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피시로드, 흥남에서 교토까지 - 일본 저널리스트가 탐구한 한일 생선 교류의 역사
다케쿠니 도모야스 지음, 오근영 옮김 / 따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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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십수 년전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때,

단지 엄마들 중 나이가 제일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운영위원을 했었고,

덕분인지 때문인지 학교 급식 검수를 했었다.

그때 우리나라 수산업계의 현실이랄까, 실상을 알게 되었지만,

내가 먹는 생선이라고는 갈치와 조개, 오징어, 꽃게가 전부... '훅~' 와닿지 않았었다.

 

이 책은 표지의 그림이 알록달록한데다가,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어느 알라디너의 멋진 서평을 보고 혹하여 읽게 되었다.

 

하지만 예쁜 표지 그림과는 다르게,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일본 저널리스트가 탐구한 '한일 생선 교류의 역사'라는 부제가 달려 있고,

꼼꼼한 인터뷰와 방대한 자료 검색을 무기로,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역사를 더듬어가고 있는 저작을 펴내고 있다고 하여서,

'적어도' 객관적인 분석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나의 느낌을 얘기하자면,

'한일 생선'이라는 수식어만으로 이것을 '교류'라고 불러도 좋을지 모르겠다.

'교류'라고 하려면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종속되지 않는 대등한 개념일때 성립될 수 있는 것인데,

겉으로는 정치나 이념적, 문화적 내지는 경제적 이익이 개입되지 않은 단어로 가장할지 모르지만,

과거와 현재를 별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교류'라는건 언감생심,

가진 자가 베푸는 생색내기로 비춰질 뿐이었다.

 

책머리에서,

그러나 일부러 부산까지 가서 일본산 먹장어를 먹었다면 그 또한 유쾌한 일이다. 먹장어는 일본 깃발이나 한국 깃발을 세우고 바닷속에서 '자신'을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 '일본산', '한국산' 따위를 구별하기에 집착하는 존재는 우리 사람들뿐이다. 물고기들 입장에서 보면 어디나 다를 바 없는 그냥 '하나의 바다'인 것이다.(14쪽)

라고 하여 객관적인 분석에 더하여, '적어도' 오픈 마인드를 가진 사람인줄 알았다.

 

그런데, 일본의, 어류학자도 아닌 사람이,

'한일피시로드, 흥남에서 교토까지'란 책을 낸 이유가 무엇인지에 한번쯤 초점을 맞춰볼 필요가 있겠다.

 

한국 수산물 중에서 중요한 품목은 조기와 명태이다.

물론 식용으로 소비되기도 하지만, 두 생선 다 제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한일 수산물 교류를 얘기하면서 활어, 선어라는 표현을 분명히 하고,

때문에 살아 있는 물고기가 반드시 가장 맛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때까지만 해도,

단지 음식 문화에 대한 자긍심 때문이려니 했다.

하지만 부산 항에선 일본 번호판을 단 차가 운행되지만, 일본에선 한국 번호판을 단 차의 운행이 금지된다는 얘기를 들으니,

얘기하기 껄끄러운 사안을 교묘히 비껴가고 있음을 짐작하겠다.

 

일본 사람이 사람이 쓴 글이니까,

역사적인 문제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수산물의 한국내 수입을 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건 당연지사지만,

한국과 부산을 오가며 수산물 거래를 하고 있다는 한국인 안광국 씨의 목소리를 빌려 얘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ㆍㆍㆍㆍㆍㆍ풍문으로 나도는 이야기 때문에 일본산이라는 이유로 그 상품이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같은 생선이 있을 경우에도 일본산이 아니고 중국산을 구입하려는 분위기 입니다."(56쪽)

안광국 씨가 얘기하는 건 팩트인데,

바로 그 다음 문장에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사례가 는 지역의 식품에 대해서 규제가 강화되었다고 하는 걸 보면,

그런 사례가 있다는 건데, 풍문이라고만 할 수 없지 싶다.

 

처음엔 2장의 '먹장어구이의 생활문화사'와 3장의 '임시 수도 부산 피난민의 생활 기록'이 '한일 생선 교류의 역사'와 무슨 관계가 있어 이렇게 앞 부분에 주요하게 배치했나 싶었다.

4장의 '명태와 북어'를 지나,

5장의 '식민지와 학문', 6장의 '일본의 식민지 통치는 무엇을 남겼나'에 이르면 그의 본심을 알 수 있는데,

처음에는 먹장어가 좋아서 먹지는 않았을 것(95쪽)이라고 한다.

전쟁으로 인한 부산에 모여든 피난민들의 생활상을 얘기하며,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아니라, 자본에 의한 지배였다고 일갈한다.

 

그러면서 저인망 어선으로 어린 명태 '노가리'를 어획하는 걸 언급하는데,

성어가 되기까지 보호해야 할 '노가리'까지 어획할 수 있도록 정부(한국수산개발공사)가 허가한 결과 나온 중산이라고 한다. 

