었던 걸 재출간했단다.

그래서 그런지 어디선가 봤었던 구절 같았고,

그래서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절판된 지 오래된 것을 이번 참에 체재를 다시 흔들어 평설을 고쳐쓰고 편집도 대폭 바꿔 면모를 일신했다.(6쪽)'는데,

난 책이 거듭 태어나는건 형식이나 외형이 아니라, 내용이고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체재를 흔들고 평설을 고쳐쓰고 편집도 대폭 바꿔 면모를 일신했다'고 해서 새로운 탄생이라고 명함을 내밀긴 좀 민망하지 않았을까?

 

돈 주고 산게 아깝지만 내칠 수는 없으니,

책을 앞뒤로 이렇게 저렇게 마구 넘기면서, 글씨연습이나 해야겠다.

 

한참을 '흐린세상 맑은 날'로 잘못 읽고 읊조리다 보니...

그러다보니 '흐린세상 맑은 말'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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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26 23:53   좋아요 0 | URL
오늘 눈이 조금 왔던것 같은데, 낮에는 다 녹았어요, 어제 저녁엔 슈퍼문이 뜬다고 해서 내다 보았는데, 저런 달이 떴는데도 구름이 많아서 흐린 하늘만 봤어요, 달이 반짝반짝빛나는 느낌이예요^^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잘 이해하고 잘 맞춰주는 사람이 되는 것도,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은 일일것 같고요,
양철나무꾼님, 크리스마스의 짧은 연휴도 하루 남았어요,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2015-12-26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5-12-27 12:56   좋아요 0 | URL
흐린 세상에 맑은 말이 많이 필요한 세상이네.
기쁜 일이 많은 연말 되시게~

cyrus 2015-12-27 18:15   좋아요 0 | URL
정민 교수의 신작이 예전에 나왔던 절판본을 새로 펴낸 책이라길래 궁금해서 책 정보를 확인했어요. 그 절판본이 《마음을 비우는 지혜》였군요. 이 책은 구입 안해도 되겠어요. 그래도 구판과 한 번 비교해보고 싶어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