 

5장에서 어류학자 정문기와 우치다 게이타로를 비교한다.

정문기를 한국의 어류 연구사의 선구자인듯 추켜 세우다가,

이내 입장을 바꾸어 일본 우치다 게이타로의 연구를 표절, 도용했다고 한다.

 

난 이 의견에 반론을 제기한다.

정문기에게 '현산어보'와 '물명기략'따위의 고문서를 내어주면서 연구해보라고 한 사람은 일본인이었다.

'현산어보'와 '물명기략'은 엄연한 우리 고문서인데, 그들이 우리를 식민지 지배하면서 우리의 고문서까지 무단으로 도용한게 먼저이다.

그렇다면 결국 정약전의 '현산어보'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할 문제이지,

정문기와 우치다 게이타로 둘만을 놓고 표절 운운할 문제는 아니지 싶다.

 

다만 둘의 차이가 있다면,

정문기는 조선총독부에 있었던 것을 부끄러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우치다 게이타로는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것.

 

한 사람의 주장이나 관점을 내세워, 그것을 객관적인 사실이나 역사인양 과장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선을 위한 위선일 뿐이다.

한쪽을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을 깎아 내리지 않더라도,

벼는 익으면 제 스스로 고개를 숙이는 법을 알더라.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난류, 그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를 두고 그는 이렇게 멋지구리하게 얘기한다.

ㆍㆍㆍㆍㆍㆍ물고기들은 변동하는 생태계와 함께 있고, 그 변화는 안에서부터 섬세하게 지각하고 행동하고 있다. 거기에는 '물고기들의 논리'가 있고 '물고기들의 사고'가 있다.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놓은 '사람에 갇힌 사고의 틀'을 어떻게 열어갈지 그것이 문제다.(348쪽)

물고기들의 논리나 사고와  사람의 논리나 사고가 별개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궁극엔 결국 같은 것을 지향하니까 말이다.

 

이 말만 놓고 봤을땐 멋진 것 같지만, 책머리의 글상자 내용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일관성이 없다. 본인도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 된다.

 

결국, 일본의 식민 지배를 자본에 의한 지배였다고 정당화하려 한 셈이지만,

그 마저도 일본의 어류학자들과 한국의 어류학자들 마저 외면해버리는, 어설픈...

그런 '~하더라'통신으로 끝나버리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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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7-30 22:34   좋아요 1 | URL
음~~~~그러한 책이로군요!
작가가 나빴네요ㅜ
저는 언제부턴가~생선을 잘 안사게 되었어요 이젠 일본산 생선을 수입한다하고 그래서 더더욱 어류쪽엔 손이 잘 안가더라구요 한 번씩 사다먹는데 오늘이 그날! 고등어 구워 먹은 날이었네요^^ 먹으면서 요 맛난 것을 왜 못먹게 바다가 오염되게 만들었는지~~쯧쯧 하면서 먹었어요(뭔소린지??ㅜ 제가 지금 잠이 오려고 하나봐요ㅋ)

헌데 한일 생선의 그 교류란게 님의 말씀처럼 과연 있었겠나?딱봐도 의심이 드네요 일본은 그런면에선~~~ㅜㅜ

평안히 주무세요^^♡

양철나무꾼 2015-08-01 14:17   좋아요 1 | URL
현산어보도 그렇고, 이런 분야의 역사서가 왜 일본으로 건너가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고,
저인망 어선으로 치어까지 싹 잡아들여, 연근해에 어족품귀 현상을 낳았는데,
그걸 일제의 침략으로 인한 한국의 발전의 연장선상에서, 한국 수산업의 발전으로 주장하고 있어요.
먹장어도 우리가 먹을때 미개한 사람들이 먹을 수 없는 것을 먹는 것,
자기네가 먹을 때는 수산물 교역의 발달로 인한 항공운송이 가능해지면서라고 엉뚱한 논리를 내세워요~ㅠ.ㅠ

좀 덥지만, 왠지 즐거운 주말입니다~^^


만병통치약 2015-07-30 22:50   좋아요 2 | URL
이 책이 처음에는 물고기 이야기인줄 알고 읽었는데 점점 이상한 곳으로 빠져들더군요. 표절은 그렇가 치고 일제의 침략에 의해서 한국이 발전했다는 회상. 덕분에 한국수산업이 발달했다는 주장이에요. 묘하게 기분나쁜 책이었어요.

양철나무꾼 2015-08-01 14:19   좋아요 1 | URL
네, 기분 나쁜 책임에는 틀림 없지만,
반드시 보고 배울게 있는 책임에도 틀림이 없어 보였어요.

전 덕분에 `현산어보를 찾아서`를 트라이 해보고 싶어졌어요, 아흑~!

지금행복하자 2015-07-30 23:28   좋아요 2 | URL
보지말아야할 책이군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5-08-01 14:20   좋아요 1 | URL
네,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 내지는,
다혈질이신 분들은 금지도서 되겠습니다여~^^